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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당신이 날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도 글쓴이 pen[펜]
사랑. 이리 낯설고 정겨운 이 단어 하나 때문에 내 인생은 송두리째 망가졌다. 삶의 의욕을 잃게 만든 저 단어로 인하여 나는 세월이라는 시간을 허무하게 멍하니 흘려보냈다. 저 흘러가는 강물이 이다지도 슬프게 바라본 적이 없었다. 저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푸른 하늘을 이다지도 슬프게 바라본 적이 없었다. 사랑이라는 이 단어 하나 때문에 나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 버리기까지 했지만 이 사랑은 나에게 슬픔과 그리움, 상처, 고통의 상징인 추억만 남겨놓고 떠나버렸다. 그렇게 떠나버렸다… ◆커피 조용하고, 아늑한 카페 안에는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창밖이 보이는 구석진 자리의 앉아서 조용히 유리창을 두드리는 비들을 바라보았다. 비들은 다시 우리를 찾아오는데…왜 그녀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나는 김이 모락모락 피워 오르는 커피 잔 윗부분을 집게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달그락 이라는 소리를 내면서 커피 잔을 들어서 한 모금 마셨다. 씁쓸하게도 끝 맛은 쓴맛이었다. 입안에는 쓴맛이 오랫동안 맴돌면서 내 손끝이 따금 거리면서 아파왔다. 너의 체온이 내 손 끝에 아직까지 맴돌고 있는데…왜 너는 저 비처럼 다시 찾아오지 않니? 나는 누구한테 묻는지 모르는 질문을 나한테 내뱉고, 다시 창밖을 바라보면서 저 떨어지는 빗물을 벗 삼으면서 나는 다시 한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쉽게도 이미 커피는 식어있었다. 아까처럼 김이 모락모락 피워 오르지도 않았고, 미지근했다. 나는 이미 식어버린 커피를 단숨에 마셔버리고는 비워있는 커피 잔을 바라보다가 한쪽 눈이 갑자기 짙은 안개가 깔린 것처럼 뿌옇게 변했다. 한쪽은 세상이 보이고, 한쪽은 온통 흰 구름뿐이었다. 한마디로 세상이 반으로 잘린 것처럼 반은 보이고, 반은 온통 하얗게 변해있었다. ‘식어버린 커피처럼 우리 사랑도 식어버렸다.’ 또르르륵 눈물 한 방울이 내 뺨을 타고 흘러 저 비워버린 커피 잔에 떨어졌다. 토옥이라는 소리가 나면서 눈물이 자그마한 방울로 나뉘어져 사방으로 튀었지만 사방으로 튀지 못 했다. 이미 감옥 같은 커피 잔에 갇혔기 때문이었다. 이미 나처럼 그녀라는 감옥의 갇힌 것처럼…내 눈물 한 방울은 그 갇힌 커피 잔 안에서 슬픔을 호소했다. 나도 그녀와 함께한 추억 속에서 슬픔을 호소했다.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한쪽 눈이 붉어져 있었다. 눈물이라는 슬픔의 보석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대가로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여전히 빗물들은 유리를 두드리고 있었다. 시끄럽게 두드리는 그 소리가 마치 내 마음을 두드려서 흘러나오는 소리 같았다. 나는 아직 그녀를 다 잊지 못했다. 저 떨어지는 빗물들이 유리들을 두드리는 것처럼 나는 매일 내 마음을 두드리면서 그녀를 잊게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내가 살아있는 한 내가 숨 쉬는 한 내 심장이 뛰는 한 나는 그녀라는 올가미의 묶여 한 평생 그녀를 그리워하다가 죽을 운명이었다. 하필이면 그녀를 사랑했는지 모르겠다. 하필이면 그녀에게 마음을 줬는지 모르겠다. 하필이면 그녀가 떠난 뒤에도 왜 잊지 못 하고, 이렇게 괴로워하는 모르겠다. 하필이면…하필이면…내가 왜 사랑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괴로울 밖에는 차라리 나를 사랑하는 게 나았을 것을….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미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창밖에 내리던 빗줄기들은 여전히 지상을 두드리고, 사람들이 빗줄기를 맞지 않기 위해 들고 있는 우산을 두드리고, 그리고 여전히 나를 두드리고 있다.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가 다가와서 나를 불렀다. “손님. 커피 더 드시겠습니까?” 그 청아한 목소리의 나는 고개를 돌려서 나를 손님이라고 부른 사람을 바라보았다. 얼굴의 웃음을 가득 머금고, 두 손은 배꼽 윗부분에 가지런히 포개놓고, 허리를 살짝 굽힌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윤기 있게 찰랑거리는 단발머리가 그 종업원의 웃음과 왠지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 그 종업원의 물음에 대답했다. “커피 두 잔 주시겠습니까?” 