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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잠에 빠진다.
시간은 오후 10시를 막 지났을 뿐인데도, 밤의 깊이는 한밤중의 그것이었다.
연속되는 혼수상태 사건의 영향이겠지.
밤의 장막이 드리워진 도시에는 불빛이 없고, 밖에는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겠지.
「그 그림자를 찾아내, 조사한다——아쳐의 마스터도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군요」
「그래. 하지만 할 수 밖에 없잖아. 세이버는 반대야?」
「……제 생각은 아침에 한 말 그대롭니다.
그래서 시로, 뭔가 단서는 있는 건가요.
닥치는 대로 도시를 순회하는 것 가지고는, 거꾸로 표적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어요」
……단서, 라.
「다시 한 번, 류도사에 가 보자.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캐스터는 어딘가 이상했어. 거기에는 아직 무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군요. 그 산에는 불길한 낌새가 가득 차 있어요. 이 도시에서 가장 영적으로 가공되어 있는 건 그 땅이니까. 그 그림자와는 따로, 한 번 조사해 볼 가치는 있죠」
「그럼 결정됐지. 즉시 가자」
안뜰에서 문으로 향한다.
류도사까지 서둘러 1시간. 갈 거면 빠른 편이 좋, 은데———
「세이버?」
세이버는 별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이미 잠든 사쿠라의 방이 있다.
「……시로. 싸움에 나아가기 전에 할 이야기가 있어요. 저, 아침에 하던 이야기에 이어지는 건데요」
「? 아침이라니, 사쿠라 말이야?」
「네. 사쿠라는 자책하는 마음이 너무 강해요.
일어나고 만 일, 범하고 만 잘못을, 그녀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서 갚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건 어제 한 말싸움을 가리키는 거겠지.
세이버는, 사쿠라는 올바른 말을 했으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하고,
사쿠라는, 그래도 자신이 잘못했다고 세이버에게 사과하러 가서, 거꾸로 세이버에게 사과를 받았다.
사쿠라와 세이버.
둘의 사물을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를, 세이버는 걱정하고 있는 건가.
「……그건, 어떤?」
「……사쿠라는 자신을 너무 책하는 겁니다. 잘못을 바로잡는 것보다, 후회하는 걸 강요하고 있어요.
그래서 오명을 씻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오명을 새기려고 하고 말아요. 좋든 나쁘든, 그녀는 자신을 무겁게 하고 있어요」
……쓰디쓰게 이야기한다.
그것은 사쿠라가 아니라, 세이버 자신에 대한 말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어젯밤, 저는 그걸 강하게 느꼈어요. 시로와 함께 있을 때의 그녀가 특별하고, 보통 때는 더 다른 것이 아닐까 라고.
사쿠라는, 당신과 있을 때만 자책하는 마음에서 해방되고 있어요」
그래서 그게 걱정이다, 라고 그녀는 말했다.
사쿠라는 더, 자기 혼자서라도 가슴을 펼 수 있게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래. 확실히 사쿠라는 지나치게 내성적이니까 말야. 나도 주의할게」
듣고 보면, 한창 나이 여자애가 가사를 돕는 것에만 분주한 건 좋지 않다.
사쿠라는『여기에 있는 편이 즐겁다』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밖에 놀러 가는 정도는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마워 세이버, 사쿠라를 걱정해줘서.
성배전쟁에 관계 없는 사쿠라를 염려해주는 건, 굉장히 기뻐」
「……아뇨. 자책에 사로잡힌 그녀의 마음은 저에게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 일처럼 생각되지 않았던 거겠죠」
「아——기다려 세이버, 같이 가자」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문으로 향한다.
정숙에 지배된 밤 속, 사쿠라를 깨우지 않도록 밖으로 향했다.
출입금지 울타리를 넘어서 경내에 들어간다.
캐스터와의 일건 이래, 류도사는 혼수상태 사건의 중요참고물건으로 취급되어, 사람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
살갗에 달라붙는 밤공기는 변함없다.
공기는 미지근하고, 익은 과일 냄새가 났다.
「……안에 들어간다, 세이버」
「네. ……시로도 조심해요」
「알아. 위험을 파악하면 바로 가르쳐줘」
……경내를 가로질러, 내부로 통하는 복도에 기어오른다.
마루가 깔린 복도는 어둡고, 걸을 때마다 끼긱끼긱 소리를 냈다.
「……특별히 변한 건 없나. 세이버, 어때?」
「……저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이 일대가 이상한 건 확실합니다. 이 산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부터, 우리들은 다른 상식의 수중에 들어가 있어요.
……이만큼 마력이 들어차 있으면서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거야말로 이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지. 좋아, 좀 더 조사해보자. 이 절, 뒤편에 못이 있어. 그쪽에도 몇 개인가 건물이 있지」
……뒤의 못에는 용이 산다고 한다.
예부터 신성한 장소로 여겨지고 있었던 거기라면, 무언가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복도로 나가 절 뒤편으로 향한다.
그, 순간.
「시로!」
「윽, 세이버……!?」
순간, 복도에서 법당 안으로 튕겨나가고 있었다.
그게 세이버에 의한 것이라고 깨닫고, 즉각 복도로 서둘러 돌아가려고 한 눈앞에서
세이버 자신의 손에 의해, 굳게 출구가 닫혀졌다.
「세이버!? 어이, 무슨 생각이야 바보……!」
문을 두들긴다.
어떤 마술인지, 세이버에게 닫힌 문은 철 같이 굳어져 있다.
「이, 뭐 하는 거야, 열어 세이버……!」
두들겨도 때려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몸통박치기를 해 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 철로 화한 문 저편에서,
「거기서 몸을 지키고 있으세요 시로……! 이 상대는, 확실하게 당신만을 노립니다……!」
「뭐———적이라니 뭐야!? 그 그림자야!?」
「아니에요! 하지만 마스터에게는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서번트입니다! 죄송하지만, 당신이 전장에 있으면 지켜낼 수 없어요.
저 서번트——어새신에겐 단기결전으로 임하지 않으면, 먼저 마스터가 공격 당해요……!」
「어새신이라고……!?」
그런 기척은 없었다.
아무리 류도사의 공기가 이상하다고는 해도, 서번트의 기척은 예외다.
가까이에 서번트가 실체화하고 있다면, 그 농밀한 마력은 반드시 전해져 온다.
기척을 숨겼다고 해도, 나는 어쨌든 세이버가 알아차리지 못할 리는 없는데———!
「일격으로 결판을 내겠습니다. 그 때까지 거기를 떠나지 마세요———!」
세이버의 기척이 멀어진다.
발소리는 높아, 세이버는 어새신의 공격을 튕겨내면서 적의 간격으로 파고들어 간 건가.
「제길, 이렇게 되면———」
주위를 둘러본다.
목도 정도 되는 경책을 손에 들고, 당장 “강화”를 개시한다.
「, ———빨, 리」
이 경책으로 검으로 만들어서, 문을 때려부숴야 한다.
좋지 않은 예감, 정체를 알 수 없는 초조가 사고를 점해 간다.
——이 장소.
이 산에서, 세이버를 혼자로 만들어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것 같아서, 빨리———
「———!?
불빛이 꺼졌다.
아니, 불빛 따위 처음부터 없다.
어두운 법당을 비추고 있었던 달빛이 가려진 것이다.
「———윽」
……이상한 냄새가 난다.
썩은 살 냄새와, 귀에 거슬리는 벌레의 날개소리.
「———마토 조켄」
눈앞의 어둠을 노려본다.
「——크. 불 속에 날아드는 나방, 이라는 건 바로 너로구먼, 에미야의 소졸」
커커, 하고 나는 웃음소리.
어딘가에 숨은 그것은, 틀림없는 노마술사의 요기다.
「…………세이버」
손에 든 경책을 겨눈다.
수백 년을 산 요괴를 앞에 두고 두려움은 없다.
머리를 점하는 것은, 여기에는 없는 세이버의 안부뿐이었다.
복도를 달려, 해골 가면을 몰아넣는다.
열 칸은 떨어져 있던 간격이, 지금은 겨우 세 칸.
그녀——세이버라면 한 걸음에 파고들어, 해골 가면째로 적을 양단할 수 있는 거리이다.
