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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가을이 되었다. 요즘의 날씨는 습도가 높다. 이 높은 습도에 의해서 여전히 선풍기가 돌고 있다. 가을은 신선한데도 아직 다 말리지 못한 공기 중의 습도는 이른 가을밤을 여름처럼 보내게 하고 있다.
4월의 습도를 생각하게 하는 아직은 이른 가을이다. 4월은 나에게 어떤 시간 속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때는 나만의 일상의 수레바퀴가 거세게 돌고 있어서 심리적인 여유가 없었다. 이제 가을이 되었으니 나의 수레바퀴도 조금씩 진정되는 듯도 싶다. 그리고 이제 내 마음 속에 미뤄두었던 이 눅눅한 습도를 날려버려야지 한다.
제이 문의 시간의 바퀴는 한 바퀴 돌았을까? 그때의 기억들이 제이 문의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물다 가곤 하였다. 반복성을 경험하는 시간은 우리에게 간혹 명확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게다가 한 사람의 시간성을 경험할 때는 더욱 더 그러하다. 책은 그 사람의 결을 담고 있다. 결이란 바로 그 사람이 마음속에 품었고 품은 것을 내내 간직하며 그것을 어느 순간 드러나게 할 때 그 사람의 단면을 보게 한다.
“ 시간여행에는 타임 루프Time Loop, 타임 슬립Time Slip, 타임 리프Time Leap의 세 종류가 있다. ‘타임 루프’는 똑같은 시간대가 계속 반복되는 것이고, ‘타임 슬립’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나 미래로 가는 것이다. ‘타임 리프’는 주인공이 스스로 시간을 통제해서 원하는 시간대로 가는 것을 말한다. ” <책 본문/ part2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p227>
이러한 양자역학적 시간성의 개념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들이다. 나는 요즘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나와 직접적으로 가까운 이가 책을 내는 일은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다. 더구나 첫 책이다. 저자에게 첫 책은 자기문제를 극복하는 하나의 관문과 같다고 생각한다. 긴 시간 안에서 묵은 어떤 것을 토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에는 언제나 기억이 함께 동행 한다. 어느 카페에 앉아서 몇 시간씩 나누던 그런 대화들이 어떤 입체적인 옷을 입고 각색되어 변화되어 모습을 달리했지만, 그 모습이 바로 지난 시간의 흔적들임을 알 것 같다. 나의 여기에는 세 개의 시간성 개념이 모두 적용되고 있다. 기억 여행에서 타임 리프로 특정한 기억으로 들어가 보기도 하고, 타입 슬립으로는 과거와 미래를 유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타임 루프는 바로 4월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어떤 같은 형태가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여기에 매여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나에게 고정된 일종의 패턴인지도 모르겠지만, 봄이나 여름에는 나의 바퀴가 굴러가는 것 이외의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었다. 이것은 확실히 내 안에서의 저항을 내가 신체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손이 가질 않는 것이다. 그러면 마음 안에서는 어떤 찌꺼기가 쌓인다. 무거우면 놓아 버려도 되겠으나 그게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가볍게 쓰면 되는데 나는 왜 무겁게, 길게 쓸까? 요즘 교육 현황이 나에게 무겁게 다가와서 일까? 어쨌든 사건은 계속 진행 되는 것이다.
______ <생각 훈련 독서법>______
교육에 관해서는 누구나 할 말도 많고 또 할 말이 없기도 하다. 제이 문의 말처럼 무엇보다 교육의 주체는 학생, 교사, 학부모라는 삼박자에 의해 굴러가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이 세 가지 요소 중 하나 이상은 경험했을 것이다. 각자의 현재에서 보자면, 모든 것은 과거가 된다. 그리고 그 과거의 흔적에 의해 현재의 각자가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과거가 된 학교가 누군가에게는 현재진행형인 장소가 된다.
