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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08 - 누구를 위한 삶인가
#1. 뉴스화면 (D)
혜성모 치킨집 화재사건이 보도되고 있다.
아나운서 : 오늘 새벽 2시 반쯤 성무시 명월동에 한 치킨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습니다.
#2. 치킨집 (N) (이하 음악과 함께 몽타쥬처럼)
소방차 출동해 불을 끄는 화면 (혹 촬영 불가능하면, 불 탄 실내로 대치 가능)
아나운서 : (E) 불은 치킨집 일부를 태워 소방서 추산 540만원의 재산피해를 낸 뒤 15분 만에 꺼졌습니다.
#3. 병원 (N) - 이하 뉴스화면 아님
혜성, 울지 않은 채 넋이 나간 표정으로 경찰에게 어머니의 사망경위를 듣고 있다.
수하, 옆에서 함께 들으며 혜성을 걱정스레 본다.
혜성, 그대로 혼절하고, 수하 그런 혜성을 안아 부축한다.
아나운서 : (E) 이 사고로 52세 업주 어모씨가 사망하고,
불을 끄던 종업원 43살 민 모씨가 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4. 성무시 경찰서 (N)
머리와 팔, 다리에 꽤 큰 화상을 입은 듯 붕대를 감고 있는 준국 경찰에게 신문을 받고 있다.
아나운서 : (E)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치료가 끝나는대로
종업원 민모씨를 소환해 조사를 할 예정입니다.
준국 : 저, 여기 말고 주소지 관할에서 조사를 받고 싶은데 이송신청이 될까요?
경찰 : (타이프 치다말고) 주소지가 어딘데요?
준국 : 연주시..입니다.
의미심장한 준국 얼굴에서.
# 타이틀 - 누구를 위한 삶인가
#5. 장례식장 복도 (D) - S/S
몇주 후 어두운 표정의 공숙, 배석판사들과 검은 옷을 입고 들어선다.
공숙 : 장례가 늦었네. 사고난지 꽤 지났잖아.
우배석 : 부검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된거 같습니다.
공숙 : 방화용의자가 기소됐다고 했지?
좌배석 : 네, 저희 재판부로 배당됐습니다.
공숙 : (한숨) 왜 하필 우리한테 와. 사고지는 성무시라매.
우배석 : 피고인 주소지가 여기라고 이송신청을 한 모양입니다.
공숙 : (난감한) 아이고 갑갑하네. (가다 멈칫)
어두운 표정의 공숙, 복도에 놓인 화환들 중 ‘김공숙 판사’라고 쓰여진 리본이 꼬여서 이름이 가려져 있자
그 와중에도 제대로 펴고 들어간다.
#6. 장례식장 빈소 앞 부조금 받는 곳 (D)
관우, 유창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고 있다.
관우 : (연락처 적힌 종이 건네며) 이건 짱변 어머님 친구분들 연락처에요. 연락 좀 돌려주세요. 전 장례용품 좀 받아올께요.
유창 : 네, (가지고 가다가 공숙 일행 보며 인사) 오셨습니까?
관우, 역시 공숙 일행과 인사한다.
#7. 장례식장 접객실 (D)
조문객이 열명 안쪽으로 띄엄띄엄 앉아있다.
성빈, 정훈과 함께 음료수와 반찬을 나르고 있다.
정훈 : 야, 너야 저 변호사한테 신세를 졌다치고 난 여기 왜 끌려와서 이러고 있냐?
성빈 : 니 친구 수하랑 X나 각별한 변호사님이잖아.
정훈 : 그러니까.. 그 각별한 수하는 어디가고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냐고.. 쌩뚱맞게..
충기 : (마른안주 나르며 오징어채 몇 개 입에 물며 질겅인 채) 나만큼 쌩뚱맞을까.. 난 수하랑 쌈박질까지 했는데 이러구 있잖냐.
(조문객이 음료수 가져오라고 하면) 네네! 갑니다!
#8. 장례식장 빈소 (D)
혜성모의 사진이 있고 혜성, 상복을 입은 채 문상객을 맞이하고 있다.
공숙과 배석들 와서 조문을 한다.
혜성, 창백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이들의 조문을 받는다.
공숙 : (혜성 손을 잡고) 참.. 뭐라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
혜성 : (담담히 인사하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판사님, 제 재판일정은..
공숙 : (어깨 다독이며) 걱정 마세요. 다 조정해 놨습니다.
배석들 : (인사 꾸벅하고) ..
#9. 장례식장 빈소 앞 복도 (D)
공숙과 배석들 나오는데 수하, 차마 못들어가고 있다.
공숙 : 생각보다 괜찮네. 울지도 않고 잘 버티고 있구만.
우배석 : 전 좀 무섭습니다. 이 와중에 재판 일정 챙기는게 독해도 보이고..
좌배석 : 속으로 많이 울고 있겠죠. 편모에 외동딸이었다면서요.
공숙 : (안됐어서 혀끌끌, 접객실 쪽으로 가는) ...
수하, 공숙일행의 대화를 듣고는 빈소 입구로 들어선다.
#10. 장례식장 빈소 (D)
검은 양복을 입은 수하, 빈소 입구에서 담담히 조문객을 맞고 있는 혜성을 본다. (혜성은 수하를 보지 못한)
수하, 혜성의 속마음이 들린다.
혜성 : (조문객을 맞으며 담담한/E) 엄마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나 때문에 죽는걸 알고.. 얼마나 날 원망했을까..
그때 법정문을 여는게 아니었어. 가서 증언을 하지 말았어야해. 나 때문에 돌아가신거야. 난 울 자격도 없어.
수하 : (차마 더는 못보겠어서 발길을 돌린다) ...
#11. 장례식장 일각 (D)
수하, 나온다. 자책과 슬픔을 주체 못해 어쩔 줄을 모르겠다.
수하, 이내 분노의 눈빛으로 바뀐다.
어디론가 가는 수하, 서서히 걸음 빨라진다.
#12. 장례식장 접객실 (D)
상덕, 공숙 일행과 함께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 있다.
뒤편으로 성빈, 정훈, 충기 분주히 일을 하고 있다.
상덕 : 민준국이 국선변호인을 신청했다죠?
공숙 : 네. 사선을 선임할 형편이 안된다더라구요.
상덕 : 판사님께 부탁 하나 있습니다.
공숙 : (고개 끄덕이며 정중히) 네, 말씀하세요.
상덕 : 민준국건은.. 나나 차변을 국선으로 선정하지는 말아주시죠.
장변호사 어머니를 죽인 사람을 변호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공숙 : (수긍하며 사람좋은 미소로) 네네, 노력하겠습니다. (하다) 근데 지금 방금 말씀은 신변호사님답지 않으셨습니다.
상덕 : ..네?
공숙 : (미소 가시고, 판사다운 냉정함으로) 아직 재판은 시작도 안했습니다. 장변호사 어머님이 돌아가신 건 애석하지만
아직은 누가 범인인지 단정할 수 없는거 아닙니까?
상덕 : ...!
#13. 도연의 사무실 (D)
도연, 미결수복을 입은 준국을 신문하고 있다.
준국, 머리와 팔에 여전히 붕대를 감았다.
준국 : (정말 억울하다는 얼굴로) 정말 안죽였습니다. 내가 사장님을 왜 죽이겠습니까? 그동안 나한테 베풀어준 은혜가 얼만데..
그런 분을 죽였다고 재판까지 가다니.. 이건 말이 안되요. 말이..
도연 : (수긍하고 믿어주는 분위기) 사장님이 좋은 분이셨나봐요?
준국 : 좋다는 말로는 너무 부족하죠. (울먹이며 눈물 짓는) 내가 전과자란거 알면서도 취직 시켜주셨고,
생일날도 미역국에 잡채에 온갖 음식들을 차려주시고.. (울컥해 말을 못잇는)
도연 : (휴지 건네며 끄덕이는) 그랬군요. 그래서 불이 났는데도 가게로 뛰어들어갔던거군요. 구하려고..
준국 : (눈물 닦으며) 네, 내가 죽더라도 사장님을 살려야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붕대들을 가리키며) 이게 다 그때 입은 화상들입니다! 119에 신고도 내가 했구요.
도연 : (수긍한다는 듯 끄덕이며) 그랬군요. 근데, 여기 피해자 따님 진술서 보니까
민준국씨하고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나오네요.
준국 : (한숨 푹 쉬고) 그거 때문에 내가 죽였다고 의심하나본데, 그것도 오햅니다.
도연 : (솔깃해서) 오해요? 어떤..?
준국 : 10년전에 교통사고로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 사고였는데.. 그 친구 눈에는 살인으로 보였나봐요.
그 친구가 재판에서 그렇게 얘기하니까, 빼도박도 못하고 살인죄가 되대요.
도연 (어이없다는 듯) 그럼 그때 그 사건도 민준국씨가 죽인게 아니라 사고로 죽은거다? 그럼 재판이 잘못됐단 소린데?
준국 : (같이 동조하며) 하.. 그쵸. 저도 그 사건의 피해잡니다. 사법 피해자.!
도연 : (서류를 덮으면서 깍지끼는) 음.. 민준국씨가 모르는게 하나 있네요.
준국 : ...?
도연 : 10년전 교통사고 때 사건현장을 목격한게 장혜성 변호사말고 한명 더 있었죠?
준국 : 네?
도연 : (준국 똑바로 보며) 그 한명이 바로 나에요.
준국 : !!
