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률 글 ․ 이욱재 그림 ․ 5.18기념재단 기획 / 2013년 2월 12일 발행 / 10,000원
신국판 변형 / 컬러 / 196쪽 / ISBN 978-89-6319-071-6 73810
봄꽃 같은 한 소녀의 그해 ‘5월’ 이야기
북멘토 가치동화의 다섯 번째 가치는 ‘5․18민주화운동’이다. 12살 소녀, 꽃님이를 중심으로 풀어낸 장편동화 『자전거』는 박상률 작가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두 번째 ‘5․18’ 이야기다. 작가의 앞선 작품이 텍스트가 적은 그림책이니 초등학생을 염두에 두고 쓴 첫 장편동화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박상률 장편동화 『자전거』는 5·18기념재단이 기획하고 광주광역시교육청이 지원했다. 초등학생을 위한 ‘5․18민주화운동’ 교육용 도서 개발이라는 목적 아래 1년 여간 진행된 단행본 기획 작업에 재단과 광주시교육청 출판사, 작가가 함께 힘을 모았다.
작가의 개인적 체험이 녹아든 장편동화 『자전거』는 초등학교 5학년인 소녀 ‘꽃님’이의 시선으로 어떤 정치적, 역사적 편견도 없이 당시의 광주를 순수하게 바라본다. 꽃님이와 내내 동행하는 ‘자전거’는 세계와 꽃님이를 이어 주는 매개체이자 지난시대의 아픈 역사를 상징한다. 두 발로 쉬지 않고 페달을 밟을 때 비로소 달리는 자전거처럼 역사는 사람에 의해서만 한 장, 한 장이 쓰여진다. 그렇게 쓰여진 역사가 모여 오늘을 이룬다. 꽃을 좋아한 봄꽃 같은 한 소녀의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중요한 역사적 페이지를 생생하고 정직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꽃 피는 봄, 살고 싶은 봄, 그래서 소란한 봄
1980년 5월 어느 아침, 꽃님이네 아침 밥상에는 엄마와 꽃님이뿐이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아빠는 한 달에 한 번 집에 오고, 대학을 졸업한 고모는 서울로 취직이 되어 떠났다. 꽃님이에게는 아빠와 가꾼 꽃밭을 돌보거나 친구 같고 동생 같은 개 똘똘이와 티격태격하는 일, 곧 태어날 동생의 발길질 소리를 듣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꽃님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여기저기 함께 쏘다녔던 고모는 직장 일이 바쁜지 좀체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모처럼 아빠가 집에 온 날, 꽃님이는 아빠와 고모와 함께 탔던 자전거를 타고 나가 본다. ‘봄이면 뭐든 다시 살고 싶어지기 때문’에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는 아빠의 말을 꽃님이는 알아들을 듯도 하다.
공수부대가 도시를 점령해 일터로 갈 수 없는 아빠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꽃님이는 아빠를 찾기로 결심하고, 병원에서 장례반 일을 도와주고 있던 아빠를 가까스로 만난다.
꽃님이가 목격하는 장면들은 담담한 어조로 그려지고 있지만 잘못된 국가 권력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가를 단적이고도 충격적으로 보여 준다. 특히 장례반에서 꽃님이의 시선으로 그려진 다음과 같은 장면은 작가 박상률이 당시 직접 목격한 것이다.
여자 같았습니다. 신발도 없이,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이었습니다. 젊은 여자 하나가 울음을 터뜨리더니 주검의 맨발에 흰 양말을 신겨 주었습니다. 그러나 양말이 잘 안 들어갔습니다. 발이 퉁퉁 부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발바닥에 땀나게 살았는디 니가 여그 왜 누워 있냐? 야이 정순이 가시나야 일어나 봐라잉. 나 왔다, 나 명자여! 나 왔단께! 왜 니가 여그 누워 있냐고, 응?”
출근하지 않은 직장 동료를 찾아 나선 수많는 ‘명자’들과 주검조차 찾지 못한 수많은 ‘정순’들이 그해 5월, 찔레꽃 희게 흐드러진 하늘 아래 저리 마주 울었을 것이다.
