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이대
제목 : 민족적 비극을 뛰어넘는 부자
수난이대(受難二大)라는 뜻은 아버지와 아들 모두 어려움을 당했다는 뜻이다. 이 글의 지은이인 '하근찬'은 다른 작가들이 전쟁의 상처로 황폐해진 도시 소시민의 내면세계와 메커니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그는 인정과 향토성이 짙은 농촌을 배경으로 그들이 겪는 민족적 수난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일에 주력하였다. 이 '수난이대'라는 작품도 그러한 작품들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수난이대'에서 3대 독자인 '진수'의 아버지 '박만도'는 아들이 돌아온다는 통지를 받고 마음이 들떠서 일찌감치 쉬지도 않고 산을 넘어 신나는 마음으로 정거장으로 나간다. 하지만 찜찜한 마음은 계속 든다. 진수가 병원에서 퇴원하는 길이라 하니 많이 다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는 한쪽 팔이 없어서 늘 한쪽 소맷자락을 주머니에 꽂고 다닌다. 외나무다리를 건너며 지난번에 술을 먹고 빠져 옷을 말린 기억을 떠올린다. 여기서 외나무다리는 나중에 팔 하나가 없는 아버지와 다리 하나가 없는 아들을 다시 하나로 만들어 주는 소재가 된다. 처음에 읽었을 때에는 이것을 잘 몰랐지만 나중에 한두 번 더 읽어보니 이 부분이 나중에 끝 부분의 결말을 암시해 주고 있는 소재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만도는 정거장으로 가는 중에 장에 들려 아들이 오니 고등어 한 마리를 사고, 정거장으로 갔다. 잠시 정거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아들 진수를 걱정하며 과거의 일을 회상한다. 일제 시절 강제 징용에 의해 남양의 어떤 섬에 끌려가, 비행장을 닦는 일에 동원되었는데, 굴을 파려고 산허리에 다이너마이트를 장치하여 불을 당기고 나서려는 순간 연합군의 공습이 시작되었다. 당황한 그는 다이너마이트를 장치했던 굴로 들어가 엎드렸다가 "쾅!"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고 일어나 보니 병원 안이었고, 팔은 이미 절단 수술을 끝낸 뒤였다. 이 회상은 우리나라 과거의 아픔뿐만 아니라 진수도 이러한 비슷한 일을 겪는다고 미리 얘기해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건 처음 내가 읽으면서 생각한건데, 만도는 분명 이 일을 기억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없애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도 이 기차를 타고 갔다가 전쟁 중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왔고, 진수도 전쟁에 나갔다가 병원에서 퇴원해 이 기차를 타고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차가 도착하고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하는데도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만도는 초조해진다. 그 때 "아부지"하고 부는 소리에 뒤로 돌아선 만도는 눈앞이 아찔해진다. 자신의 아들 진수가 다리를 하나 잃은 채 목발을 짚고 서 있는 게 아닌가. 만도는 간신히 분노를 참으며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가다가 주막에 이르러서야 진수에게 들어오라고 한 뒤 어떻게 된 거냐고 이유를 묻는다. 진수는 수류탄에 맞아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고,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냐고 한탄한다. 만도는 자신이 바깥일을 하고 진수가 집안 일을 하면 된다며 아들을 위로한다. 이 부분은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이다. 나는 몸이 정상이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몸의 한 부분이 불구가 되면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그럴 때 자신을 달래줄 사람이 없다면 정말 인생 자체가 불행할 것이다.
만도와 진수는 길을 걸어가던 중 아까 만도가 지나온 외나무다리를 만나게 된다. 진수가 머뭇거리자 만도는 머뭇거리는 진수에게 등에 업히라고 한다. 진수는 못이기는 척 지팡이와 고등어를 각각 한 손에 들고 아버지의 등에 슬그머니 업힌다. 만도는 용케 몸을 가누며 한 발 한 발 조심조심 걸어간다. 이 마지막 부분은 이대가 어려움을 당했지만 그 아버지와 아들이 힘을 합쳐 열심히 산다는 내용이다. 이 글에서는 결국 이 부분이 최고점인데, 나한테도 마음이 찡하게 만들었다. 한 쪽은 팔을 잃고 한 쪽은 다리를 잃어서 힘들지만 결국은 서로가 도와서 두 손이 있는 사람은 고등어와 지팡이를 들고, 두 발이 있는 사람은 두 손이 있는 사람을 업어서 다리를 건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듯이 일제시대와 6·25의 슬픔을 나타내면서도 한 편으로는 기쁘게 끝난다. 나는 이 글을 기쁜 마음으로 보고 싶다. 비록 이대가 한 발이 한 손이 불구가 되었지만, 그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내가 만약 장애인이 된다면 정말 죽고 싶을 것이다. 아마 죽을 수 없어서 사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한심한 생각이다. 이 '수난이대'에서는 만도와 진수 모두 불구이지만 꿋꿋하게 살아갈 것을 약속하고, 못할 것이 없다는데... 나는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사실 요즘 고민이 많다... 그런데 이제 그런 것들을 모두 날려버려야겠고, 내 삶이 다시 태어났다는 마음으로 노력하면서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