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온다고 한다...어느 해 보다 이른 장마철이 시작된다는
일기 예보에 일찌감치 무설재 곳곳을 정비하는 마당쇠와는 달리
날이면 날마다 찾아드는 사람들과의 다담으로 하루가 즐거운 쥔장은
장마 전선 따윈 안중에도 없었지만 하늘의 조짐을 보아하니 덜컥...
몇 해 전에 있었던 물난리에 안성 곳곳이 물에 잠겼던 기억이 떠올라
괜히 몸이 바쁘지만 그렇다고 외부적으로 해야 할 일은 별로 없는 고로
장마 기간동안에 먹을거리나 준비하는 것이 최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않는 몸....올 여름은 그냥 별 일 없이 지나가기 만을 바랄 뿐이다.
어쨋거나
지난 금요일 부터 일요일 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들어 서로가 즐거웠건만 아쉽게도
수다 떠느라 바빠서 그들의 면모를 한 컷 날릴 기회를 갖지 못했다.
* 금요일...음악 매니아 중에서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지인 때굴때굴님에게 명상 음악을 부탁했다.
물론 쥔장이 갖고 있는 명상 시디도 만만치 않지만 이번 강의에 쓸 명상 음악이 마땅치 않아
바쁘게 부탁을 하게 되었고 그 친구는 착실하고도 충실히 몇 장의 시디를 준비해
무설재 매니아 여여님을 통해 보내 주었다.
한참을 보내준 음악을 들으며 여여님과 다담을 나누던 차에 거의 전투 자세에 가까운 새로운 발길이
찾아들어 폭발 직전에 가까운 심기 불편을 드러낸다.
서각 장인 노영 쌤께서 선물로 주신 작품
이유인즉은 전남 영암에서 올라오신 서각 장인 노영 선생님을 모시고 무설재를 찾아왔지만
친절하지 않은 안내판 덕분에 이리저리 헤매다 집으로 돌아서기 직전에 무설재를 찾게되었노라는 말인 거다.
시작은 거친 성냄이었으나 다담이 진행되는 동안에 호흡은 가다듬어지고 차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가면서
한 다리 건너 아름아름으로 알게 되는 지인들이 많다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되고 거침은 순함으로 승화되어
다시 찾아들겠노라는 인사를 끝으로 그들이 돌아가고 남겨진 여여님과 나머지 이야기를 죄다 풀어내고서야
그 하루가 마무리 되는가 싶었지만 저녁 일곱시, 창조고등학교 학부모 대표들과 류연복 판화가와의
저녁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물고기 자리 로 나들이 하였다.
** 생선류을 좋아하는 쥔장에게 딱 들어맞는 저녁 식사를 유쾌하고도 기분좋게 나누고
다시 그들과 무설재로 돌아와 차인으로서 쥔장의 면모를 보이자니 넘치는 웃음으로 다담은 진행되고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 발길들의 환대 속에 이야기는 무르익는다...무려 열한시가 넘었다.
늦은 걸음으로 돌아서는 그들을 보내고 집으로 건너와 몸을 누이니 어느새 토요일 아침이다.
*** 본래 예약되었던 12명의 발길들로 부터 찾아들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다는 전언을 듣고
여유롭게 토요일을 시작하는가 싶었더니 멀리서 지인이 찾아들었다.
어차피 비어놓은 시간이었던지라 길을 나섰다....콧바람이 필요한 거다.
잠시 화훼 단지에 들러 시들어가는 꽃을 만났지만 그래도 꽤 좋았던 눈길의 호사를 마치고 돌아와
점심을 함께 하며 밀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하루 해가 땅 끝으로 내려오고 불후의 명곡이
시작될 시간이다....그녀를 돌려보내고 티비를 시청하기로 한다.
불후의 명곡,
문명진의 애절함이 가슴 속을 후벼 파고 서인영의 너풀거리는 귀여운 섹시미가 마음을 흔든다.
허나 세상의 잣대는 흔하디 흔한 아랫 격의 섹시에 눈길이 간다...개인적으로 섹시 또한 나름의 수준이 있다
생각하는 바, 아쉽게도 저잣거리 섹시디바 바다가 우승을 한다, 젠장.
