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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어떤것] 06
#1. 커피숍
재인 : 흥분하지마. 책임질게 뭐가 있어? 신문에 김다현 선생님 이름이 나간 것도 아니고, 사진이 실린 것도 아닌데.
대한민국 5천만 인구중에 절반이 여자야. 그중에 한명인데 누가 알아?
다현 : 내가 알잖아요. 그리고 당신이 알고.
재인 : 어차피 우리둘은 처음부터 알고 있는 일 아니야. 그런 쓸데없는 얘기 말고 열심히 만나서 빨리 끝낼 생각을 해야지.
별로 손해 본것도 없으면서 자꾸 책임지라고 그러면 프로포즈 하는 것 처럼 들려서 심장이 벌렁대.
(비웃듯이 말하는) 혹시 진짜 나랑 결혼하고 싶은 거야?
다현 : 좋아요. (라고 대답하면 재인 눈 동그래지고 기가 막힌 얼굴이면서)
재인 : 뭐야! 진짜 결혼하자구? 싫어. 왜 내가 당신이랑 결혼을 해!
다현 : 허! (코웃음치며) 누가 그게 좋대요? 얼른 빨리 만나고 끝내 자구요. 그리고... 나도 이재인씨 싫어요.
내가 왜 당신처럼 야비하고 음흉스럽고 약아빠진 남자랑 결혼을 해요. 멀쩡한 좋은 남자 다 놔두고.
재인 : 뭐? 뭐 어째구 어째... 야비하고 음흉스럽고... (재인 말 받아서)
다현 : 약아빠졌다구요... 그 밖에 몇가지 재인씨한테 어울리는 단어들이 더 있는데
그나마 내가 국어선생님이라 참고 있는 줄 알아요.
재인 : 누가 할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처음에 시작한 건 당신이었어.
다현 : 내가 하고 싶은 얘기에요. (이 악물고) 좋아요. 이번엔 재인씨가 이겼어요. 오늘 뭐하지요. 우리?
얼른 얼른 하루라도 빨리 만나서 이 계약 끝내자구요.
재인 : 나도 바라는 바야. 뭐 나는 좋아서 이러고 다니는 줄 알아. 빨리 끝내, 끝내자구. (다현과 재인 흥하는)
#2. 미술관 앞
두사람 겨우 성질 가라앉히고, 미술관 앞에서서.
다현 : 여긴 또 왜 온 거에요?
재인 : 클래식 말고 그림도 싫어하는 거야?
다현 : 아니요. 소질은 없어도 싫어하지는 않아요. 근데 왜 하필 미술관이냐, 이거지요.
(슬쩍 안에 한번 돌아보며) 여긴 기자 없어요?
재인 : 없을 걸, 아마. 별로 유명한 사람은 아니니까.
다현 : 아마요? (인상찌프리고) 그럼 안들어 갈래요. 재인씨를 어떻게 믿어요? 지난번 음악회에서 당한 것 만으로 충분해요.
재인 : 당하다니... 자칭 국어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입 상당히 거치시네. 계속 이렇게 험한 얘기 할 거야?
난 그런 얘기 한번도 안듣고 컸단 말이야.
다현 : 그러니까 이렇지요. 확실히 집에서 매를 덜 들으신 것 같네요. 우리반 애들 같았으면 어림도 없어요.
재인 : 뭐야? 나한테만 그러는 줄 알았더니 학교에서도 주먹 휘두르나 보지?
아니지, 애들도 발로 걷어차? (다현 재인 째려보면서)
다현 : 우리반애들은 다 정직하고 머리 좋아요. 누구같지 않고. 말로하면 다 알아들어요. 아무튼 난 저기 못들어가요.
이번에는 사진까지 떡하고 나올 지 누가 알아요?
재인 : 신문에 몇줄 나와도 충분히 우리쪽에서 막을 수 있어. 대장, 아니 우리 할아버지가 당신 편이니까.
난 들어가야 해. 다음엔 우리호텔에 전시할 작품들이니까.
다현 : 막은게 그거에요?
재인 : 막았으니까 그 정도지. 그 사람들 작정하고 덤벼들면 김다현 선생 신분 알아내는 거 식은 죽 먹기야.
다현 : 김다현 선생님이요.
재인 : (퉁퉁거리며) 네. 김다현 선생님!
다현 : (다현 역시 새침해지고) 언제는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데 어떻게 아냐고 그랬잖아요.
한줄만 더 나와봐요. 그럼 정말 다 책임져야 되요.
재인 : 책임져, 책임진다. 책임지면 될 거 아니야. 그러니까 들어가자구.
다현 : 뭘로요? 결혼하자구요? 그건 싫다니까요.
재인 : 난 좋고? 신문사에 엎어져서라도 막을테니까 들어가. 명백한 회사일니까 이번엔 기자들도 안따라 붙을거야.
다현 후유 한숨 쉬고, 재인 노려보면서... 안으로 들어가고. 들어가면서 궁시렁대는.
#3. 미술관 로비
다현 저만치 멀찌감치 떨어져서 주위 둘러보는...
재인 팜플렛 한 장 사고... 다현 옆으로 다가가.
재인 : 그만 좀 둘러봐. 기자들 없으니까.
다현 : 어떻게 알아요? 요즘 몰래카메라도 얼마나 많은데... (재인 인상쓰고 다현 바라보며)
재인 : 이봐. 혹시 나 모르게 죄지은 거 있는 거 아니야? 왜 이렇게 쉬쉬 하는 거야?
다현 : 재인씨가 나 모르게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요? 그러니까 나라도 조심해야지요. 저리 좀 가요. 옆에 있지 말고.
아니 우리 아예 따로따로 다녀요.
재인 : (기가막히고) 그래, 그러자구. 따로따로 다니자구.
다현 : 좋지요. 그럼 주차장에서 만날까요?
재인 : 마음대로 하셔.
재인 짹하고 노려보다가... 홱하고 뒤돌아서는.
#4. 재인이네 거실
선희 : 오셨어요? (선희 미적거리고 인사는 하지만 수영 인사 안받고 쑥 들어가서 안방으로 향하는, 혁주는 고개 꾸벅하고)
혁주 : 날이 덥습니다.
수영 : 아버지는 서재에 계세요? (안방 나오며)
선희 : 잠깐 나가셨어요. 답답하시다고...
수영 : 그래요? 시원한 거 좀 줘요. (선희 주방으로 나가려 하면 혁주 한번 바라보고)
선희 : 식사는 하셨어요?
수영 : 먹고 들어왔어요. 여기 와봤자 어디 제대로 된 음식이나 구경하겠어요?
(하고 면박주면... 아무 말 않고 주방으로 들어가고)
혁주 : (선희 나간 자리에 조금 민망한 혁주 타박하듯이) 왜 그래요?... 밥 잘먹고 들어와서.
수영 : 그러니까요. 음식이 맛갈스러워 봐요. 내가 왜 나가서 먹고 들어와요. 친정집 놔두고. (혁주 고개 흔들고....)
#5. 미술관
재인과 다현 따로따로 그림 바라보고 있는. 시선 마주치면 흥하고 고개 서로 돌리는.
선우 좀 나이 먹은 남자와 이야기 하고 있다가.. 혹시 해서 바라보면 다현이구. 얼굴 표정 밝아지며.
다현 그림 보고 있으면 누군가 뒤에서 톡톡 건드리는 선우 보고 다현 놀라고.
다현 : 강선생님... 여기 왠일로...
선우 : 한영인화백님, 우리 교수님이에요. 여기서 이렇게 만나다니... 이래서 우리 운명이라니까요.
(다현 손목 덥석 잡고 끌고가며, 교수 쪽으로) 가요. 다현씨, 소개시켜드릴게요.
다현 : 아니요. 됐어요. 선생님. (뿌리치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가면... 교수랑 이야기 하고 있는 사람 재인이고)
선우 : 교수님!
재인 화백이랑 이야기하다 부르는 소리에 다현 발견하고... 눈 커지고.
다현 난감해서 얼굴 돌리면
재인 인상한번 쓰고. 다현에게 다가가. 선우에게서 다현 빼내 턱하니 어깨에 손 두르고 화백에게 소개시키는.
재인 : 미안, 교수님이랑 할 얘기가 급해서... 인사도 못시켰네. 죄송합니다.
다현 눈 커지고... 어깨 빼려고 하면 재인 어깨 꾹 눌러 잡고.
왜 이러나 싶어 재인 얼굴보면 재인 화나 있고, 난감하고.
선우 뜻박의 상대에 약간은 놀랍고.
재인 : 이분은 한영인 화백이고... 같이 온 친굽니다. (하고 선수쳐서 다현 인사시키는)
다현 : 안녕하세요. (어정쩡하게 인사하는)
교수 다현과 재인, 선우 번갈아 바라보며.
