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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의정부 모 상가 일대에 빗물이 차올라 주차된 차량들이 침수됐다. 또 구리방향 고속도 상에서 주행하던 승용차 2대가 고인 빗물에 잠겼다. 양주시에서는 골프장 인근에 세워둔 승용차와 트럭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7월들어 전국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올해에도 어김없이 자동차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매년 중고차시장에서는 장마철부터 가을까지 침수차 주의보가 발령된다. 집중호우나 태풍 등으로 침수된 자동차가 피해 사실을 숨긴 채 흘러 들어오기 때문이다.
‘(사면) 물 먹는 차’라 부르는 침수차는 침수 당시 소유자에게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다. 중고차시장으로 몰래 흘러 들어가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한다.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침수피해를 보상받지 못한 차량 소유자 일부나 이들에게서 차를 산 일부 중고차 딜러들이 좀 더 비싼 값을 받기 위해 침수 사실을 속인 채 판매한다.
중고차시장에 흘러들어온 침수차는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구매자가 다시 중고차로 팔아넘기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를 계속 양산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보험개발원은 자동차 이력정보 서비스인 카히스토리(www.CarHistory.or.kr) 조회 결과, 지난 2013년 전손처리된 침수차 350대 중 120대가 수리 후 다시 운행된 것으로 추정했다.
보험 처리하지 않아 기록이 없는 침수차까지 포함하면 침수차 3대 중 1대 이상이 중고차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여기에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동안 3만914대가 침수 피해를 당해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했다는 손해보험협회 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몰래 유통되고 있는 침수차는 기하급수로 늘어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손해보험사 14곳이 집계한 침수차 피해액은 2002억9100만원이고 대당 피해액은 647만8973원에 달한다.
◆침수차, 유통방법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송모 씨(남, 60대)는 지난해 3월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투싼을 구입할 때 침수가 없는 것으로 점검된 중고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고지받았다. 송 씨는 얼마 뒤 정비업체에서 투싼을 점검하다 침수차라는 사실을 듣고 매매업자에게 환급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침수차 피해 민원이다. 사실, 침수차는 판매자들이 침수 여부를 제대로 알려주면 문제될 게 없다. 선택은 소비자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장비가 많은 요즘 차는 물에 잠기면 계속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제값에 제대로 팔기 어렵다. 이에 좀 더 좋은 값을 받기 위해 침수 사실을 속이는 사기 행위가 동원된다.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침수차 소유자가 헐값에 팔거나 폐차하는 대신 정비업체에서 배선작업, 오일교환 등으로 침수 흔적을 없앤 뒤 내놓는다.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침수 피해 흔적을 남기는 자동차보험으로 수리받는 대신 직접 돈을 지불해 정비업체에서 침수 흔적을 감추는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번호판이나 소유자를 여러 번 바꿔 침수 사실을 감추는 ‘침수차 세탁’을 하는 사례도 있다.
이들 차가 침수 사실을 속인 채 중고차시장에 흘러들 경우 걸러낼 수 있는 예방장치가 제대로 없어 1차 피해자(침수차 소유자)는 물론 2차 피해자(침수차 구입자)까지 계속 양산할 수 있다. 또 전문가가 공들여 점검하지 않는 이상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침수차를 ‘급매물’이라며 싸게 내놓을 경우 차를 잘 모르는 소비자는 물론 딜러들도 속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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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차, 전문 감별법
침수차 전문가들은 침수 사실을 알기 위해 가장 먼저 실내와 트렁크룸을 살펴본다. 침수차는 물을 먹었기에 실내에서 곰팡이나 녹 냄새 등 악취가 날 수 있다.
그러나 실내를 청소한 뒤 방향제까지 뿌렸다면 악취를 맡기 쉽지 않다. 이럴 땐 운전자가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을 살펴봐야 한다. 연료주입구가 대표적인 곳으로 오물이 남아 있는지 확인한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감아보면 끝부분에 흙이나 오염물질이 묻어 있기도 하다.
시트 밑부분의 스프링이나 탈착 부분, 헤드레스트 탈착부 금속 부위에 녹이 있다면 침수차가 아닌지 의심하고 좀 더 정밀하게 살펴본다.
시거잭이나 시트 사이뿐 아니라 트렁크룸 내부의 공구주머니 등에 흙이나 오물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라디오, 히터 등 전기계통의 상태가 나쁘고 히터를 틀었을 때 악취가 나면 침수차일 가능성이 있다.
또 자동도어잠금장치, 와이퍼 및 발전기, 시동모터, 등화 및 경음기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야 한다. 각종 램프류 속에 오물이나 녹이 보이면 침수 때문인지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
침수차는 엔진도 불안정하고 시동 상태도 불량하다. 엔진 표면이나 엔진룸 내 곳곳에 얼룩이 남거나 라디에이터 코어에 막힘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엔진오일양이 많거나 오일점도가 낮아도 침수차로 의심할 수 있다. 자동변속기 차는 변속기 오일양 점검막대에 오일이 하얗게 묻거나 오물이 있는지 확인한다.
단, 침수 피해를 입은 지 2개월이 지나면 이 방법으로는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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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히스토리가 해결사
일반 소비자들이 침수차 사기를 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쉬운 방법은 보험개발원의 자동차이력정보서비스(카히스토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카히스토리에는 침수로 수리 또는 전손처리됐는지 적혀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한 달에 한 번 보험사고 내역을 개발원에 통보한다. 개발원이 이를 취합해 카히스토리에 추가하고 있다. 침수로 전손처리된 경우 열흘에 한 번 개발원에 알려준다. 개발원은 이를 취합해 카히스토리에 추가하고 있다.
사고가 났는데 아직 확정되지 않아 카히스토리에 사고 내역을 기재할 수 없을 때는 ‘미확정 사고’라고 표시한다.
미확정 사고가 써 있다면 판매자에게 해당 차 소유자에게 자동차보험사를 통해 보험금 지급내역을 알려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지급내역을 통해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났고 수리비는 얼마나 나갔는지를 살펴보면 침수 여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번호판이나 소유자를 바꾸는 침수차 세탁 여부를 확인하려면 과거 차량번호를 알아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 사이트에서 자동차등록원부를 보면 차량번호와 소유자 변경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번호판이 교체되고, 소유자가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번 바뀌었다면 침수 여부를 더욱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계약서를 작성할 때 상대방의 허가를 받아 “침수 사실이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피해를 배상한다”는 배상 문구를 특약 사항에 기재하거나 녹음을 해두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