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동문여러분
지난 토요일 전용학대표를 비롯한 KMG식구들과 남한산성에서 암벽등반을 했는데 오전에는 손이 시려워 애를 먹었습니다. 바람도 세게 불었습니다.
단풍이 곱게 그리고 진하게 물들어가는만큼이나 우리의 암벽등반도 얼마 남지 않은 시즌 막바지를 향해 가는 것같습니다.
이제 아이스 바일과 크팸폰의 녹을 제거하고 손질을 해야 할 것같은데 작년만큼 얼음이 얼지않는 겨울이 다시 도래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최근 며칠 간 이 카페를 찾지 않다가 게시판 글을 보라는 어떤 선배의 전화를 받고 카페에 들어와 올라온 글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사태를 진정시킨다거나 마무리하는 방향성있는 글을 기대했습니다. 나름 뜻있고 애정있는 그리고 이전에 나름 등산학교와 동문회에 직책이 있던 흔히 말하는 원로분들 중에 그런 역할을 해주실거라 기대를 했던거죠.
저와 네트웤이 닿아 있는 몇 몇 분들은 안하겠다고(글을 안쓰시겠다) 하셨고 손을 놓은 분도 계셨습니다.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도 불필요하다는 것은 동문여러분들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고 또 이런 저런 토론을 통해서 우리의 방향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했으리라 생각도 됩니다.
주제넘지만 그래서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 또한 그냥 ER의 한 동문으로써 그리고 초창기 ER 졸업생으로서 초대강사들과의 인연도 있고, 초대 동문회의 집행부에 있던 몸이라 약간의 의무감이랄까 뭐 하여튼 이런 저런 마음으로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사안을 정리하기에 앞서 이 사태의 '본질'에 대해 잘 못 이해하시거나 논점에서 벗어난 주제로 토론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심회장이 던진 화두 랄까, 논쟁의 불씨는 단순합니다.
첫 째, 등산학교의 수장이자 리더인 교장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즉 등산학교를 운영하는 방향성을 제대로 잡고 있는가
둘 째, 등산학교와 동문회가 함께하는 동반자적 지향점이 일치하는가? ER페스티발, 발전위 등에 대한 시각차는 없는가 입니다.
그런데 고생하는 등산학교 교장과 강사진들에게 네가 무슨 자격으로 사퇴 운운하느냐 하는 것은 논쟁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는 겁니다. 달을 보고 이야기하자고 가르키는데 손가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됩니다.
아침에 조금 일찍 출근해서 글을 작성해서 올리고 보니 이상조 전교장께서 사태를 정리하는 글(ER발전위 소집에 대한)을 올리셨더군요.
그 글을 읽어보라는 상조형의 문자를 보고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어느 정도 방향성을 잡아가는(사태를 정리하는 고문단 모임) 글을 읽고 제 글을 삭제할까 싶었습니다만, 그대로 제 마음은 전해야 겠다 싶었고, 상조형께서는 너무 점잖게 글을 쓰시면서 제가 보는 관점과는 다른 부분도 많고 , 또 형의 성격상 민감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기에 저는 원래대로 제 생각을 돌직구형태로 써봅니다.
상조형처럼 미사여구를 쓴다거나 에둘러 표현하는 법을 잘 몰라서 자칫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심현섭 동문회장, 집행부 그리고 등산학교 세 부문에게 드리는 충고이자 바램입니다.
그것이 지켜질지 지켜지지 않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안지켜질거라 생각하지만 저의 소신이자 평소 생각을 적은 것뿐이니까요.
그리고 어느 한 편을 편들거나 비난하거나 할 생각은 없습니다.
20년 동안 함께 지내오면 쭉 지켜봐온 시각과 생각을 짧게 정리한 내용입니다.
1. 심현섭동문회장에게
심회장이 던진 화두는 위에 언급했으므로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22일이 되면 어떻게든 결론을 낸다고 했습니다. 본인이!
그런데 변기태 교장은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심회장 본인은 본인이 한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사퇴하십시요. 그러면 됩니다.
그런데 왜 29일 발전위 소집에 참석하고 그 뒤에 다시 입장표명을 한다고 사퇴일정을 연기하십니까!
그러니까 동문들이 소모적 사태와 논쟁에 피곤해 하는 겁니다. 다른 이야기 할 필요없습니다.