재인 : 아는 분이야?
다현 고개 끄덕이면 재인 아는 사람이라는 소리에 다현 한번 흘겨 보지만 표정은 억지로 웃는 얼굴이고.
재인 : (NA 또 왠 놈이야. 오나가나 아주 남자가 깔렸어!)
선우 : 우리학교에 저랑 같이 계신 분이에요. (선우 교수에게 이야기하면 교수 고개 끄덕이고)
교수 : 그럼 얘기들 해요. 난 잠깐 인사 좀 하고 올테니.
재인 : (학교라는 이야기에 고개 갸유뚱하고) 아, 어쩐지 한번 뵌 것도 같군요.
선우 다현 한번 바라보고.
선우 : 학교 몇번 찾아오셨지요.
재인 억지로 미소짓고.
다현 : (NA... 정말 표정관리 못하네. 저게 웃는 거야. 인상쓰는 거지) 저... 그냥...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이런데서 다 만나고.
하지만 남자들은 서로 탐색하는라 다현 말 신경 쓰지 않고.
선우 : 강선웁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선우 손내밀면, 재인도 그 손 쫙잡으며)
재인 : 이재인입니다.
선우 : 실례가 안된다면... (다현 한번 바라보고) 혹시 김선생님이랑 사귀십니까?
다현 : 강선생님. (하고 소리지르지만 두 사람 다현 바라보지 않고있다가. 재인 흘긋 다현 바라보고. 미소지으며)
재인 : 네. 꽤 됐지요. 우린 진지한 교제를 하고 있는데... (넌 어떠냐는 어조로, 선우 다현 얼굴 한번 바라보고, 조금 안타깝고)
선우 : 선수치셨네요. 한발 늦었지만 지금 이순간부터는 저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겁니다.
재인 다현 얼굴 한번 바라보고, 다시 선우 향하는.
두 남자 노려보고 다현 한숨 쉬고.
재인 : 그래요? 모르시는 것 같은데 김다현씨 나랑 보통사이가 아닙니다. 벌써 도장부터 꽝꽝 찍었거든요.
선우 : 도장이요? 혹시... 혼인 신고하셨어요? (약간 얼굴색 변해서 다현 바라보는)
다현 난감하고...
다현 : 아니에요, 그런거.... (변명하기 민망한데...) 강선생님, 저기 찾으시는 거 같은데...
(교순가 하는 사람 가리키면 선우 겨우 고개 돌리고 그 사이에 다현 재인 손 잡아끄는) 재인씨. 나 좀 봐요.
#7. 로비
다현 재인 붙들고 전시장에서 조금 한적한 곳으로. 로비도 좋구요. 말빠르게 해주세요.
재인 : (비웃듯이) 왜에, 따로 따로 다니자며? 누가 보면 어쩔려고 이래?
다현 : 그럼 끝까지 모른 척 하던지요. 거기서 갑자기 나타서는 왜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거에요?
재인 : 누가 나타나? 당신이 버젓이 걸어 왔지. 멀쩡한 좋은 남자가 저 남자인 모양이지? 허우대는 멀쩡하구먼.
저 녀석이 그때 만난 그 남자야?
다현 : 그 사람 아니에요.
재인 : 아니라니! 도대체 남자가 몇 명인거야? 뭘 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남자가 이렇게 많은 거야?
다현 : (재인 험악한 말투에 발끈해서) 어떻게 하고 다니다니... 말이 점점 심해지네요. 우리학교 선생님이에요.
호텔에는 여직원 없나보지요?
재인 : 나한테 마음두고 있는 여자는 없어.
다현 : 그렇겠지요. 이렇게 막무가낸데 어떤 여자가 좋다고 그러겠어요? 제발 예의있게 행동해요. 알았어요?
다현 혀 끌끌차고 뒤돌아 가면, 재인 얼른 쫓아가 다현 손목 잡아 홱하고 돌려놓는.
재인 : (다현 노려보며) 저 자식 다시 만나지마. 알았어?
다현 : 저 자식이라니... 제발 그 말버릇 좀 고쳐요. 아무나 다 재인씨 아들이에요? 이사람 저사람 할 것 없이 다 자식이라니...
남들이 들으면 뭐라고 그러겠어요? (다현인 흥분하지 않고)
재인 : (버럭 성질내는) 내가 왜 남들이 하는 말까지 신경쓰며 살아야 해? 듣기 싫으면 듣지 말라고 해.
다현 : (후 한숨쉬고) 그렇게 큰소리로 떠드는데 어떻게 안들어요? 사람들이 다 우리만 보잖아요. 진짜 챙피해 죽겠네.
재인 : 챙피해? 내가 말이야? 지금 내가 챙피하다고 말하는 거야?
다현 : (다현 목소리 낮춰서) 조용히 좀 하고 주위를 좀 돌아봐요. 다들 재인씨만 흘끗거리잖아요. 더불어 나까지...
그래도 얼굴 안뜨거워요?
재인 좀 머쓱한 표정이고... 다현은 또박또박 선생님 훈계하는 어조로.
다현 : 그나마 체면은 있나보네요. 제발 아무데서나 성질 좀 부리지 말아요. 재인씨, 남들이랑 틀리잖아요...
재벌들은 다 저러나 그럴꺼 아니에요. 조용히 열 좀 식히고 들어와요. (그리고 한심한 듯 바라보며) 이런 거 사진찍히면
진짜 가관이겠어요. 기자들이 없기 망정이지.
재인 돌아다보면 얼마 안되는 사람들 재인씨 흘긋거리고, 다현 혀 끌끌차는.
그런 다현 바라보며 재인 더 승질나는. 사람들 노려보며.
재인 : 뭘봐요? 구경 났어요? (사람들 움찔하고....)
#8. 미술관 전시장
재인 씩씩대고 미술관으로 들어오면 선우 다현 앞에 서서 다정하게 이야기하고 있고
재인 그래서 더 열받고 얼른 옆으로 가는.
선우 : 다현씨. 제가 저쪽 그림 설명해 드릴게요. (다현 끌고 가듯이하고 갑자기 나타난 재인 별 상관없이 그냥 예의상)
좀 실례해도 되지요.
재인 : 안되겠는데. (다짜고짜 반말하면 다현 얼굴 찌프리고 쿡하고 찌르면 할 수 없이)... 요.
선우 : (그런 재인 무시하고) 다현씨?
재인 : (다현 뭐라고 말하기전에) 우리 이미 다 돌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볼일도 있고.
선우랑 눈마추치면 일부러 여보란 듯이 다현 어깨에 팔 올리면서.
재인 : 지금 갈겁니다.
다현 자기 어깨위에 팔한번 보고.. 재인 눈길따라 선우얼굴 한번보고... 이 남자 왜이러는지도 알 것 같고.
선우 : 그럼 지금 같이 가시는 겁니까?
재인 : 같이 왔으니까 같이 가야겠지... 요. (마지막 요는 다현 눈치한번 보고. 마지못해)
두 사람 눈 마주치고. 선우 다현 얼굴 조금 애절하게 바라보면. 어쩐지 동정심 같은거 생기지만 재인 눈 번뜩이고 있고.)
다현 : 강선생님. 저 먼저 갈게요. 나중에 학교에서 뵈요. (다현 약간 묵례하고 뒤돌아서는, 선우 바라보고)
#9. 차안 타면서
재인 : 보긴 뭘 또 봐? 그만 봐. 절대 안돼.
다현 : 말이 되는 얘길 해요. 우리학교 선생님이에요. 개학하면 매일 봐야해요.
재인 : 뭐야? 그럼 계속 볼 거란 말이야? 그거 진짜 계약위반인 거 알아?
다현 : 그게 왜 계약위반에요? 계약서에 학교 다니지 말란 얘기는 없었는데.
재인 : 그래, 그 계약서. 진지한 교제. 만날때마다 딴 놈이 튀어나오는데 진지한 교제가 될 게 뭐야?
다현 : 참 내, 그만 좀 궁시렁대요. 왜그래요. 도대체? 지금 재인씨 이상한 거 알아요?
꼭 여자친구 옛날 과거 뒤집는 사람 같아요.
재인 : 그것보다 더 기분 더러워. 바람난 와이프 현장 잡은 기분이야.
(앵돌아져서) 난 다른 건 다 봐도 여자가 바람나 양다리 걸치는 꼴은 절대 못봐.
#10. 재인네 집
규철 들어오는데, 딸내미 와있고.
혁주 : (슬쩍 눈치보며) 장인어른 이제 오셨습니까?
선희 : 진지는 드셨어요?
규철 : 오냐. 시원한 냉수나 한잔 내와라. (무심한 얼굴로) 니들이 왠일이냐?
