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겨울 - 개심사(開心寺). 해미읍성
2012. 12. 25
간밤엔 눈발도 호되게 날리더니만 맑게 개이었다.
한해를 다 보내는 끝에서 새해 해맞이 나들이도 마땅치 않은터에
그냥 맑은 바람을 쐴까나 하여 나선길이다.
그냥....햇살 좋은곳에서 찬찬히 산보하는 맘으로 서산 개심사로 나서다
이번엔 딸아이의 캐논 DSR을 챙겨 나선다.
서해안고속도로따라 해미 IC에서 빠져나오면 바로 해미읍성이다.
해미읍성을 둘러보고 개심사로 가는길이 무난한것 같다.
해미읍성
햇볕은 비치지만 찬바람이 매서운터 잔뜩 움추린체 보초를 서고 게시는 할아버지
관광객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어쩜....하루 일당에 寒氣를 견뎌내고 계시는듯....
해미읍성의 정문인 진남문
해미읍성의 역사와 설명
서산 해미읍성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읍성의 표본으로
고창읍성, 낙압읍성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읍성이다.
이 성은 조선시대 해안지방에 출몰하여 막대한 피해를 입혀 온 왜구를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하여 당시 덕산에 있던 병마절도사영을 옮겨 쌓은 것으로 충청도의
군사중심지로서 군사권은 물론 내란방지 등 사회질서의 기능까지 담당하는 격이
높은 성이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께서도 근무하셨던 역사적인 장소라고 한다.
1천여 명의 천주교인이 믿음으로 죽음을 극복한 전국 최대의 순교성지로
동학혁명과 천주교 박해 등 격동의 근대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주요시설물로는 동헌, 객사, 옥사, 청허정, 민속가옥이 있다.
300년수령을 자랑하는 회화나무(일명 호야나무)
천주교신자들을 철사줄로 머리채를 매달아 고문했다고 한다.
(성밖 조금 떨어진곳에 천주교 해미성지가 있음)
형틀이 있는 옥사
감옥안에는 죄수들의 형상을 해두었는데 천주교 신자로 보여짐
관아 누각
동헌건물 안에는 당시 집무하는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눈위에 쓰는 겨울詩 / 류시화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쓰고
누구는 자취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해미읍성의 하얀적막에 발자욱을 찍으며 거닐다.
돌아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詩 처럼....
개심사로 향하다
고풍리(高豊里) 고풍저수지
고풍저수지 너머로 완만한 구릉은 운산면 목장이다.
1960년대 후반 김종필씨가 조성했다. 현재 정식 명칭은 농협 가축개량사업소다.
농장 둔덕에서 미끄럼을 타는 풍경
개심사 진입로 길에 잠시 차를 세우고서 한개피.....
세심(洗心)과 개심(改心)을 목전에 두고서 다소 긴장된 마음을 누구러뜨리려는양.....
개심사 改心寺
상왕산개심사 일주문
개심사 입구 돌계단
오른쪽 표석에는 세심동(洗心洞)이라고, 왼쪽에는 개심사 입구 (改心寺 入口)라고 새겨져 있다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에 있는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14년(651) 혜감국사(慧鑑國師)가 창건하면서 개원사(開元寺)라고 했으나,
고려 말인 충정왕 2년(1350) 처능대사(處能大師)가 중건하면서 개심사로 고쳤다고 한다.
지금은 조계종 제7교구 본사인 수덕사의 말사이다.
예전엔 충남 서산에 단출한 절집 있다고 해 알음알음으로 다녀왔던 기억이다.
최근엔 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너무 붐빌정도로 관광객들이 많아져 개인적으로 다소 아쉬운 맘이라지만
겨울, 하얗게 눈덮인 개심사는 인적이 드물어 정적과 햇살이 좋았다.
개심사 연못과 외나무다리
범종각
이곳을 다녀간 일부 사람들이
개심사를 마음에 두는 이유로 범종각과 심검당, 해탈문 그리고 건물 곳곳에
못난 나무가 기둥이 되는 것에 마음이 동한 것일 게다.