결국 기억에 의지하여 현재를 판단해야 한다. 기억은 그동안의 축적을 통하여 기억 자체를 이겨 낸다. 책<생각훈련 독서법> 역시 기억을 현재에서 이겨 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저자 ‘제이 문’이 현직 교사로서 그 자신이 학교라는 장소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들과 동료 선생님들과 지낸 한 시절의 결산물이며 동시에 현재 진행형인 학교와 교육 그리고 교사라는 입장과 그 자신이 경험하고 문제시화 한 것들에 대해 담담히 풀어 낸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책’이라는 소재 그 자체를 통하여, 청소년의 독서 방식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책에 더 주안점이 있고, 다양한 버전으로 나와 있는 영화를 접목시키는 형태이다. 심도 깊은 체계를 통하여 한 작품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책의 구성과 활용 방법'은 이러하다.
“ 이 책의 목표는 아이들에게 독서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훈련, 즉 생각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생각훈련을 위해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과정을 제시한다. <p10>”
1.서두 - 작품에서 다루게 될 주제와 관련해 해당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는 단계다.
2.생각 훈련을 위한 기초체력 다지기 - 작가 및 작품의 배경지식을 알아보고 작품의 주제와 연관된 지식을 쌓는 단계다. 필요한 경우, 활용할 만한 참고자료를 추가로 설명한다.
3.생각의 틀 만들기 : 테두리 구성하기 - 본격적인 생각 훈련에 앞서 작품의 구성을 알아보는 단계다. 작품에 대한 정보 습득, 작품의 내용 확인 과정을 거친다.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작품 자체에 대한 정보를 주는 단계이기도 하다. 작품에 따라 다루는 내용은 다룰 수도 있다. 작품의 구성과 전개, 시대적 배경, 작품의 주제와 직접 연관이 되는 사상과 캐릭터에 대해 정확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준다. (이 단계까지는 수업 운영 계획에 따라 독서 전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4.알맹이 채우기 - 테두리 작업이 끝난 후 작품의 내용에 대해 몇 가지 질문으로 확인해 보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부터는 작품을 완전히 읽고 진행해야 효과적이다.)
5.드디어! 생각훈련 - 생각의 틀을 완성한 후 드디어 작품의 주제로 들어가는 단계다. 최종 주제를 도출하기 위해 관련 질문들에 답하며 점층적인 방식으로 최종 주제에 접근한다. 제시된 질문들의 답을 고민하며 작품의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중요한 단계다.
6.비판적 독해능력 키우기 : 책 넘어서기 - 작품을 감상하며 작가의 생각에 공감이 가지 않거나 작품에 드러난 아쉬운 설정, 구성 등을 찾아보는 단계다. 비판적 읽기critcal reading를 시도해 볼 수 있다.
7.영화로 훈련 돕기 - 독서에 흥미를 더해 주고 수업을 돕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관련 영화를 제시한다. 독서 내용을 복습 진도에 맞춰 영화를 감상하거나 글로는 부족한 시대적 배경과 의상 등을 참고할 수 있다. 또한 대사 없이 주인공들의 행동만 나오는 장면을 보며 주인공의 심리를 추론하는 데에도 영화는 효과적이다.
이상과 같이 책 한 권에 관계된 자료를 모으고 책 전체를 관통하는 글쓰기로 재구성하는 프로그램이자 메뉴얼이이다. 책 한 권을 소화할 수 있는 이 생각훈련 독서 프로그램에 맞춰서 책<생각훈련 독서법>도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책을 선별한 후 ‘생각훈련 독서 프로그램 메뉴얼’을 적용하여 각 12편의 책이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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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 구성은 각 세 파트별로 나뉘는데,
Part1은 ‘묵직한 것 같지만 무겁지 않은’ /
작은 아씨들(루이자 메이 올컷),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 데미안(헤르만 헤세),
Part2는 ‘다른 것 같지만 친숙한’ /
기억 전달자(로이스 로리), 죽은 시인의 시회(N.H. 클라인바움),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루이스 세풀베다), 아름다운 아이(R.J. 팔라시오), 플립(웬들린 밴 드라닌)
Part3는 ‘먼 것 같지만 가까운’ /
아몬드(손원평),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이꽃님), 페인트(이희영),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드디어! 생각 훈련’ 안에는 ‘지금 학교는’이라는 소 단락이 있다. ‘지금 학교는’ 에는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의 경험과 아이들과의 기억과 느낌의 시간이 담겨 있다. 저자가 직접 생각훈련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글을 쓴 것이므로, ‘생각 훈련’에 저자의 생각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 자신의 경험과 현재의 생각으로 책 속의 현재와 만난다. 책의 제목과 주제에 맞게 저자는 영어 교사인 그 자신의 체험과 생각을 통하여 책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서 그 자신이 획득해야 할 보물들을 챙겨서 나오게 된다.