#Ins 1회 34씬
어린혜성과 함께 도망치던 어린도연.
준국 : (눈물이 싹 가신다) !!!
도연 : 제 기억으로는 그 사고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었죠.
준국 : (눈빛이 흐트러진다) ...
도연 : (여유로운) 사람 맘이 참 그래요. 참말을 열개를 해도, 거짓말을 한번 하면,
그전에 한 참말들이 진짜 참말일까 의심하게 되거든요.
준국 : ...
도연 : (미소 가시며 준국을 응시하며 결연히) 재판에서 봅시다. 민준국씨.
준국 : ...!
#14. 검찰청 앞 (D)
준국, 호송줄에 묶인 채 교도관과 함께 나오고 있다.
준국 : (머리가 복잡하다/E) 생각을 해보자. 생각을.. 어떻게 해야되나..
어디선가 수하가 전광석화처럼 달려든다.
수하 : 야! 이 개새끼야!!! (날아올라 준국의 턱에 주먹을 날린다)
교도관 : (뒤늦게 달려들며)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이거 못놔!
수하, 교도관들을 밀쳐내고 준국의 멱살을 잡아챈다.
수하 : (준국 멱살을 잡고) 왜 그랬어! 왜!!! 왜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죽여. 왜!!
교도관 수하를 떼내려 안간힘을 쓰는데 수하, 준국의 멱살을 잡은 채 버틴다.
준국 : 아니라니까!! 내가 안죽였어! 진짜야!!
교도관 : (청원경찰들 부르며) 이봐!! 여기 이 놈 좀 말려봐!!
수하 : (준국의 눈을 보고 뭔가를 읽었다) !! (놀라움은 금세 분노로) 니가 인간이야!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하며 준국의 목을 조른다)
준국 : (켁켁거리며) 살려줘.. 살려..
청원경찰들이 달려들어 수하를 떼어놓고, 교도관은 준국을 호송차에 태운다.
수하, 경찰들에게 제압당해 땅에 엎드려져 있다. 그 와중에도 수하의 눈은 호송차를 타는 준국을 분노로 끝까지 쫓는다.
#15. 장례식장 접객실 (N)
늦은밤, 한두명 정도 조문객이 앉아있다.
혜성 수첩에 뭔가를 꼼꼼히 적고 있는데 관우, 육개장과 밥을 차린 쟁반을 가지고 와 앉는다.
관우 : 먹어요. 오늘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먹었잖아요.
혜성 : 배 안고파요. 틈틈이 주워 먹었어요. (수첩에 적으며) 우린 친척이 별로 없어서 관 들 사람이 없는데, 사람 사야 되나요?
발인 때는 엄마 친구분들도 불러야하나.. (씁쓸히 미소) 엄만, 언니든 동생이든 하나만 더 낳아주지..
혼자서 할게 너무 많네요.
관우 : (수첩 뺏으며) 이거 다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수저 쥐어주며) 일단 같이 먹읍시다. 같이 먹으려고 나도 굶었단 말이에요.
혜성 : (끄덕하고는) 고마워요. (수저를 뜨는)
관우 : (같이 먹는) ..
혜성 : (먹으면서) 내일 재판 많이 있죠? 먹고 얼른 들어가요.
관우 : (먹으면서) 싫어요. 나 이제 짱변 남자친구잖아요. 혼자 두면, 울게 뻔한데 그냥 못가요.
혜성 : (먹으면서) 그러니까요. 혼자 있게 해줘요. 좀 울게..
관우 : (그런 혜성을 본다) ...짱변..
혜성 : (슬픈 미소로 보며) 그래줘요. 남자친구잖아..
#16. 장례식장 빈소 (N)
혜성, 홀로 남아 앉아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보고 있다.
혜성 : (자기의 마른 눈을 한번 훔쳐본다. 눈물이 없다. 자조적으로) 병인가.. 아님 내가 진짜 독한건가..
그때, 인기척이 느껴져 보면 수하가 와있다. 교도관들과의 마찰로 뺨에 작은 상처가 나있다.
혜성 : (담담히) 왔어?
수하 : (눈물이 날 것 같다) ... 응..
혜성 : (다시 영정사진 보며) 어디 갔었어? 통 안보이던데..
수하 : 민준국을..만나고 왔어.
혜성 : (잠시 멈칫하다) 뭐래?
수하 : 자기가 안죽였다고.. 억울하다고..
혜성 : 그래서 니가 보니까 어때? 진짜 안죽였어?
수하 : ...아니.
혜성 : 우리 엄마.. 마지막이 어땠는지도 알아냈어?
수하 : 응.. (눈물이 고인 채 힘겹게) 민준국이 마지막으로 당신하고 전화통화를 시켜줬었대.
혜성 : (놀라는) 나랑.. 전화? 무슨 전화? (하다 비로소 떠오른다) !!
혜성 : (E) 근데 엄마.. 엄만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없어?
#Ins. 7회 56씬
혜성 : (구두굽 박으며) 괜히 나 생각한답시고 아픈데 숨긴다거나, 일 힘든데 아닌척 하거나.. 뭐 그런거 없어?
혜성모 : (E) 있다.
혜성 : (놀라서 박는거 멈추고) 뭔데?
혜성모 : (E) 니 법조계랑 천생연분이라카믄서 펴엉생 시집 안갈까 그기 걱정이다.
# 혜성, 혼란과 충격을 받은 듯 갑자기 숨이 안쉬어지는 것 같다.
혜성 : (가슴을 치며 혼란스러운) 아.. 아..
#Ins. 7회 56씬 - 혜성 시점으로
혜성 : (김새서 다시 구두 박기 시작) 뭐야. 난 진지한데.. 딴거 없어?
혜성모 : (E) 딴거는 없다.
혜성 : (구두 박으며) 있으면 솔직히 얘기하는거다. 알았지? 끊는다.
혜성모 : (E) 잠깐 혜성아...
혜성 : (신다 말고) 어?
# 혜성, 일어나 가슴을 치면서 벽을 짚는다.
혜성 : (탄성이 서서히 울음이 된다) 어.. 엄마.. 어..어..
# Ins. 7회 57씬 - 혜성시점으로. 혜성 구두 신는.
혜성모 : (E) 혜성아.. 니 그거 아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 법대로 했다간 세상 사람들 다 장님이 될기다.
혜성 : (잘 박혔나 발 구르며) 뭐야. 뜬금없이..
혜성모 : (E) 니한테 못되게 하는 사람들.. 다 니를 질투해가 그런기다. 니가 하도 잘나가.. 부러워서 그런기다.
그런 사람들 미워하지 말고 어여삐 여기고.. 가엽게 여기라. 알았나?
혜성 : (뚱해서) 또다 또. 엄마 지금 도연이 편드는거지?
# 혜성, 이제 울음이 통곡이 된다.
혜성 : 어어.. 엄마. 엄마엄마!!! 어떡해.. 엄마.. 나 몰랐어.
#Ins. 7회 57씬 - 혜성모 시점으로
혜성모 : 약속해라. 사람 미워하는데 니 인생을 쓰지마라.. 이말이다.
한번 태어난 인생 이뻐하며 살기도 모자란 세상 아이가.. 으이?
혜성 : (E) 알았어. 노력해볼게.
혜성모 (눈물이 난다) 그치. 그래야.. 내 딸이재.
# 혜성 벽에 기대 간신히 지탱하며 통곡을 한다.
혜성 : (통곡을 하며) 엄마.. 몰랐어.. 그게 마지막인 줄 몰랐어.
엄마.. 어어.. 엄마.. 어떡해.. 어떡해.. 우리엄마 불쌍해서 어떡해..
혜성의 슬픔이 고스란히 수하에게 전해진다. 그런 혜성을 보는 수하,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수하, 통곡하며 떨고 있는 혜성을 안아준다.
혜성, 수하의 품안에서 무너지듯 주저앉아 운다.
10년 전처럼 수하의 품안에서 엉엉 우는 혜성..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서..
#17. 판사 사무실 (D)
많이 화난 관우, 성큼성큼 들어선다.
관우 : (사무관에게 성난투) 김공숙 판사님 어디계십니까?
사무관 : 점심식사.. 가셨는데요.
관우 : 어디로요!!
#18. 간장게장집 (D)
공숙, 배석들과 함께 게장을 먹고 있다.
하나남은 게딱지를 눈치없이 가져가는 좌배석.
공숙 : (못내 못마땅한) 게딱지 좋아하나보네?
좌배석 : (눈치없이) 네!! (우배석이 옆구리 꾹 찔러 눈치주자) 아뇨. 전 게딱지보단 다리 쪽을 더 선호합니다.
(하며 게딱지 내리고 다리 가져가는)
공숙 : (낼름 가져가 그 안에 밥 비비며 신나서) 사람이 먹을 줄 몰라요. 이게 게장의 하일라이튼데 말이야.
관우 : (off) 김공숙 판사님!!
공숙 : (보고 놀라) 차변호사님이 여긴 어쩐일로?
관우 : (두 손으로 탁자 땅 짚으면서) 저 민준국 변호 절대 못합니다! 저번에 절대 못한다고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공숙 : (좀 미안해서 하소연조) 압니다. 알아요. 근데 문제는 다른 변호사님들로 국선 선정을 했더니 전부 사임을 했다는겁니다.
변호인 없이 재판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관우 : 장혜성 변호사는 저랑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변호사에요. 어떻게 제가 그 사람 어머니를 죽인 사람을 변호..
