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다
指鹿爲馬 (지록위마) <사기>
그릇된 일을 바른 일이라고 억지로 우기거나, 자신의 권력을 앞세워
위협적으로 얼버무리는 일을 말한다.
시황제가 순행 중에 급사하자, 진승, 오광의 난이 도화선이 되어 각지에사 진 타도의 무장봉기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진으로서는 일치단결해 이 국난을 해처 나가야 하는 처지였다, 그런데도 궁궐 내부에서는 권력 싸움이 암암리에 계속되고 있었다. 그 장본인은 바로 진시황제의 측근이었던 환관 조고(趙高)였다.
본디 음모를 좋아하고 권력욕이 강한 조고는 교묘하게 환심을 사서는 시황제의 측근이 되이 막내 황자인 호해(胡亥)를 보살폈다. 그토록 신뢰를 얻었으면서도 그는 시황제가 죽자 금세 신뢰를 저버렸다.
조고는 시황제의 죽음을 은폐하고 장자황자인 부소(扶蘇)에게 "아버지를 부당하게 비판하고 비방한 불충불효한 놈이다. 자결하게 하라는 거짓 조서를 보내 자살하도록 한 다음, 호해를 2세 황제 자리에 앉혔다.
이렇게 되면 아직 어린 황제의 후견인이 되어 마음대로 자신의 권세를 휘두를 수 있다는 속셈이었다. 조고는 음모가답게 차차 계책을 부려 자신의 처지를 강화하는 일에 몰두했다.
얘컨데 2세황제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폐하께서는 아직 연소하심으로 직접 정무를 집행하셨다가 혹 잘못을 범하시면 존엄함에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것보다도 정무는 대신들에게 맡기시고 폐하께서는 궁중 안에 게시는 것이 훠씬 좋다고 사료되옵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신비함은 폐하의 신성을 더욱 높여줄 것이옵니다."
2세황제는 이 말을 그대로 받아 드리고서 후궁 안에만 거처했다. 이렇게 되자 후궁에 들어가는 사람은 환관 조고 뿐이라서 정무는 대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조고가 결정했다. 권력을 수중에 넣은 조고는 마침내 황제의 자리까지 노렸다. 여기서 조고는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자로 주위를 채웠다. 그리고 나서 턱없는 말을 해도 과연 그들이 자신을 따르는지를 알아보는 한편, 황제의 권위를 깎아내릴 수 있는 간사한 꾀를 생각해냈다. 하루는 조고가 사슴을 데리고 와서는 2세황제에게 헌상하며 아뢰었다.
"이 말을 바치고 싶습니다. "
2세황제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어찌 말이란 말이오. 사슴이지 않소? 여보게, 그렇지 않은가?"
황제가 곁에 있던 신하들에게 물었으나 그들은 모두 조고의 눈치를 살폈다.
"아닙니다. 확실히 말이옵나이다."
조고는 이로써 자신의 절대적인 권력읗 확인했다.
한편 2세황제는 많은 신하들이 말이라고 하는데 자신만 사슴이라고 생각한 일로 혹 자신의 정신이 좀 이상해진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 뒤로 조고는 계략을 꾸며 2세황제를 자살로 몰고 간 뒤, 제위에 오르려고 했으나 아무도 따라주지 않아 마침내 3세황제가 되는 자영(子瓔)에게 살해되었다.
권력으로 억누르면 의사 소통은 막힌다.
의사소통이 워활하지 않은 조직은 고여있는 물과 같다. 이런 조직은
사람들의 활달환 기운을 서서히 마비시켜 조직 전체가 경직된다. 이
래서는 조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상하 관계가 있는 사회
에서 윗사람이 권위를 앞세우고 궈력에 의존해 아랫사람의 의견을 경
솔하게 무시하거나 한다면 의사소통은 물건너간 것이다.
( 剛軒 選集 <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