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쿠르스크주(州) 공격이 8일 사흘째 계속됐다.
러-우크라 언론을 종합하면, 러시아의 허를 찌르는 우크라이나군의 초기 기습작전은 성공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일 "우크라이나군이 어떻게 (러시아를) 놀라게 하고, 목표에 도달할 것인지 그 방법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 모두가 알았다"고 말했다. 쿠르스크 공격이후 우크라이나의 첫번째 공식 반응이다. 그것도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왔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에서는 공격 첫날인 6일 쿠르스크주 수드자 국경검문소에서 수십 명의 러시아 국경수비대가 항복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주 깊숙이 빠르게 진격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 국경수비대의 조기 항복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러시아 국경수비대의 항복은, 우크라이나군의 다양한 국경 침투 작전에 거세게 저항했던 과거 방어 행태와는 다른 점이다.
쿠르스크주 노보이바노프카 지명 표지판 앞에선 우크라이나군/사진출처: 텔레그램
하지만 초기 공격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군이 군사적 전략적 성공을 거두리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소수다. 러시아군이 전열을 정비하고, 예비병력을 투입해 반격에 나서면, 우크라이나군은 곧바로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쿠르스크 전투 상황에 대한 정보는 주로 러시아 쪽에서 나오고 있으며, 매우 모순적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중단됐다고 주장했으나, 친(親) 프리고진 텔레그램 채널인 'Z-퍼블릭'은 이 지역 핵심 도시인 수드자가 "거의 완전히 우크라이나군의 통제하에 들어갔다"고 반박했다. 치열한 교전 상태에서 관련 정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길은 없다. 전투 상황에 대한 영상도 단편적이어서 객관적으로 판단할 자료도 극히 부족하다.
모두가 갖는 의문은 우크라이나가 왜 갑자기 1천여명의 병력과 서방 군사장비를 동원해 쿠르스크 공격에 나섰을까 하는 점이다. 전황이 유동적인 만큼, 그 이유와 전망에 대한 분석도 보는 시각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을 전달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가능한 한 많이 소개한다.
포돌랴크 우크라 대통령 고문/사진출처:대통령실
◇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
"쿠르스크 공격은 우크라이나의 협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러시아의 영토, 인력, 장비 손실이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러시아는 전장에서나 협상 테이블에서나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경우에만 (러시아에) 압박을 가할 수 있고 (우크라이나는) 얻을 수 있다. 이번 작전은 러시아인들에게 겁을 주고, 푸틴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을 부추길 것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주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정확하게는 '쿠르차토프 원전', 이하 쿠르스크 원전) 점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80km를 더 진격해야 하는데, 더 큰 규모의 병력이 필요하다. 제대로 편성된 병력이 부족하면, 러시아군이 지난 2022년 키예프(키이우) 북부에서 저지른 실수를 우크라이나군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군의 후방 보급로를 끊으니, 곧바로 쉬운 먹잇감이 됐다."
"보다 현실적인 목표는 협상에 도움이 될 러시아 국경지역에 완충지대를 만드는 것이다."
"최전선 야전병원의 보고에 따르면 이미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다. 일반인들은 중요한 동부 전선의 방어도 취약한 판에, 그렇게 많은 군대를 투입해 공격에 나서는 것이 현명한 작전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목표도 아직 분명하지 않다. 위험 요소가 크기 때문에 시르스키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의 경력이 위태로워질(해임될) 수도 있다. 그 대답은 작전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시르스크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사진출처:스트라나.ua
◇미 워싱턴 포스트(WP)
"우크라이나측은 우크라이나군이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수드자 가스 통제센터'를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의 가스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수드자 가스 통제센터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 블룸버그 통신
"쿠르스크 공격은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고조시켰고, '러시아 수호자'라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했다. 전쟁은 이제 러시아 국경 지역 주민들에게 주요 산업 시설이 우크라이나의 포격과 드론 공격의 지속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서방이 러시아의 확전 위협을 두려워하지 말고, 우크라이나가 전쟁 종식을 앞당기기 위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푸틴과 싸울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스트라나.ua
"이번 공격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적 목표는 쿠르스크 원전의 장악이다. 이는 협상 시작시 러시아군이 장악한 자포로제 원전과 교환카드가 될 수 있다. 키예프는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면, 쿠르스크 원전 폭파 선언으로 대항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공격은 러시아의 새로운 동원령 발동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그같은 신호는 없다. 사태가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질 경우, 동원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 스위스 뉴찌리히자이퉁(Neue Zürcher Zeitung)
"기습 공격의 요소는 사라졌고 러시아군은 이제 재편성을 할 것이다. 이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 북부군단은 지난 봄에 편성됐는데, 전투력은 의심스럽다. 하지만 수적 우월성으로 곧 우크라이나군을 위협할 것이다."
"기습 공격에는 단점이 있다. 공급 라인이 점점 길어지고 전진을 계속하려면 지원군이 필요하다. 키예프측의 '올인'에 따른 판돈은 더욱 높아진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현실적인 목표와 비현실적인 목표를 몇 가지 목표를 제시할 수 있다. 키예프는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우크라이나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관심이 있다. 인프라 파괴를 포함한 제한된 군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러시아가 돈바스에서 쿠르스크로의 병력 이동을 기대할 수 없다. 러시아에는 충분한 예비군이 있다. 러시아 국민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푸틴 정권에 반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 크렘린은 언론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우크라이나는 공격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장기 소모전에서는 상대의 전투력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 우크라이나는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공격으로 인한 손실은 방어시보다 훨씬 높다(주로 3대1/편집자)"
"쿠르스크 국경 지역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믿는 우크라이나인은 많지 않다. 공격이 어떻게 끝날 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적절한 후퇴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면, 전술적 승리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전략적 측면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영 BBC 방송
“키예프가 쿠르스크 지역에 국경을 넘는 공습을 시작했을 때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왜?”라는 질문을 했다.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가 수백 명의 병력을 쿠르스크로 보내는 것 자체가 일부에서는 비논리적으로 보인다."
"군사 분석가인 미하일 지로호프는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일부 군대를 그곳으로 이송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공식 보고서를 보면 도네츠크 지역에 투하된 러시아 에어폭탄(활공폭탄)의 수가 훨씬 줄어들었다. 이는 에어폭탄을 탑재한 폭격기가 이젠 러시아 어딘가에 있다는 뜻이다."
◇영 파이낸셜 타임스(FT)
“최근 러시아에 밀리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전황을 바꾸기 위해 펼치는 적극적인 공세의 일환이다. 러시아는 지난 5월부터 대공세에 나서 지난해 여름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했던 영토의 2배 이상을 점령했다. 우크라이나군 일각에서는 '우리의 방어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기껏해야 '전술적 성공'일뿐 러시아군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