교육과 학교 그리고 아이들, 교사, 학부모라는 복합적인 관계에서 교사는 어쩌면 그 사이에서 많은 짐을 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한 사람이 그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면 복잡다단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고통’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때로는 기쁨이 더 크게 다가와 전율을 일으키는 것일 거다. 감정의 롤러코스터 역시 '고통'의 한 이름이기도 하다. 사랑의 감정은 고통과 함께 붙어 있는 동전의 양면이다. 같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인간의 감정은 역동적이다. 기억을 더듬고 정돈한다는 것은 그 자신의 신체적 고통도 무시할 수는 없다. 기억은 곧 그 자신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현직 영어 교사의 ‘생각훈련 독서 프로그램’ 방식은 반드시 수업이 아니더라도 시도해볼만한 하다고 여긴다. 차근차근 생각 ‘빌드 업’이 가능한 독서 훈련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시도하다 보면 어느 순간 프로그램 순서에 맞추지 않고도 그 자신의 독서와 글쓰기가 습득되는 단계에 도달할 것이다. 청소년의 <생각 훈련 독서법>으로 이처럼 깊고도 풍부한 현장성과 사색이 담긴 책은 드물 것이다.
저자가 각 책 마다 깊게 잠수하여 건져 올린 사색들은 모두 학교 현장과 책의 현장이 만나서 형성된 결과물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방향성을 잡아 나가는 청소년들 역시 그 자신이 지금 있는 곳이 현장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더 풍부한 사색의 장을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는 그저 잘 정돈된 12권의 책을 읽는 그 느낌 그 자체도 좋았다. Part 3는 국내 작가들 책이어서 좀 더 생생함이 있었다.
_________<생각훈련 독서법>_________
아래는 ‘12 편의 독서 훈련 글’ 중에서 ‘드디어! 생각 훈련’으로 빌드 업 하는 곳에 삽입되어 있는 ‘지금 학교는’ 에 표현된 저자의 사유를 옮겨 본 것이다. 위에도 길고 아래도 역시 길다. 그러니 위도 아래도 없다. 어느 곳에서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실제로 현직에 있는 저자의 생각을 들어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이다.
요즘은 교육과 학교에 대해서 어떠한 의견을 과연 낼 수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의견이라는 것이 오히려 짐이 될 때도 있다. 그렇다고 모두 방관할 수도 없다. 그래서 옮겨 본 것이다. 이 책은 ‘생각훈련 독서법’이고, 한 시대를 관통하는 책들을 통하여 학교라는 현장에 대입하여 저자가 총체적으로 이끌어 낸 생각이다. 그러니 제시된 책과 연계해서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_______지금 학교는_______
1.
“내리사랑이라는 말은 보통 부모들이 자식에게 일방적으로 끝없는 사랑을 쏟고 헌신한다는 뜻이다.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이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내리사랑에는 문제가 있다. 이렇게 기울어진 관계에서는 받는 쪽에서 언젠가부터 자신이 받는 사랑과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아무리 주는 쪽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행하는 사랑의 행위라고 할지라도 이 관계가 올바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런 풍조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참여하는 봉사활동에서도 드러난다. 아무런 보상 없는 봉사활동에 아이들은 관심이 없거나 참여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런 일방적인 주고받음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이들에게 받는 것의 기쁨 못지않게 주는 즐거움도 함께 알려 주어야 한다. <작은 아씨들/ ‘지금 학교는’ p31> "
2.