어느분인가 그러셨다
이들은 가슴에 옹이 박고, 제 몸 굽히며 삶을 버텨온 중생의 모습을 '못난 나무'에서 봤을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는 못난 중생들도 '부처의 집'을 짊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이 못난나무에서 봤을것이다고
그러고 보니 나 또한
구부러지고 뒤틀린 나무에서 굴곡지고 고단한 삶을 자위하는 맘이였다는.
개심사(開心寺)인 연유를 알만하다. 분명 '마음을 연다는 뜻임을.
해탈문
대웅전(보물 143호)
큰 법회시에 위 사각 철제 기둥 용도
석가가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영산회괘불탱로, 괘불이란 절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행하기 위해
법당 앞 뜰에 걸어놓고 예배를 드리는 대형 불교그림이다.
영산회괘불탱開心寺靈山會掛佛幀 보물 제1264호 (아래사진은 퍼온것임)
안양루(전면에서 보면 2층누각임)
심검당
뒤틀린 나무 그대로 기둥과 대들보를 사용하여 지어진 모습이 차라리 만만하다
못난마무.... 뒤틀리고 굴곡진 기둥에서
우리네 살아온 아버지들의 골패인 주름살과 어머니의 갈라진 손바닥을 보는양 애잔함이 번져난다
잠시....걸음을 멈추고, 안그런척 매끈하고 반듯하게만 내보이려고 애썼던 그것들이 마구 마구 쿵탕거려진다.
명부전
너 못된짓 하면 알았지? ㅎㅎㅎㅎ
요연선원 - 비구니 스님들께서 정진했다고 한다.
단아하고 아담한 요사채이다. 입구에 대나무 한개 걸쳐진것뿐임에도
감히 범접하기 쉽지 않은 어떤 단절을 본다.
해우소^^
진짜 해우소다^^
일보고서 한줌 (나뭇재) 뿌리라는 안내문이 ㅎㅎㅎㅎ
겨울 / 조병화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서
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 내어
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
봄을 준비한다
묵묵히
산사의 정적....고요.....
하얀 눈이 소복하게 덮힌 개심사 주변의 평온을 본다.
시리다 못해 푸른빛을 띄는 그 맑음에서 어떤 청정감과 정숙함에 차분하여진다.
깊게 심호흡을 들이쉬고 내쉰다.
몇번의 반복에 눈과 코와 귀, 그리고 팔다리와 속마음까지도
정지된 고요속으로 빨려드는 그런 기분이다.
내안의 나에게 잠시 손곤거린다.
되돌아 나서며....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 마음을 씻고(洗心) 마음을 열고(開心) .....
개심사....잘 다녀 간다.... 세심동(洗心洞)을 뒤로하며.....
서해대교
출장길이나, 여행길에서 되돌아 오는길에 서해대교를 건너면 웬지 압박감을 느낀다.
두개의 거대한 교각을 지나면서....
이 한해도 부단히 애쓰며 지나온길이자 길마음을 아우르며
새해에도 무난하게....부디 무난하게 지내지기를 속으로 바램한다.
2012.12.25일 크리스마스휴일에 다녀온 작은여행. 사진일기입니다
2013.1.13.정리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첫댓글 어느해 5월에 다녀오던 시절과는 단판이네요.
잘 보았습니다.
사진이 맑고 시원해서 좋고, 글이 삽상해서 더 명징합니다.
이젠 프로로 들어서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짙게 배어 있어요.
캐논 DSR로 찍어서인지 사진이 깨끗합니다 ...
글솜씨도 여전히 짱~이시구요 들꽃방의 나레이션으로 임명합니다 ㅎ
출장길 여행길 올한해 아무 사고없이 다니시길 기도 드립니다.^^
한 표!
겨울 화로에서 갓 꺼탠 군고무마 먹는 느낌이네요.^^
꾸미지 않은 휘어진 기둥 그대로가 멋스러운 범종각,
우리 선조들의 해학이 엿보이는 구수함에 이끌려 봅니다.
마음을 열고 개심사 다리를 언제쯤 건너 보려나~~
눈에 익은 풍경들 잘 보고 갑니다.
그런데 가방님은 담배 언제 끊으실건가요?
다 좋은데........맨 마지막 대교위 사진은 운전중에 촬영한거 같네요~~~..운전중엔.....위험합니데이~~~~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