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여름휴가 전 2019년 임단협 타결`을 언급했다. 익히 듣던 소리다. 지난해 말에 `연내 타결`이라고 하더니 이젠 `여름휴가 전`이라고 한다. 하지만 올해 하계휴가 전 타결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당장 이번 주부터 휴가가 시작되는데 언제 합의점 도출하고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에 부칠 건가. 또 투표에서 과반수 동의로 합의안이 통과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는가. 2019년 임단협 안을 두고 노사가 밀고 당기는 주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현대중공업 분사 과정에서 발생한 조합원처벌 취하문제와 기본급 인상ㆍ성과급 지급이다. 회사 측이 최근 처벌 취하문제에 유연한 입장을 보여 남은 건 기본급과 성과급이다. 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에 성과급 250%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지난해 연말까지 국제 조선경기 불황을 이유로, 올해 들어선 코로나 19와 경기불황을 이유로 노조 제안을 거부해 오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노사 양측은 여름 휴가철 이전 임단협 타결을 마치 관례라도 되는 것처럼 서둘렀다. 노조가 배짱을 튕기면 회사 측이 이런 저런 대안을 제시하며 물밑 타결을 시도했다. 노조도 한편으론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다른 한편 회사 측의 경영사정을 듣는 척이라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노사 양측의 자세가 달라졌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이다. 회사는 分社를 통해 노조파업에도 그룹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놨으니 이전 보다 훨씬 느긋하다. 여름 휴가철 상여금과 성과급을 기대해 웬만하면 타협점 도출에 반대하지 않았던 노조도 무슨 자신감에선지 지금은 전혀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현대중공업 노사의 이런 자세를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이전 같았으면 2020년 임단협 타결에 합의했을 시기에 아직 2019년 건도 해결하지 못했음에도 한 쪽에서 제안서를 대충 내 놓으면 다른 한 쪽에서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를 들고 나와 거부하는 행태를 반복할 수 있나. 또 이들의 이런 느긋함이 어디에서 비롯됐느냐는 것도 문제이다.
노조는 몇 년이 걸리든 타협에 이르기만 하면 그 동안 손실된 부분을 회사 측이 격려금이니 위로금이니 별별 명목을 붙여 되돌려 줄 것이기 때문에 그리 답답해 하지 않는다. 회사 측도 최대한 합의를 미루다 적절한 시점에 양보하는 척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하면 손해 볼 일이 없다.
대기업은 일반 기업과 달리 국가와 소속 지역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조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경영진을 향해, 노조가 회사에 지나친 요구를 하면 노조를 향해, 많은 사람들이 비난과 옹호를 반복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현대중공업 노사의 행태는 이런 책무를 저버린 지 오래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협조와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연일 회사의 불공정 행위가 터져 나오고 노조의 경직성이 부각되고 있는 마당에도 이런 태도를 고집할 수 있다는 건 현대중공업만의 `대단한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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