"가족은 같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을 뛰어 넘어야 한다. 가족 구성원 사이에 무조건적인 신뢰와 애정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더한 슬픔을 느낄 것이다. 가족이란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연결된 관계가 아니라 정신적·심리적 관계를 이우를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생물학적인 가족의 역할과 자리를 채워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들이 바로 진정한 가족인 것이다. <자기 앞의 생/ ‘지금 학교는’ p54> “
3.
"우리가 삶의 여정에서 느끼고 겪는 모든 경험은 개별적인 동시에 보편적이다. 이 덕분에 우리에게는 함께 길을 가는 동무, 즉 사랑하는 사람의 지지와 위로. 공감이 필요한 것이다. 작가가 맞다. 사랑해야 한다. <자기 앞의 생/ '지금 학교는‘ p58>
4.
“나에게 깨달음을 주는 사람이 늘 거창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고, 그들이 주는 깨달음 역시 거창한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순간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면 우리의 성장은 더디거나 멈출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더 나아가고 싶다면 우리가 갖는 만남에서 의미를 찾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데미안/ ‘지금 학교는’ p80>
5.
"누군가와 무언가 나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분명 축복임에도 그 기회의 이면에 반드시 이별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는 것이 교사와 제자의 숙명이다. 교사는 껍데기를 부수고 비상하는 제자들의 눈부신 성장에 가슴 가득 감동을 느끼며 멀어져 가는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그들의 비상에 스승은 더 이상 동행하지 않는다. 다만 축복을 기원할 뿐이다. <데미안/ ‘지금 학교는’ p82> "
6.
"과거의 기억이 현재를 풍성하게 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붙어야 한다. 나와 함께 그 시간을 살았던 누군가가 그 기억을 함께 나누고 간직해 주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 나의 기억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나의 외침에 호응해 주는 타인의 외침도 반드시 필요하다. 나의 소리에 그의 소리가 얹어질 때 우리의 기억은 의미를 갖는다. <기억 전달자/ ‘지금 학교는’ p105> "
7.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늘 보게 되는 일이 있다. 아이들이 학교보다는 학원 과제에 열을 올리고, 학교에서의 보충이나 상담보다는 학원의 보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자습 시간을 주면 어김없이 학원 과제를 하고, 말끝에는 항상 ‘우리 학원 샘이’가 붙는다. 공교육에서 가장 습쓸한 부분이 이것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 ‘지금 학교는’ p120> "
8.
"요즘의 학교는 상상도 못 할 만큼 바쁘고 각박하게 돌아간다. 중학교 때부터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들, 수행평가와 지필고사의 압박으로 여유가 없는 교사들 등 모두가 하루살이처럼 정신없는 매일을 살아 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과는 물론 교사들 간의 소통 역시 꼭 정해진 시간에 잠시 이루어지는 것이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는 나 이외의 타인, 더 나아가서는 공동체의 일에 관심을 두기란 요원하다.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 입시 제도가 바뀌면 조금은 달라질까? 교사의 행정 업무가 줄어든다면 변화할 수 있을까? 공동체라는 단어가 무게를 갖고 중심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선행 과제다.
‘우리’라는 단어만큼 개인을 든든하게 붙잡아 주는 단어가 있을까? ‘함께’라는 단어만큼 개인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단어가 있을까? 함께하는 공간에서도 각자 섬처럼 존재하는 현대인들에게는 그 섬을 이어 줄 다리가 필요하다. 커다랗고 번쩍일 필요도 없다. 나 하나 건너가고, 너 하나 건너올 만큼이면 그 어떤 다리여도 상관없다. 이에 대한 고민이 시급한 지금이다.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 ‘지금 학교는’ p144> "
9.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문제를 감추고 의연하게 살아간다. 오히려 드러난 문제는 해결하기 쉬울 수도 있다. 그리고 세상에 가벼운 문제는 하나도 없다. <아름다운 아이/ ‘지금 학교는’ p169> "
10.
