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ew Life, 2022년 새해맞이, 님의 향기
주흘산 !!
영상에 담아 목소리와 함께 보내주신 주흘산의 정기를 새해 첫날 온몸에 담아봅니다. 우뚝 솟아오른 기운 사이로 아련한 추억이 살금살금 피어오릅니다.
아홉 살에 올라와 살고 있는 서울에서 고향(예천군 지보면 한대(대죽리))으로 내려갈 때에는 수안보를 지나 꼬불꼬불 새재를 넘어야했거든요.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까지는 해마다 몇 번을 넘어가야했기에 멀리 보였을 그 산이 바로 주흘산이어서요.
아내가 두 달 입원치료 중 스무나흘 째를 보내고 있는 병실에서 코로나로 갇혀서 년말을 보내고 둘이 손잡고 새해를 맞이하기에 형님께서 보내주신 주흘산 기운이 남들과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아내가 십수 년 전 비결핵항산균에 감염되어 오랫동안 가래 등으로 불편하게 살면서 견뎌왔는데 지난 가을 증상이 심해지면서 12월 초에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하여 초기치료를 받다가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 근처에 있는 금강아산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주사 맞고 밥 먹고 주사 맞고 점심밥 먹고 또 주사 맞고 저녁밥 먹고 주사 맞고 잠자고 다시 일어나 주사 맞는 똑같은 일이 아내에게 반복됩니다.
날짜가 지나는 것을 위안으로 삼다가 새해를 맞이했기에 조금은 쓸쓸하기도 했습니다. 그때에 형님께서 주흘산에 오르셔서 그 정기를 보내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아내에게도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도 되는 거죠? 귀한 정기를 받은 아내는 다 나은 듯 몸도 맘도 가벼워 보입니다.
‘아내에게 이런 시간이 빨리 오겠지요.’
병원에서 '다 나았습니다. 이제는 오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말을 듣는 시간이. 부엌창을 열고 지는 해가 그리는 풍경화를 날마다 감상하는 시간이. 가래 걱정하지 않고 예봉산에 올라 맑은 공기마시며 산 메아리 들어보는 시간이. 콘서트홀에서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 연주를 듣는 시간이. 근린공원으로 나가서 공차기를 하거나 캐치볼을 하는 시간이. 두 아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형님 고맙습니다. 새해에 두 분 부디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그와 같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예천 맛집인 ‘전국을 달리는 청포집’에서 12,000원짜리 청포정식으로 점심끼니를 때우고 나와서 먹자골목인 그 골목을 한 바퀴 휘 돌때의 일이었다.
나와는 독서클럽 ‘Book Tour’ 모임에서 오랜 세월 인연을 쌓은 친구로, 그 전날인 새해맞이 첫 날에 카카오톡 메시지로 새해 인사를 전해왔기에 그 답으로 내가 해발 1,076m의 백두대간 주흘산 주봉에 올라서 시원하게 노래 한 곡 부르는 영상을 띄워 보냈더니, 거기에 대한 답으로 하루 지난 그 다음날 그렇게 장문의 답을 또 보내온 것이었다.
그 처한 환경이 내 가슴에 짠하게 담겨들었다.
고마워하는 그 마음이 참 향기로웠다.
‘아내에게 이런 시간이 빨리 오겠지요.’라고 했던 그의 꿈대로, 만사가 형통해지기를 기도하면서, 2022년 새해맞이 일정을 드디어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