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문상/김종해
나는 지금 한강의 흐름보다 더 느리게 강변북로를 주행중이다. 한강은 제 몸을 풀어 유유자적 바다로 가지만, 길 속에 갇힌 나는 그러지 못한다. 좁혀진 차간 거리에서 붉은 제동등이 수시로 켜지는 서강대교에서 한남대교까지 흘러가며 나를 떠메고 가는 한강을 생각한다. 그 짧은 순간,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차창 밖에서 멈춰 있던 한강이 처음으로 물소리를 내고 한강 철교 위로 수증기를 뿜는 기차가 낭만적인 기적소릴 울린다. 그보다 옆 차선에선 물처럼 흐르던 검정 리무진이 어깨를 맞춘다. 리무진 꽁무니에 조그맣게 걸린 근조謹弔 화환. 평생에 한 번 타볼까 말까 한 저 근사한 리무진 안에 호사스럽게 누워 있는 이는 누구일까. 사실 나는 이 정체구간에서 저 리무진을 본 순간, 세상의 시간을 놓아버렸다. 저 리무진 안에서 잠자듯 누워 있는 사람이 지금 가고 있는 곳, 한강을 거슬러 구리를 지나고 양평을 지나고 그리고 시간의 끝, 세상의 끝에 그 사람의 북망산이 있으리라. 가진 것 다 버리고, 북망산으로 가고 있는 저분의 영원한 시간. 나는 차창을 열고 심호흡을 해보았다. 갈기를 여민 나의 애마愛馬 오피러스도 내 마음을 아는 듯 길 위에서 문상問喪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