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28 08:46 마니아포럼에 기재
현행 FA 규정에 따르면 FA를 영입한 구단은 원소속 구단이 원할 경우 보호선수 18명 이외의 선수 한 명을 원소속 구단에 내줘야 한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작년에는 이정호와 안재만이 팀을 옮겼다. 보호선수에도 들지 못했다는 것 자체는 치욕스러운 일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기에 이들이 맞는 2005년 겨울은 후끈 달아오를 수 밖에 없다.
이정호 - 미완의 대기는 이제 그만!
대구상고(현 상원고) 2학년이던 1999년 청룡기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추신수(현 시애틀 매리너스)와 함께 초고교급 투수로 불렸던 이정호. 메이저리그 진출설까지 흘러나왔던 이정호의 선택은 바로 삼성이었다. 삼성은 당시 고졸신인 역대 최고액이었던 계약금 5억 3천만원에 이정호를 영입했다. 150km를 넘나드는 직구에 예리한 변화구까지 갖춘 이정호는 금방이라도 프로무대를 정복할 기세였다.
하지만 주위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이정호는 프로 입단 후 좀처럼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부상도 잦았을 뿐만 아니라, 좋은 구위를 가지고도 실전에서는 스트라이크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새가슴이었다. 이정호가 지난 4년간 거둔 성적은 1승 1세이브 방어율 5.55. 작년에는 1군 마운드를 한 차례도 밟지 못했다.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잃은데다 군문제까지 겹친 이정호는 결국 박진만의 보상선수로 현대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쫓겨나듯 팀을 옮겼지만 다행인 것은 현대의 투수코치가 바로 김시진 코치라는 것. 김시진 코치는 김수경, 신철인, 송신영, 이동학, 오재영 등 젊은 유망주들을 키워내는데 일가견을 보여온 현역 최고의 투수 조련사. 그에게는 고교 후배이고 뛰어난 하드웨어를 갖춘 이정호가 감춰진 보석일 수밖에 없다. 이정호는 올해부터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해야하지만, 아직 어린 나이이기에 김시진 코치밑에서 체계적인 지도를 받는다면 3년 후에는 현대 마운드의 새로운 기둥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안재만 - 친정팀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설계한다!1997년 LG에서 데뷔해 어느덧 9번째 시즌을 맞이한 안재만. 2000년과 2001년에는 11개씩의 홈런을 때려내며 소박하고 짧은 전성기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뛰어난 장타력도 정확하지 못한 타격과 불안한 수비를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시즌 전망에서는 으레 주전감이었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약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주전자리에서 밀려났다. SK 이적 첫해인 2001년이 그가 주전으로 뛰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시즌이었다. 최근 3년간 부진했던 안재만은 결국 김재현의 보상선수로 다시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4년만에 돌아온 친정팀이지만 상황은 그다지 호락호락하지 않다. 작년 주전 3루수였던 김상현이 군복무로 빠졌지만, 외국인 내야수 클리어가 새로 들어왔고 리그 최고수준의 수비를 자랑하는 이종열이 건재하다. 또다른 포지션인 1루수에도 서용빈과 최동수라는 만만치 않은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브리또의 재계약 실패로 내심 SK에서 주전자리를 노리던 안재만으로서는 내야수 자원이 풍부한 LG의 지명이 다소 '생뚱맞을' 수도 있을 듯.
냉정하게 말해서 올시즌 안재만의 주전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팀에서 희소한 오른손 파워히터이고, 실제로 SK 시절 포스트시즌에서 심심치 않게 한방씩을 날려줬음을 감안하면 그에게 기회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야구계의 문천식' 안재만에게 올시즌이 새로운 도약의 해가 될 지는 바로 동계훈련 기간에 그가 흘릴 땀방울에 달려있다.
이상규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