공숙 : (엄하게 돌변/OL) 죽였는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는겁니다. 재판을 해 봐야 아는거에요.
관우 : 김판사님!
공숙 : (OL/정색하고) 힘든 입장이란거 충분히 압니다. 하지만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에요.
관우 : ....
공숙 : 이럴 때를 위해서 국선전담변호사가 있는겁니다. 그리고 차변호사님은 바로 그 국선전담변호사구요.
관우 : (미치겠다) 그럼 신변호사님으로 변경시켜주십쇼. 제가 신변호사님께 직접 부탁드리겠습니다.
공숙 : 그것도 어려울 것 같은데요.
관우 : 왜요!!
공숙 : 민준국씨가 변호인으로 차변호사님을 선정해달라고 신청했습니다.
관우 : !!!
#19. 국선전담 사무실 (D)
상덕 참담한 얼굴로 책상에서 서류 보고 있고, 유창 흥분해 있다.
유창 : (왔다갔다 하면서 흥분) 김판사님 말입니다! 어쩜 이렇게 잔인해요? 혹시 차변호사님 안티 아니랍니까?
상덕 : (역시 속상하지만) 다른 변호사들이 다 사임을 했다잖냐.
유창 : (계속 왔다갔다) 우리 사무실 분위기는 어쩌라구요. 차변호사님이 우리 사무실 분위기 메이컨데,
차변호사님이 다크해지면 사무실도 전반적으로 다크해질거 아니에요.
상덕 : (서류보며) 걱정마라. 니 주접 때문에 다크해질 리가 없으니까.
유창 : (계속 왔다갔다) 짱변호사님은 어쩌구요. 차변호사님이 민준국 변호 맡았다는거 알면 완전 돌걸요.
상덕 : (쭈삣해) 좀 앉아!! 난 너 때문에 돌겠다. (하다 입구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있는 혜성을 본다) 짱변..
유창 : 짱변? (바로 뒤에 있던 혜성 발견하고 놀라 비명처럼) 왁!
혜성 : (황망해서) 누가 누구 변호를 맡아요?
#20. 법조타워 옥상 (D)
관우, 괴로운 표정으로 민준국의 사건서류를 보고 있다.
상덕 : (진중한/E) 우리같은 국선전담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실제로 남의 돈을 뺏고, 목숨을 뺏은 사람들이야.
변호가 의미도 없고, 보람도 없는 흉악범들도 많아. 흉악범이라고 변호를 피할 수도 없고.
그땐.. 자넨 어떻게 변호할건가?
관우, 괴로운 듯 마른 세수를 한다.
혜성, 그런 관우에게 다가간다.
관우 : (뒤늦게 혜성 발견하고 벌떡 일어나) 짱변...
혜성 : (담담히) 얘기 들었어요. 민준국 변호 맡게 됐다구요.
관우 : 네. 그게 어쩔 수 없이..
혜성 : (웃지 않고) 잘됐어요. 다행이에요.
관우 : 네?!
혜성 : (사실은 관우를 향한 경고다) 나 사실 신변호사님이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그분이었으면 분명 동료이기 전에
변호사네 어쩌네 이러면서 내말 안믿고, 민준국편 들었을거야. 그쵸? 근데 차변은 아니잖아요.
관우 : ...!!
혜성 : (관우를 똑바로 보며 다짐받는) 차변은 온전히 내편이잖아요. 그쵸?
관우 : (차마 대답을 못하겠다) ....
혜성 : (불안함에 재차 다짐받는) 차변은 내 말 믿죠?
관우 : (그런 혜성이 안쓰럽다. 미소로) 네. 믿어요.
혜성 :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관우의 가슴에 머리를 박는) 고마워요.
관우, 그런 혜성을 안지는 못한 채 등을 토닥여준다.
관우, 생각이 많은 표정이다.
#21.구치소 (N)
잠들어 있는 수감자들 사이에서 미결수복을 입은 준국, 생각이 많은 얼굴로 홀로 깨있다.
답답한 지 일어나 앉아 손톱을 뜯는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계해야 하나..
그러다 준국, 무언가를 적기 시작한다.
#22. 구치소전경 (D)
관우, 생각이 많은 표정으로 서있다.
혜성 : (E) 차변은 온전히 내편이잖아요. 그쵸?
관우, 대답처럼 끄덕하고 구치소로 들어선다.
그런데 구치소에서 엠뷸런스가 나온다. 관우, 들어서면서 뭔가 싶고..
#23. 구치소 변호인 접견실 (D)
관우, 기다리고 있는데 교도관이 온다.
교도관 : 사정이 있어서 오늘 민준국 피고인은 접견은 안되겠는데요.
관우 : (영문몰라) 사정이라니 어떤?
교도관 : 조금 아까 자살기도를 했어요.
관우 : (놀라) 네?
#24. 병실 (D)
의식을 잃은 민준국 누워있고 관우 그 옆에 앉아있다.
준국 목을 맨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준국의 유서를 보고 있는 관우.
준국 : (E) 전과자가 주제넘게 용서를 받고 싶었던 거 부터가 화근이었나봅니다.
출소하자마자 장혜성 변호사, 박수하 군을 찾아가 용서를 빌고 싶었습니다.
#Ins.4회 53씬 햄버거 가게
준국을 패는 수하의 모습 위로.
준국 : (E) 앞으로는 잘 살겠다고, 나 같은 놈 이제 무서워 말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존재자체가 그들에겐 위협이었고 공포였습니다.
#Ins. 5회 53씬 / 6회 33씬 준국, 혜성모 찾아가 길동이라 소개하는 모습.
생일이라며 반찬 싸주던 혜성모의 모습 위로..
준국 : (E) 어떻게든 내 진심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직접 전할 수 없다면 간접적으로라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장혜성 변호사 어머님인 사장님을 찾아갔습니다. 사장님께 진심을 보이면 딸인 장혜성 변호사에게도
전해질까 싶었습니다. 다행히 사장님은 나의 진심을 알아주셨고 날 짐승이 아닌 사람으로 대해주셨습니다.
#Ins. 치킨집 (N)
혜성모, 기름 불을 붙이고 돌아서다 어지러움에 휘청 하고는 쓰러져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히는 모습 위로..
준국 : (E) 어쩌면 정말 내가 사장님을 죽인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장님이 평소에 부정맥으로 자주 쓰러지시는걸 알면서도 곁을 지키지 못했고..
#Ins. 치킨집 (N)
불 속에 쓰러진 혜성모를 들쳐업는 준국 모습 위로.
준국 : (E) 사장님을 조금 더 빨리 구하러 갔어야했는데 너무 늦었습니다. 그렇게 전 또 또 살인자가 되버렸네요.
#Ins. 구치소 (N)
준국 눈물을 흘리며 유서를 쓰는 모습 위로.
준국 : (E) 내 무덤에 살인자라는 말만 더 이상 안 붙일 수 있다면, 난 목숨 아깝지 않습니다.
돌아가신 사장님만은 내 마음 알아주실 겁니다.
# 관우, 누워있는 준국을 본다.
준국 : (E) 이 세상에서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단 한 분, 사장님 따라 나도 이제 가겠습니다.
관우, 유서를 읽으니 혼란스럽다. 과연 이 사람이 진짜 범인일까?
준국 눈을 뜬다. 관우 발견하고 몸을 일으키는..
준국 : 차관우.. 변호사님이세요?
관우 : (건조한) 네. 몸은 좀 어떠세요? 얘기할 수 있겠어요?
준국 : 네, 할 수 있습니다.
관우 : 난, 이 유서 믿지 않습니다. 자살도 쇼로 보여요. 진짜 죽을 생각이었으면 낮이 아니라 밤을 선택했겠죠.
준국 : (순하게 수긍하듯 끄덕)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요.
관우 : (점점 고조) 나, 장혜성 변호사를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당신편에서 변호할 자신이 없습니다.
준국 : (자포자기한 듯) 상관없습니다.
관우 : (욱해서) 왜 납니까!? 왜 나에요!?
준국 : 다른 변호사면 안믿을테니까..
관우 : !
준국 : 내 편이 아닌 당신이 내 무죄를 밝히면, 그땐 장혜성변호사가 진짜 날 믿어줄거 아닙니까..
관우, 그런 준국의 눈빛에 흔들린다.
#25. 치킨집 (N)
까맣게 타버린 가게안 관우, 들어선다.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가스불 옆에 탁자들이 보인다.
관우, 심호흡을 한 후 핸드폰을 꺼내 실내를 찍기 시작한다.
#26. 옷가게 (N)
옷가게 김씨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뭔가를 적는 관우.
#27. 병원 (D)
관우에게 혜성모의 건강검진 기록을 보여주는 의사.
#28. 지구대 (D)
운승과 승구를 만나 수하의 민준국 폭행 CCTV를 함께 보는 관우.
#29. 옷방 (D)
수하, 옷을 차려 입고 가방을 메다가 문득 뭔가 떠오른 듯 가방 속에 칼을 꺼낸다.
#Ins. 6회
혜성 : 그러니까 민준국한테 복수같은거 할 생각.. 절대 하지마. 알았지?
수하 : (대답 안하고 빨래만 개는) ...
혜성 : (양손으로 수하 얼굴 돌려 눈 마주치고 다그치는) 뭐해! 빨랑 대답해.
수하 : (그런 혜성을 잠시 보다) 만일.. 민준국이 그쪽을 해치려고 하면?
혜성 : (잠시 멈칫하다가 손 내리며) 그래도 하지마. 난 내가 알아서 지킬테니까..
