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의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과 서양의 '디케'
11월14일, 15일 연 이틀 선고된 법원의 1심 판결을 보면서...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는 중국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韓非子) 유도(有度)편에 나오는 문구이다.
"법불아귀, 승불요곡, 법지소가, 지자불능사, 용자불감쟁, 형과불피대신, 상선불유필부 (法不阿貴, 繩不撓曲, 法之所加, 智者弗能辭, 勇者弗敢爭. 刑過不避大臣, 賞善不遺匹夫.)"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말로써 귀천에 따라 법이 달리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권력과 돈에 굴복하지 않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동양에 ‘법불아귀 승불요곡’이 있다면, 서양에는 정의의 여신 디케가 있다. 정의의 여신 디케는 한 손엔 저울을 들고, 다른 한 손엔 칼을 들고 있다. 저울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공정하게 법이 집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독일의 법학자 예링은 ‘저울 없는 칼은 물리적인 폭력에 지나지 않고 칼 없는 저울은 무력한 것이 될 뿐이므로 저울과 칼이 함께 갖추어질 때에만 법은 지켜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헌법 제11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법 앞에 평등’은 돈을 가진 사람은 돈으로, 권력을 가진 사람은 권력을 이용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법을 농락하고 디케의 저울을 기울게 했던 일이 비일비재했다.
법 위에 군림하는 돈이나 권력을 가진, 혹은 둘 다 가진 일부 기득권을 목도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사실 ‘법’은 죄가 없다. 법을 적용하는 사람이 문제일 뿐이다.
법원 등의 사법기관과 준사법기관 공정거래위원회, 사정기관인 검찰 등은 한결같이 법과 규범을 지키고 정의를 세우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느 기관보다 법불아귀 승불요곡의 이치가 중요한 법이다. 아울러, 공무를 집행하는 공무원 또한 예외가 아니다.
○ 검사, 판사, 공무원의 선서는...
'검사 선서' “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판사 선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
'공무원 선서'는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그리고 각 선서 말미마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다짐하게 하고 있다.
초심불망(初心不忘)의 의지가 초지일관(初志一貫)이길 간절히 바라는건 ‘법’은 죄가 없으나 법을 적용하는 사람이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