나의 대답에 종업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궁금한 표정으로 나의 말을 두 번 되풀이하듯이 다시 물었다. “커피 두 잔 말입니까?” 나는 종업원의 물음에 그저 미소로 답했다. 종업원은 나의 미소를 보고, 더 이상 묻지 않고, 무슨 메모지 같은 종이에다가 적고, 가버렸다. 다시 내가 앉은 자리는 침묵이 내려와 앉았다. 나는 맞은편 아무도 없는 빈 의자를 씁쓸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어설프게 미소를 지으면서 묻는다. ‘커피 마셔줄래?’ 맞은편 아무도 없는 빈 의자에는 먼지만 맴돌았다. ◆고통 나는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맞은편에는 커피가 그대로 있었다. 식지도 않고, 김이 모락모락 피워 오르고 있었다. 마치 내가 지금 여전히 너를 사랑하는 것처럼 식지 않고, 더욱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한발자국씩 발을 떼면서 계속 김이 모락모락 피워 오르고 있는 그 자리를 계속 바라보았다. 혹시나 그녀가 자리의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까봐…나는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쓸데없는 미련이었다. 그곳은 여전히 먼지만 맴돌아 있었다. 나는 서서히 계산대에 가서 얼마냐고 종업원에게 물어봤다. 그 종업원은 아까 나에게 ‘손님. 커피 더 드시겠습니까?’라고 물은 종업원이었다. 종업원은 내가 건네는 돈을 받고, 거스름돈을 주면서 나에게 물었다. “약속하신 분이 많이 늦으시나보죠?” 종업원의 물음에 나는 싱긋 웃어주면서 종업원이 건네는 거스름돈을 받으면서 대답했다. “아니요. 처음부터 약속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저 제 고통일 일 뿐….” 나는 그렇게 말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종업원을 놓아둔 채 나는 그 카페를 나왔다. 여전히 하늘에는 먹구름이 깔려 있어서 내 마음처럼 어둡고, 컴컴했다. 그리고 그 어두운 곳에서 한줄기 눈물을 흘리면서 빛을 기다렸다. 그 빛은 기다려도 언제 올지 모른다. 이별을 나에게 선언하고, 미처 내가 정신도 차리기 전에 그 빛은 내 곁을 떠나버렸다. 나는 그 빛에게 언제나 말했었다. 우리 헤어지더라도 내가 네 곁에 잠시 머물렀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하지만, 기억하지 못 할 것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다들 말한다. 지금 내리고 있는 이 비를 기억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이 비가 그치고, 그 다음의 비가 내리면 인간들은 저번에 내린 비를 잊어버리고, 지금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걸어갈 것이다. 마치 나처럼…. 주먹을 펴서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지붕의 맺힌 빗물이 경사를 타고, 내 손바닥으로 물들이 줄줄 떨어졌다. 지금 내 사랑처럼 미끄러져 내 마음 깊숙한 곳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빗물들은 내 손바닥으로 떨어져 내 손가락 틈 사이로 나뉘면서 땅바닥을 적셨다. 빗물로 젖은 내 손을 가져가 왼쪽 가슴을 꼬옥 쥐었다. 이미 빗물로 차가워진 내 손이 내 가슴을 잡자. 내 가슴도 그 차가움의 동화되어 차가워졌다. 아니. 원래부터 차가웠다고 말할 수 있었다. 나는 서서히 길을 걸었다. 빗물들은 내 몸을 강타하면서 땅바닥의 떨어져 또 다시 여러 개로 나뉘어 곳곳에 있는 물웅덩이와 동화가 되었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가만히 비를 맞았다. 두 눈을 감고, 고개는 약간 45도로 하늘을 향해 들고 가만히 그 비를 맞고만 있었다. 내 몸이 점차적으로 식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까 그 커피처럼 식어간다. 잠시 뿐이지만….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서서히 눈을 떠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항상 시간의 쫓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 눈에는 지금 하늘에서 내리는 비보다 더 빨랐다. 하지만, 그 바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도 행복한 웃음을 머금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사랑이 저 빗물보다 주르륵 떨어지는 연인들이 보였다. 