수하, 그 칼을 가방에서 꺼내 옷장 깊은 곳에 넣고는 가방을 메고 나간다.
#30. 혜성집 거실 (D)
수하 방문 열고 나오며.
수하 : 오늘 재판 열시라고 했지? (하다 뭔가를 보고 멈칫)
수하의 시선 끝, 혜성 어머니의 사진에 이마를 댄 채 눈을 감고 기도하듯 서 있다.
혜성, 눈을 뜨고는 사진을 잠시 본다.
혜성 : (불안한 마음을 다잡는/E) 걱정하지마 엄마. 차변은 끝까지 우리 편일거야. 난 차변을 믿어.
수하 : 늦겠다. 가자.
혜성 : (사진 놓으며) 응.
#31. 합의부 법정 앞 (D)
‘개정중’에 불이 들어와있다.
혜성, 문고리 잡으려 손을 뻗는데 손이 떨린다.
수하 : 왜?
혜성 : 저 안에 민준국이 있는거지? (떨리는 손 잡아 주무르며) 10년전 그 때 같다. 그치?
수하, 한손으로는 혜성의 어깨를 감싸안고, 한손으로는 문을 열며 들어선다.
#32. 합의부 법정 안 (D)
공숙과 배석판사들 판사석에 있고, 관우는 변호인석에 앉아있다.
그리고 피고인석에는 준국이 앉아있다.
도연이 일어나 모두진술을 하고 있다.
도연의 모두진술 위로 수하와 혜성 들어선다.
혜성, 드디어 준국을 본다. 준국, 천천히 혜성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준국과 눈이 마주치자 심장이 쿵닥거리며 뛰기 시작하는 혜성.
준국,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혜성을 보고 있다.
도연 : ...피고인은 출소한 후, 10년 전 살인죄로 재판을 받을 당시 증언한 장혜성에게 앙갚음을 하고자
장혜성의 어머니인 피해자 어춘심에게 신분을 속이고 접근하였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방심한 틈을 타,
둔기로 피해자의 두부를 가격해 실신시킨 후 화재를 내고 사고로 위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망한 피해자를 구하는 듯이 업고 나와 자신의 죄를 은폐하려고 했습니다.
이에 피고인 민준국을 형법 제 250조, 제164조에 의거 살인 및 현존건조물방화치사죄로 기소하는 바입니다.
공숙 : 변호인, 공소사실 인부를 하시지요?
관우 : (방청석의 혜성을 본다) ...
수하 : !! (그런 관우를 보며 탄식하듯) 안돼..
혜성 : (불안함에 수하를 보며) 왜 그래?
공숙 : (재차) 변호인, 공소사실을 인정하십니까?
관우 : (결심한 듯 일어나 공숙을 보며) 아뇨.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합니다.
혜성 : (놀라는) !!!
관우 :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합니다.
방청객 웅성대고, 혜성, 충격으로 얼어붙었다.
#33. 법원 복도 (D)
흥분한 혜성, 관우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수하, 옆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혜성 : (흥분해) 당신 미쳤어요? 무죄라는게 말이 되요?
관우 : (달래듯) 짱변 흥분하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요.
혜성 : 어떻게 무죄라고 생각할 수가 있어요? 나한테 복수하겠다고 우리 엄마를 찾아간 사람이에요!
관우 : 용서를 빌고 싶었대요. 당신은 용서를 안받아줄거 같아서, 어머니를 찾아간거래요.
혜성 : (기막히다) 용서를 빌겠다면서 사람을 죽여요?
관우 : 사고였어요.
혜성 : 하! 사고? 말이 되요?
관우 : 살인이란 증거가 없잖아요. 화재 감식 결과도 방화가 아닌 걸로 나왔어요. 유증기로 인한 화재라구요.
CCTV에도 찍힌게 하나도 없어요.
혜성 : 찍힌게 없는게 아니라, 찍을 수가 없었죠. 고장났으니까! CCTV가 고장나기 전에 뭐가 찍혔는지 봤어요?
고장내러 가는 민준국이 찍혔어요! 이건 뭐라고 설명할건데요?
관우 : 고장내러 가는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거에요.
혜성 : (말이 안먹히는구나. 허탈해/E) 제발 차변.. 이러지마요.
관우 : (혜성 어깨를 잡고 간절히) 감정을 지우고 차분하게 생각해봐요.
이건 정말 짱변한테나 민준국씨한테나 지독하게 운이 나쁜 사고에요.
혜성 : 우리 엄마 머리에 골절상은 어떻게 설명해요!?
관우 : 부정맥이 있으셨다면서요. 어지러워서 쓰러지셨다가 탁자에 머리를 부딪힌거에요.
수하 : (못참고 치고 나가는) 민준국이 때려서 기절한겁니다.
관우 : !!
#Ins 치킨집 (N)
준국, 스패너를 높이 들어 혜성모의 머리를 가격하는 짧은 컷.
수하 : (E) 민준국 그 인간이 스패너로 머리를 때려서 기절시킨거에요.
# 준국, 기름을 올린 가스불을 최대로 올리는 짧은 컷.
수하 : (E) 그리고 기름에 가스불을 켠 채로 나온거고
# 준국, 불속에서 이미 절명한 혜성모를 들쳐 업는 컷.
수하 : (E) 죽었을거라 생각되는 시점에 뛰어들어가서 구하는 척 쇼를 한 거에요.
수하 : 지금 차변호사님은 그 쇼에 놀아나고 있는거구요.
관우 : 그래. 니말대로 그럴 수 있어. 그치만, 내말대로 부정맥으로 쓰러져서 가스불을 못껐고,
그래서 화재로 질식사 하셨을 수도 있어. 그치?
혜성 : (간절히/E) 제발 이러지마요. 차변..
수하 : (그런 혜성의 마음이 들린다) !!
관우 : (수하에게) 무죄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면.. 그때는 무조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돼. 그게 법이야!
혜성 : (E) 당신이 나한테 이러면 안되잖아..
수하 : ...
관우 : (혜성에게 호소) 짱변, 다시 한번 생각해줘요. 어쩌면 짱변은 민준국을 크게 오해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수하 : (관우에게 낮게) 그만해.
혜성 : (슬픈/E) 당신은 내편이어야 하잖아.
관우 : 그 오해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가 있...
수하 : (관우의 배에 주먹을 날린다)
관우 : (수하 쪽으로 고꾸라지는) 윽..
수하 : (고꾸라진 관우를 붙들고 혜성을 보며) 그만하라고 제발..
#34. 국선전담 사무실 (D)
관우, 상덕, 유창 각자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다. 혜성 자리만 비어있다.
관우 : (전화를 하고 있다) 네, 선배님, 10년전 박주혁 살해사건 공판기록 말입니다. 좀 구할 수 있을까 해서요.
물론 없을거 같긴한데 혹시 모르니까요. 네, 이번에 맡은 사건이 그때 피고인하고 같거든요.
네, 찾으면 꼭 좀 보내주세요. 네. 몰래 보고 반납하겠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끊는)
유창 : (전화 받고) 여보세요. 네, 지금 장변호사님 재판 나가셨는데요. 어디라고..(적으며) 네. 알겠습니다. (끊는)
상덕 : 짱변은 오늘 사무실 안 들어온대?
유창 : 네, 재판 끝나면 거기서 퇴근한답니다. (관우 눈치 보여서 말끝 흐리는) 내일은 접견이 하루 종일이라
사무실에 못 들어올거 같다고..
관우 : (창밖을 보며 멍한 표정이다) ..
상덕 : (안됐고) 차변..괜찮은건가?
관우 : (창밖을 보며) 신변호사님..
상덕 : 어?
관우 : (씁쓸한) 저.. 아주 나쁜 왕을 지키는 기사가 된 기분이에요.
상덕 : ...
#35. 혜성집 거실 (N)
수하, 문 열고 들어오다 휘둥그레 놀란다.
평소 지저분한 집의 풍경이 아닌, 아주 깨끗한 집의 풍경이다.
수하, 들어와 보면 혜성, 앞치마를 두른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다.
수하 : (놀랍고) 청소 한거야?
혜성 : (보지도 않고 걸레로 화난 듯 사납게 바닥 닦으며 건조하게) 어.
싱크대쪽을 보니 그릇들과 냄비, 후라이팬 등이 다 꺼내져 있다.
수하 : 저 그릇들은 왜?
혜성 : (계속 청소하며 건조하게) 씻으려고.
수하 : (왜 이러는지 알거 같다) 도와줄게. (가방 내려놓으려 방으로 가는)
혜성 : (계속 닦으며) 수하 너 이제 니 집으로 가.
수하 : (멈칫) 왜?
혜성 : (계속 씩씩거리고 닦으며 날이 서서) 왜는 왜야. 민준국도 잡혔고 이제 니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잖아.
수하 : ..싫어. 안가.
혜성 : (일어나 퍼붓는) 야! 나 지금 다 꼴도 보기 싫어. 차변도 너도 다 꼴보기 싫어!
(걸레 확 내던지며) 이 걸레한테까지 싸움을 걸고 싶을 정도야. 혼자 있고 싶으니까 좋게 말할 때 곱게 가.
수하 : 싫어.
혜성 : 너 애야!? 말귀를 못 알아들어? 나 너한테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수하 : 그래 나 애야. 애라서 말귀 못알아들으니까 해. 무슨 말이든!
혜성 : (욱해서 지르는) 나 하루에도 수천번 수만번씩 너 원망하고 있어!