선희 자리 뜨고.
수영 : 왠일은요. 아버지 뵈러 왔지요.
규철 : 자네는 백화점은 어떻게 하고 이 시간에 여기 와있는 거야?
혁주 : 태하가 잘하고 있습니다. 그 녀석은 다행이 절 안닮아서 뭘 해도 야무집니다.
규철 : 그거 정말 다행이구만.
수영 : 아버지. 우리랑 같이 살아요. 여기서 이러구 혼자 계시지 말구요.
규철 : 여기가 어때서 그래. 공기좋고, 조용하고. 괜찮아. (규철 선희가 가져다 주는 찬물 들이키고)
수영 : (수영 선희바라보며 비웃듯이) 아참, 언니, 재인이 여자 사귀는 거 알아요? 모르지요?
선희 조금 당황하고. 규철은 무표정한데
선희 규철 표정 살피며 얼른 변명하듯.
선희 : 그냥 호텔 사람이래요.
수영 : (재인이가) 호텔사람이래요? 내가 보기엔 아니던데요. 제대로 인사도 못시키는 거 보면...
(규철 향해 얘기하지만 여전히 아무 말 않하고) 그날 우리랑 딱 마주쳤잖아요.
선희 : 걔, 바빠서 집에 못 오는 애에요. 매일 새벽같이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온다는데...
수영 : 여자한테 빠져서 노느라 못오는 거에요. 언니가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오빠처럼 애나 하나 만들어 오면 어떡해요.
선희 : 아가씨!
혁주 : 여보(하면 쿡 찌르는)
수영 선희 표정 무시하며. 비웃는.
규철 : 그만들 해라. 그리고 니들도 그만 가봐. 자넨 백화점 비워 둬도 되는 거야.
혁주 : 태하가 잘하고 있어서...
규철 : 그럼 자네는 옷을 벗고 나오든지. 뭐하러 비싼 월급 축내며 자리 차지하고 있는 거야.
너도 가봐. 친정집 나들이 오래하는 거 보기 좋지 않아. 둘 다 이렇게 한가한 사람들이야?
혁주 찔끔하며 벌떡 일어나는 수영도 할수 없이 일어나고.
수영 : (현관으로 나가며) 우리집으로 옮기는 거 생각한번 해보세요.
규철 : 쓸데없는 소리말고 가봐라. (자기도 일어나며 서재쪽으로 향하고 선희 바라보는데 조금 측은하다.)
선희 : ....
규철 : 신경쓰지 마. 재인이 잘 하고 있으니까.
선희 : ? (뭐라 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반응 괜찮고...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걱정스럽고.)
#11. 차안
다현 : 아참. 다음번엔 재인씨가 내려와요.
재인 : 내가 얼마나 바쁜 줄 알아? 거기까지 내려갈 시간이 어딨어?
다현 : 나도 바빠요. 이제 개학해서 시간도 없어요.
재인 : 그래도 나보다는 한가하잖아?
다현 : 그거야 재인씨 생각이지요. 이왕 시작한거 우리 공평하게 해요.
재인 : 공평?
다현 : 네. 공평. 내가 서울 한번 올라오면 재인씨가 인천한번 내려 오고, 재인씨 볼 일 해결하면 내 문제도 한번 해결하고.
이렇게 해야 공평하지요.
재인 : 계약서에 그런 얘기는 없었잖아?
다현 : 왜 없어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렇게 적었잖아요. 3조.
재인 : 젠장할. 형준이 이자식을.... (도대체 계약서를 어떻게 한거야... 하는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들어 전화하려고 들면 다현 인상쓰고.
다현 : 욕은 안하기로 구두로 사전에 협의한 것 같은데요. 그것도 종이에 적어 공증해야 하나요?
하긴 뭐 공증해도 하나 소용없는 것 같지만.
재인이 열받아 핸드폰 닫아버리는, 그리고 째려보지만. 다현은 시선피하며 그저 웃기만 하고.
#12. 기획조정실
재인 씩씩대고 들어서면 기획실 직원들 긴장하고. 쾅하고 문닫히는.
유경 : 저 문 참 튼튼하게 만들었어요. 저렇게 혹사 시켜도 안떨어져 나가는 거 보면.
우당탕 소리 실장실에서 나는, 직원들 또 찔금하고.
창수 : 난 전화기도 튼튼하다고 생각해. 저거 국산이지. 우리나라 물건 애용해야 한다니까 저렇게 집어던져도 까딱없는거 보면.
인규 : 우리 호텔 물건이 원래 튼튼은 하잖아. (결재 서류 부장한테 건네주면서) 부장님 결재요.
이부장 : 자네 미쳤나. (침 꿀꺽 삼키는) 오늘 결재 올리지마. 나 저기 못들어가. 들어가면 죽을 것 같어.
창수 : 왜 저렇게 열받아서 씩씩대는 거지요. 곧 터질 폭탄 같아요.
부장 : 폭탄... 난 폭탄보다 우리 실장이 더 무서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13. 실장실 + 형준 사무실
재인 전화기 들고 있는.
재인 : 너 도대체 계약서를 어떻게 검토한 거야?
형석 : 계약서, 무슨 계약서?
재인 : 저번에 그거 있잖아. 그 여자 꺼 니가 처리했잖아.
형준 : 그게 왜? 뭐 잘못됐니?
재인 : 계약서가 문제가 아니라 그 여자가 골치덩어리야. 젠장할. 아니다. 욕도 하지 말란다.
형준 : (형준 탕하고 끊긴 전화 바라보며...조금 어이없고) 뭐라는 거야, 이 자식.
#14. 다현 집
다현 집에 들어가면 현관에서부터 미정 반색하고.
다현 : 다녀왔습니다.
미정 : 뭐하고 지금 오는 거야? 얘. 손님 왔어. (속삭이며 얼굴 표정 환하고)
다현 : 손님? 나?
미정 : 그래 한참 기다리셨다. 난 니가 남자랑 갔다고 그래도 아닌 줄 알았지. 말을 하지 그랬어.
미정 빠르게 속삭이며 거실 들어서면, 선우 쇼파에 앉아있고.
선우 : (일어나면서) 이제 오세요?
다현 : 강선생님. 여기 왠일이세요? (뜨악한 얼굴로, 아니 이남자가 왜 여기있지 하는...)
선우 : 말씀 드렸잖아요. 저 이제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가족들 눈 마주치고...
선우 : 그 남자보다 한발 늦긴 했지만... 그 분이랑 저, 똑같이 대해주세요.
미정 : 그 남자라니? 누구? 또 누가 있어? (미정 궁금한 얼굴이고 다현 암담하고....)
진만 : 당신은 좀 가만히 있어. 다다 얘기를 들어봐야지. 너 얘기 좀 해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다현 : 저기요. 아빠... 그게... 그게 정말 별거 아니거든요. 그냥... 그냥 잠깐 일이 있어서...
(난감하고, 변명하는 어조지만 딱 골라 할 말 없고)
선우 : (얼굴 표정 환해지며) 정말이요? 그럼 그 남자랑 아무일 없는 거에요? 아깐 진지한 교제라고 하셨잖아요.
미정 : 진지한 교제? 그게 뭐야?
진만 : 그게 정말이야?
준현 : 진짜야? 누나? (미정, 진만, 준현이 비슷한 타이밍에 맞춰서 말해주세요)
다현 : 별거 아니야. 엄마. 아니라니까. 아빠... 주니 너 가만 있어. 나중에, 있다 다 말씀드릴게요. 전부다요.
(열심히 변명하고 동생 노려보고, 다시 선우한테 시선 돌려서, 조그만 목소리로) 강선생님. 이거 좀 심하신 거 아니에요?
선우 : 제가 그렇게 마음에 안드세요?
다현 : 그게 아니라... (선우랑 가족들 시선 다현에게 쏟아지는)
선우 : 그게 아니면... 혹시 모르잖아요. 저랑 다현씨 천생연분일지.
미정 : 그럼 연분은 아무도 몰라. 얘.
미정 얼굴에 웃음 가득하고, 다현은 진짜 미치겠는데.
#15. 동석 거실
동석 거실에서 신문 읽다가 옷 손에 들고 나가는 형준 바라보는.
동석 : 나가려고?
형준 : 재인이 좀 만날까 해서요.
동석 : 재인이? 무슨 일 있는 게야? (신문 접고)
형준 : 아무래도 아까 전화가 걸려요. 무슨 문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동석 : 왜, 그 선생님하구 잘 안돼?
형준 : 모르지요. 저번엔 확실히 차인 것 같은데...
동석 : (깜짝 놀라서) 차여? 벌써 깨진거야. 회장님이 노하실텐데.