그러나, 그건 적도 역시 잘 알고 있다.
접근하게 두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예상하기에 행하는 투척, 접근하게 두지 않겠다고 생각하기에 행하는 후퇴다.
해골은 세이버의 전력질주에는 미치지 않기는 하지만, 땅을 달리는 짐승과도 같은 속도로 후퇴한다.
좁은 복도를 미끄러지듯이, 직각 모퉁이조차 감속하지 않고 이동해 간다.
등에 눈이 있는지, 그렇지 않으면 세이버와 대치하고 있는 이 가면이야말로 배면인지.
해골 가면을 쓴 서번트——어새신은 세이버에게 쫓기면서도,
너무 멀어지지도 않고 너무 가까워지지도 않고, 가까이 가면 또 멀어져 가는 신기루와도 같이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불꽃이 핀다.
노 모션, 꺼내는 몸짓조차 보이지 않고 쏘아낸 세 줄기 단검은, 하지만 세이버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랜서와 마찬가지로, 세이버에게도 사격무기에 대한 내성이 붙어있다.
랜서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적의 살기로부터 궤도를 읽는 것과 대조적으로,
세이버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자신의 직감으로 궤도를 읽는다.
영령에게 “시인할 수 없는 공격”은 그리 위협이 아니다.
그들에겐 그 앞을 가는 것, “이해하고 있어도 막을 수 없는 공격”만이, 서로의 숨통을 끊는 결정타가 되기 때문이다.
그 점으로 보자면, 랜서의 창은 영령의 보구라고 부르기에 합당하다.
“반드시 심장을 꿰뚫는다”라는 무기는, 그 정체를 알아봐야 막을 방법이 없겠지.
그 마창에 대항하는 수단이 있다고 하면,
창의 마력을 웃도는 순수한 방벽을 준비하거나,
창에 의해 결정된 운명을 구부러뜨릴 정도 되는 강한운이나,
애초에 창을 쓰지 못하게 하던가, 중 어느 하나밖에 없겠지.
거기에 비하면 어새신의 단검"더크"는 처리하기 쉽다.
급소에 찔리면 죽지만, 튕겨내서 막을 수 있는 것이라면 돌팔매와 전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치———」
쏴낸 단검은 이미 40을 넘었다.
검은 옷에 감추어 가지고 있던 단검을 전부 다 쓰고, 어새신은 드디어 발을 멈춘다.
「으——」
추격하는 세이버도, 여세로 헛발을 디디며 정지했다.
……접근하게 두지 않겠다고 하고 있던 적이, 스스로 발을 멈춘 것이다.
무언가 있는 건 틀림없고, 어새신의 주위에 불길한 낌새를 느낀다.
지금은, 그렇게 간단히 파고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단념했나, 어새신」
이대로 베어버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알고 있으면서, 세이버는 약간 후퇴한다.
이 이상 나아가서는 안 된다, 라고
오래 그녀가 길러, 오랫동안 그녀를 살려온 직감.
그것이 최대한으로 경고를 발하고 있다.
이 앞으로 나아가지 마라.
이 이상, 저 어두운 어둠에 다가가지 마라, 라고.
「……아아, 단념했고말고 세이버. 이쪽은 탄이 떨어졌다.
이렇게 되면 일격에 질 거라고 각오했는데, 어째서 다가오지 않는 건가」
「—————」
세이버는 대답하지 않고, 칼끝을 약간 든다.
검은 적에게.
간격은 네 칸, 일검을 휘두르는 데에는 두 발짝 파고드는 걸 필요로 한다.
검사인 세이버는 파고들 수 밖에 없는 간격.
그렇기는 하나 그녀에겐 단 일격,
간격의 유무에 구애 받지 않는 비검이 있다———
어새신의 검은 옷이 펄럭인다.
갑자기 불기 시작한 바람이 어디에서 생긴 것인지, 어새신은 알 방도도 없다.
「흥, 나 따위에게 말할 입은 가지지 못한 건가. 뭐 좋다, 이야기하는 건 자유지. 마음대로 이야기하도록 할까」
어새신의 목소리는, 외견과는 정반대로 맑았다.
그것이 누군가의 목소리……이전 싸웠던 창병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세이버는 눈을 가늘게 뜬다.
「하지만, 잘도 튕겨내는군. 나의 단검, 보이지 않도록 쏘고 있었는데, 너에게는 보였던 건가?」
「실상이라면 보이지는 않지만, 궤적이라면 읽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이런 검은 들지 않지」
과연, 하며 해골은 웃는다.
보이지 않는 검을 든 자에게 검게 칠한 단검을 던져봐야 뭘 할 수 있으리오.
영령으로서의 격의 차이, 손에 든 보구의 성능 차를 과시 당하고, 어새신은 계속해서 웃는다.
「그런가, 나 따위 처음부터 적이 아니었던 거군.
필경은 어새신, 정통한 영령에게 대항할 수 있을 리도 없지. 본디 암살자는 어둠에 숨는 것.
그러한 역할에 선택되는 영령 따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지」
「—————뭣이?」
「그렇기에, 우리들의 역할은 암살뿐. 영령이 아니라 인간을 죽이는 것밖에 재주가 없는 결함품이 어새신인 거다.
——자. 그렇게 되면, 내 표적은 단 한 명뿐이지.
이해할 수 있겠나, 세이버? 내 행동은, 전부 네 주인의 숨통을 끊는 것 그 하나만을 위한 거라고」
「———시로」
「그렇다. 네 주인은, 내 고용주가 대접하고 있지.
나를 떼어내 봐야, 서두르지 않으면 벌레들의 먹이가 된다」
「윽……!」
세이버의 검에 빛이 켜진다.
아니, 본래 황금인 그녀의 검이, 그 모습을 살짝 보인다.
「———호오! 바람의 주술로 검신을 숨기고 있었나.
과연, 그 풍압이라면 그 자리에서도 나를 자를 수 있지. 굳이 사지로 내디딜 필요도 없다는 건가」
검은 옷이 꺼진다.
꾀어 들였을 터인 사냥감은, 예상하지 못했던 장거리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속셈도 책략도 없다.
세이버가 다가가지 않고 어새신을 자른다고 한다면, 어새신은 다가가서 세이버를 붙들 뿐.
「입장이 거꾸로 됐군, 어새신. 이 풍왕결계, 멋지게 파고들어 보일 텐가」
「너무한 여자군. 메뚜기 떼에 뛰어들라고 하다니.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용의 포효가 뿜어지지. ……이거, 진퇴양난인가」
해골 가면이 지면을 긴다.
복도에 엎드린 어새신은, 벽에 기는 거미와 비슷했다.
압축된 대기는 진공의 소용돌이가 되어, 지금 바로 어새신에게로 뿜어지려 하고 있다.
제정신이 아니다.
필살의 선풍을 앞에 두고, 설마 엎드려서 지나가게 하겠다는 생각 따위를 할 줄은.
「자. 어찌 봐도 이걸로 마지막이 되겠지. 그 전에 말 좀 할까, 세이버.
——너는, 1대1이라면 나에게 이긴다고 했지」
세이버의 검이 들린다.
대화를 이용해서 이탈하려고 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세이버의 눈은 확실하게 어새신을 포착하고 있다.
설령 공간전이를 쓴다 해도, 전이하기 전에 어새신을 베어 결판을 짓겠지.
「그렇기에 나를 마스터로부터 떼어놨지. 주인을 지킨다고 하는 그 판단은 옳다」
검은 정점.
이미 내려쳐지는 것만 남은 일격을 앞에 두고, 어새신은 더욱 깊게 몸을 굽힌다.
「그러나, 거기에는 너 자신을 지킨다, 라고 하는 게 포함되어 있었을까나」
묻는 목소리.
거기에,
「——갈 길이 바쁘다. 작별이다, 어새신」
세이버는 검의 일격으로 대답했다.
결판은 났다.
폭풍은 의사적 신으로 화한 용과도 같이, 복도와 해골 가면을 삼키려고, 그 뱀의 몸을 춤추게 한다.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이것은 랜서와 창과 마찬가지로, 순수하게 세이버의 풍왕결계를 웃도는 마력이 없으면 막을 수 없는 일격이다.
