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시사회를 다녀왔다
지난 토요일(12/4)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시사회를 다녀왔다.
청계노조 조합원들이 1970년대 자신의 권익을 지키려고 투쟁한 역사를 당사자들이 출연하여 증언하는 형식의 다큐멘터리였다
1시간 50분간 상영되는 내내 주인공들의 증언에 감정이 이입되어 가슴이 꽉 멘 듯 답답하고 아팠다. 마치 가슴에 맷돌이 얹혀있는 듯 호흡하기조차 힘들어 숨을 몰아쉬기를 여러 번 하였다. 관람석 여기저기에서도 짧고 긴 한숨 소리와 혀끝 차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기도 했다.
<미싱타는 여자들>은 1977년 9월 9일 청계노조가 운영하던 노동교실을 폐쇄한 국가 폭력에 맞서 투쟁하는 이야기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인공은 배우가 아닌 평화시장 미싱사이며 청계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하던 실존 인물 이숙희, 신순애, 임미경 등 11명의 노동자였다. 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역사를 당사자들을 섭외하여 영화로 만들어낸 기획이 놀라웠다.
당시 노동교실은 청계노조 조합원들에게는 인격이 존중받는 곳이었고, 배움의 갈증을 채워주는 곳이었으며 꿈을 가질 수 있는 희망의 근거지였다. 다락방에서의 장시간 노동의 고달픔조차 잊게 해주던 위로의 공간이었다고 증언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원곡을 개사한 ‘우리의 소원은 배움’이라는 노래 가사는 그들이 배움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보여준다.
그러한 노동교실을 빼앗기는 것은 단순한 공간의 상실이 아니라 권익이 송두리째 짓밟히는 것이었기에 온몸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증언자들이 더욱 가슴 아파하는 것은 참여한 대다수가 14살~16살의 나이 어린 시다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말하듯, 나이 어린 노동자들이 당시 겪었을 무서움과 억울함과 고통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싶다.
영화는 처음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눈을 잠시라도 뗄 수가 없었다. 전태일 하나만 죽어서 노동자들의 권익은 지켜지는 것이 아니었구나! 깨달은 청계노조 노동자들은 배에 칼을 긋고 피를 흘리는가 하며 농성장 건물 창틀에 올라서서 뛰어내려 죽어야겠다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증언 내내 눈물을 흘리며 증언하는 장면 장면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에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했다.
어느 한 장면인들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77년도 당시 행복감과 아픔을 간직한 빛바랜 사진 속에 자신을 들여다보며 ‘잘 살았어.’, ‘고생했다 내 청춘’, ‘괜찮아’, 등등 자신을 토닥이며 위로하는 장면이었다.
또한 농성장 밖과 안, 감옥에 갇혔던 사람과 바깥에 있었던 선배와 후배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서로를 보듬는 장면에서 가슴이 찡했다. 바깥에 있었던 선배는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며 제2의 전태일은 후배 여성 동지들이었다고 높여주고, 후배는 바깥에 있던 선배와 동지들이 힘들었을 거라며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선배를 이해하며 서로를 보듬어가는 모습에서 그들의 따듯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묘한 착각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영화 속의 주인공들 속에 내가 보였고 원풍동지들이 보였다. 우리들의 과거와 현재가 그들의 이야기 속에 겹치어 마치 우리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던 원풍노조,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익혔던 배움의 터전, 사회적인 속박과 차별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스스로 존엄한 인간으로 반짝이던 나의 청춘과 노조의 기억들이 마구 떠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폭력을 빼앗긴 노조를 되찾겠다고 처절하게 몸부림쳤던 82년도 9.27 사건 당시 수많은 동지의 얼굴도 한 사람 한 사람 스쳐 지나갔다.
나이 70 고개를 바라보는 세월의 언덕에 서서 지난날을 기억하며 눈물로 구술하는 <미싱타는 여자들>은 원풍동지들이 2019년 펴낸 책 『풀은 밟혀도 다시 일어선다.』를 구술할 때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슬프고도 자랑스러웠다.
70년대 여성노동자들의 올곧은 역사를 눈물로 기록한 청계노조 동지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2021년 12월 7일 황선금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