형준 : 그렇게 차인 거 말구요. 진짜 퍽하고... (발길질 해보이는)
동석 : (콜록 거리는...) 뭐야. 어쩌다가...
형준 : 그것도 몰라요. 말을 안하니까. 아무튼 그날은 재인이가 일방적으로 맞은 모양이에요.
동석 : 그럼 오늘은?
형준 어깨만 으쓱하고.
형준 : 글쎄요. 아주 왕창 두들겨 맞았나보지요? 다녀오겠습니다.
#16. 집앞
다현 씩씩거리고 먼저 나오고 뒤따라 선우 나오는.
다현 : (팔짱끼고 노려보는 얼굴로) 저랑 잠깐 얘기 좀 해요.
선우 : 좋지요. 이런 데이트 신청이란 얼마든지.. (선우 말 중간에서 막아버리고)
다현 : 데이트 아니에요. 그리고 웃지 마세요. 저 지금 강선생님한테 엄청 화나 있으니까. (선우 어깨 으쓱하고 다시 미소짓고)
#17. 집앞 공원
다현 :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강선생님. (팔짱끼고 선우 노려보며)
선우 : 이렇게 안하면 제 존재 아예 생각 안 하실 거 아니에요? 그 남자는 이미 다현씨랑 시작한 거 같은데.
다현 : 강선생님은 그 사람이랑 아무 관계가 없잖아요. 뭐하러 그런 얘길 우리 집에서 하는 거에요?
선우 : 내가 좋아하는 여자랑 먼저 시작한 남잔데 왜 저랑 관계가 없어요? 솔직히.. 어머님 모르시는 눈치라
말안할까도 생각했지만... 저 혼자 괜히 반칙하는 거 같고....멋진 척하고 정정당당하고 싶어서... 객기 좀 부렸어요.
다현 : 강선생님!
선우 : (진지하고) 저 절대 그냥 농담 아닙니다. 그거보다 훨씬 진지해요. (선우 진지하고 그래서 다현은 더 당황스럽고...)
다현 : 전 강선생님한테 특별한 마음 요만큼도 없어요.
선우 : 그럼 이재인이라는 분... 사랑하시나요?
다현 : 아니요. 그래도 그건 선생님이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할 참에 선우 선수쳐서)
선우 : 그거면 됐어요. 누구 마음에 특별히 정해놓으신 거 아니라면 저도 한번만 돌아봐 주셨으면 합니다.
다현은 심각한데... 진지하던 선우 활짝 웃는.
다현 : (못마땅하지만 조금 의심스러운 얼굴로) 왜 웃으세요?
선우 : 다현씨 화내니까 진짜 무서운데요.
#18. 다현 집
집에 오자마자. 미정 다현 손 잡아끌고.
미정 : 다다, 다 얘기해 봐. 일단... 그 남자부터.
진만 : 그래, 얘기 좀 해봐. 누구니? 그 남자.
준현 : 누나, 숨겨논 남자가 있었어?
다현 : 너 가만 안있어? (준현향해 인상쓰고... 엄마한테 변명처럼) 그냥 우리학교 미술선생님이에요.
미정 : 누가 강선생 말이야? 강선생이야 내가 눈으로 봤으니 됐구. 오늘 미술관에서 만났다는 그 남자.
다현 : 별 사람 아니에요.
준현 : 별 사람 아닌데 왜 몰래 만나? 수상하잖아.
다현 : 누가 몰래 만나. 겨우 두 번... (아차 하고 입 막는데 미정 눈 커지고)
미정 : 그새 두 번이나 만났어? 여보, 한번도 아니고 두 번이래요. (남편바라보고)
진수 : 심각하게 만나는 남자는 아니지?
미정 : 당신은... 남자를 만나는데 그냥 만나는 경우가 어딨어요? 뭐하는 남자야? 응
다현 곤혹스러운 얼굴인데...
#19. 다현 방
다현 어휴 하고 한숨쉬며 침대에 푹하고 엎어지는.
#20. 다현네 거실
미정 : (무언가 생각하다가 얼른 전화기 들고, 협탁에서 전화번호 같은 거 찾는) 주니야. 너 현진이 전화번호 알지?
준현 : 네, 걸까요?
미정 : 그래 얼른 걸어봐.
진만 : 현진이는 왜?
미정 : 현진이 좀 내려오라구 하게요. 걘 뭐 알거 아니에요. 둘이 그렇게 죽고 못사니.
진만 : 이 사람이. 바빠서 밥먹을 시간도 없는 애를 왜 자꾸 불러 들여. 그냥 둬. 나중에 오면 물어봐.
미정 : 다다가 얘길 안하잖아요. 쟤가 우리한테 뭐 속이고 그러는 애에요? 지금 상태가 심각한 거에요.
얼른 우리가 대처를 해야지요. (준현 전화 걸어 미정 건네주는, 미정 전화 신호음 들으며)
준현 : 그건 엄마 말이 맞는데요. 누나 너무 순진해서, 이상한 남자한테 금방 속을 거에요. 우리가 챙겨야지.
진만 생각해보니까 그렇고.
진만 : 전화 좀 줘봐.
미정 : 가만 있어 봐요. 내가 해야지 당신이 해봤자 하나 소용없어요.
#21. 기분좋은 재즈바 (밤)
형준 재인 쭈욱 한번 바라보고.
형준 : 일단 외관은 멀쩡해 보인는데.
재인 : 안멀쩡하면?
형준 : 어디 한군데 부러져서 목발이라도 집고 나올 줄 알았지.
재인 : 아주 기도를 해라. 그러고도 니가 내 친구냐?
형준 : 나나 되니까 그래도 걱정이 되서 나온거지. 아까 그 전화 뭐야?
재인 : 뭐가?
형석 : 왜 그렇게 심술을 내고 (전화를) 끝냐고?
재인 : (술잔만 돌리다 한참 침묵한채 뚱하고...)
형준 : 얼굴은 또 왜 그렇게 부었어? 그 선생님이랑 뭐 안되니?
재인 : 안될게 뭐 있어. 그냥 진지한 교젠데... 그 여자 딴 놈 있는 거 빼고는 아무 문제 없어. (딴 놈이라는 얘기에 형준 놀라고)
형준 : 뭐? 딴 놈? 누구 태하?
재인 : 태하가 거기서 왜 튀어나와? (짹하고 째려보며) 농담이라도 그런 말 꺼내지도 마.
형준 : 짜샤. 난 말도 못하니? 그럼 누구야?
재인 : 몰라. 같은 학교 선생이라나 그러는데.. 얼마나 친한척을 하던지. 밥맛 떨어지는 녀석이야.
형준 : 그 선생님 그렇게 안 생겼는데...
재인 : 그러니까 더 단수가 높지. 순진한 척하면서 뒷통수를 팍하고 친다니까.. (술 단숨에 들이키고 탁하고 술잔 내려놓으며)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재인 형준 노려보면 형준은 기가막히고)
형준 : 그 선생님한테 딴 남자 있는게 왜 내탓이야?
재인 : 계약서를 잘 챙겼어야지. 그냥 도장만 팍팍 찍을게 아니야.
형준 : 계약서는 니가 써왔잖아. 난 법적공증만 했구.
재인 : 넌 변호사잖아. 문구 하나하나 빈틈없이 잘봤어야지. 못 빠져나가게.
#24. 병원 + 거실
병원 의국 옆에는 챠트 잔뜩 쌓여있고. 현진 곤혹스러운.
현진 : 어머니... 저 잘 몰라요. 그 남자 한번도 본 적 없어요.
미정 : 본 적은 없어도 들은 적은 있을 거 아니야. 진짜 모르는 거야?
현진 : 저기...어머니... (거짓말 하자니 그렇고) 저 잘 모르거든요... 다다한테 물어보세요.
미정 : (방법 바꿔서... 느긋하게) 현진아. 다다 남자 생겼으니까 이제부터 니가 선볼래?
현진 : (펄쩍 뛰고) 아-니요. 어머니. 있잖아요.
전화 끊은 현진 푹하고 한숨쉬는.
현진 : (혼잣말 하는) 어휴. 괜히 걸었네. 다다야. 어쩌니.
#25. 다현네 거실
미정 만족한 표정으로 전화끊고.
진만 : 어째 니 엄마가 늙을수록 점점 능구렁이가 되간다. (준현 바라보며 혀끌끌차듯, 하지만 표정은 재미있고)
미정 : 애들 앞에서 당신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그냥 현명하다고 얘기해요. 알아듣기 쉽게.
진만 : 현명하다고 얘기하는 거 아닌데...
미정 : 술은 익을수록 향기가 난다잖아요. 나이먹을수록 지혜로와지는 거지요. 주니야 그렇지?
