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윤정,전승훈 지음 신국판 변형 | 256쪽 | 15,000원
ISBN 89-7889-053-9 03480 | 1999년 9월 발간
+ 과학기술부 우수과학도서
+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2001년 겨울방학 청소년 권장도서
신문 기사
식물들의 치열한 생존현장
흔히 참나무로 알려진 신갈나무. 이 나무는 도토리 열매를 맺는 참나무속 (屬) 의 낙엽 활엽교목으로 떡갈나무.갈참나무.졸참나무.굴참나무 등과 함께 참나무류로 분류된다.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참나무' 란 속 (屬) 의 명칭일 뿐 그런 이름의 나무는 없는 것이다.
이름조차 헷갈리기 십상인 이 신갈나무의 투쟁기가 나왔다.
바로 '신갈나무 투쟁기' (지성사.1만5천원)가 그 것. 나무가 싸움을 한다면 믿길까 싶지만 신갈나무가 한평생 살면서 치러내는 조용하면서도 기나긴 투쟁, 그것은 한 편의 역동적인 드라마 그 이상이다.
산림생태학자 전승훈 (37.경원대 조경학부 교수).차윤정 (33.환경설계연구소 연구원) 씨 부부가 나무와 숲을 찾아 헤맨지 10여년.
그들은 우리 숲의 새 주인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신갈나무의 치열한 삶을 둘만이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기에 그 일생을 더듬는 투쟁기를 써냈다.
이 투쟁기는 소설적 형식을 취한다. 나무에 관한 책들이 보통 딱딱한 전문서나 자원으로서의 실용서라 그 대중적 흡인력이 아쉬웠고 그렇지 않다면 아늑한 쉼터로서 혹은 문화사적 이해의 대상으로서 나무 이야기가 주류였다.
하지만 이 책은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소설을 써내리듯 신갈나무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일대기를 묘사하고 있어 주인공 신갈나무가 겪는 고통과 희열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물론 '신갈나무 투쟁기' 는 식물 전반에 대한 이해를 위해 쓰여진 책이다.정의하자면 식물간의 치열한 생존경쟁 현장을 낱낱이 보여주면서 식물의 식생도 이해하도록 만든 식물 생태보고서다.
그래서 소설적 구성과 함께 식물의 특성과 상식 등 관련 정보들은 곳곳에 글 상자를 따로 마련,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책 전편에 펼쳐지는 2백여장의 초록빛 사진도 시원스럽다.이 사진들은 저자들이 온 산을 오가며 직접 찍은 것들로 그 자체만으로도 숲으로의 여행이 된다.
서울대 산림자원학과를 같이 졸업한 전라도 출신의 남편과 경상도 출신의 아내가 만들어낸 신갈나무의 투쟁기에서 그들이 은근히 드러내는 메시지는 이렇다.
"나무로부터 받는 위안은 도피적 위안이 아니라 지구 생물들의 숙명적 삶을 이해함으로써 얻는 공감적 위안이어야 한다" .
- 1999년 9월 9일 <중앙일보> 신용호 기자
저자들은 신갈나무의 한살이를 풀어가며 ‘식물의 체온조절’ ‘나이테’ ‘곰팡이와의 공생’ 등을 별도의 상자글로 소개한다. 사진자료도 풍성해 다이제스트판 식물도감으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신갈나무 투쟁기’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 주변의 식물들을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체감하게해준데 있다.
마침내 천수를 다하고 쓰러지는 나무.
‘신갈나무에게 진정한 휴식은 이제부터다. 어미 몸에서 떨어져 나온 순간부터 한순간도 생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숨쉬는 것에서 양분을 모으고 물기를 가두고 양식을 만들고 잎을 피우고 잎을 떨어뜨리고 눈을 만들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만들고…. 살고 있는 동안은 잠시도 부지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고난 사람들은 이제 늙어 쓰러진 한그루 나무앞에서 정녕 경건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_ 1999년 9월 11일 <동아일보> 정은령 기자
인생살이 만큼 고달픈 나무의 생로병사
‘제일 먼저 뿌리가 껍질의 틈을 비집고 조심스레 생의 첫 무대, 흙속으로 뻗어나온다. 어찌나 기운이 센지 흙 부스러기가 들썩거린다. 그러나 조직은 연하디 연해 보인다…’ 신생아가 첫 울음을 터뜨리는 것처럼 나무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다.‘산천은 의구(依舊)하다’는 자연관 때문에 사람이 그 생로병사에 무딘 것일 뿐….