10년 전에 괜히 증언했다고!! 이 모든게 다 너 때문이라고!!
수하 : (상처다. 눈빛 흔들리는) ..!
혜성 : (독이 올라) 왜? 더 심한 말 해줄까?
수하 : (팔 걷으며 설거지 하러 가며 담담히) 해. 다 들어줄게.
혜성 : ...!
수하 : (그릇들 개수대로 옮기며) 말해. 욕도 해도 돼. 다 옆에서 들어줄테니까.
묵묵히 고무장갑을 끼며 설거지를 준비하는 수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혜성, 날이 무뎌진다.
고무장갑을 끼고 수하 옆으로 가는 혜성.
물을 틀고 수세미에 세제를 짜는 수하.
혜성 : (누그러져 그릇 챙기며 담담히) 수하야..
수하 : 어?
혜성 : (담담히) 그거 식용유야.
수하 : (그제야 세제가 아니라 식용유인거 보고) 아.. (얼른 바꿔서 세제를 짠다)
둘 나란히 서서 설거지 하는.
혜성 : (설거지 하면서) 아까 재판 때 판사 마음을 읽어봤어?
수하 : 어..
혜성 : 어느 쪽이야? 유죄야? 무죄야?
수하 : 51 대 49..
혜성 : 51 이 뭔데?
수하 : 무죄..
혜성 : (예상했지만 심난하다) ...
#36. 법조타워 (D)
혜성, 생각이 많은 듯 회전문을 뱅글뱅글 돌고 있다.
혜성 : (읊조리듯) 난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 (결심한 듯) 할 수 있다! (하고는 밖으로 나가는)
#37. 도연집 앞 (D)
혜성, 무거운 표정으로 도연의 집 앞에 선다.
망부석처럼 서 있던 10년전의 자신이 보인다.
그리고 다른 한편을 보면 대석의 책에 불을 붙이던 혜성모가 보인다.
혜성, 초인종을 누르기 위해 손을 뻗었다가 못하겠는 듯 손을 꼭 쥔다.
혜성 : (결심한 듯) 할 수 있어. (다시 누르는)
#38. 도연집 현관 인터폰 앞 (D)
대석 거실에서 신문 보고 있고, 도연모 골프웨어 차려입고 준비 중이다.
도연모 : (대석에게) 여보! 지금 운동복 입고가도 늦어요. 티오프에 뛰어가는 것처럼 촌스러운 사람 없드라. 빨리 준비해요.
(그때 인터폰 울리니까 받는) 누구세요?
혜성 : (E) 안녕하세요. 저 혜성이에요.
도연모 : (안떠올라서) 혜성이? (하다 놀라) 장혜성이?
혜성 : 네, 저 장혜성이에요. 도연이 만나러 왔습니다.
도연모 : (떨떠름) 어.. 그래. 잠깐만. (수화기 막고 도연에게 큰소리로) 도연아. 혜성이가 찾아왔는데?
도연 : (방에서 나오며) 누가 왔다구요?
도연모 : (좀 거북하다) 혜성이..얘가 여길 왜 온거니?
도연 : (짐작 가는게 있다. 인터폰 받고) 거기 있어. 내가 나갈게.
대석 : (신문 보다말고 뭐지 싶다) ...
#39. 도연집 마당 (D)
대석, 집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마당에 도연과 혜성 마주보고 있다.
도연 : 엄만 아직 너 보는거 불편해 하셔. 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
혜성 : 민준국 재판 어떻게 될 거 같애?
도연 : 너도 봤다시피 솔직히 상황이 그닥 좋진 않아. 직접증거는 없고 온통 정황증거 뿐이야.
차변호사도 그걸 계속 공략하고 있고..
혜성 : ..너도 민준국이 누군지 알지?
도연 : ...알아.
혜성 : 10년전, 법정에 내가 아니고 니가 들어가서 증언했으면, 내가 아니라 니가 상복을 입었을거야.
도연 : 나도 너만큼이나 잡고 싶어. 근데 증거가..
혜성 : (OL) 조작이라도 해!
도연 : (놀라) 너 미쳤어?
혜성 : (약 올리는게 아니라 진심이다) 너 할 수 있잖아. 고성빈 사건 때도 그렇고 쌍둥이 사건 때도 그렇고,
어떻게든 피고인들 잡아넣으려고 별 수를 다 썼잖아 너.
도연 : (기막혀 발끈) 지금 너 이 상황에 나 트집 잡는거니?
혜성 : (답답해서) 아냐. 그런거.
도연 : (안 믿고) 내가 잠깐 깜빡했네. 나 너한테 검사도 아니였지?
이만하고 가라. 더 들을 것도 없고 할 얘기도 없다. (가려는데)
혜성 : (무릎 꿇는다) 제발.. 도와줘. 도연아.
도연 : (돌아보고 놀란다) 장혜성!
혜성 : (이 악물며 처절하게)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어. 내가 너한테 이렇게 무릎 꿇고 비는 날이 올 줄.. 정말 몰랐어.
나 지금 자존심이고 뭐고 다 팔고 없어. 모든거 다 팔아서라도 나 그 놈 잡아야 돼.
도연 : ...
혜성 : (독기 어려) 하라는거 다 할께! 그동안 내가 한 말, 10년전 일까지 다! 사과하라면 사과도 할께! 무조건 내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까.. 그 놈 잡아 넣어줘. 너 검사잖아. 협박을 하던 조작하던 무슨 수라도 써봐!
우리 엄마 죽인 놈.. 절대 놔주면 안돼.
도연 : ...
대석 : (off) 그 사과.. 진심이냐?
보면 대석이 어느새 나와 있다.
혜성 놀라 대석을 본다.
도연 : (놀랍다) 아버지..
대석 : 지금 니 사과.. 진심으로 하는거냐?
혜성 : (이 상황이 참담해 눈물이 난다/E) 엄마.. 미안해.
(추스르고 간신히/ON) 네. 그땐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도와주세요.
#40. 도연집 거실 (D)
대석은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있고 도연과 혜성은 그 앞에 앉아있다.
대석 : (기록 보며 도연모에게) 난 오늘 라운딩 취소야.
도연모 : (홀로 골프백 메고 나가며 기분 상해) 당일 골프 펑크 내는건 본인사망 아니고는 말안되는거 알죠?
(나가며 혜성을 향해 뼈있게) 너무 무례해 다들.
도연 : (대석 살피며) 전관으로 보기에 어떠세요? 판결이 어떻게 나올 거 같나요?
대석 : (서류 덮고 안경 벗으며) in dubio pro reo..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야겠지.
혜성 : (역시..) 그럼 무죄인가요?
대석 : 내가 재판장이라면 무죄로 판결을 냈을거다. (도연을 보며) 그리고 내가 검사라면, 증거를 더 만들었을거고.
도연 : (당혹) 증거를 ...만들어요?
대석 : 증거로 없던 물건을 만드는 건 어려워. 대신 없던 말을 만드는 건 상대적으로 쉽지.
도연 : 목격자나, 주변 인물 다 만나봤어요. 집주인, 경찰, 목사님까지 다들 민준국에 대해서 호의적인 얘기만 해요.
대석 : 아쉬울게 있는 사람으로 찾아야지. 증언을 해주면 득 될 사람..
혜성 : (잘 모르겠고) 득이 될 사람이라면?
대석 : 민준국이 복역 중일 때 같이 지낸 재소자도 찾아봤냐?
도연 : 아뇨. 아직 그거까진..
혜성 : (그때 뭔가 떠오른다)
#Ins. 사무실 - 4회 48씬
혜성 : 신변호사님이 민준국을 어떻게 아세요?
상덕 : 내가 아는 사람이랑 감방동기라든데..
혜성 : 저 찾을 수 있을거 같아요. 민준국하고 같은 감방을 쓴 사람..
도연 : 니가 직접 아는 사람이야?
혜성 : 아니. 대신 그 사람 아는 분을 알아.
대석 : (도연에게) 재소자면 가석방심사에 목말라 있을거다. 구치소 소장 쪽에 내가 말을 넣어 놓을테니까, 그걸로 딜을 해봐.
도연 : 설마 위증을 시키란 거에요?
대석 : 범인을 잡을 수만 있다면..시켜야지.
도연 : (흔들린다) 그치만 위증은..
대석 : (OL/도연을 보며) 넌 10년전에도 해보지 않았냐?
도연 : !!
#Ins. 병원 - 1회 24씬
혜성 : 쟨 못봤어요. 아니 안봤어요!! 내가 안했는데 어떻게 봐!!
도연 : (혜성 노려보며) 저도 봤어요. 혜성이가 저한테 폭죽 쏘는거..
대석 : 난 말이다. 범인이 확실하고, 잡을 수만 있으면 뭐든 다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의도를 가지고 혜성에게) 어떠냐? 너도 내 생각하고 같지?
혜성 : (모멸감을 누르며) 네..
#41. 거리 (D)
걸어오던 혜성, 모멸감과 막막함에 멈춰서서 하늘을 본다.
한숨을 후 내쉬고 마음을 고른 후 전화를 건다.
혜성 : 여보세요. 신변호사님. 저 장혜성입니다. 전에 민준국 감방동기 아신다고 하셨죠? 그 분 성함 좀 알 수 있을까요?
#42. 혜성집 옥탑 마당 (D or N)
사복차림의 수하 올라오다 뭔가를 보고는 또냐.. 하는 표정 보면
마당에 여름, 겨울이불, 베개까지 죄다 꺼내져 있다.