저 푸른 하늘을 닮은 푸른 우산의 하얀 실선으로 그어져 있는 한 우산 속에서 여자가 남자의 팔짱을 끼고, 얼굴은 어깨의 기대면서 걸어갔다. 그 둘은 걸어가면서도 계속 상대방을 바라보면 옅은 미소를 머금고, 무슨 사랑의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다른 쪽을 바라보려고, 고개를 돌리려고 할 때 나는 돌리지 못 했다. 사랑의 대화를 나누면서 연인들이 걸어간 자리에는 또 다른 연인들이 한 우산 속에서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 연인은 나와 나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가버린 그녀였다. 그녀는 여전했다.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와서 우산을 써도 그 생머리는 젖어서 축축해서 긴 생머리에서 물방울이 항상 떨어졌었다. 오똑한 코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매일 내가 집게손가락으로 코를 쓸어내리면서 만져주는 것을 좋아했고, 붉고 아담한 그녀의 입술사이에는 미성이 흘러나와서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는 언제나 활발하고, 항상 미소를 얼굴의 머금고 다녔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그녀는 웃음을 머금고, 장난 끼가 가득한 얼굴로 들고 있는 우산을 자꾸 자기 쪽으로 기울게 해서 나를 자꾸 비를 맞게 하고 있었다. 그녀의 장난으로 비를 맞고 있는 나는 그녀와 만찬가지고 힘을 써서 자기 쪽으로 우산을 기울게 해서 이번에는 그녀를 비의 맞게 했다. 비를 맞은 그녀는 한번 해보자는 얼굴로 우산을 자꾸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고, 나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우산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 둘 다 비를 맞는 꼴이 되어버렸다. 빗물을 맞아서 둘 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버린 상대방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크게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서로의 모습을 보라고 하듯이 삿대질을 하면서 둘 다 행복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가슴 한쪽이 아련하게 아파왔다. 이렇게도 아프면서 너무 아프면서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나는 나와 그녀를 계속 바라보았다. 서로 한참을 바라보면서 웃다가 내가 살짝 그녀의 얼굴로 다가가자. 그녀는 살포시 눈을 감았다.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면 나는 그녀의 입술의 내 입술을 조심스럽게 포개었다. 촉촉하면서도 차가운 입맞춤은 내 마음을 서서히 녹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나는 그녀에게 내 마음을 줘버렸다. ‘사랑해…’ 나는 나와 그녀가 입맞춤을 하는 것을 보고 더욱더 가슴이 한쪽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고통이 너무나 심해서 입술사이로 고통의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러면서도 나의 두 눈은 그녀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수줍게 잘 익은 홍시처럼 두 볼이 빨개진 그녀는 살짝 고개를 아래로 숙여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늘에서 여전히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도 뭐가 좋은지 실실 웃고만 있었다. 주위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던 말던 나는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내 미소의 더 부끄러워졌는지 그녀는 더욱더 고개를 숙여 빨간 얼굴을 나에게 안 보여주려고 했다. 한참을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나는 조용히 그녀의 귓가에다가 뭐라고 속삭였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얼굴이 더 빨개지면서 고개를 팍 숙여버렸다. 급기야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물웅덩이의 손을 집어넣고, 그 물을 내 얼굴의 뿌려버렸다. 