‘역사는 뜻밖의 사람까지 주인공으로 만든다’고 작가는 말한다. 원튼, 원치 않든 우리는 역사의 주인공으로 살게 되어 있고 살아야 하는 만큼 우리의 어린 독자들이 그해 5월의 봄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그럴 때 비로소 미래 또한 제대로 생각하고 살 수 있을 거라는 작가의 바람이 오롯이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희곡으로 만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만나는 5․18민주화운동
『자전거』에는 특별한 페이지가 있다. 아이들이 직접 연극으로 꾸며볼 수 있도록 작가는 동화의 주요한 장면을 한 편의 완성된 희곡으로 구성했다. 도시가 계엄군의 손안에 들어가 어쩔 수 없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꽃님이 가족들의 모습, 동화 속 광주의 시민들과 시민군의 대화를 각색한 것이다. 짧은 연극이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꽃님이의 노래 등을 음악적 장치로 활용하는 등, 별다른 도구 없이 쉽게 연극 공연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5·18민주화운동 기록물도 수록했다. 평범한 시민, 학생 들이 민주화운동 당시 쓴 일기와 시민선언문 들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선생님, 5․18민주화운동을 자녀에게 설명하고 싶은 부모님에게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글쓴이의 말
여기에 그려 놓은 이야기는 한 소녀와 그 소녀의 가족이 역사의 물길에 휩쓸리게 된 사연입니다. 역사는 전혀 뜻밖의 사람까지 주인공으로 만듭니다. 역사의 주인공은 결코 따로 있지 않습니다. 어느 시절을 살든 누구나 역사의 주인공인 것입니다. 아니, 역사의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_박상률(작가)
■ 차례
꽃밭에서 | 고모 생각 | 띠동갑 동생 | 아빠와 자전거 | 꽃이 피어나는 소리 | 화려한 휴가 | 바깥소식 | 애국가 부르는 시간 | 벌레도 밟지 않는데 | 고무줄놀이 | 흰 양말과 하얀 찔레꽃 | 피 한 방울이라도 | 헛도는 자전거 바퀴 | 꽃님이, 꽃님이 | 꽃같이 살자 그랬죠 | 우리를 부디 잊지 말아 주십시오 | 글쓴이의 말
•본문을 활용하여 연극해 보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 추천의 글
1980년 5월 ‘꽃님이’ 같은 보통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서서 흘렸던 피, 그것을 토양 삼아 우리네 민주주의는 ‘꽃순이’처럼 태어났지요. 한 편의 동화로 그해, 광주의 5월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가슴 아프지만 잊지 말아야 할 그날의 기억들, 『자전거』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건네면 좋겠습니다. _심은보(평택 죽백초등학교 교사)
1980년 5월, 광주의 한 초등학교 5학년생이었던 꽃님이가 마지막으로 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리고 2013년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그때의 일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5․18민주화운동, 아이들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이지요. 하지만 아픈 역사도 바르게 알게 하는 일, 우리 어른들이 꼭 해야만 하지 않을까요? 이 책은 이런 생각을 함께 가진 어른들이 먼저 읽고 사랑하는 자녀, 제자 들에게 권해 주어야 할 가슴 시린 이야기입니다. _이미정(인천 화전초등학교 교사)
■ 저자 소개
글 | 박상률
1990년 『한길문학』을 통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독자로 한 책을 많이 펴냈으며, 1997년에 펴낸 소설 『봄바람』은 우리나라 첫 청소년소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광주의 5월을 다룬 책으로는 『아빠의 봄날』, 『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 『하늘산 땅골 이야기』, 『나를 위한 연구』 들이 있습니다.
그림 | 이욱재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대한민국미술대전(입선), 미술세계대상전(특선) 등에서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가평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쓰고 그린 책으로는 『맑은 하늘, 이제 그만』, 『탁한 공기, 이제 그만』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