혜성, 커다란 대야에 이불을 담고 발로 신경질적으로 밟으면서 빨고 있다.
수하 : 오늘은 이불이야?
혜성 : (고개 숙인 채 계속 이불 밟으며) 어떻게 이 상황에 내가 유일하게 기댈게 서도연이야!!
어떻게 이 상황에 내 반대편이 차변이냐고!! 말이 돼!!
수하 : (가방 내려놓고 바지 걷으며) ..서도연 찾아갔었어?
혜성 : 어. 가서 빌었다. 민준국 잡아달라고 찌질하게 무릎꿇고 빌었어. 그 뿐이 아냐. 10년 폭죽사건도 내가 다 잘못했다고 했어.
수하 : (신발 벗으려다 멈칫) !!
혜성 : (계속 사납게 밟으며 헛웃음이 나온다) 야. 난 내가 자존심 빼면 시첼 줄 알았거든?
(웃는데 눈물이 나온다) 근데 자존심 그거 빼도 안죽고 잘만 살겠드라구.
빼 보니까 진짜 별거 아닌데 뭐 땜에 그딴거 지키고 살았나 몰라.
수하 : (혜성의 눈물을 닦아주려 손을 뻗는데) ..
혜성 : (눈물 들킨게 민망해서 얼른 고개 치우며) 야! 너 가서 발닦고 와. 그냥 밟으면 더 드러워져.
#43. 도연 사무실 (D)
도연, 달중과 마주하고 있다.
달중 놀란 얼굴로 앉아있다.
달중 : 준국이가 사람을 죽였다구요?
도연 : 네, 장혜성 변호사 어머니를 죽인 혐의로 기소됐어요.
민준국씨랑 감방 동기셨죠? 같이 지내면서 민준국씨가 장혜성 변호사를 언급한 적이 있었나요?
달중 : (당혹스러운) 있어요. 있는데, 갚을 빚이 있다고만 했지 별 말 없었어요.
(단호히) 그럴 리가 없습니다. 준국이가 얼마나 착실한 놈인데.. 뭔가 검사님이 오해하고 있는겁니다.
도연 : (안되겠다 싶어 뒤에 자리에서 일하고 있던 양계장을 향해 눈짓) 계장님? 잠깐만..
양계장 : (자리에서 컴퓨터 치다가) 네? (하다 알아듣고) 네.. (나가는)
도연 : (사무실에 둘 뿐이다) 25년전에 수감되면서 따님을 잃으셨다구요?
달중 : (갑자기 그 얘기는 왜?) 네?
도연 : 하루라도 빨리 나가서 찾고 싶으시죠?
달중 : ...네.. (설마..) 빨리 나갈 수 있습니까? 저?
도연 : (미소로) 지금 내 질문에 어떤 답을 해주냐에 따라서.. 어쩌면요.
달중 : (흔들리는) !!
#44. 구치소 일반 면회실 (D)
상덕과 달중 빙고 놀이를 하면서 접견 중이다. 뒤에는 교도관이 앉아있다.
상덕 : 그래서 민준국 재판에 증인으로 나간다고? 티파니..
달중 : 네, 다음 공판 때 검사 측 증인으로 나갈 거 같아요. 구하라..
상덕 : 근데 왜 쌩뚱맞게 검사측 증인이야? 예전에 나한테는 민준국 그 친구가 좋은 사람이라고 했잖나? 산다라박..
달중 : (당황해 얼버무리는) 그.. 그냥.. 생각해 보니까 좀 아니었던거 같더라구요. 의뭉스러운 구석도 있고..
상덕 : (그런 달중을 힐끔 본다) ..
달중 : (당황해서) 왜..왜 그렇게 봐요. 내가 뭐 잘못했나..
상덕 : 당신 차례잖아. 내가 산다라박까지 했어.
달중 : (얼른 빙고판 보며) 아이유.. 아이유요!!
상덕 : (그런 달중을 보며 느낌이 안좋다) ...
#45. 혜성집 전경 (D)
#46. 혜성방 (D)
혜성, 결연한 표정으로 정장을 입는다. 거울 옆에 어머니 사진이 든 액자를 들어본다.
사진을 들고는 이마를 대고 잠시 기도하듯 눈을 감는 혜성.
혜성 : 오늘 증언만 잘 끝나면.. 유죄 받아낼 수 있어.
# Ins 1회 39씬 작은 쪽방
혜성모 : 니가 옳아서 편든기다... ...니는 늘 옳았다... 아부지 닮아가..
혜성 : (불안함에 다짐하듯) 이번에도 내가 옳은거지? 그런거라고 해줘요.
#47. 법원 앞 (D)
혜성, 들어서는데 맞은편에서 오던 상덕, 유창과 함께 오고 있다.
혜성 : 신변호사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오늘 재판 없으시잖아요.
유창 : 오늘 짱변호사님 격려 차원에서 왔죠. 오늘 선고전 마지막 공판이잖아요.
상덕 : 짱변한테 묻고 싶은게 있어서 왔습니다.
유창 : (영문몰라) ?
혜성 : (경계하는) 뭔데요?
상덕 : 오늘 재판에서 황달중한테 뭘 부탁한겁니까?
혜성 : (당황하지만 잡아뗀다) 부탁이라뇨. 그런거 안했는데요.
상덕 : 민준국을 잡겠다고 해서는 안되는 부탁을 한건 아닙니까?
혜성 : (노려보며) 안했다니까요!
유창 : (둘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두 분 왜 이러십니까. (혜성 등밀며) 재판 시작하겠습니다. 짱변호사님 먼저 들어가세요.
혜성 : (밀려 가다가 도로 상덕에게 와서 차분히 따지는) 하면 또 어때요?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데 안되는 부탁이 뭐가 있겠어요!
유창 : (불안해서) 저기..짱변호사님..
상덕 : 원칙을 안지키겠단 소립니까?
혜성 : (OL) 원칙 지키다간 다 놓치니까요!
상덕 : (OL) 원칙을 어기면 그 화가 더 크게 오는거 모릅니까!
혜성 : (버럭) 네 몰라요! (분해서 상덕 노려보다가) 신변호사님은 피해자가 돼본 적 있으세요?
이 나라에서 피해자는요.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어요. 저요. 민준국한테 울 엄마 왜 죽였냐고 따지지도 못했어요.
피해잔 가해자를 만날 수가 없거든요. 재판에서 판사는 내 얘기보다 민준국 얘길 훨씬 많이 들어요.
피해자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억울한데 할 수 있는게 없다구요! 무죄추정?! 합리적인 의심!? 그딴거 다 개소리에요!
상덕 : ...
혜성 : 피해자가 되보니까요. 원칙이고 수단이고 다 개소리에요.
변호사는 개자식이고! (변호사 뱃지 거칠게 떼어내 버리며) 그리고 저 역시 그 개같은 변호사구요. (돌아서 가버리는)
유창 : (상덕을 걱정스레 살피며) 괜찮으세요?
상덕 : (혜성을 걱정스레 보며) 유창아..
유창 : 네?
상덕 : 이 재판에서 민준국이 무죄로 풀려나면.. 짱변은 변호사를 계속 할 수 있을까?
유창, 떨어진 혜성의 뱃지를 줍고 주머니에 넣어 챙긴다.
#48. 합의부 법정 (D)
공숙과 배석들 판사석에, 도연은 검사석에, 관우와 준국 각각 변호인석과 피고인석에 앉아있다.
방청석에는 수하와 혜성이 앉아있고, 좀 떨어진 곳에 상덕과 유창이 앉아있다.
달중, 떨리는 목소리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준국, 달중을 의미심장하게 쏘아보고 있다.
달중 : (준국과 시선이 부딪히자 얼른 증인 선서 파일로 가리며 작은 소리로) 선서.. 양심에 따라..
공숙 : 증인, 좀 더 큰소리로 해주세요.
달중 : (조금 크게)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증인 황달중..
달중이 증인선서를 하는 위로 수하와 혜성의 무언의 대화가 오간다.
혜성 : (수하를 보며/E) 판사는 지금 현재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유죄야?
수하 : (공숙을 보고는 고개 젓고) ...
혜성 : (E) 그럼 무죄쪽?
수하 : (고개 젓더니, 안되겠다 싶어 핸드폰의 천사장식을 세로로 세운다) ...
혜성 : (보고는/E) 50대 50?
수하 : (고개 끄덕) ...
혜성 : (안도/E) 그럼 됐어. 이제 마지막 증인은 우리 쪽이니까. 확실히 유죄 받아낼 수 있어.
공숙 : 먼저 검사님. 신문하세요.
도연 : 증인은 피고인과 함께 같은 방에서 복역을 했었죠?
달중 : 네.
도연 : 증인은 피고인에게 장혜성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까?
달중 : 네, 신세를 졌다면서 장혜성 변호사 자료를 모으는걸 봤습니다.
도연 : 피고인이 보기에 그 신세란게 뭐라고 생각되던가요?
달중 : (준국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피하며) 원한.. 이요.
준국 : !!
도연 : 왜 그런 생각을 했죠?
달중 : 죽여버리고 싶다고.. 그렇게 말을 했었어요. 출소하면 죽이겠다고..
준국 : (못참고 책상을 치며) 내가 언제..
관우 : (재빨리 준국을 잡아 제지하며 고개를 젓는다) ...
