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이영찬 신부(예수회)가 10월 26일 구속, 수감됐다. 이에 대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10월 30일, 현재 이 신부를 비롯해 6명이 구속돼 있고 300여 명이 재판을 받거나 전과자가 돼 있다며, 이 신부의 즉각 석방을 정부에 촉구했다.
아래는 정평위의 입장 표명 문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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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이영찬 신부 구속에 대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의 입장 표명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제주 강정마을에서 기도와 평화활동을 하던 중 구속 수감된 예수회 이영찬 신부를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는 제주 강정마을에서 강행되고 있는 해군기지의 건설이 첫째, 강정마을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민주적 절차가 보장되지 못했고, 둘째, 구럼비 바위를 비롯한 자연과 해양생태계를 무너뜨리며, 셋째,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감과 위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보아,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천주교 제주교구를 비롯한 전국의 사제들과 수도자, 형제자매들이 지난 수년간 끊임없이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하여 매일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해 왔습니다. 정의와 평화를 위해 자신을 던지고, 고통 받는 이웃의 손을 잡고 동참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천하며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월에는 20여 명의 수도자들이 경찰에 의해 연행이 되기도 했고, 지난 3월에는 김정욱 신부가 구속되었다가 40여 일 만에 석방된 일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벌어진 이영찬 신부의 구속은 강정마을에서 성실하게 평화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톨릭 사제의 두 번째 구속으로, 한국 가톨릭 교회는 이에 대해 매우 심각한 유감과 우려를 표명합니다.
정부와 해군이 주장하는 ‘민관복합관광미항’의 건설은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었다는 것이 지난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해군기지 부지 선정과 공사과정에서 절차적 불법성들이 드러났으며 총리실 산하 ‘크루즈선박 입출항기술검증위원회’(이하 기술검증위)는 선박의 안전한 입출항 가능성을 측정하기 위한 기술검증위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조작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이토록 온갖 탈법과 불법으로 강행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국가공권력은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에게 부도덕하고 반인간적인 물리적 폭력을 가하며 고통을 주었습니다. 예정된 공정을 맞추기 위해 24시간 공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부실공사로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구조물들이 태풍에 파괴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구속된 이영찬 신부를 비롯한 6명이 제주교도소에 수감되어 있고, 3백여 명이 재판을 받고 있거나 이미 전과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공동선과 정의를 구현하며 평화와 생명을 위해 기도하는 성직자까지 구속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다시 한 번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구속된 이영찬 신부와 평화활동가들을 즉각 석방하고, 제주 강정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가 공권력의 폭력을 멈추기 바랍니다.
주민들과 국민들이 반대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하고, 제주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섬, 평화의 섬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2012년 10월 30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 용 훈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