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여행자의 방
안온이 깃든 남원의 방
한국관광공사
청사초롱
2018. 10 vol. 496
통일신라 수도 경주를 중심으로 서남부 지역의 중심에 있다 하여
‘남쪽의 근원’이라는 의미의 이름을 얻은 남원(南原),
조선시대 안동 다음으로 과거 급제자가 많았던 고을,
지리산이 품어 안은 땅.
남원과 관련된 이 모든 수식은 연인들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살포시 묻혔다.
성춘향과 이몽룡, 견우와 직녀의 사랑이 깃든 도시는 포근하고 안온하다.
이런 풍경이라면 누구라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가 수없이 반복되는 사랑가를 들으며 잠든 방의 이야기다.
edit 박은경 write •
photograph 문유선(여행작가)
‘여행자의
방’에서는
한국관광
품질인증제
인증
업소
가운데
엄선한
숙소를
소개합니다.
남원예촌 - 한옥을 고급스럽고 편안하게 즐기는 모든 방법이
여기에.
지리산한옥마을 - 오래된 한옥의 옛
정서를 듬뿍 느끼는
것에
더해 다양한 문화체험
가능.
메이드
모텔 - 관광지에서 멀지 않고
조용한
데다 전망이 좋은
청결한
방을
찾는다면
여기로.
안락하게 잠드는 한옥
남원예촌
좋은
내음이
가득하다.
방
안의
나무냄새,
마당
굴뚝
옆으로
피어 오르는 연기냄새가
마음을
말캉하게
녹인다.
한옥에서 밤을 지낸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더러는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남원 관광의 중심지인 광한루 바로 옆에 자리한 남원예촌은 이 딜레마를 완벽히 해결한 한옥호텔이다.
고택에 비해 고풍스러운 멋은 덜하지만 땔감으로 방을 데우는 온돌방식으로 정성스럽게 지었다. 풀벌레 소리, 대청마루 위에서 즐기는 나른한 오후, 방안 가득한 나무 내음 등 한옥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에 특급호텔의 서비스와 쾌적함, 안락함이 더해졌다. 전통과 현대가 더없이 알맞게 조화를 이룬 셈이다.
구조는 작은 궁을 연상케 한다. 리셉션인 도움마루, 연회장인 사랑마루, 아담한 정자인 부용정이 예촌문 앞에 모여 있고 그 뒤쪽으로 객실이 도열한 형태다. 건물 사이에는 정갈하게 가꾼 작은 정원이 있어 사부작사부작 걷기 좋다.
스탠더드, 디럭스, 슈페리어, 스위트 타입으로 나뉜 객실은 총 22개. 특급호텔에서 주로 쓰는 ‘아로마테라피 어소시에이트’ 브랜드의 어메니티가 욕실에,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과 한과, 약과가 미니바에 비치돼 있다. 침구 역시 세심하게 배려했다. 딱딱한 베개, 소프트한 베개가 나란히 있어 기호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한옥 호텔인 만큼 다양한 전통 체험을 채비했다. 한지, 손거울, 부채 등 만들기 체험, 한복 혹은 평상복을 입고 한옥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촬영해 앨범을 제작하는 포토북 서비스도 인기다(미리 신청하고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주말이면 부용정에서 판소리와 가야금 공연이 열리니, 판소리의 고장 남원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놓치지 말 것!
INFO
전북 남원시 광한북로 17/
063-636-8001 www.namwonyechon.com
오후 3시 체크인, 오전 11시 체크아웃
스탠더드 온돌 11만4000원부터, 디럭스 온돌 14만5000원부터, 디럭스 대청 17만5000원부터
따로 마련된 장애인 객실은 없지만 이동식 경사로 설치 가능
취사 불가 체크인 3일 전까지 취소 시 100%
환불.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확인
이야기 깊은 한옥
지리산한옥마을
아름다운
나무들이
가득하다. 종일 집에서 나무만
봐도
더없이
좋다.
지리산 산세가 빙 두른 마을 대정리는 이름 그대로 커다란 우물을 닮았다. ‘지리산 한옥마을’은 350년 전 이곳에 터를 잡은 한옥이다. 집 앞에는 뱀사골에서 흘러내린 남천이 있고, 이는 낙동강이 되어 남해로 흐른다. 마당에 앉아 물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들면 푸르고 맑은 하늘 아래 사방으로 지리산 산세가 펼쳐져 있다. 앞쪽으로 아스라이 보이는 천왕봉이, 좌측으로 덕두봉이, 뒤쪽으로 삼봉산이 집을 감싸안아 아늑한 느낌이다.
집은 15년 전부터 한옥체험 고택으로 거듭났고 이에 맞춰 다채로운 전통문화 축제의 장이 됐다. 봄이면 종가의 산과 들판에서 고사리를 꺾고, 쑥을 캐고, 다래 순을 따고 냇물에서 소라를 잡는다. 여름에는 낮 동안 캔, 하지 감자를 먹으며 별을 헨다. 가을에는 집을 빙 두른 200년 수령의 은행나무 열다섯 그루 아래서 음악회를 열고 시를 낭송한다. 계절이 돌보는 집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짓는다.
나무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은행나무 외에도 200년 된 가죽나무, 100년 된 감나무와 모과나무, 70년 된 목련나무들이 마당 곳곳에서 빛난다. 나무의 맑고 굳건한 기운은 어지러운 마음을 보듬는다. 백범 김구 선생, 백선엽 장군,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됐던 작가 아나톨리 김 외에도 수많은 문인과 정치인, 예술인이 이 집에서 몸을 뉘고 마음을 놓았다.
‘집이 사람을 안는다’는 느낌은 머물수록 강렬해진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빠르게만 움직이는 자신을 다잡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없겠다.