고작 100년도 못 채우는 사람살이를 두고도 “책으로 쓰면 몇권”이라고 하는데 수백년 세월을 견디는 나무는 어떨 것인가.
이 책‘신갈나무 투쟁기’는 나무의 전기다. 주인공은 신갈나무지만 그만의 얘기는 아니다. 부부 산림학자인 저자들이 대학시절 이래 10여년간 눈과 발로 더듬은 한반도 숲의 생태 이야기를 신갈나무 주연의 드라마로 펼친다.
왜 신갈나무인가?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소나무 숭배로 인한 차별이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한반도의 우점종이 되었을 나무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신갈나무를 말하기 위해 먼저 “참나무는 없다”라는 선언으로 시작한다. 도토리열매가 맺히는 나무, 좋은 목재를 낳는 참나무의 제대로된 이름이 신갈나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의인화기법은 “식물생태학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시큰둥해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나(식물)도 당신들 인간 만큼이나 고달픈 삶을 산다”는 식물쪽의 항변을 실감나게전하는효과도 크다.
자식(종자)을 살리기 위해 모질게 쫓아보내야 하는 신갈나무 어미의 사연만 해도 그렇다. 어미의 그늘 아래에서 이로울 게 하나도 없는 것이 나무의 숙명.
식물의 어미들은 신갈나무처럼 자식을 도토리열매로 멀리 굴려 보내든가 민들레처럼 날개를 달아준다. 봉숭아처럼 터져서 튀어나가게 하거나 줄딸기처럼 짐승에게 먹혀 배설물로 운반되도록 하는 것도 있다. 그리하여 식물의 어미자식은 사람보다 더 멀리 헤어져 산다.
'숲주인' 둘러싼 나무의 투쟁
남산은 지금 한창 전쟁중이다. 그 주체는 소나무와, 주로 '참나무'로 불리는 신갈나무. 조선시대 궁궐 재목에 소나무 보호를 위해 뿌리뽑혔던 신갈나무가 인간이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사이 대반격을 시도하고 있다.이런 신갈나무의 도전에 소나무는 점차 영토를 잃어간다.
부부 식물학자 차윤정(33)・전승훈(37) 씨의 (지성사)는 이것이 얼마나 '살떨리는 투쟁'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를 그리고 있다. 는 한 신갈나무가 장성해 숲의 주인이 되고 생을 마치기까지의 과정을 소설처럼 쓰고 있다.그러나 맨 뒤 찾아보 기편에 수록된 '가래나무'부터 '흰꽃무당버섯'까지의 250여 항목은 가 숲속 전체 생명무리의 삶을 다룬 '작은 식물사전'임을 짐작케 한다. 부부 학자는 또 신갈나무의 투쟁을 다루는 중간중간에 작은 상사로 '씨앗의 잠' '식물의 체온조절' '단풍의 비밀' '나무의 외투' 등 식물의 비밀을 전하고 있다.
어느 가을 어미 신갈나무에서 잘익은 도토리들이 소나무 숲속에 떨어진다. 대다수는 짐승의 먹이가 되거만, 추운 겨울까지 이겨낸 몇몇은 여린 싹을 틔워낸다. 그러나 주위는 온통 무시무시한 이웃뿐이다. 햇빛을 가린 키 큰 나무에서부터 연한 잎을 노리는 작은 짐승까지 모두 생존의 적일 뿐이다. 이런 속에서도 어린 신갈나무는 햇빛을 향해 위로 계속 머리를 내민다. 이제 20년. 신갈나무는 비로소 성인이 됐다. 꽃을 피울 나이다. 마땅히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고통스럽다. 수천 개씩 매달린 도토리에 가득 영양분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머리 위로는 아직 소나무들이 높이 솟아 있다. 그러나 빛이 많은 곳에서만 자라는 소나무와 달리 그늘 속에서도 자라는 신갈나무는 소나무의 그늘 아래서 '숲의 주인'이 될 날을 손꼽는다.