어새신의 마력은 세이버에 견줄 수도 없다.
그가 이 일격에서 살아남으려면 “쏘지 못하게 하는 것” 외에 수단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늦어, 선풍은 쏘아졌다.
검이 내리쳐지고 1초 뒤, 검은 옷은 갈기갈기 찢기겠지.
소용돌이치며 닥쳐오는 죽음의 단층.
그 진공의 파도에,
환희의 목소리와 웃음을 내보이며, 어새신은 돌진했다.
「———크………!」
목줄기로 뻗어오는 일격.
그걸 순간적으로 세이버는 튕겨내고, 검은 옷은 그녀의 바로 위를 빠져나가 등뒤에 착지한다.
「네놈———!」
신속하게 돌아보고, 등뒤로 일검을 날리는 세이버.
그러나 거기에 어새신의 모습은 없고, 검은 옷은 이미 간격 밖으로 뛰고 있었다.
동시에,
「—————뭐」
아까부터 느끼고 있었던 “불길한 기척”이, 그녀의 발치를 덮고 있었다.
「——자. 두 가지 정도 운이 없었군, 세이버」
그림자가 펼쳐진다.
진흙 같은 오탁이 그녀의 은을 침투해 간다.
Jinn
「하나는 상성. 폭풍을 피하는 주술은 사막을 가는 자에겐 필수라서 말이지.
내가 아는 유일한 마술이, 바람을 피하는 신의 이름이며———」
복도는 어둠에.
흰 달빛으로도 밝혀지지 않는 그림자.
그것을———
그녀는, 엷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눈으로 인식했다.
「어새, 신———네놈, 은———」
「그렇다 세이버. 또 하나는, 이 장소를 싸움터로 고른 거다.
여기에는 좋지 않은 것이 산다고, 너는 깨닫고 있었을 터인데 말이지」
「윽———, ———아」
어새신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몇 초 안에 사라진다.
이 그림자는 자신을 삼키는 것이다.
엷어져 가는 사고보다, 몸이 그걸 혐오했다.
「하———아, 아아아아아아아———!」
외양 따위 상관하지 않는다.
남은 마력, 그 전부를 다 써서라도 탈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림자는 아직 발 밑뿐.
이대로, 최대출력으로 뿌리치면 아직 늦지 않는다.
마력 대부분과, 비록 두 다리를 잃는다고 해도, 지금은 이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따름.
그러나.
「——그렇게는 안 되지. 너는 여기서 사라진다, 세이버」
그녀의 적은, 이 그림자만이 아니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그림자에 삼켜져 가는 세이버를 바라보는 해골이야말로, 그녀의 숨통을 끊는 사신이었다.
「크———처음, 부터」
「1대1이라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지, 세이버. 그래, 그게 잘못이다. 너는 혼자, 이쪽은 둘.
나는 그저, 네 주의를 돌리기만 하면 됐어」
그림자가 침투한다
「윽…………! 아——으으, 아———」
발치부터, 존재가 썩어간다.
발 끝의 감각, 두 다리의 감각이 전혀 없다.
그녀의 두 발은, 이미 이 세상에 있으면서 이 세상에 없는 것이 되어 있었다.
「서번트는 그 진야에 대항할 수 없다. 네가 정통 영령이라면 더욱 그렇지.
비교적 가까운 나조차, 닿으면 마력을 빼앗긴다. 정순한 너는, 닿기만 해도 제정신을 잃지.
……그러나, 그건 아깝다. 쉽사리 너를 소멸시켜서야, 내 목적은 다할 수 없지. 네 심장은, 내가 받겠다」
「뭐———네가, 나를?」
「이상한가? 단검은 바닥을 드러내고, 나도 역시 그림자에는 다가갈 수 없지. 그 내가 네 숨통을 끊는 건 불가능하다고?」
해골에 살기가 켜진다.
지금까지 미약한 느낌밖에 없었던 마력이, 어새신의 오른팔에 집중된다.
……어새신의 오른팔은, 봉이었다.
손바닥이 없는 기형의 팔은, 팔로서 쓸모가 없다.
그래서야 단검은 쥘 수 없고, 상대를 때릴 수조차 없겠지.
그것이 굽어졌다.
뼈를 깨고, 굽어져, 해골 팔이 기형의 날개를 펼친다.
기형이었다.
어찌나 긴 팔인가.
암살자의 오른팔은, 주먹이라고 생각됐던 끝이야말로 “팔꿈치”였다.
그것은——팔꿈치에서 접혀서, 그 손바닥을 어깨에 둔 상태로 꿰매 붙이고 있었던 팔인 것이다.
「—————」
세이버의 사고가 얼어붙는다.
닿는다.
저 팔이라면 닿는다.
닿아서 확실하게 자신의 심장을 도려낸다.
그 전율이 몸에 달리는 것보다 빨리, 그 팔은 날개짓 해———
저주의 팔은 창처럼 그녀에게 내질러졌다.
살을 자르는 소리와, 분출되는 선혈.
붉은 피는 지면을 적시고, 검은 그림자를 얼룩으로 물들인다.
「—————키」
해골 가면에서 광기가 새어 나온다.
일직선으로 내질러진 팔은 진홍.
그것은 목적을 달성하고, 신속히 어새신에게로 접히고,
「키, 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 ! ! ! !」
그, 기형인 팔꿈치 아랫부분을, 완전히 끊긴 상태였다.
「네, 네 이놈, 네놈, 죽다 만 주제에———!」
「하아———하, 아———」
……쳐든 검이 떨어진다.
어새신의 저주의 팔은 세이버에게는 닿지 않았다.
그 팔이 거울에 비친 상의 심장을 도려내는 것보다 빨리, 세이버의 검이 저주의 팔을 끊은 것이다.
어떠한 궁지라고 해도, 어새신의 보구로는 세이버는 쓰러뜨릴 수 없다.
아니.
인과를 역전시키는 랜서의 창을 막은 이상, 이러한 저주의 팔에 쓰러지는 것 따위, 세이버에겐 용납되지 않는다.
「아———, 윽」
그러나, 그게 최후의 저항이었다.
그림자에서 탈출하기 위해 모으고 있었던 힘을, 지금 그 영격에 써 버렸다.
이미 뿌리칠 힘은 없고, 만약 있었다고 해도 늦는다.
그녀가 느끼고 있었던 불길한 낌새는, 이미 그녀 자신에게서 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발치를 침식하고, 허리까지 뻗은 그림자.
달빛조차 삼키는 이 어둠은, 이미 그녀 자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이미, 전부 다 때늦었다.
……그림자가 기어올라온다.
은색 검사는 흐려져가는 시야 속,
「미안해요———시, 로」
산소를 바라듯이 그렇게 입 밖에 내고, 어두운 진흙 속으로 가라앉아 갔다.
……마토 조켄은, 이전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아쳐에게 잘린 반신도 건재하다.
죽음을 기다리는 것만 남았던 노마술사는, 그날 밤에 일어난 일이 환상이었던 것처럼 웃고 있다.
그 이유는 불명이지만, 정말로 그 상태에서 회복했다고 하면, 그건 치유가 아니라 복원의 영역이다.
상처를 낫게 한다, 라는 레벨의 이야기가 아니다.
없어진 육체, 잃어버린 육체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대마술이다.
그렇다면——그건, 불사신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닌가.
「글쎄. 그런 막대기 하나로 뭘 하려고 하는 걸까, 애송이」
「—————」
“강화”한 경책을 조켄에게 돌린 채 그저 서 있는다.
조켄에게 파고들기 위해 전진할 수도, 세이버를 쫓기 위해 후퇴할 수도 없다.
……조켄이 불사신이라고 하면, 확실히, 이런 막대기 하나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내 숨통을 끊던지, 서번트의 뒤를 따르든지. 어느 쪽이든, 발을 움직이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을 터인데」
그렇게 이야기하는 노마술사의 주위에는, 키이키이 하며 꿈틀대는 것이 있다.
아니, 꿈틀대고 있는 것은 조켄의 주위만이 아니다.
어두운 그림자, 달빛을 차단하는 어둠 자체가 이동하고 있다.