사퇴하십시요. 본인이 한 약속입니다.
상대방이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고 D-데이는 지났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약속을 지키는 일만이 남은겁니다. 약속을 지키십시요.
그것이 동문회 회장이자 '공인(公人)'으로서의 한 '공언(公言)'을 지키는 일입니다.
2.동문회 집행부에게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이 있고, 대통령이 임명한 정부각료들이 있습니다. 바로 행정부서의 각 수장들입니다.
그런데 그 장관들과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이 일 못한다고 자기들과 뜻이 다르다고 탄핵을 합니까?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까?
대통령 탄핵을 하는 것은 1차 국회이고 이를 최종 판단하는 것은 헌법재판소 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두 번 목격했습니다.
노무현 정권때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파들이 탄핵을 의결했다가 그 역풍의 결과로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민의(民意)를 져버린 댓가는 바로 총선에서의 패배로 이어졌지요..
박근혜전대통령은 반대로 국민의 뜻대로 탄핵이 됐습니다. 헌재도 대다수의 국회의원들도 심지어 보수파까지,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감했었지요.
임진왜란때도 이순신장군을 탄핵한건 비변사였지만, 그 전에 그를 기소한 건 도원수 권율이었습니다. 3도 수군 통제사보다 직급이 위인 육군의 도원수 권율이 기소를 했다는 겁니다. 원균의 상소와 모략은 기소가 아닙니다. 그리고 탄핵의 최종 결정권자는 임금이었습니다.
결국 고문과 출옥 그 뒤 백의종군이 이어지고 칠천량 해전의 대패가 그를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복직을 시켰지요.
여러분들은, 심현섭회장이 임명한 집행부이사들입니다. 그런데 공동책임이나 한 배를 탄 동료의식도 없이 당신들의 리더를 내쫓다니요? 이게 말이 됩니까. 많은 동문들이 분개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여러분들이 느끼기에 정 아니다 싶으면 심회장을 기소하세요. 즉 총회 때 탄핵 (불신임) 한다는 것으로 안건을 올려서 그 때 의결결과에 따라 내쫓고 다시 회장을 선출하세요. 그리고 여러분들은 심회장과 함께 동반사퇴하면 됩니다.
그게 여러분의 역할입니다. 지금의 여러분은 사태를 진정시키거나 해결하는게 아니라 불나는데 기름을 끼얹었을 뿐아니라 전혀 다른 형태의 '직무유기'를 저지르고 있는 겁니다.
영화 '광해' 보셨죠? 영화에서 왕으로 분한 이병헌이 이렇게 외칩니다.
"부끄러운 줄 아시요!"
사대주의에 찌들고 기득권 감싸기에 바쁜 대신들에게 일갈하는 호통입니다.
모시는 명나라를 위해 백성들을 전장으로 내보내고 백성들의 조세부담을 덜어 줄 대동법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죠.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2007년 참여정부의 전시작전권 반환에 일부 군 장성 출신 인사들이 반대하고 나서자 이를 질타하는 노무현의 연설 중 터진 한마디 호통이였습니다.
저도 집행부 여러분께 딱 한 마디 한다면,
"부끄러운 줄 아십시요!"
그리고
(심회장 사퇴 후) 집행부는 연말까지 남은 사업을 조용히 마무리 하고, 회장 재선출 후 동반사퇴 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3.등산학교에게
저는 등산학교와 함께 오랜 기간동안 지냈습니다. 동문회가 없던 시절, 샤모니 암장에서 강사진들과 함께 지내면서 동문들이 입학할 때다 동문을 대표해서 인사말을 했고 ER 페스티발을 함께 기획,준비해서 운영했으며 시산제 체육대회, 김형일 전강사의 장례식 등 각종 행사를 함께 준비했었습니다.
그 뒤 2기 강사진들 중, 김점숙 김형일 장기헌 등이 떠나고 새로운 강사진들이 왔고 교장도 부임하고 또 새로운 분이 취임하고 바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함께 했고 가까이서 보아 왔습니다. 저만큼 '애정'과 '애증'이 많은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예전에 김점숙 전강사가 ER강사직을 그만 둔 이유가 있습니다.