**** 즐겨보던 프로그램이 끝나자 마자 수선스런 개들의 움직임과 짖음이 동시다발로...예전에
돌서지 농장에서 함께 식사를 하였던 안면 익힌 발길들이 찾아들었다.
공도에서 한의원을 한다는 원장과 그녀의 딸둘과 그녀의 오른팔 사무장과 그녀의 친구와 그녀의 제자를
자처하는 늦깍이 서울댁.
정말 죽을 만큼의 고비를 거쳐 무설재를 찾아들었는데 차가 공중에 들리는 우여곡절 끝이라
긴장과 놀람이 정도를 넘었다...차를 마시면서 영역을 넘나들자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흘러다닌다.
11시가 다 되어 가는 늦은 밤, 돌아갈 채비를 서두는 그녀들의 핸드폰이 뜨락을 나서니 울려대기 시작하고
웬만해서는 세속과 단절이라 연락 안되는 서울댁의 아드님이 실종 신고를 내었다.
안성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할 만큼 금광 저수지 뒤켠 산 속의 무설재에서의 연락 두절은 당연한 것,
확인 사살로 마무리 되는 서울댁의 해프닝...뒤늦게 119 구급대까지 불려졌다 는 사실에는 할 말을 잃고.
그렇게 또 한 팀이 무사히 돌아갔다.
무설재는 적막강산이다.
***** 일요일 아침,
이른 아침, 눈이 뜨여지는대로 쥔장이 좋아하는 지인과 함께 계룡산 밑자락으로 향한다.
도반이자 남친인 법현 선생을 만나 세상사를 논하며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
세상이란 더러더러 보여지지 않는 세계로도 움직이고 유지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이다.
일찍 떠난 만큼 돌아오는 시간도 빠른 법....돌아오는 길에 주부 역할을 참지 못하고 계룡산 밑자락에서
캐내어진 양파를 사들고 온다.
염장 식품으로 자리매김 될 양파인 것이다.
감자도 흥정을 하였다...하지만 요즘은 촌로들의 배짱이 장난이 아니다.
개인으로 판매하지 않아도 지자체에서 직접 공동 수매를 해주니 굳이 아쉽게 팔 일은 없다는 듯
시쿤둥하면서 눈길 조차 주지 않는다.
무색함이 치받혀 오르는 순간 이어서 "아니면 말지 뭐" 로 뒤돌아선다...세상, 그렇다.
돌아온 무설재,
진한 커피향으로 피곤함을 걷는다...이미 이른 아침에 차향에 취했는 고로 선택되어진 커피.
탁월한 선택이었다.
지인을 돌려 보내고 늦은 오후를 혼자 즐긴다...신선이 무설재 명견 네눈박이를 진천으로 가져다 주러 갔다.
느긋하게 온 몸을 늘이며 누워 본다...갑자기 벌떡 일어나 명상 음악 시디를 걸어 음악을 듣는다.
****** 또 하루가 지났다..월요일,
장마 예보가 있지만 아직 소식은 없다.
그냥 즐길 일이나 점심 약속이 잡힌다.
서둘러 청소를 끝내고 스스로 즐길 계획을 접고 집을 나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게 될 것이다.
계절에 어울린 나리꽃이
피.었.다
첫댓글 드나들음의 번거로움울 스스로 자처하고 즐기니 그것도 또한 큰 달란트네요~!
한여름임을 나리가 스스로의 존재로 증명해주고. ^ ^
걸림 없이 자유롭게 사는 것, 영혼이 자유로운 여자의 본분이 아닐까 싶은뎁쇼?
읽는 내내 2박 3일의 일상이 영상으로 스쳐갑니다. ^^ 장마가 시작됐어요. 건강 조심하셔요~
ㅎㅎㅎㅎ 수고 많았다는 소식이 들라고 궁금한 것도 있고 토요일 쯤 시간 좀 내보삼....얼굴 보게.
사진과 함께 읽는 글 - 맛깔스럽습니다, 항상
ㅎㅎㅎㅎ 잘 계시죠?
여전히 바쁘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