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중 아롱사태와 스지는 조금 생소한 부위지만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체내에서는 생성되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콜라겐도 다량 함유되어 있어 피부 미용에도 그만이다. 아롱사태와 스지를 푹 삶아 수육을 만들 때면 이 맛을 맛보게 하고 싶어 늘 주변 지인들을 불러 모으게 된다.
아롱사태 스지 수육
재료_사골 1kg, 아롱사태 400g, 스지 400g,
소스_(마늘 5쪽, 양파 1/2개, 간장 2큰술, 물·식초 1큰술씩, 설탕 약간)
만들기
1_사골은 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아롱사태와 스지는 통째로 물에 씻은 후 핏물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위해 냄비에 넣고 한 번 끓인 후 건진다.
2_냄비에 핏물을 뺀 사골을 넣고 물을 넉넉히 부은 후 한 시간 정도 끓인다. 여기에 1의 아롱사태와 스지를 통째로 넣어 3시간 정도 삶은 후 건져서 식혀둔다.
3_2의 아롱사태와 스지를 도톰하게 썬 다음 접시에 담는다.
4_마늘은 채 썰고 양파는 가늘게 채 썬 다음 나머지 재료를 섞어 소스를 만들어 함께 낸다.
*아롱사태, 스지를 사골과 함께 삶으면 고기 속에 사골의 젤라틴이 흡수돼 더욱 쫀득해진다.
수육 전골
재료_우설 200g, 사태 혹은 아롱사태 200g, 차돌박이 200g, 배추 속잎 5장, 통마늘 10쪽, 굵게 다진 마늘 1큰술, 깻잎·쑥갓·파·소금·후춧가루·생강·국간장 약간씩,
소스(간장·고춧가루·다진 파·다진 마늘·식초 적당량씩)
만들기
1_우설, 사태, 차돌박이는 한 번 끓여서 핏물을 뺀 다음 물을 넉넉히 붓고 2시간 정도 삶는다. 이때 냄새를 없애기 위해 생강과 마늘을 넣고 함께 삶는다.
2_1의 고기는 건져 식힌 후 얇게 썰고 고기 국물은 따로 둔다.
3_배추는 길게 썰고 깻잎은 반으로 자른다. 쑥갓과 파는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한다.
4_냄비에 손질한 배추와 깻잎, 쑥갓, 파를 돌려가며 담고 가운데에 2의 고기를 넣는다. 굵게 다진 마늘을 넣고 고기 국물을 붓는다.
5_소금으로 밑간을 하고 한소끔 끓인다.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 후 후춧가루를 넣고 좀 더 끓인다.
6_분량의 재료를 섞어 소스를 만든 후 함께 낸다.
* 수육 전골은 맑은 국물이 포인트이므로 국물이 탁해지는 재료는 가급적 피한다.
나는 한식을 서양식처럼 먹는다. 다시 말해 한 상에 올라온 한식을 골고루 맛보지 않고, 순서를 정해 코스 요리처럼 즐긴다.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이 섞이는 게 싫어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천천히 꼭꼭 씹어 남김없이 먹는다. 급히 먹으면 양념 안에 밴 식재료 고유의 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에 치여 살다 보니 늘 시간에 쫓기고 또 가뜩이나 성격도 급한 편이지만, 나의 이러한 까다로운 음식 철학 때문에 나에게 밥 먹는 일은 하나의 ‘의식’과도 같다.
의식의 첫 번째는 조리하지 않은 생채소를 먹는 것. 자연 그대로의 생채소를 먹은 후엔 조리된 채소, 생선, 메인 요리와 찌개 순으로 식사를 한다. 그런 후에는 국에 밥을 말아 김치와 함께 먹는데, 이때는 꼭 밥 한 숟가락을 남긴다. 남은 한 숟가락의 밥은 반드시 물에 말아 개운한 장아찌와 먹거나 밥알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반찬 없이 개운하게 식사를 마무리한다. 식당에 가서도 이러한 원칙을 고수하다 보니 친절한 식당에선 내가 비워내는 찬 그릇에 인심 좋게 반찬을 계속 채워다 줘 반찬을 절대 남기지 않는 내 ‘의식’에 혼선이 생기기도 하지만 워낙 식사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한 끼 식사는 나에게 늘 즐거움이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재료 고유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조리법, 그중에서도 양념 사용, 그중에서도 마늘 사용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한 편이다. 마늘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건강식으로 맹신하는 탓에 많이 먹기도 하지만 양념에 사용하기보다는 가급적 통으로 구워 먹거나 조림 음식에 넣어 함께 조려 먹는다. 양념으로 여기저기 넣다 보면 마늘 본래의 은은한 맛과 향을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김치처럼 강한 맛은 모든 맛을 종결시키므로 김치는 꼭 식사의 후반부에 먹는다.
이렇듯 음식에 있어 까다로운 내가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음식의 식감이다. 육류는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유일하게 좋아하는 부위가 있는데, 바로 아롱사태와 스지. 쫀득하게 씹히는 맛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장조림을 할 때는 홍두깨살을 사용하지만, 어릴 때 엄마는 뻑뻑한 홍두깨살 대신 쫀득한 아롱사태와 스지 부위로 장조림을 자주 해주셨다. 아롱사태나 스지는 비교적 생소한 부위인데, 체내에서는 생성되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과 무기질이 풍부할 뿐 아니라 콜라겐도 다량 함유되어 있어 피부 미용에도 그만이다. 맛과 영양은 물론 가격도 경제적이어서 한번 접하게 되면 그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아롱사태는 다리에 붙은 근육질이고 스지는 힘줄이니 워낙 질겨 조리할 때 드는 시간이 만만치 않지만, 곰국 끓이듯이 오래 끓이다 보니 이제는 응용력이 생겨 스지 수육으로까지 메뉴를 발전시켰다. 아롱사태 스지 수육을 할 때면 얼른 맛보게 하고 싶어 늘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게 된다. 오래 푹 끓여야 제맛인 된장국이나 찌개에도 스지를 넣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된장에 스지를 넣고 물을 넉넉하게 부어 끓이면 다른 양념을 넣지 않아도 된장의 구수한 맛과 쇠고기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입안에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이정화씨는… 굵직굵직한 인테리어 작업을 해오고 있는 디자이너 이정화씨는 타고난 미각의 소유자다. 식재료 하나도 까다롭게 선택하고 양념을 많이 넣은 음식엔 손도 대지 않을 만큼 자연 그대로의 조리법을 즐긴다. 디자이너로서의 미적 감각은 식탁에서도 발휘된다. 요리를 전문으로 하지 않더라도 누구보다 건강하고 맛있고 세련되게 한 상 차려 먹을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그녀로부터 식당에서는 살 수 없는 맛의 비법을 전수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