준현 : 그럼요. 엄마. 엄마 말이 무조건 맞아요.
진만 : (아들 타박하듯이) 너 너무 심해. 어째 같은 남자끼리 아버지 편은 안들고 니 엄마 편만 드니?
미정 : 얘가 날 닮아서 현명하고 지혜롭잖아요. (식구들 웃음)
밤 지나가고.
#26. 설렁탕 집
두사람 국밥 먹고 있고.
규철 : 곤란했겠구만.
다현 : 곤란 정도가 아니었어요. 하필 거기서 그렇게 딱 만날게 뭐에요? 얼마나 성질을 부리던지.
규철 : 그 녀석 그래도 성질 많이 죽었네. 그걸 가만 보고 참고 있었으니...
다현 : 안 참으면 또 어떡해요? 그게 그렇게 화나는 일인가요?
규철 : 그거야... 사정이야 어떻든 다른 녀석하고 노닥거리는 꼴을 어떻게 봐. 다른 건 몰라도 그 꼴은 못 참지.
사내녀석이 그런거 참고 있으면 어디 나사 하나 풀린 바본게야. (다현 가만 보고 있다가 킥킥웃고...)
다현 : 꼭 그 남자 같아요. 할아버지.
규철 : 그 남자 누구?
다현 : 저 만나고 있는 대마왕이요. 자기 바보 아니라고 펄펄 뛰었거든요.
규철 : 바보는 아니구만.
다현 : 바보긴요. 얼마나 약았는데.
#27. 전철 역
다현 : 다음에는 제가 올라갈게요.
규철 : 뭐하러. 바쁜 사람이. 시간많은 노인네가 움직이는 게 나아. 차값(전철값)도 공짜고. 사람 구경도 하고...
다현 : 죄송해서 그렇지요. 아참. 이거요. (다현 얼른 들고 있던 쇼핑백 건네주는)
규철 : ? (이게 뭔가 싶은)
다현 : 사탕이요. 심심하실 때 드세요. 이게요. 홍삼이 들어간거라서 몸에 좋대요.
다현 활짝 웃고 규철 가만히 다현 바라보는.
#28. 형준집 앞
재영 형준네 집 안으로 들어가면, 형준 아침운동 비슷하게.
재영 : 오빠! (앞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서) 점심 때 뭐할거야? 토요일인데.
형준 : (따라 앉으며) 점심때는 점심 먹어야지. 토요일이라고 점심 굶니?
재영 : 그럼 이따 나 점심 사줘. 재인이 오빠랑 같이.
형준 : 우리 둘이면 되지, 거기 니네 오빠는 왜 끼어? 남자둘에 여자 하나 안 어울려. 이대이면 (2:2) 몰라도.
재영 갑자기 형준 눈치 보며 살짝 떠보듯이.
재영 : 오빠. 정말 우리 오빠 여자 없어? 응? 혹시 우리 몰래 연애하는 거 아니야. 그럴 수 있잖아. 신문에 난 것도 그렇고...
재영 예리함에 뜨금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형준 : 어디서 그런 발상이 나오니, 넌. 재인이 정말 바뻐. 그냥 우리끼리 먹자. (그리고 장난스럽게) 니 오빠 난 아직 무섭다.
재영 : 그래, 그래도 점심은 먹을 거 아니야? .... 한번 전화는 해 보자. 응?
#29. 형준네 거실 + 재인 차안
형준 옷입고 나가다 말고. 형준 재영이 말도 있구 하니까 일단 전화나 해보자 하는 얼굴로.
형준 : 출근하는 길이니? .... 재영이가 셋이서 점심 먹잔다.
재인 : 바빠. (딱잘라서)
형준 : 그럴 줄 알았어. 도대체 뭐가 그렇게 맨날 바빠?
재인 : 그럼 먹고살기가 쉬워? 오전엔 스케줄 꽉 차있고 오후엔 인천가야 해.
형준 : 인천? 그럼 선생님?
재인 : 그래. 선생님.
형준 : 바쁘다면서 거기까지 내려가는 거야?
재인 : 선생님이 오랍니다. (포기한 목소리, 그렇지만 아주 질색은 아닌) 그러니 가야지.
#30. 거실
동석 방에서 나오면 황당한 얼굴의 형준 전화기 내려놓는데.
동석 : 무슨 일이냐? 아침부터.
형준 : (머리 긁적이며) 아버지, 확실히 달라지긴 달라졌는데요.
동석 : 뭐가?
형준 : 재인이가 누가 뭐란다고 듣는 녀석입니까. 그런데 오란다고 가네요.
동석 : 오란다고, 누가 그러고 누가 가.
형준 : 그 선생님이 오란다고 재인이가 인천까지 간답니다.
동석 : 정말 오란다고 가는거야 그 녀석이?
형준 : 예! (동석과 형준 얼굴 바라보며)
#31. 서재
규철 : 흠. 나아지는 건가, 그럼.
동석 : 그렇지요. 아무튼 둘이 타협을 하고 있다는 소리니까요.
규철 : 타협은 무슨... 다현이한테 망신이나 안당하면 좋겠는데...
동석 : ... 왜 그렇게 그 아가씨가 탐이 나십니까? 재인이 배필로는 더 좋은 조건의 착한 아가씨들이 줄을 설 텐데요.
규철 : 그렇지... 찾으려고 든다면 그 아이보다 괜찮은 아이들도 많겠지. 하지만 난 장사꾼이야.
동석 : 손주님 배필도 장사꾼 눈으로 골라내십니까? (혀 끌끌차며)
규철 : 아니. 돈버는 것보다 사람을 골라내는 게 더 힘들어.
규철 사탕통에서 사탕하나 꺼내 입에 물면서 동석에게 사탕 건네 주고.
규철 : 자네도 하나 먹어보게. 몸에 좋다는 거라니까.
동석 사탕 받아들고... 어리벙벙하고.
#32. 실장실
웃옷 손에 들고 호텔로비 나오던 재인. 무언가 생각나서 핸드폰 열고. 검색하면
선생... (다현 전화번호 032로 시작하는) 이렇게 나오고. (재인 차에 오르면서 전화하는)
#33. 거실 + 차안
미정 : (전화 막 끊는데 진만 들어온다) 오늘 그래도 이르네요? 토요일도 매일 늦드니만.
진만 : 사무실 에어콘이 고장나서 더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겠어. (웃옷 벗어주며) 다다는?
미정 : 지방에서 꼼짝도 안해요. 뭘하는지.
진만 : 얼마나 애를 볶아댔으면...
미정 : 볶아대긴요. 걔가 무슨 멸치도 아니고... 당신은 안궁금해요?
진만 : 궁금하지... 그래도 일단 한번 다다한테 맞겨봐. 걔가 우리 실망시킨 적 있어?
미정 : 그러니까요. 왜 말을 안하냐구요. 지 말대로 별 사람 아니면 왜 말을 못해요.
진만 : 얘기할 게 없나보지.
미정 : 아휴, 당신은 그 말 믿어요. 뭐 시원하거라도 줘요?
진만 : 그럼 부모가 자식을 말을 믿어야지. 누구 말을 믿어. 공연히 애 잡지말고 냉수나 좀 줘.
(혼잣말처럼) 더위가 꺽일때도 됐는데... (남편 말에 조금 삐쭉거리면서도, 순순히 주방으로 가려는)
미정 : 누가 애를 잡는다고...
하고 주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전화 울리고 미정 받고. 2층에서 준현 내려오는.
미정 : 여보세요. 네. 다다... 다현이요. 잠깐만요. 주니야. 누나 좀 나오라구 해.
준현 : 알았어요. (하고 다현 방 두드리는) 누나 (미정 눈 동그래져서 남편 얼굴 바라보는)
진만 : 왜?
미정 : 잠깐만요. (아니라는 듯 남편한테 고개 흔들고 목소리 다듬고) 혹시... 강선생님이에요?
재인 : 아닌데요. 전 이.재.인. 이라고 합니다. (재인 똑똑하고 선명하게 자기 이름 말하는)
미정 : (이재인... 모르는 이름이구, 혹시 그 남자) 아, 네... 잠시 기다리세요. (수화기 막고) 여보. 남자에요.
진만 : 남자?
미정 : 네, 학교 선생님 말구요... 그 남자 있잖아요.
#34. 거실 + 차안
재인 이어폰 귀에 꽂고 있고.
미정 : 받아봐. 남자야. (수화기 건네주는데...) 이재인씨란다. (이재인에 강조를 해서)
전화기 저편에서 재인 다들리고. 픽하고 재인 조금 웃음나는데.
다현 : (다현 눈치보며 작은 목소리로) 여보세요.
재인 : 이재인인데...
