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월북’ 결론때 국정원내 “단정 못해” 반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대공수사국 “결재서 빠지자”… 국정원, 감찰실장아래 ‘심의관’ 신설
검찰 출신 임명… 내부 고강도 감사… 해경, ‘월북 판단’ 4명 대기발령
동아DB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에 대해 ‘자진 월북’으로 결론 내린 2020년 9월 당시 국가정보원 내부에서 “월북이라고 섣부르게 단정 지을 수 없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던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했던 활동 전반을 조사 중인 국정원은 검사 출신 감찰심의관을 새로 임명하고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정보당국에 따르면 국정원은 2020년 9월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실종된 후 북한군에 사살되는 과정과 관련해 작성된 보고서에 대해 결재 라인에 있던 1∼4급 간부 전원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 작성 실무자인 5급 직원까지도 조사를 받았다.
당시 이 사건을 자진 월북으로 결론짓는 과정에서 국정원 대공수사국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내부 반발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당시 대공수사국을 중심으로 ‘우리는 월북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대공수사국은 결재선상에서 빠지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국정원 내부에 고강도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정원은 최근 감찰실장(1급) 아래에 ‘감찰심의관’ 자리를 신설하고 여기에 최혁 대구서부지청 부부장을 임명했다. 감찰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 출신인 이석범 감찰실장이 아닌 심의관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한에 금품이 가거나 부적절한 접촉은 없었는지도 감찰 대상으로 전해졌다. 이 실장은 현재 감찰 업무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국정원개혁위원회에 참여한 이 실장의 사퇴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해양경찰청은 이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발생 당시 수사에 직간접으로 관여하며 이 씨의 자진 월북 판단을 내렸던 해양경찰 간부 4명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했다. 해경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진행 상황 등을 감안해 이 4명이 현 보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대기발령 조치와 관련해 감사원과 사전 협의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인천=공승배 기자
박지원 “첩보 삭제해도 서버에 남아… 바보짓 안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피살공무원 첩보삭제혐의 부인
“직원들 입단속 주장도 허위”
재임 시절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첩보 자료를 무단 삭제했다는 의혹으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고발당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내가 삭제하더라도 국정원 메인 서버에는 남는다. 왜 그런 바보짓을 하겠나”라고 반박했다.
박 전 원장은 7일 오전 CBS 라디오에서 “모든 첩보, 특별정보(SI) 문서는 국정원이 생산하지 않는다. 공유할 뿐이다”라며 “내 것을 삭제해도 남(첩보 생산기관)이 가지고 있는데 왜 그런 바보짓을 하겠느냐”고 했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제가 삭제를 했다고 해도 국정원은 메인 서버에 (삭제 기록이) 남는다”며 “국정원은 PC를 사용하면 바로 서버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유 문서 서버에 들어가서 공유 문서 자체를 삭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공유문서를 삭제해도 메인 서버에 남는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자신이 자료 삭제를 지시한 뒤 직원들을 입단속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과거 국정원의 정치 논리’라고 비판하며 전면 부인했다. 박 전 원장은 “현재의 개혁된 국정원에서는 우리 직원들이 이런 짓 안 한다”며 “과거 (국정원) 직원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그러더라. 자기들이 하던 짓을 지금도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바보짓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부임 겨우 한 달 남짓 되는 신임 국정원장이 국정원을 ‘걱정원’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 감찰이나 감사는 굉장히 고강도로 이런 문제가 나오면 전직 원장, 직원도 반드시 감찰 감사를 해야 한다”며 “나한테 일언반구도 없이 검찰에 고발한 건 법적으로도 틀렸고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예의 없는 짓”이라고 꼬집었다.
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