“미성숙한 자아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비범한 결심’이 동반되어야 한다. 바로 그 비범한 한 번을 위해 결정적 계기가 필요한데, 우리의 비극은 그 순간을 놓치거나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누군가를 잃는 것처럼 슬픈 일이 아니더라도 그 순간을 깨닫기 위해 우리는 일상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봐야 한다. <플립/ '지금 학교는‘ p189> ”
11.
"인간은 고립되어 살아가지 못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를 맺고 사회를 이루어 살아간다. (...) 결국 우리는 다시 관계로 되돌아간다. 어쩌면 삶은 이 주기의 반복일 것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를 보여 주는 최소한의 장치가 감정이고, 감정을 갖게 하는 기본적인 재료가 사실이니, 사실만으로는 관계를 맺거나 유지하기에는 불가능할 것이다. <아몬드/ ‘지금 학교는’ p209> "
12.
"결국 현재의 짐은 현재에 남아 있다. 설령 과거로 돌아가 지금의 짐을 치워 버린다고 해도 여전히 나에게는 또 다른 짐이 쌓일 것이다. 현재를 성찰하게 해 주는 거울로서의 시간 여행이라면 어쩌면 지금도 가능하지 않을까? 내가 남긴 글, 사진, 곁에 머무는 사람들이 지닌 기억은 현재에 머물면서도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들이다. 덧없이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기록, 이것만이 현재의 우리가 움켜쥐고 있는 유일한 티켓일지 모른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지금 학교는’ p237> "
13.
"학교에서 교사는 학생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담임을 맡든, 비담임을 맡든, 어떤 학급에 들어가든 학생에 대해서만큼은 선택당하는 입장이다. 그렇다 보니 매년 새 학기가 되면 첫날 교실 문 앞에 서서 행복한 두근거림을 느끼기도 한다. (...) 교사에게 학생은 선택하지 않기에 예기치 않은 드라마를 겪게 해 주는 새로운 운명이다.
(...) 여기에서의 핵심은 관계다. 관계라는 단어는 둘 이상의 사람이나 사물이 전제되어야 한다. 어느 일방만으로는 성립되지 않으며 반드시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니, 관계에서 모두는 선택의 주체이자 동시에 객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의 이중적 속성으로 우리는 어떤 한 입장만을 선호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페인트/ ‘지금 학교는’ p256> "
14.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을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담임과 비담임이다. 담임을 맡으면 아이들의 한 해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므로 비담임교사에 비해 좀 더 바쁘고 긴장된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럼에도 모두가 인정하듯 교사의 꽃은 ‘담임’이다. 담임에게는 나를 든든하게 받쳐 주는 토끼 같은 30여 명의 우리 반 지원군이 있기 때문이다. (...) 담임에게만 보여 주는 애교 섞인 장난과 어린애 같은 천진함을 보며 한바탕 웃고 나면 교사로서의 보람과 가치를 느끼며 행복한 기분이 든다. (...)
너무 피곤해서 아무렇게나 입고 출군한 날 복도를 지나가던 아이들이 “선생님 예뻐요”라고 한마디를 툭 던지면 유치할 만큼 기분이 좋아지지만, 금지된 행동을 끝내 반복하는 아이를 보면 얼굴이 터질 만큼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학교에는 아이들이 있어야 하고 교사에게는 더더욱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의 미래이자 교사의 따뜻하고 순수한 현재니까 말이다.
우리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과 어울려 살아간다. 사회의 우리는 그래서 함께 있는 것 같으나 철저하게 혼자 살아가는 존재다. 업무와 자리, 성과로 인정받는 총칼 없는 전쟁터 같은 그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나의 능력만으로는 힘에 부친다. 조건 없이 나를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아군이 한 명 정도는 있어야 이 전쟁터에서 생존할 수 있다. 나의 뒤편에 서 있는 그들이 어쩌면 가장 강력한 나의 아군일지 모른다. <불편한 편의점/ ‘지금 학교는’ p283~2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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