준국 : (일단 참는)
도연 : 재판장님.. 들으셨다시피 피고인은 피해자의 딸 장혜성에 대한 원망으로 10년간 복수를 계획해 왔습니다.
그동안 다른 증인들은 모두 피고인이 선한 사람이라 입을 모아 얘기했지만, 그것은 복수를 위한 위장이었습니다.
(준국을 보며) 아주 치밀하고 영리한...
준국 : ...
도연 : (준국을 보며) 피고인의 본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피고인은 늘 천사의 가면을 쓰고 있었고,
그 가면 뒤의 모습이 들키는 순간, 죽여버렸으니까요. 10년전 박주혁씨, 그리고 피해자 어춘심씨까지 말이죠.
혜성 : ...
도연 : (준국을 보며) 이대로 무죄로 선고가 된다면, 가면 뒤의 모습을 아는 사람을 또 다시 살해할지도 모릅니다.
(혜성을 보며) 그동안 법은 피고인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아왔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희생자가 생겼구요.
(공숙을 보며) 이제는 법이 눈을 똑바로 뜨고, 다음 피해자가 될지도 모르는 장혜성씨를 지켜야할 때입니다.
공숙 : !
수하 : (공숙을 보고는 천사 장식을 앞면으로 해놓는다) ..
혜성 : (그걸 보고 안도의 미소)
준국 : (다 틀렸구나 싶어 눈을 감는다) ...
유창 : (다행이다 싶은) 유죄 확정이네요.
상덕 : (걱정스레 관우를 보며) 아니. 그 반대야. 증인이 오히려 검사 쪽에 덫이 되버렸어.
유창 : (영문몰라) 그게 무슨 소리세요?
공숙 : 변호인 신문 하시죠.
관우 : (일어나며) 증인, 피고인과 오랜 기간 같은 방에서 지냈죠?
달중 : 네. 2년 정도 같은 방을 썼습니다.
관우 : 그럼 피고인을 아주 잘 아시겠네요. 피고인을 분류하자면 똑똑하고 치밀한 쪽인가요? 아니면 허술하고 멍청한 쪽인가요?
달중 : 똑똑한 쪽 같습니다.
관우 : 검사님 의견하고 같네요. 근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똑똑하고 치밀한 사람이,
왜 범죄계획을 증인에게 술술 다 털어놨을까요? 너무 멍청하고 허술하지 않습니까?
도연 : (낭패다) !!
달중 : (당황해서) 아니.. 그게 생각해보니까 아주 치밀한 사람은 아니구요.
관우 : 아! 그럼 치밀한 쪽은 아니다? 그건 더 이상합니다. 검사님 말씀대로라면 이번 사건은 상당히 계획적인 살인사건입니다.
애초에 허술한 사람이 저지를 수 없는 사건이죠.
혜성 : (이를 악문다) ...
관우 : 그렇다면 과연 피고인은 치밀한 사람일까요? 허술한 사람일까요?
달중 : (모순에 빠져 대답 못하겠다)
유창 : (안타까와 탄식하듯) 차변이 검사를 모순에 빠트렸네요.
관우 : 대답 안해도 상관없습니다. 지금 증인이 어느 쪽을 다 가정해도 피고인이 범인이 될 수 없다는 걸 보여줬으니까요.
(달중에게 오며) 증인.
달중 : (겁이 난다) ..
관우 : 정말 피고인이 증인에게 범죄 계획을 다 털어놨습니까?
달중 : 네? (당황해 도연을 보며) .. 그게..잘 생각이 안납니다.
관우 : (달중과 눈 맞추며) 증인, 증인은 방금 전 위증을 하지 않겠다고 선서를 했습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정말 피고인이 장혜성을 죽이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습니까?
달중 : (망설이다가 얼른) 안한 것 같습니다. 안했어요.
관우 : 이상입니다.
수하 : (다 틀렸다) ...
공숙 : (끄덕이고는 도연에게) 검사님. 또 물어볼 거 있습니까?
도연 : (일어나 달중에게 낮게 시작, 그러나 이성을 잃고 위협적으로 고조) 증인, 제가 신문했을 때랑 답변이 전혀 다릅니다.
사실대로 말하세요, 증인은 민준국이 장혜성을 죽여버리고 싶다고 한 말을 들은 적 있습니까! 없습니까!?
달중 : (고개 떨구고 대답 못한다) ...
도연 : (날카롭게 다그치는) 증인! 대답하세요!!
달중 : ...
공숙 : (제지하며) 검사님, 그 정도만 하시죠. (E) 어쩔 수 없구만. 무죄로 판결 낼 수 밖에..
그런 공숙을 보고는 절망스런 수하, 천사 장식을 뒤집는다.
혜성, 허탈함에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수하, 준국으로 시선을 돌리면, 준국 10년전과 같은 표정으로 수하를 보고 있다.
수하, 역시 그런 준국을 적의로 노려본다.
준국 : (수하를 보며/E) 꼬마야.. 여기 먹물먹은 등신들도 모두 내 편인거 같구나..
수하 : !!
준국 : (E) 만일 여기서 무죄를 받아서 나가면 말이다. 다음은 너와 저 기집애 차례다.
수하 : (주먹을 꽉 쥐고는 그 눈빛을 고스란히 맞받아친다) ...
#49. 법원 복도 (D)
혜성, 맥이 탁 풀린 얼굴로 멍하니 앉아있다.
수하, 뭔가 결연한 느낌이다.
유창 그 두사람 곁에서 이야기 해주고 있다.
유창 : (걱정스레) 짱변호사님. 괜찮습니까? 뭐 마실거라도 사다드릴까요?
수하 : (뭔가 맘속에 정한 느낌으로) 민준국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유창 : 무죄를 받으면, 선고 받는 날에 일단 석방은 될거야. 그치만 걱정마라. 검사가 항소해서 2심에서 유죄 받으면 다시 구속..
수하 : (자르는/OL) 선고가 언젠데요?
유창 : 다음달 3일.. 이라던데?
수하 : (혼잣말처럼 곱씹는) 다음달.. 3일..
#50. 혜성방 (N)
혜성, 가슴 속에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을 꼭 품은 채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다. 동면에 든 것처럼..
혜성모 : (E) 혜성아. 가스나 부르면 퍼뜩 좀 와바라.
#51. 작은 쪽방 (D) - 10년전 회상
혜성모, 구형 컴퓨터를 켜려고 계속 키보드를 치는데 안켜진다.
어린혜성 : (이 닦다가 성의없이 와서) 왜애 또.
혜성모 : 이기 소리는 나는데 와 안켜지노. 고장났는갑다.
어린혜성 : (모니터 버튼 눌러 켜고 가는)
혜성모 : (진짜 놀라서) 옴마야. 우예 손가락 하나로 콤퓨타를 고치노? 니 빌게이츠 아이가?
(컴퓨터 살피며 진지) 니 법대 말고 콤퓨타 공학과 가야겠다.
어린혜성 : (돌아보며 기막혀) 하..
#52. 치킨집 앞 (D) - 6년전 쯤 회상
외출복 차림의 혜성모의 눈썹을 그려주는 대학생 혜성.
혜성 : (눈썹을 그려주며) 남의 결혼식 가는데 기본적인 화장은 하고 가야될거 아냐.
혜성모 : 내가 결혼하는 것도 아이구마..
혜성 : (다 그리고 거울 보이며) 어때? 훨씬 낫지?
혜성모 : (거울 보며 놀라) 이기 니 솜씨가? (진심으로 감탄해) 니 피카소 아이가? 니 지금이라도 미대 가야되는거 아이가!!
혜성 : (기막혀) 뭐어?
#53. 혜성방 (N)
혜성, 혜성모와 함께 찍은 사진을 꼭 안고 더 웅크리는.
수하 : (노크 후/off) 밥 안먹어? 오늘 하루종일 굶었잖아.
혜성 : ...
수하 : (off) 자는거야?
혜성 : ...
#54. 혜성집 거실 (N)
혜성 답이 없자 수하, 할 수 없이 혜성방문 앞에서 나와 식탁으로 간다.
식탁에는 수하가 차린 단촐한 밥상이 있다.
수하, 종지에 꺼내놓은 장조림을 큰통에 옮겨 넣기 위해 냉장고를 연다.
혜성모가 죽기 전 싸서 보내줬던 반찬통들이 있다.
수하 : (방안에 혜성에게) 장조림 더 있으면 쉴 거 같은데 버릴까?
혜성 : (off) 버리지 마. 먹을 수 있어.
수하 : (! 역시 깨있었구나) 못 먹을거 같은데.. 그냥 버릴께.
혜성 : (off) 놔둬. 엄마가 보내준거야..
수하, 잠시 표정 있다가 다시 뚜껑 닫아 넣는다.
식탁위에 혜성의 핸드폰이 계속 울린다.
수하, 핸드폰 보면 차변에게 온 부재중 통화가 32통, 문자도 수도 없이 와있다.
마지막 문자가 띠링 온다.
관우 : (E) 집 앞이에요. 올 때까지 기다릴께요.
수하 : (창밖을 본다) ...
#55. 혜성집 앞 (N)
관우, 무거운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수하, 나타난다.
수하 : 왔어요?
관우 : (수하 보고 걱정스레) 짱변은 괜찮아?
수하 : 그럭저럭 버티고 있어요. 당분간 만나긴 힘들거 같구요.
관우 : (한숨/E)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대로 짱변을 포기할 수 없는데..
수하 : (그런 관우를 보며) 짱변이 그쪽을 많이 좋아해요.