물에 맞은 나는 잠시 동안 안 보였고, 그 사이의 그녀는 도망가 버렸다. 그것도 웃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도망가면서 혓바닥을 입술 사이로 내밀면서 메롱 이라고 말했다. 그 모습을 보는 나는 ‘거기 서라~’라고 말하면서 잡으러 뛰쳐나갔다. 내가 뛰어오는 것을 바라보는 그녀는 화들짝 놀라면서 뒤로 도망가고, 도망가면서 물웅덩이를 여기저기 밟으면서 물웅덩이의 맺혀 있던 물들은 여기저기로 분산되어버렸다. 급기야 나에게 잡힌 그녀를 들어서 물웅덩이가 가득 모인 그곳에 살포시 조금 아프게 던져놓고, 나는 그녀의 얼굴의 물을 뿌렸다. 아주 행복하게 물을 뿌렸다. 나는 그 모습을 가슴 아프게 바라본다. 고통이 더욱더 밀려와 이제 나와 그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나는 애써 내 머릿속에 깊숙이 숨겨 놓은 추억을 무시해버리고, 나는 가던 발걸음을 움직였다. 하염없이 내리고 있는 비는 내 몸을 적신다. 그리고 고통도 빗물과 함께 땅으로 떨어진다. 내 사랑도 그렇게 떨어진다. 그녀를 아직까지 사랑한다. 이 빗물의 떨어지는 사랑은 내 사랑중의 아주 일부분의 조각일 뿐…다시 그녀를 생각하다보면 그 떨어진 조각은 다시 내 마음의 끼워져 있다. 그녀를 애써 강제로 잊으려고 하면 내 사랑중의 아주 일부분의 조각이 떨어져 나는 그 떨어진 조각을 보고 내 자신을 속이면서 그녀를 잊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길을 가다가도 그녀와 함께 한 매개체를 보다보면 그녀가 하염없이 그리워 그녀와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그 떨어진 조각은 다시 끼워져 있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그 비를 맞으면서 나는 천천히 걸어간다. 길 양 옆으로 줄 서듯이 서있는 소나무는 언제나 그 모습 변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의 항상 그 모습으로 서있다. 그래서 나는 소나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우리 사랑도 저 소나무처럼 되기를 바랬어…’ 바람이 불었다. 소나무 잎에 맺혀있던 물방울이 바람의 의해서 가지가 흔들리자. 지상으로 떨어졌다. 그 떨어진 물방울들은 지금 내리는 비와 섞여 굵은 빗줄기가 되어 지상을 적셨다. ‘날 기억이나 할까? 너의 곁에 잠시 머문 날 기억이나 할까?’ 그렇겠지…너는 날 기억하지 못 하겠지? 슬픈 눈빛으로 나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았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아프게도 내 마음을 욱신거리게 했다. 서서히 나도 모르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르고 느꼈을 때처럼 고통도 그렇게…. ◆이별 물방울이 바람의 휘날린다. 푸른 잎에 맺혀 있던 물방울들이 바람의 의해서 가지가 흔들리자. 그 흔들리는 반동으로 무기력하게 바람을 따라서 지상으로 낙화한다. 그 물방울이 지상으로 낙화하는 그곳에는 연인들이 마주보면서 서있었다. 물방울들은 대지의 품에 안기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연인들은 그 대지의 품에 안긴 물방울의 아련한 차가움을 향기로 맡는다. 헤어지지 말아 라는 뜻으로 다시 매서운 바람이 불어 그 연인들 사이를 지나간다. 그 바람이 지나갔어도 연인들은 말없이 상대방을 바라보기만 했다. 침묵이라는 단어가 그 연인들 사이로 내려앉으려고 할 때 먼저 여자가 굳게 다문 입술을 열어 그 침묵을 깨버렸다. “헤어져…” 그 말을 들은 남자는 말없이 그 여자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나로서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그 둘 사이로 다가가서 더 이상 말을 못 하게 더 이상 서로가 못 바라보게 하고 싶지만 무언의 막이 내 앞을 가로막아서 그 둘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지 못 하게 했다. 나는 가슴에서 옥죄어 오는 고통을 참으면서 그 무언의 막을 주먹으로 계속 쳤다. 제발 그 쪽으로 가게 해달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하소연했지만 그 무언의 막은 굳건하게 나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마치 저기에 있는 나와 그녀가 인연의 실타래가 서서히 풀리려고 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를 가로 막고 있었다. 그 여자…아니…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경직된 얼굴로 그녀를 향해서 물었다. “이유는?” 내 물음에 그녀는 생전 처음 보여주는 냉소를 얼굴의 드러내면서 나의 말에 대답했다. “너를 너무 사랑해서…그게 이유야.”