50년의 세월을 견딘 신갈나무는 소나무보다 거 자란 키로 하늘을 가린다. 햇빛을 잃은 소나무는 이제 주인 자리를 내주고 사라져간다. 이렇게 숲에서 벌어지는 신갈나무의 투쟁을 느끼는 사람은 이제 신갈나무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식물국회' 등의 말은 우리의 처절한 투쟁을 모르는 인간들의 무지가 만든 말일 뿐이다."
_ 1999년 9월 14일 <한겨레신문> 김보근 기자
평온한 숲의 치열한 생존경쟁
숲에도 권력투쟁이 있다. 인간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숲에 서식하는 모든 식물들은 목하 생존을 건 치열한 종족투쟁 중이다. 모든 종족투쟁은 유전자 확산의 투쟁. 인간의 투쟁을 인수분해하면 생물학적. 문화적 자기유전자 확산을 위한 투쟁에 다름이 아니다. 나무들도 마찬가지. 작은 종자 하나가 땅을 헤집고 싹을 틔워 거목이 되고 마침내 거대한 군락을 이루기까지 나무들은 저희들끼리 치열하게 싸운다.
젊은 부부산림학자 차윤정과 전승훈의 `신갈나무투쟁기'(지성사. 1만5천원)는 한국숲의 맹주가 되고 있는 신갈나무(참나무의 일종)의 권력투쟁기다. `남 산위의 저 소나무… '라는 애국가의 한구절처럼 한국숲의 전통적 맹주는 소나무. 우리 선조들이 소나무 보호정책을 실시해 소나무 외의 많은 나무를 `잡목'이란 이름으로 잘라내버린 덕택이다.
그러나 신갈나무가 서서히 그 세력을 확장하면서 지금은 소나무 숲을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 예가 서울의 남산. 남산의 소나무들은 신갈나무에 점점 겨나고 있다. 이 책은 산림 생태계의 천이과정을 소나무를 아낸 신갈나무의 생명력을 예로 들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신갈나무의 자식은 도토리들. 어미 신갈나무는 소나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손에 박해받으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도토리에게 남겨주었다. 땅으로 곤두박질친 도토리들은 누구의 도움을 받지못하고 산비탈을 굴러 싹을 틔운다. 싹을 틔운 어린 나무에게 사방의 이웃들은 오 로지 적일 뿐이다. 무성히 싹 틔운 나무들은 어린 싹에게 빛을 받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 싹은 어릴 때 잘라 버려야 하는 법이니까. 어린 싹은 살아남기 위해선 이런 견제를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신갈나무는 자라면서 전사가 된다. 생장을 위한 공간을 먼저 차지하지 않으면 시들어 죽어버린다. 식물사회엔 애초부터 평화는 없다. 뿌리는 이웃나무를 닥치는 대로 뚫고 감아 말려죽이고 물과 양분은 닥치는 대로 끌어당기는 것.
신갈나무가 소나무를 아내는 것은 그 왕성한 힘과 주변과의 친화력 때문이다. 소나무는 뿌리에서 독물질을 배출한다. 주변의 식물들이 침투하기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 독물질은 오히려 자신에게 치명적인 독이 되어 돌아온다. 신갈나무는 아무리 큰 나무 아래서도 쏟아지는 빛 한조각 놓치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식물기를 인간의 삶의 양식에 비유해서 서술한 것. 그런 만큼 식물의 일생에 대한 정보를 딱딱하지 않게 전달하고 있다. 200여장의 사진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생존투쟁은 이 지상의 모든 생물의 운명이라는 점을 새삼스레 깨닫는 것도 이 책의 독후감이다.
_ 1999년 9월 14일 <국제신문> 강동수 기자
신갈나무 투쟁기
|
한 순간도 생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