「———벌레」
보이지 않아도 안다.
어둠의 정체는 작고, 역겨울 정도로 밀집한 벌레의 무리다.
이 법당의 네 구석, 벽이란 벽에는 다, 어둠보다 검은 것이 전면에 깔려 있다.
이 공간은, 버석버석 벽을 기는 벌레 소리와, 고기 썩는 냄새에 지배되고 있었다.
「왜 그러나, 뭘 주저하지? 요전, 내 배를 잘라준 건 너희들이잖나.
토오사카의 딸과 손을 잡고, 나를 처치할 속셈이 아니었나?」
……충술사는 분명히 즐기고 있다.
경책 한 자루로, 방 전체에 모인 몇 만이나 되는 벌레를 쫓는 것 따위 불가능하다.
조켄이 호령을 내리면, 무슨 짓을 해도 벌레의 파도에 삼켜지겠지.
——아니, 그렇지 않으면.
온 힘을 다해 밖으로 도망쳐 나가면 궁지는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많다고 해도 결국은 벌레다.
그렇게, 초 단위로 사람 한 명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좋다, 나는 얼마든지 기다리지.
세이버의 귀환을 믿고 계속 기다리든지, 그 무기로 내 숨통을 끊든지, 그렇지 않으면 내 벌레들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가든지. 마음에 드는 죽는 방법을 선택하도록 해라」
……흥.
절대로 여기에서 놔줄 생각은 없는 듯 하다.
여기서 서로 노려보고 있어도, 주위의 벌레가 늘어갈 뿐이다.
……령주를, 써 볼까……?
세이버가 어새신에게 질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상황은 너무 불길하다.
상대는 이 요괴 할아범이다, 세이버를 혼자 두는 건 너무 위험하다.
「호오? 시원찮은 살기를 잘 갈무리했군. 흠, 무언가 생각이 있는 듯 하지만, 글쎄」
조소는, 완전히 나를 얕본 것이다.
내가 어떤 책략을 짜내도 상관없다, 필경은 어린애 속임수라고 깔보는 웃음.
「—————」
……좋아, 멋대로 비웃고 있어라.
령주가 마스터의 소망에 응해준다면, 하나만이 아니라 전부 써서라도, 세이버를 여기에 불러오겠어……!
「세이버———」
눈앞의 조켄을 응시한 채, 왼손에 의식을 집중한다.
명령은 단 하나.
세이버를 지금 당장, 내 앞에 불러들이는 것——!
「으…………!?」
깨달아도 늦다.
왼손에는 열이 켜지고, 응축된 마력은 마스터의 소원대로 해방되어,
아픔 약간과 함께, 그 색을 잃어갔다.
「에———」
——실수했다, 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나는 령주의 사용법을 모르니까, 사용법을 착각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후우. 아무래도 일은 끝난 모양이구먼. 놀라게 하긴, 수명이 10년 정도 줄었다고?」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
……멀리서는, 단말마 같은 바람 우는 소리가 나고 있다.
지끈, 왼손이 아팠다.
왼 손등이 저리다.
령주는 피를 흘리듯이, 급속히 열을 잃어 간다.
「그런———말도 안 되는 일이」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왼손의 아픔.
멈춘 바람 우는 소리.
기척——눈에 보일 정도 살기를 동반하고 웃는, 충술사 노마술사.
「아니, 틀림없는 현실이지. 너도 마스터라면 알겠지? 자신의 서번트가, 이 세상에서 소멸된 사실을 말이야!」
「—————」
사고가 멈춘다.
시야가 얼어붙는다.
이 녀석은———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건가.
「뭘 그렇게 멍해져 있나. 세이버는 죽었다. 격이 아래라고 얕본 어새신에게 깨졌지. 그런 것도 모르나, 애송이?」
「무—————, 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왼손은 아프다.
확실히 왼손은 아프다.
그러나 령주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사라질 듯이, 점점 엷어져 가고 있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세이버라면 틀림없이, 지금 당장에라도 여기에 올 것이다———!
「잠, 꼬대———」
「그럼 끝내도록 할까. 토오사카의 딸은 아직 쓸 데가 있지만 말이지, 너는 이걸로 볼일이 끝났다, 애송아. 세이버와 함께, 나의 성지에서 죽도록 해라」
「———하지 마라, 이 자식———!」
달렸다.
왼손의 아픔, 좋지 않은 예감을 뿌리치려고, 그저 눈앞의 적에게로 달렸다.
「윽———, 하!」
조켄에게로 파고들어, 온 힘을 다해 경책을 내려친다.
정수리에서 가랑이, 1자로 세차게 내리친 일격은,
무언가에 막히고, 즉각, 나는 몸째로 튕겨나가고 있었다.
「아———, 윽———!」
벽에 내동댕이쳐져, 등을 세게 부딪힌다.
배를 맞았는지 호흡을 할 수 없다.
세게 부딪힌 등은, 불에 구워진 듯 저리고 있다.
귓가에는 벌레의 소리.
벽에 달라붙어있던 벌레들은, 튕겨나간 나에게 으스러지지 않도록 떨어져 갔다.
……그, 버석버석하는 소리조차, 나를 얼간이라고 조소하고 있다.
「제 때 맞췄나, 어새신. 그럼 애송이 처리도 너에게 맡기지. 세이버에 비하면 편한 작업, 유유히 즐기도록 해라」
조켄의 모습이 사라진다.
그 뒤, 노마술사가 서 있었던 어둠에,
흰, 해골 가면이 웃고 있었다.
……저것이, 서번트 어새신.
흰 가면을 쓴, 마토 조켄에 어울리는 검은 옷의 암살자.
「—————」
죽는다.
왼손의 아픔.
마비된 사고.
직후의 죽음을 인정한 심장이, 한층 높게 두근거리고.
미간과 목울대, 심장과 복부로 쏘아지는 흉기를, 손쓸 방법도 없이 받아들였다.
쏘아진 흉기를 튕겨내는 은의 빛.
내 목숨을 빼앗으려 한 단검 네 자루는, 전부 같은 검에 의해 막힌 상태였다.
「———」
그런 걸 하는 건 한 사람밖에 없다.
왼손은 아직 아프다.
령주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세이버……!」
「바보 놈, 실수했나……!?」
얼굴을 든다.
눈앞——나를 흰 해골 서번트로부터 지키듯이 나타난 그 모습은,
「에……?」
「음……?」
어새신과 마찬가지로, 검은 옷으로 몸을 감싼 서번트였다.
「라이, 더……?」
「—————」
틀림없다.
이 녀석은 신지의 서번트, 라이더다.
그런 그녀가 어째서 이런 곳에 있고, 나를 구해준 건가———
「네놈, 나에게 거역하느냐……! 에에이, 상관없다 어새신! 방해를 한다면 그 녀석도 처리해라!」
조켄의 외침에 해골이 응한다.
가로로 길게 뻗는 장발.
라이더는 아무 말 없이 어새신에게로 돌아서서,
그, 비처럼 쏘아지는 단검에 맞서 갔다.
——단검은, 육안으로 쫓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해골 가면은 법당이 좁다는 듯이 뛰어다닌다.
벽에 있었는가 하면 천장에 붙고, 천장에서 바닥에 붙어 단검을 연사한다.
전후좌우, 끊임없이 쏘아지는 단검은 막는 것도 피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겠지.
연달아 계속해서 쏘아지는 단검은, 눈깜짝할 사이에 바닥을 꿰뚫어 간다.
라이더에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세이버와의 싸움을 통해 라이더의 실력은 알고 있다.
세이버조차 막아낼 수 있을까, 싶은 어새신의 맹공이다.
세이버에게 일격에 쓰러진 라이더가 대항할 수 있을 리는 없다.
흰 해골은 용서 없이 자신의 흉기를 소사한다.
——그것은.
어딘가, 초조함이 담긴 맹공으로 보였다.
「———뭐」
이상을 깨달은 건, 이미 우열이 확정된 뒤였다.
……맞지 않았다.
어둠에 쏘아진 몇 줄기나 되는 단검은, 한 자루도 라이더에겐 맞지 않았다.