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한참을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만 보았다. 무언의 막에 의해서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 하는 나는 그녀와 이별했던 추억을 아주 고통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녀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하늘을 비추어야 할 보름달은 내 마음처럼 구름의 가려져 보이지가 않았다. 언제나 푸른 소나무는 신선한 맑은 공기대신 헤어지지 말아 라는 뜻으로 자신의 몸에 맺혀있던 물방울을 우리 쪽으로 날려서 마치 회초리로 때리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 몸을 강타하게 만들었다. 나는 슬픈 눈길로 나와 그녀를 계속 바라보았다. 아무리 주먹으로 쳐도 이 무언의 막은 사라지지가 않았다. 나는 할 수없이 나와 그녀를 계속 바라보았다. “너무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의 물음에 그녀는 바람의 휘날리는 긴 생머리를 단정하게 푸른 끈으로 묶고, 나를 아래, 위로 훑어보면서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마치 고양이처럼…. “너무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그녀의 매정한 말에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비릿한 피의 비린내가 내 입안을 맴돌았지만 나는 무언의 막에 가려져 말없이 그녀를 바라만 보았다. 내 추억 속에서도, 아니. 현실이었지만 그녀는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재차 물었다. 그때 상황에서 그녀의 모습은 마치 백설공주에서 나오는 독 사과를 건네주는 마녀같이 보였다. 자신은 떳떳하다고 고개를 들고 나에게 물어보는 말투는 나를 무시하고, 비웃는 것 같아서 몹시 화가 치밀었다. “아니. 말이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것은 3류 소설에서나 3류 영화에서 나오는 이야기 아니야? 현실에서 그렇게 헤어지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나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나의 뺨을 어루만지면서 나의 귓가에다가 속삭였다. “여기 있잖아. 최초로 현실에서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는 연인…바로…우리…안 그래? 아니…혹시 모르지? 우리 말고, 우리가 모르는 연인들이 우리처럼 헤어졌는지 모르지? 안 그래?” 그녀의 말을 들은 나와 추억 속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그때도, 지금 추억으로 보는 것도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래”라고 말할 뻔 했다. 3류 소설에서나 3류 영화에서나 나오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우리는 지금 3류 소설이나 3류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현실이다. 우리는 지금 3류 소설이나 3류 영화에서 나오는 말을 하면서 이별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우리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지금 추억 속에 있는 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영원한 사랑이 없다고 말했어도 적어도 우리만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확신은 보기 좋게도 깨져버렸다. 애지중지하는 유리잔을 떨어트려 깨어버리는 것처럼…내 확신은 처참하게 깨져버렸다. 한순간의 실수도 없었다. 그저 우리가 모르게 사랑처럼 이별이 다가왔을 뿐이다. 나는 이제 그녀를 보내주려고 한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가 내 머리를 두드리면서 현실이라고 자꾸 일깨워주고 있다. 나는 눈물을 꾹 참고, 그녀에게 말한다. 추억 속에 있는 나와 이 추억을 보고 있는 나는 동시에 같은 말을 한다. “잘가…” 내 말을 들은 그녀는 잠시 눈동자가 흔들리더니…다시 싸늘하게 변하면서 나에게 말하고, 뒤를 돌아서서 걸어갔다. “…그래. 너도 잘가…”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추억 속에 있는 나는 한줌의 먼지처럼 사라지고, 그 추억 속에 있던 나의 자리에 지금 내가 서있었다. 