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과 유럽 특히 나토국 사이에 마찰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나토의 관계은 지난 바이든 정부때 조금 완화됐지만 트럼프 대통령 1기때에 이어 2기 재집권때는 그 마찰지수가 급등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전부터 나토국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않고 미국에 기대여 그들의 복지만 누리려 한다는 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른바 안보무임승차론입니다. 안보라는 버스에 유럽국가들이 그냥 돈도 안내고 올라타고 있다는 비아냥입니다. 나토국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기분이 나쁠 그런 표현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이제 유럽의 안보 즉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한 방패막이역할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냉정하게 본다면 나토국은 지금 존재할 이유가 없는 국제기구입니다. 나토는 2차세계대전이 끝난 뒤 소련의 팽창을 우려해서 1949년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국제기구입니다. 당시는 12개국이었습니다. 나토창설에 놀란 소련이 대항마로 만든 기구가 바르샤바조약기구입니다. 소련을 중심으로 동유럽국가들로 구성됐습니다. 나토와 바르샤바기구 즉 미소대립상태가 한동안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1989년 무렵 독일 통일 분위기가 번지기 시작합니다. 당시 소련의 서기장인 고르바초프는 미국의 베이커 국무장관과 만나 독일통일 움직임에 소련이 개입하지 않겠다면서 나토도 성의를 보여라고 말합니다. 고르바초프는 나토가 앞으로 동유럽으로 세력을 확대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독일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언급했고 미국의 국무장관은 단 1인치도 동진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독일은 통일을 이루었고 1991년 소련의 붕괴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소련의 위성국가 역할을 한 나라들이 속속 독립을 이룹니다. 바르샤바조약기구도 없어집니다.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나토국들은 당시 소련과 행한 합의를 이행하지 않습니다. 당시 19개국인 회원국이 이제 32개국가로 늘어났습니다. 당시 소련의 고르바초프는 미국을 비롯한 나토국들에게 완전히 사기를 당한 셈입니다. 바르사뱌조약기구는 해체된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나토는 존재하고 더욱 존재감을 늘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무려 32개국이 상대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 와중에 2022년에 우크라이나마저 나토에 가입한다고 하니 러시아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 나토국들은 러시아의 침공이 두렵다고 주장합니다. 러시아는 힘이 강성해지면 서유럽으로 진격해 온 것이 상당하다고 말합니다. 이웃국가끼리 전쟁은 다반사일 수 있습니다. 국경을 맞댄 국가사이에 마찰과 갈등이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서유럽의 러시아 침공도 사실 많았습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그랬고 독일의 히틀러가 또한 그렇게 했습니다. 그야말로 도긴개긴적 상황입니다. 물론 러시아의 전임 대통령들과는 다르게 푸틴이 옛 소련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하니 나토국들이 긴장할만도 합니다.
그런데 미국입장에서는 이제 나토에 머무르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습니다. 왜 유럽의 안보를 상당히 멀리 떨어진 미국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당연히 존재합니다. 미국이 1991년 소련이 붕괴될 때 나토에서 탈퇴했어야 맞는 판단이라는 지적도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오마바 대통령 시절 게이츠 국방장관은 2011년 나토회원국들이 GDP 2%인 국방비 수준을 지키려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식이면 앞으로 나토는 과거의 유물이 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에게만 의존하면서 국방비를 감축해 자국의 복지비로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 기조가 계속되면서 이번에 뮌헨에서 열린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한 미국 밴스 부통령은 다시 한 번 유럽 나토국들의 무임승차론을 거론하면서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미국과 나토국사이에 불협화음이 이제 극에 달했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그 흔한 합동사진도 없었습니다. 참석한 유럽의 지도자들은 이제 세상이 정말 달라졌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밴스 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던 참석자들의 표정이 너무도 침울한 것에서 그런 분위기를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서로의 갈등과 불만과 마찰이 표현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 바로 오늘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강제 휴전안에 대단한 불만을 품은 우크라 대통령 젤렌스키는 트럼프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불만을 표출했고 그의 태도에 불쾌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국가 원수끼리의 만남이라고 표현하기가 믿기지 않는 그야말로 험악한 분위기에서 끝났습니다. 준비된 식사도 취소됐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나토국들의 언론들은 강도높게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인물들의 강압적인 태도를 지적한 반면 미국 백악관측은 젤렌스키의 불성실한 자세와 무례함을 질타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간에 밴스 부통령의 언급은 밴스와 젤렌스키의 말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젤렌스키는 대놓고 밴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상대의 이름을 마구 부르는 것은 외교상 결례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47살인 젤렌스키가 41살인 밴스에게 하대하는 식으로 대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쾌감을 더욱 증폭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젤렌스키는 47살로 80살인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뻘입니다. 실제로 트럼프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는 48살로 젤렌스키보다 한살이 더 많습니다. 물론 서양사회에서 나이는 그냥 숫자로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연장자를 우대하고 존중심을 갖는 것은 인간사의 보편적인 덕목입니다. 하여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은 세계 역사상 최악의 정상회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른바 약자인 젤렌스키 입장에서 불만과 불평스런 마음이 강해도 자신의 심정을 자제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상당합니다. 물론 나토국들에서는 젤렌스키를 두둔하는 입장을 보이며 미국이 아니라도 우크라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것이 과연 그렇게 될 지는 의문입니다.
미국과 유럽국 특히 나토국 사이의 관계는 2차대전이후 한동안은 꽤 괜찮았습니다. 동맹국으로서 예의도 지키고 서로 도움도 나누는 사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독일출신 이민자이고 그의 부인도 슬로베니아출신입니다. 유럽을 뿌리로 한다는 말입니다.하지만 이제 서로의 실익을 따지면서 관계가 악화되고 미국에 기대어 자신들의 안보와 국방을 소홀하게 하는 상황에 미국이 강한 압박과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서서히 헤어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입니다. 유럽의 안보는 유럽이 맡아라하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기에 유럽도 할 말이 없을 듯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 대해서도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결심을 한 듯 합니다. 또한 유럽이 행하는 대중국 무역정책에도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주석과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행위나 독일의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상당한 것에도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입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행할 중국 굴복 정책에 유럽이 결코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상황속에 미국과 유럽이 관계개선을 이뤄 예전처럼 친분관계를 유지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 아니 매우 힘들 것으로 판단됩니다. 미국과 유럽은 긴 결혼생활을 끝내고 파경의 길로 들어서는 분위기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2025년 3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