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Ⅲ-5]“함께 있어줘 고마워” 오수獒樹펫추모공원
어쩌다 ‘선진국’이 되다보니 ‘펫pet 나라’(반려동물의 천국)라도 된 듯, 반려동물은 우리 일상사에 있어 '하나의 문화'가 되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기야 ‘반려가족’ 인구가 1500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그럴 수 밖에 없는 일. 한때 잘 쓰던 애완愛玩이란 단어조차 사라진 듯, 반려伴侶 아니면 pet이라 써야 예의같다. 의견의 고장인 전북 임실군 오수면에 있는 오수고등학교도 ‘전북 펫고등학교’로 개명을 했다. 오수에 들어서다보면 ‘펫추모공원’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띈다. 이제 펫은 우리들에게 고유명사가 된 지 오래이다.
그곳을 귀향한 지 5년만에 오늘 처음으로 방문했다. 그 뜻을 모를 리야 있겠는가? 햄스터, 강아지, 고양이, 돼지 등 죽은 반려동물을 화장하고, 자연장(반송 아래에 유골을 안치한 수목장)하는 곳일 터인데도 궁금했다. “함께 살아줘 고마워”라는 대형 입간판이 서있는 입구에 들어서자 100여 그루 반송 주변의 수목장 형태 모습이 이채로웠다(대중 고독사회에서 미물이래도 인간가족보다 더 따르며 같이 있어줬으니 어찌 고맙지 아니하겠는가). 인간들의 수목장보다 몇 배 더 요란한 듯 했다. 추모가족들도 수시로 다녀간다고 한다. 건물 1층에 3기의 화장시설이 있고, 2층 봉안당에는 100여 마리의 ‘아이들’(아이라는 표현이 나로선 상당히 우스웠다)이 모셔져 있다.
민간인이 운영하는 추모공원은 전국에 수십 곳이 있다는데, 이곳은 전국 최초로 설립된 <공공 반려동물 장례식장>으로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전북도와 임실군이 이곳에 설립한 까닭은 오수가 의견의 고장이고, 오수개를 사랑하는 오수면민들이 혐오시설 운운하며 반대하기는커녕 전적으로 협조한 때문이라고. 얘기를 들어본즉, 오수면에 설립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지금으로부터 1천여년 전에 오수에서 ‘술 취한 주인을 살리고 살신성인한 의견義犬’ 이야기를 아시리라. 막연히 설화說話로 알려진 의견 이야기는 실화實話로써, 고려 중기의 문인 최자의 <보한집補閑集>에 기록돼 있다(1254년). 오수 지명(큰 개 오獒+나무 수樹)의 유래가 된 이 사건(주인이 술에 깨어보니 충견이 자신의 털에 물을 묻혀 불을 끄고 자신을 살리게 됨을 알게 돼, 갖고 다니던 지팡이를 개무덤에 꽂아주며 슬피 울며 부른 노래가 견분곡犬墳曲라는데, 불행히 곡명만 전하고 노랫말이 전하지 않는다. 하늘도 감동했는지 그 지팡이가 우람하게 자랐다던가)은 우리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 책에 실려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에도 수신(국어)교과서에 실렸다던가. 의견묘가 조선 초기 문신(노숙동)의 한시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때까지 묘가 존재했다는 것은 확실한 것같다.
아무튼, 오수에서는 주민들이 앞장서 지금도 <오수의견문화제>가 해마다 성대하게 거행되는데, 올해로 39회째라 한다. 고증이 없어 의견사건의 발생 연대를 확실히 모르지만, 지난해 의견비(원동산 소재) 앞뒤 면을 탁본해 분석한 금석문학자 손환일 박사에 의해 건립연대가 ‘임술년壬戌年’으로 처음 밝혀졌다. 간지干支 임술년이 아마도 서기西紀 1000년 이전인 것만은 확실한 게, 뒷면의 시주자 명단 60여명에서도 확인된다. 대부분 넉 자 이름에다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에 쓰이던 한자가 많아 그렇게 추정한다. 또한 <의견비 탁본 결과 학술대회>를 앞두고 있으니, 조만간 세계적인 토픽으로 대서특필될 게 확실하다.
그나저나, ‘아이’를 잃어 슬픔에 잠긴 반려가족들의 마음을 반려가족이 아닌 일반인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들을 위로하는 길은, 아이들이 가는 길을 편안하게 해주고, 수시로 추모할 수 있는 시설에 안치하는 수밖에 없을 터. 오늘 난생 처음으로 죽은 아이들을 염殮하고 수의를 입혀 입관하는 것을 보았다. 화장하는 장면과 추모실에서 영상을 통해 애도하는 반려가족들의 슬픔을 조금은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또한 아이들의 유골을 변질하거나 부패하지 않게 반영구적으로 보관하는 ‘로시오 스톤’ 제작과정을 보며, 이렇게까지 하는구나 싶어 놀랐다. 집안 화분에 유골함을 안치할 수도, 목걸이로 차고 다닐 수도 있다고 한다. 관련 도서도 두 권 접하며, 이런 전문서적이 있다는 것도 믿어지지 않았다. 반례동물 장례지도사 자격증 직원(박초이 대표 외 모두 6명)의 친절도 고마웠다. 원광대 반려동물산업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정말 사회는 다양하다. 군말이 필요없이 첨부한 사진 몇 장만 보면 펫추모공원이 이렇게 조성돼 있구나 알 수 있을 터. 반려동물하고는 어떤 인연도 없는 나로서도 괜히 경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웬일일까?
*24시간 무료상담 063-643-0486. 국내 최대 규모의 수목장.
부기: 1980년대 중반 오수 출신의 30대 농부(임실엉겅퀴 명인 심재석)가 언제부터 멸절된 지도 모르는 실화 속의 <오수개> 복원을 위해 인근의 유지들과 함께 발벗고 나섰다. 전국 대학 유명 수의학자들의 지원으로 ‘사자견(너펄개)’에 해당하는 모견母犬을 대상으로 수없는 짝짓기를 통해 30여년만에 <오수개>를 생물학적으로 복원했다. 놀라운 집념의 승리이자 다시 없는 성과라 할 것이다. 현재 자견子犬들을 일반 분양해 키우고 있는데, 머지 않아 전북의 작은 고을 오수가 현존하는 의견비(1925년 을축대홍수때 오수천에 매몰돼 있던 것을 발견, 1939년 원동산으로 이전한 기록이 당시 동아일보에 기사로 기록돼 있다)와 함께 <세계적인 반려동물의 성지>로 우뚝 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반려동물산업박람회를 유치하고 반려동물호텔, 반려동물 팬시상품점이나 24시 펫편의점 등이 등장, 면소재지 전체가 의견을 상징하는 고을이 되는 것이 곧 오수의 살 길이자 오수의 미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