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를 시작한지 어언 10여년
기계를 만지면 만질 수록 고장내는 기계치라
워드만 보면 겁을 내다
살살 숨어서 내 나름대로 치곤하여
그럭저럭 논문도 쓰고 공문도 치고
살아왔는데.
워드 1급을 따야 된다는 지상 명령(?)이 나에게 부여된지
3년 ...지옥의 위드 훈련이 시작되고
못하는 것은 더욱 하기 싫은 법
차일 피일 미루며
시간을 끌다가
아이구 내가 독수리 타법으로 이렇게 컴퓨터를 못하는 것을
이 세상에 밝혀야 하는 괴로움으로
지새다가
할 수 없이 3급에 도전 3번 만에
그것도 대구 상공회의소에서]
독수리 타법으로 합격을 하니
정말 살 것 같았다.
그러나 고지는 바로 워드 1급이었다.
차일피일 미루다
올 2월
워드 필기 시험에 도전하기로 하고
1급 책을 사보니
어이쿠 웬 모르는 소리
그것도 영어로만 되어 정말 미치겠구나
50년간 노력않던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기로
맹훈련
답만 외우고
뜻은 아무것도 모른채
그것도 중요한 영어 단어 하나둘만..
한달 만에 필기 시험에 합격
한 건 오로지
머리 좋게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의 은혜...
그런데 문제는 실기시험이었다.
한컴타자를 틈틈이 두드리고 두드려도
독수리타법과 정타법의 싸움이 끈질기게
계속되어
정타법은 도저히 되질 않은 것은
어찌된 나의 기구한 운명인지...
여름 방학이 되도록 한컴타자 낱말 만 200-300타로
늘이고는 문장은 잘 되지도 않고
워드 1급에 성공한 친구들은
산성비를 해 보라고
산성비가 무엇인가?
며칠을 궁금해하다가 보니
한컴타자의 낱말 게임 이네
낱말도 겨우치는데 웬 게임은..
여름 방학에는 정말 너무나 하기 싫어
여행만 다니다
지나가고
닥아온 9월
날짜는 자꾸가는데
올해안에 합격할 수 있을지
1급 실기책을 드디어 치기 시작하였다.
20분안에 쳐야 할 타자를 30분에 완성하니
이 일을 어찌 할까
노력노력
정말 인생에 있어서
노력이라는 단어를 절감하는 나날이었다.
잘 되는 일은 노력이라는 것이 필요 없다.
하지만 안되는 일에 노력이 진정 필요하구나
피나는 노력
살을 깎는 노력
이런 말이 왜 생겼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1시간부족에서
10분 부족으로
10분부족에서
5분 부족이 되는데
1달이 걸리고
5분 부족에서
2분 부족이 되는데
1달이 걸리고
그리하여 10월이 지나고 11월이 닥아오고
시험을 쳐야 한다는 주위의 권고로 시험장을 가는 날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공부 못하는 아이는 어떤 심정으로
시험에 임하는가
하는 경험을 실지로 뼈저리게 경험하며
교장 선생님들과 주위의 성화
"워드 시험은 이제 합격했나?"
"기다려 보세요..11월에는 어째도 합격을 해야죠."
큰소리는 쳤지만
가슴이 떠리는 건
정말 자신감이 없어서 였다.
시집 못간 사람에게 시집언제가니?
하는 독촉이 무섭다더니...
정신적인 부담도 어깨를 누르고...
인생은 왜이리 힘든가
괴로움을 떨쳐버리고 싶어도
누구도 공감해 주지 않은 외로움속에서
운동회 무용도
교생들에게 보여주는 수업도
학예회 연극지도도
나에게는 짐인데..
워드 치는 시간도 부족하고
체력은 딸리고
손가락은 어깨는 아프기고
만신이 쑤시고 결리고
병원신세까지 지게 되어도
난감한 워드 속력
50대의 1급 도전은 난코스 중의 난코스
수업을 끝내고 워드 시험장을 가는 날은
진정 인생이 회색빛을 가득...
11월의 어느날부터 인가
아슬하슬하게 다치고는 저장 시간이 부족하여
단 몇초가 부족하여 그만 시험장을 나오게 된 것이다.
많이 모자라던 시간이 이렇게 단축되다니
숙련 훈련의 효과는 과연 있구나
그 때부터 자신감을 가지게 되어
난 시험장을 조금 즐겁게 가게 되었다.
