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단편영화제 ‘짧고 굵게’ 개막작 <운수좋은날> 을 보고 ..
처음 단편영화라는 것은 내게는 많이 생소한 느낌을 주었다. 아마도 10분도 채 안 되는, 30분이 조금 넘는 이런 정말 짧은 영화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짧고 굵게’ 라는 영화제 주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무엇을 짧고 굵게 한다는 말일까 ? 이런 생각들.. 사회를 보신 남태우 교수님의 “가늘고 길게 가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 ” 이 말에 나도 조금은 동감 하는 듯하다. 이번 과제 덕분에 나는 동성아트홀 이라는 소극장을 찾게 되었고, 단편영화를 정말 즐기고 사랑하는 영화인들 로 스크린을 꽉 매운 가운데 자리하여 38분짜리 영화를 보게 되었다. 개막 상영작인 <운수좋은날>의 제목만 보고 소설의 내용을 영화로 새롭게 만들었나 보다 생각했지만 줄거리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에 감독과의 시간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제목은 내용이 얼핏 소설 운수좋은날 과 비슷한 것 같아서 제목을 그렇게 붙였단다.
영화의 줄거리는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지만 뱃속에 아이를 가진 아내를 둔 택시기사 구식은 사채를 끌어 썼다가 돈을 다 갚지 못해 빚 독촉을 받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구역이 아닌 곳에서 d웬 노숙자가 구식의 택시를 타게 되면서부터 아이러니한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손님은 목포까지 데려가 달라는 당황스러운 말을 하지만 구식은 무언가 한이 있어 보이는 손님의 고향이란 말에 또한 자신에게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하룻밤을 새가며 목포로 향하게 된다. 가는 내내 노숙자와의 악전고투로 지쳐있는 구식은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를 맡고 차를 세우게 되는데 어머니에게 드릴 선물을 안고 죽어있는 노숙자를 발견 하게 된다. 당황한 구식은 경찰서로 가게 되지만 그래도 시신을 고향에 묻어 줘야 되지 않겠냐는 경찰에 말에 죽은 시체를 택시에 실고 목포까지 가게 된다. 목포에 도착한 구식은 늙은 홀어머니를 보고 장례식까지 치러주게 된다. 홀어머니는 요금과 같이 고맙다며 사례금을 구식에게 건 낸다. 하지만 혼자 덩그러니 죽은 아들을 보며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구식은 받은 돈을 다시 돌려주게 된다. 그리곤 아내에게 가져다줄 세발낙지를 사러가며 영화가 끝이 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비가 올 것이라는 기상예보와 달리 눈이 내린다. 앞으로의 구식의 밝은 미래, 아직까지는 따뜻한 세상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가 숨어 있는 듯하였다. 돈이라는 것이 참 먹고 살기에 각박한 서민들의 목을 많이 조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적인 양심을 가진 구식을 보며 지금의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끔 만들었다. 부족하게나마 영화를 굳이 평가한다면 목포로 가는 중간에 고양이가 죽는 등 작고 세심한 부분에서 복선이나 작은 의미들이 많이 숨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간간히 던지는 메시지가 조금은 약하지 않았나 하는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가 끝난 후 감독과의 시간에 아주 예민한 부분을 집어내는 관객들이 많았던 것 같다. 엉뚱한 질문에도 성의 있게 잘 답변해주신 감독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영화 제작 기간이 6년 이라는데 있어서도 국도가 고속도로가 되는 등 재밌는 부분이 많았다. 영화의 감동이 제작기간에 비례하는 것일까?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아이러니 속에서 작은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메시지가 영화의 깊은 곳에서부터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운수 좋은날이라는 제목은 소설에서나 이 단편영화 에서나 참 모순적인 말인 것 같다. 삶의 희비가 엇갈리는.. 아직은 내가 이해하기 힘든 삶의 공식일지도 모르겠다.
7회 대구 단편 영화제를 통해서 소극장의 열악한 스크린과 단편영화에 대해 매력을 물씬 느끼게 되었다. 이 수업을 통해서 단순한 영화에 대한 지식보다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 기분이 뿌듯하다. 다음 영화제에 또 접할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더 관심을 가지고 영화를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