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추석 연휴는 수, 목, 금, 주말과 맞물려 황금연휴로 불리고 있다. 5일간의 연휴에 많은 이들이 여행을 계획하고 푹 쉴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데 몰두하고 있지만 그 반면 연휴일수록 괴로운 이들이 있다. 몰려드는 주문과 상품분류, 두 세배 늘어난 작업량에 치이고 있는 유통업계 관련 종사자들이 그들이다.
백화점은 대부분 19일과 20일 휴업한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경우 추석 당일에도 정상 영업하는 곳이 많다. 이마트는 전체 점포 148개 중 96개 점포가 추석 당일 정상 영업한다. 홈플러스는 137개 점 중 91개점이 추석 당일에 정상 영업하며, 나머지 점포는 쉰다. 롯데마트도 105개 점 중 67개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유통업계 근로자들의 가장 힘든 점은 명절마다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명절에는 소규모의 마트나 가게들이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에 정상 영업을 하는 대형마트 근로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더군다나 대형마트의 명절 근무는 정상적인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들에게 명절근무가 부담스러운 이유는 당일 근무 이외에도 추석기간 전후로 발생하는 연장근무 문제 때문이다. 추석 불법행위 감시단을 결성해 운영하고 있는 홈플러스 노동조합 유종철 조직국장은 명절 전 선물세트가 들어와 진열해야하는 시기에는 연장업무가 당연시 된다며 문제는 연장수당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고 일부분만 지급되거나 아예 지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주일에 12시간이 넘어가는 연장근무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주에 12시간을 넘겨 일하더라도 그 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2013년 상반기 근로시간 감독'결과에 따르면 314개의 사업장 중 272곳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장근로 한도를 넘어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9월 정기국회에서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 시켜 현행 68시간의 1주 최장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면 2016년부터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렇게 된다면 법적으로 근로자들의 연장근무 시간은 더욱 줄어들어 이를 위한 대비책이 반드시 필요할 전망이다.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매출압박도 근로자들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얼마 전 NC백화점에 입점한 협력업체 직원이 자살한 사건이 벌여졌다. 해당 직원은 계속된 매출압박과 고객만족평가 시스템에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롯데백화점 여성복 매장 파견 여직원이 매출압박을 하는 상사에게 원망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투신자살하는 일이 일어났다.
2011년 기준으로 국내 3대 백화점과 3대 대형마트에 파견돼 일하는 입점업체 직원은 각각 1만3856명, 4만3201명이다. 매년 유통업계 근로자들은 늘어나는 반면 그들이 받는 압박은 더욱 더 가중되고 있다. 특히 대목으로 여겨지는 명절에는 이런 매출관련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