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 학습을 한다. 다른 동물은 학습을 하지 않는다.’
이 명제는 얼마 전까지는 참이었지만 지금은 거짓으로 바뀌었다.
흩어져 사라져버리는 소리와 장면들을 카메라 영상에 담을 수 있게 된 후로
많은 곳에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에 관한 위의 명제도 그중 하나다.
동물 행동 연구학자들은 포유류는 침팬지, 조류는
당까마귀에 대한 연구에서 놀랄만한 사실을 보여준다.
그중 침팬지가 흰개미 먹이를 잡기위해 나뭇가지를 낚싯대처럼 다듬는다는 연구결과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가장 최근 자료는 당까마귀에 관한 것이다.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 동물 행동 연구실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당까마귀는 좁고 긴 물병 속의 벌레를 먹기 위해
부리로 돌을 집어넣어 수위를 높인 다음
벌레를 잡아먹는 행동을 보였다.
당까마귀는 큰 돌이 작은 돌보다 효과적임을 알고
큰 돌을 골라 넣는 영리함도 보였는데,
당까마귀의 이러한 행동은 우리를 참으로 놀라게 한다.
한 편의 이솝우화가 21세기에 사실로 나타난 것이다.
누가 인간만이 학습한다고 하겠는가? 누가 인간만이 생각한다고 하겠는가?
학습이 무엇이고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정확하게 알면
학습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무언가를 쉽게 배울 수 있다.
반면, 학습이 무엇이고 메커니즘이 어떤지 모르면 배움이 어렵다.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을 어렵게 배우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학습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사람들은 부지런히 학습을 하면서도
학습자체에 대한 자신들의 뇌 속의 일은 잘 모른다.
백과사전에 ‘학습의 종류’를 찾아보면 두 가지 종류가 나온다.
바로 ‘운동학습’과 ‘언어학습’이다.
언어학습은
다른 말로 개념학습 또는 사고학습이라 한다.
언어학습은 지식의 획득을 위해
언어기호를 이용한 학습을 말한다고 나와 있다.
운동학습은
근육의 반응에 관계되는 학습으로
지금까지 언어학습과 함께 인간의 2대 학습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거나
피아노를 치는 학습을 대표적인 운동학습으로 여긴다.
언어학습과 운동학습의 구분은
외양적인 것에 기준을 둔 분류이며,
기준은 언어기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백과사전에 있는 것이 모두 맞다고 볼 수는 없다.
시대가 지나고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백과사전의 내용이 수정되어야 할 경우도 생긴다.
학습에 대한 백과사전의 내용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이 분류기준에 의하면
영어 학습, 외국어 학습은
분명히 운동학습이 아닌 사고학습이 된다.
언어기호를 사용한 지식의 습득인 것이다.
모든 영어교재는
영어 문자와 발음기호로 채워져 있어서
책을 통해 영어 단어와 문장을 습득하는 학습방법,
즉 사고학습이 딱 맞는 말이 된다.
백과사전에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을 만큼,
사람들은 영어 학습이나 다른 외국어 학습을 당연히 사고학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습을
‘운동하는 어떤 것’과 ‘사고적인 것,
즉 생각하는 어떤 것’으로 구분한 것은 적절하더라도,
그것을 분류하는 기준에 대한 근거가 매우 비과학적이다.
따라서 백과사전에 쓰여 있는 학습의 구분은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학습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한 근거는
과학적인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학습의 구분을 ‘소뇌와 대뇌의 종합적인 네트워크 학습인가,
아니면 대뇌만의 학습인가’의 기준으로
운동학습과 사고학습을 구별해야 한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감각과 운동 사이의 반응시간을 기준으로
운동적인가 사고적인가를 구별해야 한다.
반응시간에 대한 뇌의 과학적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소뇌와 대뇌의 운동조합으로
3초를 기준으로 제시한다.
감각 후 근육운동이 시작되기까지
매번 3초를 초과하면 사고적이라 부르기로 하고,
3초 이하의 시간으로 숙달되면 운동적이라 부르기로 한다.
이 두 가지 기준을 조합하면 학습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학습의 분류 1. 운동적 운동학습 → 운동학습: 축구, 영어
2. 운동적 사고학습: 단기기억, 암산
3. 사고적 운동학습: 골프
4. 사고적 사고학습 → 사고학습: 수학
위의 그림은 새로운 학습 분류 기준을 네 가지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첫째, 반응시간이 3초 이하면서 소뇌와 대뇌의 네트워크 작업인 것을 ‘운동적 운동학습’이라 부르기로 한다. 대표적인 예로 백과사전에도 나왔듯이 컴퓨터 키보드 치기, 피아노 치기가 있고, 야구ㆍ축구ㆍ배구ㆍ농구 등 대부분의 스포츠가 운동적 운동학습이다. 간단히 운동학습이라 부를 수 있다.
둘째, 반응시간이 3초 이하이면서 대뇌만의 작업인 것을 ‘운동적 사고학습’이라 부르기로 한다. 짧은 기억 학습, 순간 기억 학습, 반복적으로 훈련된 수학 계산 및 수학 문제풀이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암산 훈련으로 덧셈 뺄셈 계산을 빠르게 해내는 것도 운동적 사고학습이다.