「네, 놈———」
천장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단검이 떨어진 건지, 어새신은 밉살스럽다는 듯 눈 아래의 적을 응시한다.
거기에,
———한 마리, 거대한 뱀이 있었다.
「—————」
……믿어지지 않는다.
그 정도 숫자.
그 정도 되는 단검을, 라이더는 전부 속도 하나만으로 다 피했다.
나를 구했을 때와는 다르다.
자기 혼자라면 튕겨낼 필요 따위 없다고, 라이더는 땅에 기는 상태로 어새신의 맹공을 피한 것인가.
「뭘 놀고 있나 어새신……! 내 손주의 서번트라고 해도 용서는 필요 없다, 빨리 처리하지 못할까……!」
「그럴 수는 없다——이 녀석, 이전과는 달라」
천장에 달라붙은 채, 어새신은 라이더를 응시한다.
지금 여기에 있는 라이더는 이전의 라이더와는 다르다.
그 몸 안에 가진 마력도, 적을 위압하는 박력도 현격히 다르다.
세이버에겐 미치지 못하기는 해도, 이걸 보면——라이더는, 확실하게 어새신을 웃돌고 있다.
「크———네놈, 어째서」
「—————」
라이더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그 몸이 한층 깊이 내려갔다.
그것이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동작이라고 깨달았을 때,
천장으로 나는 라이더의 단검과, 지면으로 뛰는 어새신의 단검이 교차했다.
「키———!」
「—————」
충돌하고, 서로에게 등을 향하고 착지한다.
라이더는 상처가 없다.
대조적으로, 어새신의 어깨에는 라이더의 단검이 박혀있었다.
「크———빠지지, 않아———!?」
어깻죽지에 박힌 단검을 잡아 빼려고 하는 어새신.
「—————」
거기에.
자르륵, 쇠사슬 소리를 내며, 라이더는 터무니 없게도,
「에———에에 ? ? ? ? ? ? !?」
쇠사슬을 써서, 어새신을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가, 기이이이이이———!」
해골 가면이 괴로운 소리를 지른다.
라이더는 아무 말 없이, 정말로 용서 없이 어새신을 휘두른다.
완전히 철구다.
쇠사슬에 연결된 어새신은 손쓸 방법도 없이 라이더에게 휘둘러져,
벽이란 벽에 다 격돌하고, 그 때마다 팔이나 발이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꺾여 간다.
「우왓, 위험……!」
부웅, 하고 선풍을 동반하고 이쪽으로 휘둘러지는 어새신을 숙여서 피한다.
「가, 카가, 가———!」
괴력이라든가 폭력이라든가, 이미 그런 차원이 아니다.
라이더는 마음껏 철구를 휘두른 뒤, 그 원심력을 살려서 손을 놓았다.
그야말로 해머던지기다.
온몸의 뼈가 부서진 어새신은, 무참하게도 마지막에는 머리부터 벽에 던져져,
「……아」
……날아간다.
해골 가면을 쓴 서번트는 쓰레기처럼 경내에 낙하해, 피를 흩뿌리며 바운드하고, 그뿐만 아니라 산문에서 굴러 떨어져갔다.
「아……우와아……」
……끔찍하다.
지금 그걸로 소멸될 정도로 서번트는 물렁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래서야 전투불능이겠지.
「어리석은 놈이———」
조켄의 기척이 사라진다.
노마술사는 불리하다고 깨달았는지, 라이더를 매도하며 모습을 감추고,
라이더의 폭거에 구석으로 도망쳐 있었던 벌레들도, 주인을 따르듯이 사라져갔다.
「크———윽」
어새신에게 맞은 배의 아픔에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법당에는 이미, 나와 라이더밖에 없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진정시킨다.
——거기서.
몸의 아픔이, 등과 배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세이———」
그게 어떻게 된 것인지, 사실은, 이미 생각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버———」
현기증을 견디며 복도로 향한다.
「——기다리세요. 혼자서 행동하는 건 위험합니다」
「…………너」
라이더에게 살기는 없다.
라이더는 진심으로, 그저 나를 구한 듯 했다.
「……너, 어째서」
나를 구해준 거냐, 라는 의문은, 별 상관 없었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 빨리———
「……너는 신지의 서번트잖아. 그런데도 어째서 나를 구해준 거야」
——거기에, 가고 싶은데.
어째서 이렇게, 다른 곳에 들리고 있는 건지.
「당신을 죽게 해서는 안 된다, 라는 명을 받고 있어요. 저는 주인의 명에 따랐을 뿐입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됐다. 납득할 수 없고 믿어지지 않지만, 대답이 돌아왔다면 됐다.
지금은 그것보다———빨리, 가야지.
「………………」
「—————」
그 장소가 그렇다고, 한눈에 알았다.
복도는 고요하다.
폭풍이라도 지나갔는지. 복도는 곳곳이 줄질한 것처럼 깎여, 반쯤 부서져 있다.
그 안. 유일하게 무사한 바닥에 정말로 아주 조금, 붉은 얼룩이 남아 있었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혈흔은, 누구의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그래도——그걸 본 순간, 무릎에서 힘이 빠져서, 복도에 무릎 꿇고 있었다.
「—————」
붉은 얼룩을 만진다.
피는 말라 있어서, 손가락에 남지도 않는다.
이 혈흔이 알리는 것은, 그저, 그녀가 여기에서 사라졌다고 하는 사실뿐이다.
“———제 역할은 당신을 지키는 겁니다, 시로”
「—————」
그 말을, 몇 번 들었을까.
그건 든든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 녀석은, 정말로 나에 대한 것뿐이고.
가장 중요한 자신을 지킨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
핏자국을 할퀸다.
세이버는 여기서 싸우고, 여기서 쓰러졌다.
싸운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이것이 죽음을 전제로 한 싸움이라고, 그녀와 계약하기 전부터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그걸 잘 알고서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도 거기에 응해주고 있었을, 뿐———
「세이, 버———」
나보다 작은 몸으로, 나를 지켜준 소녀.
성배보다 검은 그림자를 우선한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종국의 예감을 억누르고, 내 의견에 끄덕여줬다.
……그 결과가, 이거다.
나는 그녀를 잃고, 마스터에서 탈락돼서, 본래의 제 몫도 못하는 녀석으로 돌아왔다.
싸울 수단을 잃고, 혼자가 되어, 그래서——
———해야 할 일을,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가야지」
마지막으로 오래, 핏자국에 손가락을 댔다.
그걸로 끝.
머리를 숙이지도 감사를 하지도 않고, 손가락을 뗐다.
한층 강하게 왼손이 아파오고, 사라졌다.
세이버의 죽음을 인정하고, 이별을 고했을 때.
왼손의 령주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서번트를 잃었다고 해서, 령주를 잃지는 않는다.
령주가 소멸할 때는, 그 마술사가 마스터의 자격을 잃었을 때뿐이다.
「———그래. 즉, 나는」
이날 밤, 여기서 무엇이 일어났는지, 나는 알 방도도 없다.
확실한 것은 하나뿐이다.
나는 세이버를 잃고, 마스터의 자격을, 이 순간에 잃은 것이다.
……류도사를 뒤로 한다.
맞은 배와 등은 큰 상처인 듯 하지만, 지금은, 몸의 아픔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배웅하겠어요. 적이 없어졌다고는 해도, 밤길을 혼자 걷는 건 위험하니까」
「……에?」
무의식 중에 발을 멈추고 말았다.
라이더의 언동은 아까부터 너무 예상 외다.
「이해가 안 되는데. 그것도 네 마스터의 명령이냐?」
「——아뇨, 그러한 명령은 받지 않았어요. 이건 저 개인의 감정입니다. 그저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니, 다른 뜻은 없어요」
「……그래. 그렇다면 믿지만, 배웅은 됐어. 우리들은 서로 적이잖아. 그럼, 그렇게까지 신세는 질 수 없지」
「적——그럼, 당신은 아직 우리들과 싸울 생각인가요. 세이버를 잃은, 마술사도 아닌 당신이」
「—————」
대답은 하지 않는다.
아직 싸울 생각이고 자시고, 그만둔다는 소리 따위 한 기억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요——알았습니다. 가능한 한, 돌아가는 도중 조심하세요」
긴 머리가 펄럭인다.
