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새누리당이 최근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란 현수막을 통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정당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16일 고교 한국사 교과서 7종을 분석한 결과 교과서에 들어간 주체사상 관련 내용이 모두 비판적으로 서술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채택이 가능한 검정 교과서는 모두 8종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주체사상 등을 거론하며 ‘좌편향’됐다고 주장하는 교과서는 친일·독재 옹호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를 뺀 7종이다.
이 중 미래엔이 발행한 교과서는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해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 구축 및 개인숭배와 반대파 숙청에 이용됐다”고 비판했다.
천재교육 교과서도 “김일성의 권력 독점과 우상화에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비상교육은 “김일성 독재 체제의 사상적 밑받침”이라며 “개인숭배가 강화돼 1인 지배 체제가 구축됐다”고 기술했다.
두산동아 교과서는 주체사상을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합리화하는 동시에 개인숭배를 조장하였다. 또한 반대파를 숙청하는 도구로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금성출판사 교과서도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고 비판했다.
지학사 교과서는 주체사상에 대해 “김일성을 신적인 절대 권력자로 만들었다”며 “사회적 폐쇄성과 경직성을 초래했다”고 기술했다. 리베르스쿨 교과서는 “주체사상에 입각한 김일성 개인숭배와 김일성 가계의 성역화 작업을 적극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정진후 의원은 “정부와 여당은 교과서를 읽어보기나 했나”라며 “어떻게 기본적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좌편향이라고 교과서를 매도하고,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나. 이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지난 12일 국정화 방침을 밝히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독재’란 표현을 2회 사용한 반면 남한정부에 대해서는 ‘독재’란 표현을 24회나 사용했다”며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또한 교과서 분석 결과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기홍 의원이 같은 날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모두 확인한 결과 북한에 대해 △세습체제 33회 △우상화 15회 △개인숭배 10회 △독재·권력독점 35회 △유일지배체제 26회 등 총 119회에 걸쳐 부정적 표현이 기술된 것으로 조사됐다.
유 의원은 “검정 교과서 8종을 모두 확인한 결과 북한에 대해 독재라는 단어보다 더 부정적인 표현이 다수였다”며 “북한에 대해 검인정 교과서가 북한을 부정적으로 기술하고 있어 북한을 찬양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권이 북한의 주체사상 교육을 문제 삼으며 현행 한국사 검증교과서의 ‘좌편향’을 주장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극찬한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교과서가 오히려 주체사상을 가장 구체적으로 기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 뒤가 맞지 않는 여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주장이 ‘올바른 역사교육’이라는 명분과 무관하게, 정치적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구심이 커지는 대목이다.
15일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안교과서는 2 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주체사상을 소개하고 있다. 뉴라이트 계열인 교과서포럼이 2008년 만든 대안교과서는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축사까지 하며 극찬을 했던 단행본으로, 실제 교과서 검정은 통과하지 못했다.
대안교과서는 북한 현대사 부분 중 ‘국방·경제의 병진과 주체사상의 등장’이라는 단원을 통해 주체사상이 주창된 외교적·역사적 배경과 주체사상의 성격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특히 대안교과서는 본문 내용 옆에 별도로 공간을 할애해 주체사상을 ‘철학적 원리, 사회역사원리, 지도원칙 등 3개 부분으로 구성된다’고 소개하며 각 원리·원칙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곁들였으며, 그 아래에는 주체사상을 이론화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사진과 함께 약력까지 상세히 기술했다.
반면 여권이 ‘좌편향’의 표적으로 삼은 7종의 검정 한국사 검정교과서는 주체사상의 실체가 아닌, 비판적 소개에 집중했다. 금성 교과서는 “주체사상이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로 이용되었다”고 서술했으며, 천재교육 교과서도 “김일성의 권력 독점과 우상화에 주체사상이 이용되었다”고 언급했다. 지학사·두산동아·비상교육·미래앤·리베르 교과서 역시 비슷한 내용으로 주체사상을 비판적으로 서술할 뿐, 사상의 본질에 대해선 구체적 설명이 없었다.
물론 대안 교과서 역시 "주체사상은 북한 주민에게 김일성의 절대권력에 절대복종을 강요하였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주체사상을 가장 무비판적으로 기술한 책’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윤관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교육부가 불과 한달 전 고시한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주체사상(의 배경과 의미를) 가르쳐라’고 지시했다”며 “현 정부가 교육 지침을 내린 것도 모르고 현수막으로 반대 내용을 주장하는 (여권의) 자가당착적인 공세는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박 대통령이 원하는) 국정교과서 근거를 찾기 위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첫댓글 복잡 하네요 세상이.... 정신 차리고 살수 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