다현 : 알아요. 내가 모르는 건 우리집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냐는 거에요.
미정 : 얘 친절하게 받아. 남자라니까. (미정 경고하고)
다현 : 엄마.
수화기 막고 엄마한테 인상쓰지만 여전히 들리고 재인은 얼굴에는 미소 있고.
진만 : 그만해. 애 통화는 해야 할거 아니야. 얼른 전화부터 받아.
진만 타박하면 미정은 다현 얼굴만 유심히 바라보는, 다현은 할 수 없이 전화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다현 : 우리 집 전화 어떻게 알았어요?
재인 :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왜 당신어머니가 날 그 강선생인가 하는 사람으로 착각하는 거야?
다현 : 그러게 왜 지금 전화를 해요?
재인 : 나보고 내려오라며. 어디서 만날지 얘기를 해야 할거 아니야?
다현 : 아참... 그걸 깜빡했다. 어디서 만나요?
미정 만난데요... 이러면, 진만도 궁금해 하는 얼굴이고, 다현 아차 싶고.
재인 : 당신이 만나자구 그랬으니까 스케줄도 다다가 짜.
다현 아무래도 시선 곤란하고...
#35. 다현 거실
다현 : 잠깐만요... (엄마 보고) 내 방에서 얘기할게요.
미정 : 여기서 받아, 우린 괜찮으니까.
준현 : 진짜 괜찮아. 누나. 우리가 누나방으로 갈까?
다현 준현 노려보고 무선전화기 들고 얼른 방으로 들어가는.
들어 간 자리에 가족들 얼굴 마주치고.
미정 : 여보, 당신은 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해요?
진만 : 심각한 기상이변이지... 당신 소원대로 하늘에서 남자 우박이 뚝하고 떨어졌어.
준현 : 그것도 두명이요. (손가락으로 두 개 해보이며)
미정 : 하나는 현진이가 맞아야 하는데... 왜 갑자기 쟤한테 남자가 둘이 생긴데요?
진만 : 표정관리나 하구나 해서 그런 이야길 해요. 좋아죽겠으면서.
미정 : 흠, 그럼 뭐 당신은 안좋아요?
준현 : 전 좋아요. 엄마.
미정 : 그래, 아들밖에 없다.
미정 얼른 준현 머리 쓰다듬고 진만은 그런 모자 보고 미소짓고.
#36. 커피숍
재인 : 왔어. 여기까지. (불퉁해서) 이제 당신하고 싶은 거 하자고.
다현 : 뭘 그렇게 생색을 내고 그래요? 나도 두 번이나 산넘고 물건너 거까지 갔다왔는데.
재인 : 물이야 한강이겠지만 산은 또 무슨 산이야?
다현 : 말이 그렇다는 얘기지요. 왜 그렇게 빡빡해요. 밥 안 먹었어요?
재인 : 밥? (왠 뜬금없는 이야긴가 싶고)
다현 : 원래 나이 먹은 남자들이 배고프면 못 참잖아요... 뭐 이해 해요. 우리 아버지도 그러니까.
재인 : (발끈해서) 당신아버지? 누가 나이를 먹어? 나이를 먹긴.
다현 : 아닌가요? 그럼. 뭐 그렇다고 해두지요.
재인 : 그렇다구가 아니라 난 아직 한참때란 말이야.
재인 투덜거리지만 다다 재인 보면서 그냥 웃고만 있는.
#37. 도서관
책장 사이 보이고. 그사이로 이것저것 챙겨보는 다현. 졸졸 뒤 쫓는 재인.
재인 : (재인 조금 큰 목소리로) 이봐, 너무 한거 아니야?
사람들 몇몇 뒤돌아보는데.
다현 : (손에 입대고) 쉬. 조용히.
재인 주위 바라보다 다현 노려보고, 할 수 없이 그녀 손목 끌고 나오는데 다현 책 손에 들고 끌려가는.
#38. 도서관 로비
다현 재인 손목 뿌리치고.
다현 :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해야한다고 학교다닐 때 선생님이 안 가르쳐 주셨어요?
재인 : 이러기가 어딨어?
다현 : 뭐가요?
재인 : 다다야 도서관에서 할 일이 있을지 몰라도 내가 도서관에서 뭘하냐구?
다현 : 김다현씨요. 다다는 우리 집 가족들만 불러요.
재인 : 아무튼. 다다든 김다현 선생님이든 간에 난 여기서 할 일 없이 돌아다닐 만큼 한가하지 않아.
다현 : 할 일이 왜 없어요? 도서관에 왔으면 당연히 책을 봐야지요. (정말 당연하다 싶은 얼굴이고)
재인 : 필요한 건 내가 알아서 충분히 챙겨 보고 있어. 이런데서 이러고 어슬렁거리고 있을 시간 같은거 없어. 바쁘다고.
다현 : 급할수록 돌아가래요. 그리고 사람이 자기 하고 싶은건만 다 하고 어떻게 살아요?
지난번에 나도 썩 내키지 않는 걸 했으니까 이번에는 약속대로 내가 하고 싶은 거 해야지요.
이게 오늘 내 볼 일이에요. 공평한게 좋은 거에요. 계약서 제 10조 (뭐 이럴려구 그러는데)
재인 : 알았어. 그만해. 그 놈의 계약서, 아주 노래를 불러요. 노래를. 입만 열면 계약서 타령이야.
당신 꼭 계약서대로 내 몸에 붙은 살 한근 받아내겠다고 달려드는 베니스의 악덕 고리대금 업자 같아..
(재인은 화나서 펄펄 뛰지만 다현은 여전히 끄덕없고)
다현 : 재인씨는 딱 불량학생이구요. (아까 재인이 발음대로) 그 남자 이름 모르지요?
재인 : 누구, 또 어느 남자? 여기도 남자 숨겨 놓은 거야? 또 양 다리야? (주위둘러보며 재인 발끈하고 다현 한숨 푹 쉬고)
다현 : 아니요. 그 베니스의 상인 말이에요. 정말 읽긴 읽었어요? 그냥 줄거리만 대충 아는 거지요?
(당연히 그럴거라 생각하고 충고하듯이, 선생님처럼) 오늘 한번 제대로 읽어봐요. 나랑 뭐가 닮았는지.
찬찬히 읽어보면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알거에요.
재인 : 줄거리만 알아도 충분해. 당신이 샤일록보다 한수위야.
재인 노려보고 있다가 다현 밀치고 도서관 들어가고 뒤돌아 째려 보면.
재인 : 뭐해, 빨리와. 도서관에 왔으면 책을 봐야지. (그리고 혼잣말로 주먹쥐고) 형준이 이 자식 죽었어!
다현 어깨 으쓱하고 미소짓고 따라가는.
다현 : 읽긴 읽었나 보네. 이름도 다 알고...
#39. 야외 레스토랑
형준 노천 카페 같은데 앉아있으면, 재영 나타나고.
재영 : 덥다. 정말.
형준 : 여름이니까 덥지. (재영 주위 흘끗 바라보며) 뭐 먹을까?
재영 : 우리 오빠 정말 안나왔네? 뭐야 동생이랑 밥한번 먹는게 이렇게 어려운 거야?
형준 : 대신 내가 있잖니. 니 오빠 있어봤자 도움 하나 안되. 감시만 하지.
재영 : 뭐 재인이 오빠가 괜히 그래? 워낙에 형준 오빠 전과가 유명 하잖아. 만나는 여자마다 다 첫사랑이라니...
형준 키득거리면.
재영 : 오빠 핸드폰 줘봐.
형준 : (순순히 핸드폰 주면 재영 얼른 끄는) 야, 너 뭐하는 거야?
재영 : 오빠의 첫사랑들로부터 내 식사시간을 보호하고 있어.
형준 : 무슨 일 있으면 나 니네 오빠한테 죽는데...
재영 : 왜?
형준 : 니네 오빠가 휴대폰 내내 켜놓으려고 했거든.
재영 : 뭐야, 둘이 사귀는 거야. 우리 오빠도 오빠 첫사랑 중에 하나야? (농담 가득하고 히죽 웃는)
형준 : 이게 대학원 가서 말하는 법만 배우나. (하면서 머리 헝클어 뜨리는)
#40. 도서관 주차장
차안에 올라타며 재인 심술 나있는.
재인 : 밥은 내 맘대로 먹을 거야.
다현 : (다현 안전벨트 메다말고 재인얼굴 바라보고) 왜요? 그런 게 어딨어요? 오늘은 다 내 마음대로 하는 날이잖아요.
재인 : 그날 당신도 먹고 싶은 삼겹살 먹었잖아. 그러니까 오늘은 내가 먹고 싶은 거 먹어야지. 당신 말대로 공평하게.