관우 : 뭐?
수하 : 많이 좋아해서 힘들어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시간을 두고 기다리고... 지켜주세요.
관우 : (수하의 태도변화가 의아하다) 너, 나 싫어하는거 아니었냐?
수하 : (미소로) ..들어가볼께요. (들어가려는데)
관우 : 너도 내가 민준국을 편든게.. 많이 원망스럽지?
수하 : (돌아보고 진심으로) 아뇨. 잘 하셨어요.
관우 : 뭐?
수하 : 오히려 감사드려요.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 간다) ..
관우 : (의외의 태도다) ...
수하 : (굳은 표정으로/E) 고마워요. 나에게 기회를 줘서..
#56. 옷방 (N)
무표정한 수하, 핸드폰에 7월 3일을 선고날이라고 메모를 남기며 알람설정을 한다.
아래로 틸다운 하면 수하의 가방 안에 칼이 보인다.
#57. 도연 집무실 (D)
도연, 사건기록 보고 있는데 양계장 노크하고 들어온다.
양계장 : 검사님, 편지가 왔는데요.
도연 : 무슨 편진데요?
양계장 : 모르겠습니다. 누가 보냈는지 안써있어요. (불빛에 비춰보며) 위험한건 아닌거 같은데요.
도연, 편지를 뜯어본다. 보내는 사람 없이 글만 짧게 써있다.
준국 : (E) 검사님 말씀이 옳았습니다. 참말을 열개를 해도, 거짓말을 한번 하니까 열 개의 참말 마저도 거짓말이 되더군요.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도연 : (분한 듯 편지를 꾸깃, 책상을 땅 친다)
#58. 교실 (D)
선생님 들어와 출석체크를 하고 있다.
고성빈(교복 안에 체육복차림), 김충기, 이정훈.. 부르면 성빈, 충기, 정훈 ‘네’ 대답을 한다.
선생님 : (출석부 보며) 박수하.
성빈 : (책으로 얼굴 가리며 목소리 굵게) 네.
충기 : (바로 손들고 일러바치는) 선생님! 지금 고성빈이 박수하 대출했는데요!
선생님 : 뭐? (보면 빈자리보며) 그럼 박수하 결석이야!?
충기 : 네! 결석입니다!
성빈 : (충기 째려보며 작게) 저 싸가지 없는 XX!!
선생님 : (출석 체크하다보니 결석이 꽤 있다) 박수하 이 자식 요즘 출석이 형편없잖아?
충기 : (맞장구) 성적 좀 좋다고 학교를 아주 우습게 아는거죠!
열받은 성빈, 앉은 채로 한쪽 발로 충기를 발로 대차게 찬다.
#59. 혜성집 거실 (D)
비어있는 집.
수하, 생각이 많은 얼굴로 집안을 둘러본다.
거실에 불을 켜면 전구 하나가 나가있다. 전구를 보는 수하.
<컷튀면>
# 수하, 전구를 마저 끼워 전구를 갈아준다.
# 불을 켜보면 다 잘 들어온다.
# 창가에 모기장 뜯어진 것을 망치로 박아 고쳐주는 수하
# 싱크대 문고리가 한쪽이 뜯어진걸 고쳐주는 수하
# 그리고 커다란 가방에 자기 짐을 가득 담아 메고 나오는 수하
#60. 납골당 (D)
혜성, 혜성모의 납골당을 보며 주절주절 대화하듯 이야기 하고 있다.
혜성 : 10년전 그때, 나 겁이 무지 났는데 엄마말 때문에 증언한거였어. 내가 늘 옳다고 하니까.. 그땐 그게 맞는거 같았거든..
근데 아니었나봐. 세상은 동화같지 않더라구. 도연이처럼 도망쳤어야했는데.. 그치?
(납골당에 이마를 대며 기도하듯) 미안해..엄마..
그때, 인기척이 들려 돌아보면
단정한 차림의 수하가 납골당에 놓을 작은 꽃장식을 들고 서있다.
혜성 : 니가 어떻게 여기에..
수하 : (꽃을 놓으며) 아침에 어디 가는지 슬쩍 읽었어. 사무실은 안들어가?
혜성 : ...
수하 : 안들어갈거면, 나랑 어디 좀 가자.
혜성 : 어디?
수하 : 전에 가려다 못간데..
혜성 : ..?
#61. 수족관 (D)
수하와 혜성, 수족관 구경을 하고 있다.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다.
혜성 : (한심하고) 애도 아니고.. 대낮부터 수족관은..
수하 : (구경하면서) 결국 네 번만에 와보네.
혜성 : 왜 네 번이야?
수하 : 처음엔 아버지랑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돌아가셔서 못갔고, 중학교 때 소풍으로 올 뻔 했는데 아파서 못왔고,
마지막은 저번에 할아버지 재판 끝나고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못갔고..
혜성 : 난 가려고 했었다. 근데 니가 빵구 냈잖아. 전화도 안받고..
수하 : 그랬나?
커다란 수족관 앞에서 물고기를 보는 수하와 혜성의 모습 위로.
(즐겁게 담소를 하며 구경한다기 보다 그냥 담담히 말없이 보는)
혜성 : (E) 근데 왜 여기가 오고 싶었어?
수하 : (E) 알잖아. 내 세상은 남들보다 시끄러운거.. 여긴 왠지 조용할 거 같았어. 늘 평화롭고..
혜성 : (E) 그러네. 여긴 고요하네..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수하 : (혜성을 보며 담담히) 나 그쪽 집에서 짐 정리하고 나왔어.
혜성 : (놀라는) ..뭐?
수하 : 걱정하지마. 민준국은 당신 더 이상은 안괴롭힐거야. 안심해도 돼.
혜성 :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수하 : (자기 눈을 가리키면서) 재판 때 이걸로 봤어. 그러니까 믿어도 돼.
혜성 : 그래서 여기 오자고 한거야? 마지막 인사 뭐 그런거야?
수하 : 응, 그리고 가기 전에 얘기해 줄게 몇가지 있어.
혜성 : 뭐냐? 이 분위기는? 영영 나 안볼거야?
수하 : 고3이잖아. 공부해야지.
혜성 : (좀 서운하고) ..알았다. 뭔데? 해줄 얘기가?
수하 : 어머님 말이야. 마지막 가실 때 당신을 많이 자랑스러워 하셨어.
혜성 : 어?
수하 : 재판할 때 민준국 보고 읽었어.
#Ins. 치킨집 (N)
준국 : 왜 죽는지 알고 죽어야지. 당신 말이야. 딸년이 10년전에 법정에서 증언하겠다고 나대서 죽는거야. 알아?
억울하지? 어?
혜성모 : (눈물 고인 채) 그래. 억울하다. 내가 내 딸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그래 용감한 아인줄 알았으모.. 칭찬 마이 해주고 이쁘다 해줄걸.. 내 너무 말이 모질고 인색했다.
준국 : (얼굴 굳는다) ..
혜성모 : (미소 띤, 큰소리로 호령하듯) 니가 내 딸한테 가 전해라. 내 딸 미꼬레이! 이제 용이 다 됐다꼬
좋아가 천국 가서도 춤출기라고 그래 전해라!
수하 : ...천국 가서도 춤출거라고.. 그렇게 전하라고..
혜성 : (흐르는 눈물 얼른 닦으며) ..엄만 맨날 그놈의 용타령..
수하 : (그런 혜성보며) 그러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
혜성 : 어.. 고마워. 얘기해줘서..
수하 : (다시 수족관을 보며) 그리고 차변호사, 너무 원망하지 마. 당신 많이 좋아해서 그런거니까...
민준국을 진짜 믿고 있어. 당신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오해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던거 같애.
혜성 : ..
수하 : 진실을 모르니까.. 그 사람 입장에선 그게 최선이었을거야.
혜성 : ...알아.
수하 : 그리고 이건 당연히 알겠지만..
혜성 : ..?
수하 : 그쪽도 차변 많이 좋아해. 그래서 지금 괴로운거고.. 그러니까 너무 오래 숨어있지 말고 그 사람 받아줘.
그게 서로한테 좋을거야.
혜성 : (그건 차마 대답 못하겠다) ...
수하 : 할 얘기 다 했으니까 나 간다. 잘있어.
혜성 : (당혹스럽다) 어? 어..
수하, 걸어가고 혜성, 이게 뭐지 싶다. 혼란스럽고 서운한 감정이 섞여..
혜성 : (자기도 모르게) 야.. 수하야.
수하 : (가다가 멈춰선다) ...!
혜성 : (뭐라 할 말을 못찾겠는) 아니 그게.. (하다 털어내듯 포기) 아니야. 잘 가. 그동안 고마웠다. 공부 열심히 해.
수하, 괴로운 듯 눈 질끈 감았다 뜬다.
수하, 다시 결심한 듯 뒤돌아 혜성에게 돌아온다. 수하, 눈가에 눈물이 언뜻 비치는 듯 하다.
혜성 영문 모르겠는데..
수하 : (슬픈 미소로) 당신이 모르는게 하나 더 있는데..
혜성 : ?
수하, 혜성의 허리를 당겨 키스를 한다.
혜성, 놀라 눈이 커진다.
수하, 짧은 이별의 키스를 마치고는 슬프게 웃어 보이며 돌아서 가버린다.
혜성, 너무 순식간의 일이라 어떤 반응도 못한 채 놀라움에 멍해져있다.
남겨져있는 혜성과, 결연한 표정으로 가는 수하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