그리고 다 치고 오자도 몇자 고치는 순간이
온 것은 어찌된 영문인지...의아해 하며
그래도 합격자 발표가 20일 후에 하므로
나는 어제도
수업을 끝내고 연극지도까지 속성으로
마친후 울산으로 차를 몰았다.
부산 시험 날짜는 없어서 그리고 한 번 더
합격을 해야 안심이 되어서
과연 울산까지 2시간 만에 도착할 것인지
길은 잘 찾을 것인지
울산에서 시험은 잘 칠것이지
마음을 졸이며
평소에 조용히 가던 자동차 습관을 무시하고
빠른 길을 찾아서
요리조리
차선을 바꾸고
11월의 오후 산과 들은
주황과 황금볏짚 색과 남은 연두로 가득차
얼마나 아름다운가
은행나무들은 노오란
낙엽을 떨러뜨리고
또 가득 노랑을 달고
조용히 내리는 가을 비에
하늘 하늘 떨어지건만
아뭏튼 길을 못찾아 헤메이다가 아슬아슬하게
울산 상공회의소에 도착
시험장에는 젊은이들도 어린이도 많지만
나처럼 50대 공무원들이 시험의 실패 경험을 나누며
초조히 시험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날의 피곤으로 시험이 시작되어
주의 말을 듣는순간 눕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드디어 시험이 시작되고 나자
어태껏 잘 나가던 정타법은 생각도 안나고
다시 독수리 타법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속도는 커녕 오타만 나오기 시작하였다.
울산까지 와서 더 못치게 되다니
경비 계산 시간 계산해보니 억울하고
안돼 정신을 차리자
정신을 차리기에는 늦은 것이 아닌지
옆 사람들은 마침 젊은이들이 아니라
조금 살살치고 있어서
주눅이 들지는 않은 것이 다행이네
시간은 초조히 흘러가고 정타법의 속도가
다시 회복은 안되고
연습보다 컨디션 조절이 중요한데...
후회해도 소용없는 순간이다.
10분 남았습니다.하는데 반도 못친것 같았다.
그래도 저장을 하고
할 수 없지
하는 데 까지 하다가 가는 수밖에
20분이 종료되었는데
2줄을 못친 것이다.
정신을 차리자
10분의 편집시간이 있잖니?
다시 10분의 편집 시간을 시작되고
나는 못친 2줄을 치고
편집을 시작했다.
잘 보니 언제가 시험을 친 그 내용이었다.
이런 좋은 기회에 합격을 못하면 안되는데
편집은 실수 없이 잘 되어나갔다.
그리고 머리말, 페이지, 각주도 다 끝냈는데
시간이 남다니
이건 신이 주신 기회구나
오타를 고치기 시작했다.
워낙 오타 대장이 되어
오타가 제법 많았다.
다고치고 나니 시간이 다 되었단다.
오! 나에게 이런 행운이
나에게 이런 시간이 오다니
1급을 치는데 시간이 남는
날이 오다니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
라는 말은 정말 진리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다 마치고 나오는데
50대 여성이 감독과 자신이 못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50대 남자 몇분은 모여서 실패담인지
성공담인지 아쉬워하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울산 상공회의소를 빠져나왔다.
아!
이것은 나에게는 울산 상공회의소가 아니라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 나온 것만 같았다.
정말 할 수 없겠지 했던 어떤 일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득 채운
그날의 감격과 그 순간을 연원히 잊을 수 없겠지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의 가을 산야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물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달라보인다는 걸
실감하며
갈색과 주황과 볏짚 색깔과 노랑과 연두
그리고 가을 비 속에서 들여오는
노래
"Lison to folling the rain..."
인생은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이구나
언제나 외롭고 괴로움이 가득하다고 느끼기에는
인생은 그렇게 어두운 것 만은 아니야
머리 좋은 아이로
어른 으로 성장하게 해주신 부모님께
다시 감사를..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에게 감사를...
나의 삶의 지평을 넒혀준 나의 자동차에게도
자동차를 만든 사람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산에 도착했다.
첫댓글 3급은 학격했다고 되어있고 1급을 도전히ㅏ고 있으니 2급 자격증도 취득한 모양~ 아직 1급을 따지 못해 목하 노력중이란 말인가? 결론도 과정 못지않게 중요하니 궁금~~
3급과 1급에게만 점수가 주어져서 ...그리고 워드는 1,2급 안해도 바로 1급 을 칯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