다현 : (잠깐 재인 얼굴 바라보고 생각하다) 그러지요. 뭐.
#41. 송도 사철탕, 보양탕 써 있는 골목
다현 : (침 꿀꺽 삼키고, 의심스러운 얼굴로) 설마 강아지 먹자고 그러는 건 아니지요? 난 강아지는 못 먹어요.
재인 : 음식이야, 음식.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먹는 음식에 편견을 가지면 안되잖아.
다현 : 난 음악에도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먹는 거에는 당연히 더 그렇지요.
재인 : 아이들한테는 클래식 내내 듣게 한다며. 당신도 이겨내야지.
다현 : 듣는거랑 먹는 거랑 같아요?
재인 그냥 웃기만 하고.
재인 : 배고프니까 얼른 들어갑시다. 나이먹으면 배고픈걸 못참거든.
재인 나이 먹으면 강조하고. 다현 얼른 뒤돌아서 나가면 재인 그녀 손 홱 붙잡아.
재인 : (씩 웃으며) 공평한게 좋은 거라며.
#42. 냉면집
음식 먹고 있는 사람들 보여지고. 냉면 먹고 있는.
다현과 재인.
재인 : 내가 한번 양보했으니까 잊지말고 꼭 적어놔. 나한테 빚이 하나 있는 거니까.
다현 : (약간 노려보며) 약았어. 정말.
재인 : (만족한 얼굴로) 약긴, 당연한거지. 내가 우리 대장한테 배운 가장 중요한 건 절대 빚을 안 잊는다는 거야.
갚을 빚이나 받아야 할 빚이나.
다현 : 좋은 것만 배웠군요. 인정머리 없다는 얘기처럼 들려요.
재인 : 정확해. 사업에서 인정은 필요없거든. (재인 당당하고 다현은 한심스럽고)
#43. 차안
재인 회사 가는 길. 다현 기겁하는 얼굴 떠오르며 미소짓는.
재인 : 진작에 이럴 걸. 이제 절대 당신한테 안 끌려 다녀. (핸드폰 울리는, 재인의 얼굴 굳어지며 차 속도 올라가는.)
#44. 다현네 거실
현진 앉아있고, 미정 눈 둥그래져서, 진수와 현진 얼굴 번갈아 보는.
미정 : 성현그룹? 사기꾼 아니야.
현진 :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좀 알아봤거든요.
미정 : 어머, 어머. 이게 왠일이니? 성현그룹이라니... 재벌 아니야? 그게.
현진 : 재벌3세라나 봐요.
미정 : 아이구. 왠일이니. 이게... 어머나. 세상에. (남편 바라보고) 여보, 성현그룹이래요. 재벌 3세.
진만 : 입에 모기 들어가겠어. 입부터 닫아. (현진 바라보고) 진짜니?
현진 고개 끄떡거리고.
준현 계단에서 내려오는, 거실에서 현진 발견하고 인사하는.
준현 : 어, 누나 왔네. 왠일이야? 이렇게 일찍.
가족들 얼굴 심상치 않고...
준현 : 무슨 일 있어요? 얼굴이 왜들 그러세요?
미정 : 니네 누나 아주 큰일 났다. 얘. 우박이 아니라 돈벼락 맞은 거 같아.
진만 : 말하는 거 하고는... (혀 쯧쯧차고, 준현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는)
#45. 서재
차들고 있던 규철과 동석, 재인 들어오면, 자리에 앉고.
규철 : 진행상황을 보고 해야 할거 아니야. 너 또 성질 부리고 다녔어? 예의는 지키는 게야?
재인 : 서면으로 올릴까요? 확실히 사업이군요. 여자랑 밥한번 먹고 나서 결과를 보고해야 하니.
규철 : 여자랑 밥한번? 그게 니가 말하는 진지한 교제냐? 니 핼애비 속일 생각 하지말거라. 니말대로 내가 우리집 대장이니까.
(대장이라는 얘기에 재인 조금 움찔하고...) 참 지난번 폭탄 건은... 잘 마무리 된게야?
재인 : 어떻게 아셨냐고 묻는다면 쓸데없는 질문이겠지요. (한참 규철 바라보다 느릿한 목소리로) 아직 잡힌 건 없습니다.
하지만 양치기 소년이라는 생각은 안하고 있습니다.
동석 : 그럼 단순히 거짓말하는 재미로만은 아니다?
재인 : 예. 돌았거나 목적이 있거나 둘중에 하나에요. 하지만 치밀하게 준비한 걸 보면 정신은 돈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협박전화도 한번 왔었고.
동석 : 집히는데는 있는 게야? 의심할 만 사람은?
재인, 규철과 눈 마주치고 잠깐 침묵.
재인 : (아주 천천히) 지금 현재로는 딱 한명이 의심스럽습니다.
#46. 다현네 주방
준현과 현진 라면같은 거 먹고 있으며.
현진 : 다다오면 가만 안있겠지?
준현 : 당연하지, 그런 배신을 하고도 누나가 살아남으리라 생각했어.
현진 : 다 이유가 있잖니?
준현 : 예수님을 은전 몇푼에 팔아먹은 유다도 다 이유가 있었다지.
현진 : 다행히 다다가 예수님은 아니잖아. (잠깐 생각하고) 나 지금이라도 병원 올라갈까봐.
가만히 당하는 것보다 피신을 하는게 낫지 않겠니?
준현 : 무슨 피신씩이나...우리 누나가 예수님이 아니지만... 워낙 순진해서 잘 구슬리면 그냥 넘어가잖아. 아직도 몰라?
현진 : 그거야 그렇지. 그럼 잘 구슬려 볼까?
준현 : 오늘 다다 누나 진짜 바쁘겠네. 엄마가 저렇게 벼르고 계시지. 누나 꼬셔대지...
현진 : 그러게 말이다. 걔가 요즘 남자까지 겹쳐서 무지 바쁘잖니?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어. 얘.
준현과 현진 얼굴 마주치고 미소짓는데 문소리 들리고, 다녀왔습니다. 하는 다현소리 들리는.
현진 : 죽었다. (현진 긴장한 얼굴이고, 준현 현진 바라보며 키득거리고)
#47. 다시 서재
동석 : 그게 누구야? 의심이 들면 알아보고 얼른 대책을 세워야지.
재인 : 사실 할아버지가 제일 유력한 용의자에요. (아무렇지도 않게 규철 얼굴 바라보며)
규철 차 마시다 콜록대고. 동석 눈도 커지고.
재인 : 별볼일 없긴 하지만 이제 겨우 적자도 벗어낫고, 가만 보면 현금이 도는 장사라
지금도 호시탐탐 노리고 계시는 분 아닙니까. 남의 호텔 뒷조사나 끊임없이 하시면서.
두사람 황당한 얼굴로 바라보는데 재인 의미심장하게 미소짓고 서재 나서는.
#47. 재인이네 거실
재인 기분좋게 서재 나오면 재영과 형준 같이 들어오는.
재영 : 어! 오빠, 왔네. 집에서 자주 보니까 좋다.
재인 : 니들 둘 왜 같이 들어와? (동생이랑 같이 들어오는 거 마음에 안들고)
형준 : 야. 나도 이 동네 살아. 이웃사촌 몰라?
재인 : 지붕이 다르잖아. 너 내 동생 한테 흑심 있냐?
형준 : 니 동생은 너 때문에 시집 못 갈거야. 어디 오빠 무서워서 접근이나 하겠니?
재인 : 너 첫사랑들 다 정리 하기전에는 재영이 옆에 얼씬도 하지마.
형준 : 봤지? 니 오빠가 이렇다.
재영 : (빙긋 웃으며 두사람 팔짱끼고) 여기서 이러지 말고 우리 앉아서 얘기하자. 시원한 거 마시면서.
#48. 다시 서재
재인 나가면 규철과 동석 바라보고.
규철 : (키득거리다 너털 웃음 터뜨리고) 배짱하나는 대한민국 최고일 거야.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하고 가네.
동석도 같이 미소짓고.
규철 : 어떤가 자네는? 자네 생각에도 내가 제일 유력한 용의자인가?
동석 :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하지 마십시오. (심각한 얼굴로 눈빛만 웃고 있는)
규철 : 예끼 이사람아.
#49. 태하네 사무실
수영 : 아무래도 이상해요.
혁주 : 또 뭐가요?
수영 : 아버지 말이에요. 재인이한테 여자가 생겼다는데 별 소리 없으시잖아요.
혁주 : ... 별일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셨나보지.
수영 : 그럴 리가 없단 말이에요. 태하야.
태하 : 예, 어머니.
수영 : 너 한번 조용히 알아봐. 재인이 어떤 여자 사귀고 있는지.
혁주 : 그걸 알아봐서 뭘 하게요?