라이더는 먼저 산문을 향해 간다.
그 등이, 나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무방비였기 때문인가.
「……Thank you」
그만, 하는 걸 깜박하고 있었던 말을 입 밖에 내고 있었다.
「에?」
돌아본 얼굴은, 분명히 놀라고 있었다.
「으……」
그런 얼굴을 하면 이쪽도 멋쩍지만, 분명히 감사는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신은 지금, 뭐라고 했나요?」
……진지하게 이쪽에 물어보고.
똑바로 마주하는 것도 어색하기에, 약간 시선을 돌린다.
「그, 그러니까, 고맙다고 했어. 네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죽었겠지.
……보이는 대로, 지금은 아무것도 돌려줄 수 없어. 그래서, 하다못해 감사 정도 해 두지 않으면 너한테 미안하지」
「——괘념치 마세요. 저는 주인의 명에 따랐을 뿐입니다. 주인의 명이 바뀌면, 금방이라도 당신을 죽일 거예요」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말하고, 라이더는 산문으로 사라져갔다.
「——그렇겠지. 그래서 신세는 질 수 없다고 한 거야」
홀로, 라이더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고 나서 걷기 시작한다.
라이더가 어째서 나를 구했는지 생각하는 건 뒤로 미룬다.
……집에 돌아갈 때까지 1시간.
그 겨우 1시간으로, 나는, 없어진 그녀의 모습을 뿌리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저택에 돌아왔다.
시간은 오전 1시를 이미 지난 상태다.
「윽———쿨럭」
콜록거리는 입에 손을 대자, 약간 피가 묻어있었다.
어새신에게 맞은 배는 아직 아프고, 벽에 세게 부딪힌 등도 얼얼하다.
복부의 손상은 모르겠지만, 등의 상처는 찰과상이겠지.
이전이라면 당장 나아 있었던 쓸린 상처가, 지금은 전혀 낫지 않는다.
「———그래. 이전으로 돌아갔겠지, 당연히」
세이버와 계약하고 나서 지금까지, 상처란 상처는 전부 저절로 치료되고 있었다.
그것도 없어졌다.
이제부터는 사소한 상처라도 치명상이 된다.
「선배」
그리고.
저택에 들어가자마자, 사쿠라가 복도에 서 있었다.
「……어라, 사쿠라? 어떻게 된 거야, 이런 늦은 밤에. 혹시 깨워버렸어?」
「아뇨, 잠이 안 와서 늦게까지 깨 있었어요. 그랬더니 선배의 신발이 없었으니까, 어딘가에 나간 걸까 싶어서」
「응, 좀 나다녔어」
……아, 그러고 보니 돌아왔을 때, 현관 불이 켜져 있었지.
그렇다고 하면, 사쿠라는 계속 현관에서 이러고 있었던 걸까?
「사쿠라. 쭉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에——— 아, 아뇨, 그렇지 않아요.
자, 잠깐 화장실에 들렸을 뿐이고, 때마침 현관에 있었을 뿐인걸요?」
「…………」
기다리고 있었구나, 이거.
나와 세이버가 저택을 떠나고 나서 3시간 하고 조금 더.
어쩌면 사쿠라는 바로 내 부재를 깨닫고, 주욱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그것보다 선배, 차 마시지 않겠어요!?
이런 시간이지만, 따뜻한 차를 마시고 느긋하게 있으면 힘이 나니까!」
「—————」
눈이 점이 된다.
사쿠라는 여느 때와 다르게 적극적이고, 뜻밖이다.
……즉, 사쿠라가 그렇게 배려할 정도로, 지금 나는 정상이 아닌 거겠지.
「———응, 부탁해. 그리고 다녀왔어. 사쿠라한테 말 안 하고 나다녀서 미안했어」
신발을 벗고 복도에 올라간다.
지끈, 하고 둔하게 아파오는 배를 누르고 거실에 향한다.
그런 나를 앞에 두고,
「……네. 어서 오세요, 선배」
어딘가 안심한 듯이, 사쿠라는 대답하고 있었다.
「아얏」
방석에 진을 치고 있었던 허리가 튄다.
등에 칠해진 소독약의 일격이다.
에, 치익치익 소리를 내고 있는 게, 불에 구워지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쿠라, 아파. 소독약은 이제 됐으니까, 상처를 닦고 가제라도 붙여줘」
「안 돼욧. 등이 온통 새빨가니까, 충분히 소독하지 않으면 안 돼요!
거기다 아픈 건 당연하죠. 이렇게 크게 다쳐서 돌아왔으니까, 조금은 참으세요」
「아얏」
……으. 다친 사람에게 용서가 없는 건 궁도부에서 배운 건지, 후지 누나에게 배운 건지.
「선배, 그 외에 아픈 데는 있나요?」
「응……? 아니, 다친 건 배랑 등뿐이야. 그 외엔 아무렇지도 않아」
「그런가요. 그럼, 남은 건 가제를 대고 테이핑하는 것뿐이군요」
익숙한 손놀림으로 구급상자를 다루는 사쿠라.
그 옆얼굴은 진지해서, 입을 놀릴 여지가 없다.
「—————후우」
자.
어째서 이렇게 됐는가 하면, 사쿠라가 끓여준 차가 배를 자극해서, 그만 토해내고 말았기 때문이다.
끝까지 숨길 작정이었지만, 사쿠라한테는 그거 때문에 들켜버렸다.
그래서, 웅?, 하고 삐진 얼굴로 힐문당한 결과, 실은 다쳤다고 자백하게 돼서, 이렇게 사쿠라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
물론, 처음엔 이렇게 피도 눈물도 없진 않았다.
「에——다, 다친 건 배인가요……!?」
라며 놀라는 사쿠라에게 배를 보이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여서 치료고 뭐고 할 상황이 아니었으니.
「사쿠라, 정말로 괜찮아? 치료라면 혼자서 할 수 있으니, 무리 안 해도 돼. 거기다, 등은 더 심해」
「괘, 괜찮아요! 할게요, 하게 해주세요!」
라고 허둥댔기에, 등에 난 상처 같은 거 보면 졸도하지 않을까 걱정했을 정도다.
「서, 서서선배. 저, 옷, 벗으세요」
그러나, 노력하는 사쿠라를 막는 것도 미안하고, 등은 혼자서는 치료할 수 없다.
이러저러해서 셔츠를 벗고, 사쿠라에게 등을 맡긴 것이다.
등은 찰과상투성이라, 당분간 사쿠라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눈싸움은 몇 분인가 계속되고, 사쿠라는「하, 할게요」하며 침을 삼키고 치료를 시작해줬다.
「—————」
그게 20분 정도 전의 일이다.
시간은 오전 2시 좀 지난 정도.
정성스런 사쿠라의 치료는, 곧 끝나려고 하고 있다.
「——자, 끝났어요. 새 셔츠를 준비했으니까 이쪽을 입으세요」
「에……? 아, 벌써 끝났나. Thank you, 사쿠라」
「아뇨. 선배도 수고하셨어요」
완전히 새 셔츠를 입고, 가볍게 심호흡을 한다.
……배의 타박상만은 어쩔 수 없지만, 등의 아픔은 얼마간 누그러져줬다.
오늘은 엎드려서 자고, 내일이 되면 더 좋아져 있겠지.
「자. 그럼 잘까. 이렇게 늦은 밤에 깨워서 미안했어, 사쿠라」
「에——아, 아뇨, 그렇지 않은, 데요」
고개를 숙이는 사쿠라.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할 수 없는, 그런 기색이다.
「사쿠라? 내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아뇨, 저. 선배, 세이버 씨는 돌아간 건가요?」
「—————」
한 순간, 현기증이 났다.
“세이버 씨는 돌아간 건가요?”
그렇게 자신 이외의 인간에게 듣고, 최후의『어쩌면』이, 완전히 지워졌다.
「———그래. 급한 이야기지만, 그 녀석은 돌아갔어. 이제 돌아오지 않아」
현기증을 견디며, 호흡을 가다듬고, 태연하게 대답한다.
……사쿠라의 의문은 당연하다.
