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31230. 한해를 마무리하며
한 해를 마무리 한다거나, 연말이라는 말을 꺼내면 감사와 후회가 함께 온다
해마다 각오를 날카롭고 높게 굳게 다져 보지만 욕심만 높았을 뿐
현실이나 습관은 어제나 오늘이나 변한 게 없다.
그래서 결심은 늘 후회로 부끄러워하며 갈무리하고 다시 계획을 다듬는다
내년에는 특별히 할 것이 있겠지만, 꼭 해야 할 것이라고 다짐하지 말고
이루어지면 좋고, 안 이루어져도 좋겠다고 편하게 생각하면서 욕심 부리지 말자
나에게 해당되는 것은 그렇지만
자식이나 가족에 관한 것이라면 욕심이던 아니던 간절해진다.
그래도 과욕하지 말고, 아프지 말고, 넘어지지 말고, 제 보폭으로, 가던 길을 계속 갔으면 좋겠다
스스로에게 위로하며, 가던 길 머물러 먼 곳 보며 긴 호흡으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조금만 더 늘려야 하겠다
글 한줄 쓰기 위해 시계를 천천히 돌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바라보고
기도를 좀더 깊게 낮게 하며, 새로운 사람들에게 충실하기 보다
기대어 온 사람들에게 더 기대보자고 다짐해 봅니다
지공자(지하철 공짜로 타는 사람)가 되어보니
거울을 들여다 보니, 힘든 일을 해 보니
나이는 속일 수 없고, 마음만 젊을 뿐
빈 말이라도 ‘네 나이가 어때서’ 라고 말해주고
빈 손이지만 불러주면 기꺼이 가겠네
혹시 늙어 말이 비틀어지고 헛소리 나오고 조리에 맞지 않아도
나이 때문이지 마음 때문이 아니라고 여겨 주면 좋겠네
세상은 야속 해도 친구는 약속을 하고
세상은 메말라도 친구는 촉촉한 것
함께 같이 배고파도 웃어줄 수 있고
미워도 토닥토닥 해 줄 수 있고
힘들면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친구지
저녁을 먹고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
안 할 말 할 말 가늠하지 않고 떠들거나
흉 좀 보더라도 말 새나갈 일 없는 친구가 옆에 살면 좋겠다는 말처럼
(유안진의 시 ‘지란지교를 꿈꾸며’)
당신이 이웃에 있어 좋은 한 해가 되기를 응원하면서
마무리를 하고 시작을 열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