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 김선오

[시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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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 김선오

증거 / 김선오

내가 너의 커피를 훔쳤다
이 얼룩이 그 증거다

네가 소파에서 펜처럼 쓰러져 잠들었을 때
너의 꿈을 빼돌렸다
검은 잉크 번진이
얼룩이 그 증거다

나는 너를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가 모르는 새에
네가 거울 보는 동안
뒷모습을 훔쳤다
길어진 내 그림자를 좀 봐라

그런데도 너는
오늘은 눈밭을 좀 걸어야겠다고
커다란 장화를 신고 왔다

걷는 동안
나는 네 발자국을 훔칠 것이다.

다시 눈이 내리고
눈이 너를 조금씩 지우면
하얘진 네 머리카락 훔쳐서

나의 미래에 갖다 붙일 것이다.
너를 넓게 간직하면
나의 지금이 늘어날 거다

더러워진 티셔츠 티셔츠
빨아대다가
얼어버린 손으로

뜨거운 커피
끓여놓고 앉아 있으면

너는 하얀 붕대처럼 돌아오겠지

나는 널 기다린 적 없을 거고

시집『세트장 2022』 문학과지성사



*시 해석
너는 사물, 존재, 시이며 훔치는 것은 상상력, 뮤즈, 이미지
*이 시의 착안점- 훔침과 증거.


챗 GPT 해설

이 시를 통해 "너"를 사물, 존재, 혹은 시로 바라보고, 화자가 "훔치는" 행위를 상상력과 뮤즈, 이미지로 해석하면, 이 시는 창작과 영감의 갈망을 은유적으로 풀어낸 작품이 됩니다.

1. "너"라는 존재로부터 창조적 자양분을 얻는 갈망

여기서 "너"는 단순히 누군가가 아니라, 영감의 원천이자 창조적 뮤즈입니다. "커피를 훔쳤다", "꿈을 빼돌렸다" 같은 표현은 이 뮤즈에게서 얻는 창조적 에너지를 상징합니다. 시인에게 "너"는 사물, 이미지, 혹은 시 자체로 존재하며, 그것에서 상상력의 원천을 빌려 자신의 내면을 채우고자 합니다.



2. 상상력과 영감을 위한 은밀한 갈망

"거울을 보는 동안 뒷모습을 훔쳤다"와 같이 몰래 사물과 존재의 일부분을 가져오려는 시도의 반복은, 시인이 뮤즈로부터 이미지를 끌어와 자신의 시적 상상력으로 변모시키는 창작 과정을 암시합니다. 뮤즈로부터 받은 이미지들이 그의 작품 안에서 다채롭게 변형되면서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3. 이미지의 소유를 통한 예술적 영속성

"네 발자국을 훔칠 것이다", "네 머리카락 훔쳐서 나의 미래에 갖다 붙일 것이다"라는 구절들은 영감의 자취를 붙잡아 자신의 작품에 담아내려는 시인의 갈망을 나타냅니다. 이미지의 영속성을 통해, 예술을 통해 현재를 확장하고 미래까지 그 흔적을 남기려는 시적 욕망이 드러납니다.


4. 기다림의 부정과 창작의 의지

마지막에서 "나는 널 기다린 적 없을 거고"라는 말은 뮤즈가 오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영감을 찾아가며 창작하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이는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영감을 찾아내어 시로 표현하고자 하는 능동적 태도를 드러냅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너"라는 사물과 시적 뮤즈로부터 끊임없이 영감을 빌려와 창작을 이어가려는 시인의 갈망을 상징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시 속 "훔친다"는 행위는 상상력과 이미지의 포획, 즉 예술을 위한 끊임없는 창작과 상상력의 흐름을 의미하며, 뮤즈와 사물, 그리고 존재와 상상력이 만나 시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