겨우 4시간 전까지 있었던 세이버가 없다면,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니, 지금은 누구보다도 내가 진정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이버, 마지막에 사쿠라에 대해서 말했었어. 사쿠라는 외곬으로 생각하는 타입이니까, 더 마음 편하게 하라고 말야」
「……그런가요. 세이버 씨랑은 막 화해했었는데, 작별인사를 하지 못한 건 유감이네요」
——그렇구나, 라고 끄덕일 수는 없었다.
작별인사를 하지도 못하고, 세이버는 없어졌다.
……그것이, 토할 정도로 가슴에 무겁다.
겨우 6일뿐인 협력자.
겨우 6일밖에 함께 있지 못했던 파트너.
겨우 6일———나의 검으로 있어줬던 그 녀석에게, 나는 무엇으로 응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다행이에요. 그 사람이 오고 나서, 선배 다치기만 했으니까. 이걸로 이제까지와 마찬가지군요, 선배」
「에?」
「그렇죠? 뭘 하고 있었는지는 묻지 않겠지만, 선배는 세이버 씨를 위해서 나다니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그 세이버 씨도 돌아가 버렸으니까, 선배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도 않는 거잖아요」
「아니. 세이버가 없어져도, 밤에 나다니는 건 계속할 건데.
……에, 세이버에 맞춰서 행동하고 있던 게 아니라, 내가 세이버를 행동을 같이 하게 만든 거니까」
일어선다.
치료가 끝나서, 긴장도 풀린 거겠지.
어쩐지, 급격하게 졸려왔다.
「에———선, 배」
「잘 자 사쿠라.
그리고 지금 그 얘기 말이지. 내일부터 더 집을 비우게 되겠지만, 사쿠라는 지금까지 했던 대로 여기를 써 줘.
오늘밤처럼 돌아오는 게 늦어지는 때도 있겠지만, 신경 쓰지 말고 똑바로 잘 것.
아까처럼 계속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다, 라는 건 없기야」
「………………네. 안녕히 주무세요, 선배」
몸을 쉬게 한다.
……실감은 없었지만, 몸은 정말로 완전히 지쳐있었다.
엎어져서 눕기만 했는데, 몸도 마음도 지금 당장 잠에 빠지고 싶어하고 있다.
「—————」
그 전에, 각오를 하려고 어둠을 노려봤다.
세이버가 무엇에 패했는가, 자신이 싸워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을 확실하게, 여기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
……그걸 다시 떠올리면 가슴이 삐걱댄다.
몸은 작게 떨고, 분노인지 두려움인지 판단되지 않는 초조에, 당장에라도 마음이 꺾일 것 같다.
「———내가, 싸워야 할 상대」
그것이 그 그림자다.
무차별로 거리의 인간을 덮치는 “무언가”.
세이버와 아쳐조차 두려워하고 있었던 검은 그림자.
……보지는 않았지만, 확신 같은 것이 있다.
세이버는 녀석에게 패했다.
어새신의 힘을 가지고는 세이버를 쓰러뜨릴 수 없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그녀를 격파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하면, 그건 그 그림자뿐이겠지.
「—————」
세이버를 쓰러뜨린 그것을 쓰러뜨린다.
적은 그것만이 아니어서, 마토 조켄이나 어새신과도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마스터에서 탈락한 나에게 볼일은 없다고 조켄은 말했다.
그러나 내가 성배전쟁과 “검은 그림자”를 계속 쫓는 한, 조켄은 반드시 나타난다.
「—————」
……몸이 떨린다.
이미 세이버는 없다.
상처를 치유해주는 기적도 없거니와, 무기가 되는 건 반쪽 짜리 마술뿐이다.
자신도 이것이 무모한, 자살행위라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싸우겠다고 결심했어. 정의의 사자가 된다고 했지」
그 때문에 세이버를 잃었다.
그 때문에 그 화재에서 지금까지, 키리츠구의 뒤를 쫓아왔다.
나에게 용납된 것은, 두 번 다시 그런 참상을 되풀이하게 놔두지 않도록, 싸움을 막는 것뿐.
……그러니, 떠는 건 이 밤으로 끝내야지.
아침이 돼서 상처가 치유됐을 때.
없어져버린 그녀에게 가슴을 펼 수 있도록, 강한 자신이 돼 있지 않으면 안 되니까———
방에 돌아온다.
소녀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침대까지 걸어가, 털썩, 힘없이 앉았다.
「……선배. 그런 상처를 입었는데, 아직」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저, 소년은 겨우 몇 시간 사이에 단식한 것처럼 야위고, 온몸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며칠 전, 갑자기 이 집에 나타난 금발 소녀도 돌아오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그 상황만 봐도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건 명백하다.
소년은 무언가를 숨기고, 금발 소녀는 그 결과 돌아오지 않게 됐다.
「………………」
그러나, 그런 건 어떻든 상관없다.
그녀에게, 그런 건 어떻든 상관없는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소년만 무사하다면 그걸로 족하다.
그녀에게는, 에미야 시로가 돌아와주는 것보다 더한 기쁨은 없으니까.
「……어라……오늘은 추운 걸까……」
한기를 느끼고 이마에 손을 댄다.
……뜨겁다.
몸은 열을 띠어, 정신을 단단히 차리고 있지 않으면 쓰러져버릴 것 같다.
가벼운 감기겠지.
유행병에는 걸리지 않는 소녀치고는 드문 일이지만, 여하튼 3시간 가까이 복도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컨디션을 해치는 건 당연하다.
「…………, 응……」
나른한 몸에 채찍질을 해서 불을 끈다.
옷을 갈아입을 정도 여력은 없어서, 소녀는 푹, 침대에 쓰러졌다.
「……괜찮아. 이런 거, 선배에 비하면 전혀 아무것도 아니고——」
엎드린 채, 소녀는 몇 분전의 광경을 다시 생각한다.
……강판으로 갈린 듯한 등의 상처.
……무거운 둔기로 맞아, 새까맣게 부은 배의 멍.
……심신 모두 상처입고 있었는데도, 역시 조금도 흐려져 있지 않았던 강한 시선.
「……아……응, 후———」
다시 떠올린 순간, 두근, 하며 체온이 올라가버렸다.
그것이 고양이 아니라 증오에 의한 것이라고, 소녀는 깨닫지 못한 척을 한다.
「……대체, 누가 그런」
……그렇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를 그렇게까지 상처 입힌 사람을 용서할 수 없었다.
밉다든가 싫다든가, 그런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다.
그 사람은 계속 상처 입어 왔는데도, 지금까지 계속 상처 없는모습으로 여기에 있어 줬다.
그, 자기 따위와는 다른 소중한 존재를 상처 입히는 자는, 누구든지 용서할 수 없다.
「응……하지만……선배의 등, 굉장했지……」
누운 채, 멍하니 손을 뻗는다.
……그렇게 가까이에서, 소년의 맨살을 본 건 오랜만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남자애치고는 작은 체구로, 자신과 그다지 키가 차이 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이 2년간 급속하게『남자』가 되어 가고 있다.
소년이 감기로 쓰러졌을 때와는 다르다.
그 때는 그저 감기다.
오늘밤의, 상처 입은 남자의 몸과는 다른 것이다.
「———선배」
다시 생각하면 머리가 멍해진다.
하루도 적당히 하지 않았겠지, 단련된 근육은 쓸데없는 부분이 없고, 맨살을 드러내자 놀랄 정도로 늠름했다.
나긋나긋한 몸매는, 동물에 비유하자면 영양이겠지.
외견으로는 잴 수 없는, 작으면서도 절벽을 달려 올라가는 듯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응……가슴도 넓었고——굉장히, 남자, 다웠어」
그건 분명 선배의몸이였어 선배의몸이였다구....
하지만,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떨쳐보내기로헀다.
「바, 바바바바바보……! 죄, 죄송해요 선배……!」
부끄러운나머지
얼굴만이 아니라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고, 소녀는 침대 위에 둥글게 옴츠렸다.
이렇게까지 빨개질 일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손가락의 기억이 너무 선명하다.
아까까지 소년에게 닿아 있었던 손가락은, 여느 때 이상으로 소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한것이다.
「———에———」
그러나.
그것이, 몸의 열을 높인 것인지.
