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타고 집에 올라오면서
홍일식(전 고대총장) 선생님이 쓰신 글을 읽었는데,
함께 나누고 싶어 생각나는데로 옮겨봅니다.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열매로 대추, 밤, 감을 들 수 있는데
그것들이 갖는 의미가 남다릅니다.
우선 대추.
대추는 꽃을 피우면 반드시 열매를 맺습니다.
때문에 대추나무에 대추 달린 것 보신 분들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열매가 나무 하나에 엄청나게 달리거든요.
대추는 이처럼 자손이 번성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밤.
씨알밤을 땅에 심어 밤나무를 만들었을 때 몇십년이 흘러도
뿌리를 들쳐보면 그 씨알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대부분 어떤 씨앗이 떡잎을 내고 자라면서
그 원래 씨앗은 형태를 잃잖아요. 하지만 밤은 처음 그 모양 그대로
아름드리 나무 뿌리에 매달려 있다는군요.
홍선생님이 나중에 궁금해서 직접 밤나무를 확인해봤는데 사실이랍니다.
때문에 밤은 우리 몸에 면면히 흐르는 핏줄, 선조를 잊지말라는 의미로
쓰인답니다.
마지막으로 감.
이건 아는 분들이 꽤 되실 것 같은데,
감씨를 땅에 심으면 그 감나무에선 감이 열리지 않습니다.
'고욤'이라고 떫고 조그만 열매가 열려서 다람쥐들이나 먹는데요.
반드시 한번 원래 감나무 가지로 접을 붙여야 제대로 된 감을
얻을 수 있다는군요.
바로 태어났다고 누구나 사람은 아니다...라는 의미라는 군요.
접을 붙이듯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 사람 구실을 한다...라는
뜻을 가르치는 열매가 감이라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몇십년전에는 누구나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였는데 지금은 누구도 이야기해주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글 쓴 뜻을 밝히시더군요.
한가지 덧붙이신 이야기는,
옛 어른들 묘 주변에는 '과실수'를 심었답니다.
왜냐면 보통 우리 제사에서는 5대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시잖아요...
생전 보지도 못한 분에 대한 공경과 사랑이 하루 아침에 싹 트겠냐는 거죠.
그래도 과실수나마 심어두면, 그 열매 맛보러 올라오다가 자주
묘와 마주치면 그래도 신경 쓰게 되고 그러다보면 아끼는 마음도
자연스레 생긴다는 거지요.
이런 믿음은 인지상정이기도 하고,
맹자님이 하신 말씀하고도 상통합니다.
옛날 묵자의 '사랑'에 대한 가르침에 대한 비판이 그것이었죠.
묵자는 만인에 대한 똑같은 사랑을 설파했는데 그게 인간의 힘으로
가능하겠냐는 거죠. 가까운 사람부터 사랑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들도 사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맹자님이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조상님들이 묘 주변에 과실수 심는 뜻도 그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음... 어쩐지 꼰대가 된 기분입니다만,
그래도 저 글 읽으면서 감동을 크게 해서 이렇게 엉망이나마 옮겨봅니다.
옛날에는 대가족에 시끌시끌한 분위기 무척 좋아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되고 싶어도 잘 안는 집안 분위기가 안타깝기도 하고요.
여러분 화목한 집안을 만든 뒤에
또 화목한 라속을 만듭시다.
(뭔소리야 결론이 이상한 방향으로 =_=;;)
카페 게시글
대전살사
추석 제사상에 쓰이는 열매의 의미
아즈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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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0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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