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바람의 계절인 겨울이 지나고 어느새 봄을 지나 우리에게 어느새 여름이 성큼.
관광객에게 “제주도 여행 중에 어떤 것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라고 질문을 하면
대다수는 본인이 맛있게 먹은 음식을 말하곤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나 테마파크를 방문하기 위해 제주를 찾았지만 최근 그 공식이 깨졌다.
제주의 맛있는 음식과 독특한 요리를 맛보기 위해 떠나는 미식 관광이 인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도는 독특하게도 동문시장, 서문시장 등과 같이 비교적 큰 규모의
시장들도 많지만 마을 단위로 열리는 시장도 즐비히다.
벼룩시장을 열고 있는 마을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씩 정기적으로
핸드메이드 제품이나 앞마당에서 수확한 농산물 등을 팔고 있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제주의 맛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제주민속오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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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제주민속오일장은 도민들의 전통문화와 함께 발전해 왔다. |
◇오일장의 시작
끝자리의 날짜가 2일과 7일마다 열리는 제주민속오일장은 100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가진 곳이다.
조선시대 말 보부상의 상거래 장소로 이용해오다가 1905년 관덕정 앞에서 공식적으로 시장의
역할을 하게 됐다. 이후 삼도동, 용담동, 오라동 등으로 이전을 거듭하다 1998년 현재의 위치인
도두동에 자리 잡게 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돈을 번다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어서 각자가 가져온 물건들을 시장에 나와 물물
교환을 주로 했다. 점차 그 기능이 발전돼 현재의 형태에 이르렀다. 게다가 제주민속오일장의
경우에는 타지역 또는 도내 다른 시장들에 비해 훨씬 많은 방문객들이 찾았다. 평일에 장이 서는
경우 도민과 관광객을 포함해 약 6만명에서 8만명 정도, 주말의 경우 약 8만명에서 많게는 10만명
까지 방문한다고 한다.
◇서민들 삶의 현장 오일장
지난 어느날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속담이 불현듯 떠오르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거센 바람과
함께 비가 세차게 내렸다. 이른 아침부터 상인들은 우비를 쓰거나 비를 맞아가며 차에서 짐을
내리고 있었다. 날씨 탓에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기자의 생각이 부끄러울 정도로 상인들은
아랑 곳 하지 않았다. 몇 십 년 동안 장사를 해온 베테랑 장인들의 모습에는 어떤 자신감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오전 10시쯤 되자, 우산을 든 사람들이 점차 몰려오기 시작했다. 오일장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중 역시 이곳이 제주라는 것을 또다시 직감했다. 제주산 고사리, 한라봉, 천혜향 등이 곳곳에서
팔리고 있었다. 시식용으로 올라와있는 한라봉의 맛은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시장의 중간쯤 도달했을 때였을까.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을 발견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시장의
묘미인 떡볶이와 순대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선 줄 끝에 자리를 잡고 5분정도
기다렸다. 마침내 시장의 묘미를 받아들고 그 맛을 봤을땐 다른 곳에서 먹었던 맛과 별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오일장만의 북적거림 덕분이었을까. 다를 바 없었던 맛이 정말 맛있게 느껴졌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하는 공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일장에 있으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비록 누군가가 보기에는 ‘덜 깨끗하고 너무 복잡하다’고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오일장의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맛에, 인간다움이 느껴지는 정겨움에 사람들은
오일장을 찾는다.
그곳에서 우리들의 역사가 시작됐고 할머니, 부모님 세대가 자라온 곳이다. 대형마트가 최고인 줄 알고
자라온 우리 세대는 인간다움을 모르고 있다. 그곳은 삶의 교과서와 같은 곳이다. 그런 역사를 귀중하게
생각하다는 건 얼마나 멋진가.
출처: [제주대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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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또또 사랑님, 닉에서 풍기는 늘 사랑하시는 이미지가 느껴지네요.
위미리 근처면 서귀포 시내도 가깝고 더욱 좋은 것은 싱싱한 물고기를
선창에서 바로 구매해서 맛있는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곳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