셋째, 반응시간이 3초를 초과하고 소뇌와 대뇌의 네트워크 작업인 것을 ‘사고적 운동학습’이라 부르기로 한다. 골프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골프를 잘 생각해 보라. 축구, 배구와 같은가? 똑같이 소뇌와 대뇌의 종합적 활동으로 일어나는 운동인데 골프는 이들과 무엇이 다른가? 바로 즉각적 반응시간이 다르다.
축구ㆍ배구ㆍ야구는 반응시간이 짧아야 한다. 느리면 경기에서 지게 된다. 따라서 축구ㆍ배구ㆍ야구는 짧은 반응시간에 정확한 운동 동작을 요구한다. 하지만 골프는 많은 생각과 판단을 필요로 한다. 먼저 반응의 지연시간을 갖게 되고, 그다음 샷을 한다. 골프는 생각하고 운동하는 사고적 운동학습의 전형적인 스포츠다. 또한 한국어나 영어를 말할 때, 상황에 적합한 말을 생각을 통해 찾아서 말하는 것도 사고적 운동학습에 해당된다.
넷째, 반응시간이 3초를 초과하고 대뇌만의 작업인 것을 ‘사고적 사고학습’이라 부르기로 한다. 간단히 사고학습이라 부를 수 있다. 여러 개의 개념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개념을 도출하고 기억하는 등 대부분의 학교 공부가 여기에 해당된다. 책을 읽고 개념을 파악하고 기억한다. 개념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지연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전형적으로 수학과 과학 학습이 여기에 해당된다.
근본적으로 수학문제를 푸는 것은
사고학습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반복된 문제풀이 훈련으로 유사한 유형의 문제를 빠른 시간 내에 풀어내는
수학 문제풀이 훈련은
‘사고학습의 운동적 사고학습화’ 훈련에 해당된다.
필요한 훈련이지만 본말이 지나치게 바뀌게 되면
사고능력은 떨어지고 운동적 사고학습 능력만 남게 된다.
깊은 사고능력을 필요로 하는 수학에서는 매우 위험한 학습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아무런 의심 없이
네 번째의 사고적 사고학습이라고 알고 있었던
외국어로서의 영어 학습은
위의 네 가지 중 어디에 해당될까?
그것은 첫 번째와 세 번째의 운동학습에 해당한다.
영어를 말하는 학습은
기억된 소리를 구강과 혀를 운동시켜 숙련되게 말해야 하므로
당연히 소뇌-대뇌가 종합된 운동학습이다.
말은 주고받는 클럭 속도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 클럭 속도에 맞게 운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소뇌와 대뇌는 매순간 함께 작동한다.
바로 운동적 운동학습이다.
여기에 더해서 상황에 맞게 정확히 말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이것은 사고적 운동학습이다.
이처럼 영어는 결국 운동학습으로 귀결된다.
한국 학생들은 단어를 기억하고 말하는 것을 사고학습으로 한다.
단어장에 기록된 단어와 발음기호를 보며
생각을 통해 대뇌에 기억시킨다.
소리를 통해 기억시키는 것이 아닌
생각의 사고 행위로 기억시킨다.
이렇게 기억된 것이 짧은 시간의 소리자극에 감응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영어를 말하는 학습은
책에 쓰인 문장을 생각으로 이해하고 해석한다.
또 책에 쓰인 문장을 해석하고 기억하려고 한다.
사람들은 기억한 대로 말하면
그것이 말하는 학습이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대뇌에 기억시켰다 해도
짧은 시간에 대뇌와 소뇌를 모두 작동시켜 말을 하려고 하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학습한 사람은
입으로 말을 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문장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말할 시간은 한참 지나가 버린다.
또 말을 듣는다는 것이 들은 단어의 스펠을 떠올리고 있다.
들을 말은 이미 한참 지나갔고, 들을 소리도 공중에 흩어져버린 뒤다.
한마디도 못 듣고, 한마디도 못한다.
따라서 머릿속에 생각은 많아도 말은 없다.
생각은 많지만 몸이, 입이, 혀가 말을 안 들어주기 때문이다.
운동학습에서 운동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범주착오에서 온 결과다.
운동학습을 사고학습으로 잘못 이해하고 공부했기 때문이다.
수학공부가 사고학습(사고적 사고학습 + 운동적 사고학습)이라면,
외국어로서의 영어 학습은 운동학습(운동적 운동학습 + 사고적 운동학습)이다.
여기에 맞게 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
영어 학습이 사고학습이라는 잘못된 견해를 버리고
운동학습이라는 바른 견해를 가지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영어와 수학 학습의 균형저울
영어 학습 : 운동학습
수학 학습 : 사고학습
소리와 영상을 모두 기록해서 사용할 수 있는 요즘,
IT 기술과의 접목으로 운동적 학습에 맞는 영어 학습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이론으로 새로운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야 한다.
외국어로서의 영어 학습은 2~3년이면 배울 수 있고,
그 정도의 기간이면 누구나 일상적으로 말할 수 있다.
원어민 교사 없이도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만약 그런 날을 희망한다면,
최우선적으로 영어 학습에 대한 범주착오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치 이솝우화 속의 당까마귀가
2,500년의 세월을 날아와서
픽션(fiction)을 팩트(fact)로 보여주었듯이.
오랜 시간 동안 인간들의 잘못된 생각
즉, ‘인간만이 학습한다’, ‘인간만이 생각한다’를 바꿔주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