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연된 정의' 세비 반납하라.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윤미향 전 의원이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형을 확정 받았다.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진 뒤 4년 만이다.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면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지만, 재판이 4년 2개월로 길어지면서 윤미향 의원은 21대 의원 임기를 마친 상태에서 확정판결을 받게 됐다.
대법원 2부 주심 김상환 대법관은 14일 사기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사기죄, 보조금법 위반죄, 업무상횡령죄, 기부금품법 위반죄 등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 해외의 지연된 정의 사례
비르발 바갓은 2022년 4월 22일 인도 비하르주 고팔간지 교도소에서 석방됐다. 30세인 1994년 1월 27일 살인죄로 구속된 지 28년 만이다. 그런데 죗값을 치른 만기 출소가 아니었다. 미결수로 살다가 무죄가 선고돼 석방된 것이다. 바갓은 숨진 채 발견된 남성과 여행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증거라고는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전부였다. 확실한 증거가 없어 공소장 제출이 미뤄져 재판은 시작도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은 잊혀졌고, 인권 변호사들이 찾아낼 때까지 미결수 바갓은 교도소에서 28년을 보냈다.
바갓이 출소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인도 전역을 흔들었다. 중년 남성의 달관한 듯 무표정한 얼굴은 더 큰 충격이었다. 흔히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라고 말한다.
인도에서 재판 지연은 일상이다. 전국적으로 지연된 재판이 5100만건이다. 2022년 4700만건이었는데 2년 만에 400만건이 더 늘었다. 30년 넘게 지연된 재판도 18만건이다. 밀린 사건을 모두 처리하기까지 324년이 걸린다고 한다.
범죄자가 처벌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해 6월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90세인 '강가 다얄'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그는 1981년 12월 30일 불가촉천민 집단을 습격해 어린아이를 포함한 10명을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단죄까지는 42년이 걸렸다.
공범 9명은 이미 사망해 처벌할 수 없었다. ‘인종 범죄’만큼 심각하게 여기는 ‘카스트 범죄’였다. 범행 사실이 알려졌을 때는 인디라 간디 총리까지 나서 정의의 실현을 약속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런데 이유가 더 황당했다. 이 마을을 관할하는 법원이 바뀌면서 사건 기록이 이관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재판 지연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골칫거리다. 성경에는 모세가 장인 '이드로'로부터 ‘항상 백성을 재판하라’는 조언을 받는 장면(출 18:22)이 나온다. 1215년 영국의 존왕이 서명한 마그나 카르타에는 ‘정의를 지연시키지 않을 것이다’라는 약속이 담겼다. 귀족들은 재판권을 가진 왕이 시간을 끌며 죄인을 처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 재판 지연을 막는 제도적 장치
독일의 재판지연 보상제, 프랑스의 특임법관 및 준비절차담당법관제, 일본의 계획심리제 등은 재판 지연을 막는 제도적 장치들이다.
○ 우리나라
2022년 1심 합의부 기준 평균 처리기간은 형사사건 223.7일, 민사사건 420.1일이다. 2013년에는 각각 151.8일, 245.3일이었는데 10년 만에 60%나 길어졌다.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은 증가하는데 법관 증원이 따라가지 못하는 게 근본 원인이다. 여기에 고등부장 승진제 폐지, 법원장 후보추천제 실시, 사법행정권의 소극적 행사 등이 겹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 WJP 집계 재판 신속성 순위
세계사법정의프로젝트(WJP)가 집계한 재판 신속성 순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 142개국 중 형사재판 4위, 민사재판 10위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거의 매년 5위 안에 들었다.
최근 재판 지연 이슈가 급격히 떠올랐지만 극복하지 못할 수준은 아닌 것이다. 법원 내부에서 이미 신속한 재판을 위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대책도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많다.
그런데도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재판 지연은 현실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유를 추론하기는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뉴스의 중심인 국회의원 피의자들의 재판이 마냥 늦어지는 탓이 크다. 형사 피의자의 1심 처리기간이 평균 200여일인데 유독 국회의원들은 예외다.
○ 대한민국의 지연된 정의
조국혁신당 황우하 의원은 기소부터 1심 선고까지 1401일 걸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기일이 내일 15일이라 기간은 799일이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의원이 20명이 넘는다. 유무죄를 따지는 게 아니다. 정치보복과 탄압일 수도 있다. 그걸 가리는 곳이 법정인데, 마냥 시간을 끌며 판단을 미룬다.
국민들은 법관마저 극단적인 진영 논리에 영향을 받는다고 의심한다. 그게 아니라면 권력의 눈치를 본다고 생각한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
사법부의 빠른 재판만이 정의를 살린다. 여의도 대통령 이재명 한명을 위한 야당의 방탄 국회는 더 이상 않된다. 신속하게 재판 피의자 신분이 더 활개하는 세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 조국도 마찬가지다.
○ 국회는 입법하라
적어도 두가지 법안은 바로 발의하라. 하나는 자당의 선출직 의원이나 단체장 보궐선거시에는 귀책이 있는 당이 후보를 내지 않을경우 비용의 2~30%, 출마시 전액 납부후 출마할수있는 법안, 또 한 법안은 지연된 정의로 지급된 국고는 모두 환수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확정판결 즉시 바로 회수하지 못할시 재산을 압류해야 한다. 왜 이런 법안은 발의조차 않하는가?
○ 도서 '지연된 정의'
이책은 박상규(오마이뉴스의 기자), 대한민국내에서 최초로 민간에서의 재심을 이끌어 낸 변호사 박준영의 공저로 주로 재심 사건을 다룬다. 화성8차연쇄살인사건, 낙동강변 살인사건, 삼례오거리 살인사건 등 굵직한 사건의 재심을 맡으셨다.
이 책은 에세이와 조사보고서?의 형식이 결합되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박상규 기자의 글로, 박준영 변호사의 행적을 곁에서 관찰하며 있었던 일들을 서술함과 동시에 다루는 사건에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철저한 조사를 통하여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사람마다 감정이 다를 순 있으나, 아마 분노의 감정이 가장 먼저 들지 않을까 싶다, 힘없는 사람을 강제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범죄자로 만드는 자들의 행태, 또 그들이 아직도 이를 사과하지 않고 멀쩡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이런 일을 보며 분노의 감정은 매우 자연스레 든다. 허나 진범들이 자신의 죄를 자신의 조카앞에서 고백하고,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누명을 벗기고자 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또다시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한 희망을 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책을 써낸 박준영 변호사는 재차 강조한다. 본인은 숭고하지 않다고, 그러니 당신도 숭고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정의'를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