임기가 다해서 그만 둔 것도 아니고(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음), 싫증이 나거나 시간이 없어서 그만둔 것도 아닙니다. 남편이 만든 평생의 꿈이자 사업체를 평생 동반자이자 같은 클라이머로서, 살아남은 자신이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런데도 등산학교 강사진들의 태도, 자질문제 등이 대두되고 책임감을 느껴서 스스로 그만 둔 겁니다.
제가 김점숙강사를 가장 멋지게 보는 이유가 바로 그 부분입니다. 왠만한 남자보다 배포가 있고 결단력이 있고 판단력이 좋습니다.
강사진 여러분, 아니 김세준 대표강사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본인은 2기 강사로 출발해서 여지껏 강사를 하고 있지요! 그 당시 중단되었던 등산학교를 다시 시작했던 때의 마음과 동기(각오)를 기억하시나요?
바로 초대강사 최승철 김형진의 유지(遺志)를 이어나간다는 바로 그것 아니었나요?
그 두 사람의 유지가 무엇이었나요? 김세준강사는 그 유지를 제대로 이어가고 있나요?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강사진들과 바뀐 교장, 교무에게 그 유지를 설명하고 그대로 가야한다고 설명 설득하고 실천한 적은 있나요?
그 유지를 알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바로 ER의 정체성이자 지향점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등산학교를 보십시요. 봄 가을 운영하는 기본교육만 하고 있지요.
우리는 코오롱등산학교나 한국등산학교처럼 기본 암벽교육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등산학교가 아닙니다.
초대 강사들이 살아있다면, 그들은 어떻게 등산학교를 운영했을까, 운영하고 있을까 이 점만 생각하면 됩니다.
거기에 답이 있습니다.
재작년 겨울 강기철교무를 우연히 가래비빙장에서 만났는데, 저에게 할 말이 있다고 붙잡고는 몇 시간을 이야기하더군요. 그래서 자리를 옮겨서 식당에서 또 몇 시간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때 논의한 것이 올 해 처음 시작한 동계반(동계거벽반인가요) 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였습니다. 그래서 책임강사와 등반지 등반형태 등에 대해서 솔직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 때 느꼈던 것이, 젊고 의욕있는 교무가 들어오니 등산학교에 바람직한 변화가 생기는구나! 였습니다.
이 것이 바로 초대강사들이 하고자 했던 것들 중에 출발점이 되는 교과목이자 변화의 첫 단추였습니다. 강기철 교무는 그 핵심중에 첫 실마리를 올바르게 잡은 것이지요.
바꿔 말하자면, 그 이전의 등산학교의 책임자들은 어떤 고민들을 하셨는지, 새로운 등산학교의 모습에 대해 초대강사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하고 토의하고 교과목에 접목시킬 생각들과 실천을 하셨는지...
여기에 우리의 고민, 우리의 과제가 숨어있고 등산학교의 지향점이 들어 있습니다.
김세준대표강사는 지금이라도 올바르게 등산학교를 운영하고 커리큘럼을 새로 짜고 초대강사들의 유지를 올바르게 잇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대표강사에 걸맞는 일을 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볼때 김대표강사는 2기 강사로써 그 뒤 대표강사로써 걸맞는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직무유기라고 봅니다.
그러한 일을 할 시간이 없거나, 할 수 있는 역량이 안되면 과감하게 내려오십시요. 누가 뭐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 대신할 사람 많습니다.
이는 등산학교와 강사를 떠나 20년 간 함께 운동하고 등반했던 산선배이자 인생선배로써 후배 김세준에게 하는 마지막 충고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오성호 전동문회장의 뒤를 이어서 동문회를 탈퇴합니다.
오늘부로 저는 ER을 제 마음속에서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동문이라는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등산학교를 비롯한 모든 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ER 9기 졸업생 한상섭.
첫댓글 가슴이 답답하네요.
ER탈퇴에 대해서 몇 몇 주위분들이 우려와 걱정을 표해주셨는데요.
제가 ER을 탈퇴하는 이유는, 등산학교의 방향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질의, 대답없는 메아리에 대한 실망.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 우정을 나눠온 산후배 김세준강사를 향한 공개적인 비난/비판글에 대한 스스로의 죄책감과 책임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으려는 , 한 줌의 미련도 갖지 않으려 함입니다.
선배님~
탈퇴하심은 비겁한 도피입니다.
머리가 터지게 힘들어도 끝까지 지켜보며 문제해결을 위래 노력하셔야 된다 생각합니다.
우린 ER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