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시, 까라마조프의 형제 중에서

어느 새 1월도 훌쩍 지나 2월의 첫날이 되었네요. 오늘은 2월의 시로 '까라마조프의 형제' 중에서 감동 깊었던 짧은 글귀 적어봅니다. 시구보다 더 마음에 와 닿았던, 낙서장 속에 소중히 적어놓았던 글귀입니다.
2월의 시로 아낌없이 사랑하는 이런 마음으로 살자고 포스팅합니다.
2월/목필균
바람이 분다
나직하게 들리는 휘파람 소리 굳어진 관절을 일으킨다
얼음새꽃 매화 산수유 눈 비비는 소리
톡톡 혈관을 뚫는 뿌리의 안간힘이 내게로 온다
실핏줄로 옮겨온 봄기운으로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햇살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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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는/ 이향아
마른 풀섶에 귀를 대고
소식을 듣고 싶다
빈 들판 질러서
마중을 가고 싶다
해는 쉬엄쉬엄
은빛 비늘을 털고
강물 소리는 아직 칼끝처럼 시리다
맘 붙일 곳은 없고
이별만 잦아
이마에 입춘대길
써 붙이고서
놋쇠 징 두드리며
떠돌고 싶다
봄이여, 아직 어려 걷지 못하나
백리 밖에 휘장 치고
엿보고 있나
양지바른 미나리꽝
낮은 하늘에
가오리연 띄워서
기다리고 싶다
아지랑이처럼 나도 떠서
흐르고 싶다

2월/반기룡·시인
소한 대한
사정없이 빠대고
사천왕처럼
두 눈 부릅뜨고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는
12월 중 가장 짧은 다리의 소유자
* 빠대다: 아무 할 일 없이 이리저리 쏘다니다

2월 편지/홍수희
어딘가 허술하고
어딘가 늘 모자랍니다
하루나 이틀
꽉 채워지지 않은
날수만 가지고도
2월은 초라합니다
겨울나무 앙상한
가지 틈새로 가까스로
걸려 있는 날들이여,
꽃빛 찬란한 봄이
그리로 오시는 줄을
알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1년 중에
가장 초라한 2월을
당신이 밟고 오신다니요
어쩌면 나를
가득 채우기에
급급했던 날들입니다
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더라도
조금은 부족한 듯 보이더라도
사랑의 싹이 돋아날
여분의 땅을 내 가슴에
남겨두어야 하겠습니다
2월의 시/정성수
자, 2월이 왔는데
생각에 잠긴 이마 위로
다시 봄날의 햇살은 내려왔는데
귓불 에워싸던 겨울 바람소리 떨치고 일어나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저 지평선 끝자락까지 파도치는 초록색을 위해
창고 속에 숨어있는 수줍은 씨앗 주머니 몇 개
찾아낼 것인가
녹슨 삽과 괭이와 낫을
손질할 것인가
지구 밖으로 흘러내리는 개울물 퍼내어
어두워지는 눈을 씻을 것인가
세상 소문에 때묻은 귓바퀴를
두어 번 헹궈낼 것인가
상처뿐인 손을
씻을 것인가
저 광막한 들판으로 나아가
가장 외로운 투사가 될 것인가
바보가 될 것인가
소크라테스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