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봄방학을 하고 그날 선생님들과 태백산을 향해 늦게 출발하였답니다.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가다가 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제천에서 국도를 타고 영월을 거쳐 38번 국도를 따라 가는 길에 우리의 목적지인 태백이 있지요.
영월 장릉 옆 보리밥집에서 순전한 야채식단에 보리밥을 먹으니 품위없이 보리방귀가 뿡뿡하고 새어 나옵디다.
어두워가는 강원도의 산골짝을 돌고 돌아 31번 국도로 약간 이탈하여 태백산 당골 아래 민박촌에 들어가서 하룻밤을 묵고 유일사 쪽으로 이동하여 천제단을 향해 올라갑니다.
산은 우람하고 묵묵하게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길은 경사져 있고 켜켜이 쌓인 눈 위를 한 줄로 서서 묵묵히 갑니다.
침묵이 산에 어울리는 대화입니다.
그리고 태백에 와서야 우리는 대구에서 일어난 끔찍한 재난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산을 오르면서 내내 그 생각을 했습니다.
성서에 보면 '그들이 너희들 보다 죄가 많아서 그런 일을 당한 줄 아느냐. 그렇지 않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는다면....'라고 학살당한 이스라엘 동족에 대해서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격포에서의 유람선 침몰사고, 목포 비행기 추락사고,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 사고,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괌 비행기 추락사고 등등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한 그 숱한 사고들의 지뢰밭을 우리가 용케 피해서 살아있다고 해서 언제까지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절망이 잉태하여 고통을 낳았습니다.
그 영혼들에 대해서 주님의 위로가 꼭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엎드려 기도합니다.
사람이 생은 바람결에 따라 흩날리는 낙엽과도 같고
아침 안개처럼 자욱하였다가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시든 풀과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신은 우리의 머리카락 하나하나까지도 기억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새털같이 많은 날들이라는 말을
과연 자신 있게 할 수 있겠는지요.
이 카페에도 자꾸만 포르노를 소개하는 정보가 뜨는군요.
지워도 자꾸 뜨는 것을 보니 상당히 프로근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제안합니다.
그런 열정을 이 세상을 위해서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보다 의미 있는 일들이 많을 터인데 영혼에 도움이 되지 않을 일에
그렇게 열심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식에게 소개할 만한 것이라면 좋겠지요.
그러나 불량식품을 파는 상인도 자기 자식이나 자신의 식탁에는 본능적으로 그런 음식을 거부합니다.
간단한 원리입니다.
이 공간을 좀 그냥 나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남겨두어 주기를 부탁합니다.
늘 건강들 하시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좋은 말이 생각납니다.
오늘 여기 있는 사람이 내일도 여기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나는 영원을 찾을 셈입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포기하지는 않을 각오입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