아무리 무언의 막을 쳐서 나오려고 애를 쓴 게 물거품이 되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그때의 과거처럼 이별을 하자. 그 무언의 막이 사라지고, 뒷모습을 바라보는 내가 서있었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다. 이별했음을…. ◆향수 스르릇 눈을 뜬다. 미련한 마음을 드러내듯이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아쉽다. 추억 속에서도 나는 다시 그녀와 이별을 해버렸다. 아무것도 하지 못 했다. 그날의 그 자리의 서있었던 것처럼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이별을 해주었다. 그리고 추억 속에서도 나는 또 다시 내 의지와 내 사랑을 무시하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이별을 해주었다. 혹시나 그녀가 올까봐…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녀와 자주 갔던 카페의 앉아서 몇 시간씩 그녀를 기다리다가 비를 맞고 돌아오기를 몇 번했는지 헤아릴 수가 없다. 그녀를 보내준 게 나이면서도 나는 그녀가 돌아오기를 바란다. 하염없이 기다리다 그녀와 함께 한 추억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혼자 밥을 먹다가 그녀가 생각나서 눈물을 흘리고, 책을 읽다가 웃긴 부분이나 슬픈 부분이 나오면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옆에 그녀가 있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사당날생시…” 그녀가 나에게 남긴 유일한 한마디. 떠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그녀의 말을 나는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른다.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이 말을 했는지 나는 아직까지 모른다. 그저 왠지 모르게 이 말의 뜻을 알면 혹시나 그녀가 돌아올 것 같아서 나는 매일 이 말을 중얼거린다. 오래된 고서를 뒤져보았고, 인터넷의 이 말을 쳐봤지만 알 수 없는 단어라고 적혀있었다. 마치 내가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것처럼…. 언제까지나 나는 그녀를 그리워할까? 내가 죽을 때쯤? 아닐 것이다. 나는 그녀를 이미 잊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잊었는데도 나는 왜 그녀를 붙잡고 있을까? 아마 나는 내 자신을 속이고 있을 것이다. 그녀를 잊었다고 말하면 내 마음도 잊을 것 라는 착각에 빠질 테니까… 옥상 난간에 서서 두 팔을 벌리고, 눈을 감아보았다. 바람이 느껴졌다. 나를 스치고 지나간 바람이 느껴졌다. 그 뒤로 차가운 액체가 느껴졌다. 물방울이었다. 어디서 날라 왔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의 눈물일 것 라고 생각했다. ‘신이 느껴지니?’ 조용히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나는 느껴져…’ 눈물이 계속 흘러넘쳤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만큼 신도 언제나 내 곁에 있어…’ 눈 감은 상태에서 나는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눈을 감아서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데…그 어둠사이로 그녀의 얼굴이 천천히 나타났다. ‘무엇을 느끼는지 아니?’ 조금씩 그녀에게 내 손이 다가갔다. ‘믿음, 신의, 사랑을 느껴…’ 나는 그렇게 속으로 말하고, 그녀에게 다가가던 내 손을 다시 거두었다. ‘안녕…’ 나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떴다. 어두운 밤하늘이었다. 별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고, 구름의 가려진 보름달은 세상을 비추려고 애쓰고 있었다. 나는 저기 흩날리는 바람을 향해서 물었다. “날 기억이나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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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정말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 음 한낯장난이 아닌 뭔가 진지한 소설인것 같아요 ^ ^ 건필하세요
정말 이렇게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나은 단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