「아———, 응, 후…………———」
갑작스럽게, 소녀의 심박수가 상승했다.
「윽, 응…………아, 야———」
이런, 이라고 생각한 때에는 늦었다.
……몸이 뜨겁다.
사고가 멍해져서, 어떤 것밖에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손발은 매우 나른해서, 실로 조종되는 인형이 된 착각이 든다.
「하……앙, 아……아, 응……후———」
……내쉬는 숨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뜨겁다.
몸의 열이 밖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인지.
체내의 열에 뜨거워져서, 머리는 급속하게 기억이라든가 지성이라든가 이성이라든가
도덕이라든가 그런 것을 엷게 만들어서, 하나밖에, 아니, 하나를, 생각해도 되도록 바뀌어 간다.
「좋아해요.....선, 배………」
소년에 대한 망설임, 죄악감이 더욱 소녀를 고양시켜 간다.
상처 입은 소년의 몸. 등에 묻은 핏자국을 생각하기만 해도 현기증이 난다.
이제 돌아오지 않는 소녀. 다시 빼앗았다고 하는 사실. 여러 가지 거짓말.
평소의 자신으로부터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두운 감정이, 소녀를 보다 죄악감으로 가득차게한다.
하지만, 그런 건 사소한 것이다.
정말로 기쁜 것은, 이렇게나 기쁜 것은, 소년이 자신에게로 돌아와준 것뿐.
……하지만 언제어떻게될지 모르는일이다.
이번 일을 통해 알아버렸다.
그 사람은 나를 배려해주지만, 동시에, 나를 멀리하는 걸 통해 지키려 하고 있는 거라고.
「선배가 늘있어준다고 했으면서……!」
그게 탐욕스러운 소원이라고는 알고 있다.
말로 해서는 안 되는 소원,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기에, 소녀는 더욱괴로워하는거다.
되풀이되는 참회만이, 소녀로부터 한 때의 망상을 식혀 갔다.
하지만 오늘밤은 더 무거운 번민이 있다.
……상처 입은 몸.
그런 꼴을 당했는데도, 그는 아직 싸운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선배, 이대로 가면 더 큰 상처를 입고 말아……」
땀이 난 몸으로 이리저리 생각하며 고민한다.
처음부터 대답 따위 나오지 않는 고민, 소녀에게는 해결할 방법이 없는 문제다.
이대로 밤이 샐 때까지 계속 생각해봐야, 소녀에겐 소년을 말릴 방법 따위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뭐야. 밖에, 내보내지 않으면 되는구나」
안심한 목소리로, 극히 간단한 대답에 소녀는 맞닥뜨렸다.
소녀는 갑작스런 하늘의 계시에 굳은 얼굴을 풀며, 진심으로 안도한 듯이,
「응. 걸을 수 없게 될 정도로 다쳐버리면, 이제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군요, 선배———」
그렇게, 이야기하듯이 중얼거렸다.
돌 냄새가 나는 방이었다.
불빛은 인공의 것이 아니라 천연의 것.
흔들리는 램프의 불은 남자의 등을 비추고, 그 손 아래에 깔린 양피지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협회인지 하는 것에의 보고선가? 너도 바쁜 남자로군, 코토미네」
목소리는 낌새도 없이, 등뒤에서 걸려왔다.
거기에 놀라는 모습도 없이, 의자에 앉은 남자……코토미네 키레는 두 번째 일에 착수한다.
「호오, 예의 찬탈자에 대해서로군.
어디, 피해자는 이미 57명, 그 중 사망자는 5명이라. 감독으로서 이건 많은 편인 건가, 코토미네」
「——이 단계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군.
이 정도 대규모 의식불명사건은 처음이지만, 거기에 그친다면 문제는 없지.
어느 쪽 조직도 이 정도 뒷처리는 이미 동의했다.
그러나———」
「그것도 지금 페이스대로라면, 인 건가. ……흥, 어디의 누군지는 몰라도 요란하게 해 주는군.
깨닫고 있나, 코토미네. 이대로 내버려두면, 이 도시는 무인이 된다」
코토미네는 대답하지 않는다.
등뒤에 나타난 청년의 말하고자 하는 바 같은 건, 그도 역시 잘 알고 있다.
거리에 나타난 수수께끼의 그림자.
지금은 아직 생명력만을 빨아들이고 있지만, 그 양도 날마다 늘고 있다.
이틀 전부터 시작된 이 이상착취는, 앞으로 며칠 정도 있으면 규정량을 넘는다.
지금은 아직 호흡곤란 정도의 병상에 그치지만, 얼마 안 있어 건강한 성인남성조차, 밤을 넘길 수 없게 되겠지.
「그러나 그 걱정은 필요 없다. 초심자도 아니고, 제한을 모르는 것도 아니겠지」
「그럴까. 그 충술사는 그렇지도 않은 듯 한데. 그런 류의 녀석들은 일찌감치 부수지 않으면 탈이 된다고?
이 몸도, 순순히 거리의 인간을 죽임 당하는 건 성미에 안 맞는다」
코토미네에게는, 그 발언이야말로 놀랄 만하다.
이, 자기 이외에는 아무도 필요 없다는 남자가, 거리에 사는 인간의 안부를 신경 쓰다니.
「놀랐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나, 길가메쉬」
「놀랄 일은 아니지. 이 몸은, 이 몸 이외의 자가 사람을 죽이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그만두면 시시한 죄와 벌로 망설이겠지. 그런 류의 괴로움은 즐겁지도 않으니까 말이지」
「……과연. 너는 너대로 역시 영령이군.
삶의 괴로움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죽음을 쓴다. 그렇다면, 네 소망은 역시 죽음인가」
「당연하다. 현대는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자들 뿐이니 말이지. 일소하는 게 정의라는 거잖나」
모멸하는 목소리는, 절대적인 여유와 위엄으로 차 있었다.
신부는 그걸 들으면서, 손을 쉬지 않고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과연.
그렇게 바란다면, 성배는 네가 쓰도록 해라. 너를 타도하는 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성배는 네 것이다」
「흥? 코토미네, 너에겐 소망이 없는 건가」
「명확한 소원 따위 없지. 나에게 있는 것은, 명확한 쾌락을 바라는 자신뿐이다」
「하——하하하, 그런가, 너에겐 쾌락뿐인가———!」
간결한 대답에 청년은 웃음을 터뜨린다.
진심으로 즐겁다고, 자신의 파트너를 자랑으로 여기듯이.
「좋다. 이 몸은 역겹기에 죽이고, 너는 즐거우니 죽인다.
이유는 달라도 성배에 구하는 것은 마찬가지, 그렇기에 이 몸을 지금까지 매어뒀다는 거로군!」
「—————」
신부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담담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간다.
「흥——네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래도 좋다. 가능한 한 마음대로 하지」
청년의 기척이 사라진다.
정숙을 되찾은 석실에서, 신부는 출구를 일별했다.
「미쳐있는 것처럼 보여도 중심은 여전히 제정신인가.
그 진흙도, 저것의 혼까지는 오염시킬 수 없었다고 보이는군」
영웅왕 길가메쉬.
황금의 서번트는, 이 시점에서 최강의 존재다.
그건 자타 모두 인정하는 것으로, 게임 마스터인 코토미네 자신이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가치한 것은 있으나, 무의미한 것 따위 없지.
……주의해라, 영웅왕. 너에게 패배를 주는 것이 있다고 하면, 그건 그 한 점뿐이겠지」
독백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다.
붉은 빛에 비춰진 신부는, 미래를 응시하는 예언자인 듯도 했다.
첫댓글 아... 세이버 잃엇네 ㅠㅠ
대신 득녀만 2명이라는 암튼 마술의원리인 등가교환의법칙에 상응하는 일이군요^^
득녀 두명은 이리야랑 사쿠라를 말하는 건가? 대신 시로가 세이버 대신 싸워야 하잖소.
ㅋㅋ 주인공역할을 할때가됐다이거죠.
즐감이요 ~~
오랫만에 읽네요.. 시로님 즐감했어요~
하아.. 왠지모르게 슬퍼지네요..
요새 디플에 못들어와 리플도 못달았네요..;; 다시 출첵해야지
모두들감사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