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일본과 공유할 보편적 가치가,
한민족이 무능해서 식민통치가 어쩔 수 없었다거나,
강제 징용도, 위안부 피해도 더 이상 문제 삼지 말고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라는 ‘찬란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그러한 가치는 결코 아닐 것입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인권을 지키고자
온몸을 바쳐 투쟁해 온 민주화 투사, 열사를
폄훼하는 것 또한 결코 아닙니다.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환영하며,
평화를 향한 평화적 길을 포기하는,
그렇게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위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것 또한
국가수반에게 위임된 권한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찬란하지만은 않았고,
굴곡으로 점철된 안타까운 시간의 연속이었던 것을
인정하지 않고서 어찌 역사적 의의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그가 무어라 말하든 진실이 없으니
울림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가 뱉은 말들이 죽은 말들 뿐이니
그 자체에 안타까움은 없으나
대한민국 국가수반의 기념사로서,
영원히 역사에 기록될 것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것을 막지 못하는 오늘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오늘은 귀를 깨끗이 씻어야겠습니다.
채 스물을 마주하지 못하고 스러져간 유관순 열사를 기억하며
평화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한 길을 향해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