객실은 총 12개. 오래된 옛집부터 신축한 한옥까지 어느 곳에 머물러도 좋다.
INFO
전북 남원시 산내면 대정방천길 43 063-636-1009
오후 3시 체크인, 오전 11시 체크아웃
본채 40만원, 사랑채 큰방 15만원, 작은채 5만원
객실 하나를 문턱을 낮추고 경사로를 만들어서 휠체어 이동 가능
취사 불가 체크인 2시간 전까지 취소 시 100% 환불. 자세한 사항은 전화 확인
조용하고 쾌적한 휴식처
메이드 모텔
일렬로
도열한
인근
숙소
중
가성비가
가장
좋다.
남원 춘향테마파크 옆에 자리잡은 메이드 모텔은 올해로 문을 연 지 5년이 됐다. 지난해 리모델링을 마친 후 빈티지, 로망스, 하이글로시의 콘셉트로 총 35개의 객실을 새롭게 단장했다. 광한루에서 차로 10분 거리, 남원 요천을 따라 이어진 가로수 길에 자리해 객실에서 보는 뷰가 상쾌하다. 남원에 높은 건물이 없는 덕에 날이 맑으면 멀리 남원산성까지 한눈에 든다. 객실 뷰로는 남원에서 으뜸이라는 주인장의 자부심이 괜한 것이 아니다. 남원 요천 반대편에는 야트막한 동산이 있는데, 봄이면 아카시아가 군락을 이뤄 그 향기에 취해 일주일을 머무는 손님이 있을 정도라고.
스탠더드 더블과 온돌, 스페셜 타입의 객실은 총 35개. 시내 중심에 비해 조용하고 뷰가 좋아 단골 고객이 많다. 청결에도 정성을 쏟는다. 청결팀과 점검팀이 이중으로 객실 상태를 매일 점검한단다.
한두 시간 정도는 여유 있게 얼리 체크인, 레이트 체크아웃이 가능하다. 조식은 제공하지 않지만 로비에 있는 작은 비즈니스 센터 옆으로 커피와 다과를 마련했다.
INFO
전북 남원시 소리길 110
/ 063-634-8881
오후 2시 체크인, 정오 체크아웃
스탠더드 5만원, 더블 7만원, 트윈 7만원, 장애인 객실 있음. 취사 불가.
체크인 7일 전까지 취소 시 100% 환불. 자세한 사항은 전화 확인.
Other 주변 관광지
광한루원
조선 전기에 조성된 정원인 광한루원은 소설 《춘향전》에서 두 주인공이 처음 인연을 맺은 장소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건축물은 조선시대 재상 황희가 남원으로 유배와 올린 누각인 광한루다. 본디 광통루라 이름한 것을 전라도 관찰사로 부임한 정인지가 이곳에 와 ‘달나라에 있는 궁전 광한 청허부지를 닮았다’고 한 이후 광한루로 부르게 됐다. 지금의 광한루는 정유재란으로 불탄 것을 1638년 재건한 것이다. 광한루원은 광한루 외에도 오작교, 신선이 산다는 전설의 산을 섬으로 만들어 조성한 삼신산, 완월정, 춘향 사당, 수령 420년의 버드나무 등이 있는 남원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는 관람이 무료다. 전북 남원시 요천로 1447 063-625-4861
춘향테마파크
춘향을 주제로 2004년 문을 연 문화예술 공간이다.
만남, 맹약, 사랑·이별, 시련, 축제를 테마로 5개의 마당을 구성했다. 각 마당에는 테마에 맞춘 전시 조형물을 설치했다. 이중 ‘사랑·이별의 장’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의 영화 촬영 세트장으로 옛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조성했다. 테마파크 내 굴렁쇠 굴리기, 북장단 맞추기 등의 다양한 전통 놀이문화 체험장이 다채롭게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 객이 즐겨 찾는다. 일본에 끌려가 사쓰마 도기를 만든 심당길의 12대손부터 15대손까지를 일컫는 심수관의 전시관도 테마파크 내에 있다. 테마파크 전망대에서는 남원산성과
남원 시내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전북 남원시 양림길 14-9
063-620-5799
용담사
남원시 주천면 장벌산 초입에 위치한 절로 백제 성왕이 창건했다는 설, 신라 말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흔한 일주문도 없을 정도의 아담한 규모의 절이지만 고려시대 석탑(높이 9.95m)과 보물 제42호로 지정된 용담사지 석불입상(높이 6m)이 있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근처 용담천에 살면서 마을에 갖은 행패를 부리다가 고승 도선국사가 절을 짓고 용담사라 이름 지은 뒤부터 마을이 평온해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보물이 있고 전설이 깃든 고찰이지만 한적한 편이라 고즈넉한 정취가 가득하다.
전북 남원시 주천면 원천로 165-12 063-632-9911
뱀사골계곡
지리산한옥마을에서 차로 10분이면 닿는 계곡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단풍 명소다.
지리산의 토끼봉과 반야봉 사이 화개재에서부터 남원시 산내면까지 흐르는 물줄기가 12km에 이른다. 봄여름은 녹음 짙고, 가을은 불붙은 듯 붉게 물든 단풍이 아름다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탐방로가 잘 정비돼 있어 산행이 쉽다. 울창한 수림 속, 기암절벽을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오르는 뱀사골 트레킹 구간은 반선에서 화재까지로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구간마다 전설이 깃든 명소가 많다.
용이 목욕을 했다고 전해지는 탁용소, 뱀사골 이름의 유래로 이무기가 죽었다는 뱀소,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병풍소 등의 풍광이 아름답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 와운길 10 (계곡 입구 뱀사골분소)
지리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 063-625-8911, 뱀사골분소 063-630-8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