수영 : 뭘하긴. 뭐가 있으니까 아버지가 조용히 계시지요. 작년에 아버지가 중매선 여자도 나몰라라 하고 집을 나선 녀석이
이제와서 별볼일 없는 여자 만나고 다닌다면 우리 아버지 성격에 가만 있었겠어요.
혁주 : 그거야... 돈 안벌고 쓸데없는 짓 하고 다닌다고 펄펄뛰셨을 양반이지.
수영 : 그러니까요.
태하 : 알았습니다. 제가 한번 알아보지요. 저도 아무래도 뭔가 느낌이 이상합니다.
재인이가 이 시점에서 아무 여자나 만나고 다닐 그럴 녀석이 아니거든요.
수영 : 그래...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알아봐.
#50. 다현이네 거실
다현이 앉아있고. 식구들 다현이만 바라보고 있는.
진수 : 그 학생은, 정말 유학가는 거야?
다현 : 지금 수속 중이에요. 빠르면 개학하고 바로 갈지 몰라요.
진수 : 그럼 그동안은 계속 만나야 되는 거구?
다현 : 현진이가 그 얘긴 안해요? (준현 향해 조그맣게) 현진이 어딨니?
준현 : (현진 방 가리키며) 벌써 대피했지. 현진이 누나 머리좋잖아.
진수 : 그거야...듣긴 했지만 영 실감이 안나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다현 : (살짝 눈치보며) 죄송해요.
미정 : 죄송하긴... 너 정말 잘했어. 남자는 그렇게 만나야 하는 거야.
진수 : 그래 이번 일은 잘한 것 같다.
미정 : 여보 잘했지요. 정말. 얘가 무슨 재주로 재벌가 며느리가 돼요? 그게 다 인연이니까...
진수 : 그 재벌인가 하는 사람 만난게 잘한게 아니라... 그 학생 공부시키는 거 너 정말 잘한거야.
암. 선생님이 그래야지. 그걸 누가해.
준현 : 누나도 참 엉뚱해, 계약은 뭐하러 해 결혼을 해야지. 결혼하면 계약같은 거 안해도 그냥 마구마구 후원해줄 수 있잖아.
다현 : 누가 결혼을 한다고 그래. (얼른 부정하고) 몇번 만나지도 않았어.
미정 : 그럼 열심히 만나봐. 재벌이라잖니.
진수 : 결혼할 생각없으면 거리를 두고 만나. 그리고 아버진 그렇게 요란한 사람 별루다. 결혼은 비슷비슷한 사람이랑 하는게
너도 편하고 우리도 편하고 그래.
미정 : 재벌이라는데 뭐가 요란해요. 사위는 좀 있는 집안이래도 괜찮아요.
진수 : 당신은 좀 가만히 있어. (다시 다현 바라보고) 니가 잘 알아서 하겠지만 신중하게 만나. 괜히 정주지 말고.
진수 딱 떨어지게 이야기하면 가족들 찔금하고.
#51. 다현네 안방
미정 : 아니, 당신은 왜 그렇게 얘기를 해요?
진수 : (무심하게 신문 같은 거 바라보며) 뭐가?
미정 : 아니 다다가 그런 남자를 언제 또 만나요? 열심히 만나보고, 결혼도 하고 그러면 좀 좋아요.
진수 : 딸 가진 부모가 그렇게 뭘 모르나... 우리야 이러고 살지만 그 집안이 어디 그런 집안이야.
미정 : 그러니까요.
진수 : 그러니까 더 조심해야지. 괜히 소문나고 그러다 잘못되면 어떡할거야? 여자만 손해보는 장사야. 고스란히 흠이라구...
어째 그렇게 생각이 모자라.
미정 : (입 삐쭉이며) 왜 잘못되요. 결혼하면 되지.
진수 : (신문 탁탁 접고 아내 바라보며) 결혼해서 다다가 편할 것 같아? 사는 방법이 틀린데.
미정 : 그 사람들은 밥 네끼 먹고 살아요? 뭐가 틀려요. 우리 다다가 부족한 게 뭐가 있다고.
진수 : 몰라도 이렇게 모르니... 다다가 부족한게 아니라... 그 쪽이 부족한거야. 너무 없어도, 너무 많아도...
돈에 치이면 다른건 안보이게 되 있어. 남들만큼 적당히 사는게 최고야.
미정 입 삐죽이고...
#52. 다현네 방
쾅하고 문소리 나면 현진 찔금해서 바라보고, 얼른 꼬리내리는.
현진 : 용서해줘. 김다다.
다현 : 뭐, 내가 원하는 건 다 해줘? 니가 이러고도 내 친구야? 말이나 하질 말아야지.
현진 : 얘기했잖아. 선보는 거 빼놓고는 다 들어준다구.. (방글거리며) 재인씨랑 오늘은 뭐했니?
다현 : 나 아직 너한테 삐져있어. 말돌리지마.
현진 : 에이... 다다야. 풀어라. 응? 나... 선보면 안되잖아. 너도 알잖니?
다현 : 봐도 돼. 충분히 이해할 사람이야. 우리 오빠.
현진 : 내가 그러고 싶지 않은데. (조금 시무룩해진 얼굴로) 그리고 오빠가 이해같은 거 안해줬으면 좋겠어.
다현 현진 마음 아니까 조금 마음 풀어지고.
다현 : 너나 나나 남자 때문에 고생을 너무 많이 한다.
현진 : 난 고생 아니야. (그런 현진 바라보고 다현 웃으면) 오늘은 어디 갔었어?
다현 : 도서관. 책 찾을게 있어서. 근데 못 구했어. 다음엔 국회도서관에서 만날까봐.
현진 : 정말 특이한 커플이네. 아니 고집센 커플이야.
다현 : 왜? 난 고집 없어. 대마왕도 성질이나 부리지 고집은 모르겠던데.
현진 : 고집이 왜 없어? 남자는 냅다 호텔 행사에만 데리고 다니고 넌 맨날 도서관에만 쳐밖혀 있고.
그래도 다양성면에서는 재인씨가 너보다 낫다.
다현 : 일관성있잖아. 나야 한우물만 파잖니. (하품하며 이불 올리면서) 지은죄가 있으니까 오늘은 니가 불꺼.
현진 피식 웃고, 방에 불꺼지는.
#53. 기조실장실
재인 서류 챙겨보고 있는데 문 열리며 형준 나타나고.
재인 : (요새 문닫는 로펌 많다는데) 니네 로펌도 문닫게 생겼냐. (왜 이렇게 자주 오는거야) 왜 이렇게 한가한 거야?
형준 : 무슨 악담을 그렇게 하니? 의뢰인이 회사가 이쪽이라 가다가 들렸다. 귀한 시간 쪼개서.
재인 : 그런데 어떡하냐. 모처럼 귀한 시간 쪼갰는데 내가 약속이 있는데.
형준 : 공적인일? 개인적인 일.
재인 : 둘다.
형준 알아듣고.
#55. 빌딩입구
형준 : 정말 나도 같이 가도 되는거니?
재인 : 궁금해 죽겠는 얼굴로 그런 말이 나오냐?
형준 : 그래도 느닷없이 내가 나와있으면 그 선생님 당황하는 거 아니야.
재인 : 아니야. 왠만한 일로는 눈도 깜짝 안해. 우리 대장... 아니 할아버지가 나타나도 끔쩍 안할걸.
형준 : 어떤 여자야?
재인 : 너도 한번 봤잖아.
두사람 엘리베이터 앞에 갈 때 엘리베이터안에 사람들 거의 다타고 두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 많아서 입구 앞에 서있는.
#56. 엘리베이터
형준 : 그래도 만나다보면 틀리잖아.
재인 : 하나도 안틀려. 그냥 평범해.
형준 : 그전보다 훨씬 평이 후한데... 이제 사랑이 팍하고 오는 거니?
재인 : (너) 미쳤냐.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아. 내 염장 지르는거 할아버지 한명으로 충분해.
형준 : 그렇게 만났는데 아무 감정 없는거야? 꽤 됐잖아.
재인 : 무슨 감정이 생겨. 그런 촌스런 여선생 상대로. 하긴... 꽉 막혀서 고리타분한 주제에 남자는 엄청 많더라...
그쪽 방면에만 여우 같아.
엘리베이터 열리고 재인과 형준 내리면, 그 안에 남아있는 다현 얼굴 시뻘겋게 질려서.
#57. 빌딩 로비 걸어내려가며
다현 : (부들부들 떨면서 혼잣말) 뭐, 썩 나쁘지 않아 평범해? 촌스러? 고리타분해?
흥. 그래. (두고보자.) 진짜 여우의 본색을 보여주지. (손주먹 들고 하는) 죽었어!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