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학습방법의 실태
A: 영한사전
ab·so·lute·ly [æ̀bsəlúːtli]
부사 1. 절대적으로, 완전히, 무조건적으로
beau·ti·ful [bjúːtəfəl]
형용사 1. 아름다운, 예쁜, 고운
감탄사 1. 굉장하다, 대단하다
B: 영영사전
ab·so·lute·ly AME [æ̀bsəlu:tli] ADVERB
1. used to emphasize that sth is completely true
beau·ti·ful AME [bjú:tɪfl] ADJECTIVE
1. having beauty; pleasing to the senses or to the mind
2. very good or skilful
미국과 영국 같은 영어권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다 돌아온 학생들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중ㆍ고등학생과 대학생의 단어를 외우는 방법은 거의 비슷하다.
먼저 스펠링을 외우고, 발음해 보고, 우리말 뜻을 또박또박 외운다.
위의 두 단어를 그대로 따라 해보면 대개 이렇게 된다.
‘에이비에스오엘유티이엘와이(absolutely)/앱설루틀리/절대적으로, 완전히, 무조건적으로’,
‘비이에이유티아이에프유엘(beautiful)/뷰티플/아름다운, 예쁜, 고운’
학생들은 단어가 외워질 때까지 이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beau·ti·ful [bjúːtəfəl] 뷰터펄, beau·ti·ful [bjú:tɪfl] 뷰티플’과 같이
발음기호가 서로 다른 경우를 접하면 당황하게 된다.
이게 맞네, 저게 맞네.
혹은 이건 미국식 발음, 저건 영국식 발음 하면서 따지고 들기도 한다.
이것이 지금 학생들만의 모습일까?
아니다. 윗세대인 우리의 모습이고,
또 우리보다 더 윗세대인 선배들의 모습이다.
영어 학습방식의 대물림이다.
1950년대 영어가 학교교육으로 처음 도입된 이후
60년이라는 시간이, 30년의 두 배가 지났는데도
대물림은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영어를 공부하는 요즘 학생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저렇게 십년을 죽어라 공부해도
영어에 있어서 귀머거리에 벙어리일 텐데’
‘대학에서 영어로 된 전공서나 겨우 보면서
중·고등학교 때 영어공부 열심히 한 걸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부정적인가. 하지만 이것이 영어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다.
대물림된 방식으로 단어공부를 하면
사전을 통째로 외운다고 해도 소리로 발화되지 않는다.
소리로 발화시키기 위한 별도의 시간과 노력, 방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가는 한국 유학생들은
대체로 많은 단어를 알고 간다.
적게는 만 단어정도, 많게는 2만 단어까지 미리 공부하고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미국에 가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지 못해서
1~2년가량은 학생들을 상대하는 조교생활을 못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2년쯤 지나면
한국에서 공부했던 단어들이 소리로 발화되면서
전공분야 또는 다른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결국 중ㆍ고등학교 6년, 대학교 4년,
유학준비 1~2년으로 총 12년 동안 영어공부를 했는데,
미국에 가서도 2년 정도를 더 보내야 영어가 된다면,
거의 15년이라는 시간을 영어에 매달리는 꼴이다.
그나마 이것은 미국유학을 간 학생만 해당되는 경우다.
같은 수준에서 유학을 가지 않고
국내에 남은 학생들은 그보다 더 어렵다.
영어를 위해 별도의 피나는 투자를 해야
유학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쌓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것이 단어학습에 관한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의 실태다.
단순암기 단어학습의 문제점-네트워크의 허브는 소리
예전처럼 단어를 외우면 왜 안 될까?
이 책에서 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왜 그냥 열심히 외우면 안 된다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다음의 그림에 모두 들어 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예쁜, 고운’이라는 소리에 연결된 이미지와 개념이 있다.
또 ‘아름다운, 예쁜, 고운’이라는 글자,
세종대왕이 만든 아름다운 한글을 연결해놓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한국어에 대한 소리-이미지-개념-글자의 네트워크를 단어마다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영어 학습 네트워크 동체 모델
모든 단어는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와서
이미지와 개념으로 내면화되기 때문에 ‘느낌’을 갖는다.
이 세상에 느낌이 없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감정과 이성은 단어에 묻어 있고,
단어에 배어 있고,
단어에 담겨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느낌은 단어의 소리-이미지-개념-글자 중 어느 부분에 있을까?
모든 감정과 느낌은 소리와 이미지와 개념 세 부분에 스며들어 있다.
그렇다면 느낌은 세 군데 중 어느 부분을 통해서 나가고 들어올까?
바로 소리를 통해서다.
단어의 소리를 통하여 이미지와 개념에 담긴 느낌이 나오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글자 혼자서는 느낌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글자는 오직 소리가 지나갈 때 울림으로 다가올 뿐이다.
피닉스 탐사선이 화성에 착륙하는 순간,
“absolutely beautiful!”
“완벽하게 아름답다!”
이 두 마디의 단어가 소리가 아닌 글자로만 존재한다면,
그래서 눈으로 글자를 보기만 한다면 우리의 가슴을 울리지는 못한다.
어떤 글자든 입 밖으로 또는 마음속으로 소리를 내야만
마음을 울리는 느낌이 생긴다.
소리가 네트워크의 허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 영어단어를 학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그것은 모국어의 단어 네트워크에
<영어 학습 네트워크 동체 모델>과 같이
영어의 소리단어와 글자단어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미 잘 갖추어진 이미지와 개념에
영어 소리단어와 영어 글자단어만 추가해
새로운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면 된다.
예를 들면, ‘아름다운’이라는 한국어 단어 네트워크에
영어단어 소리인 ‘뷰티플’과 글자인 ‘beautiful’만 추가하면 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추가되는 영어의 소리와
글자가 있을 경우 둘 중 소리를 우선적으로 추가해야 한다.
왜냐하면 소리가 네트워크의 허브이기 때문이다.
한국 학생들의 영어단어 네트워크 연결방식의 문제점
앞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학생들은 다음의 세 단계에 걸쳐서 영어단어를 외운다.
먼저 단어의 스펠링 하나하나를 소리 내어 읽는다.
다음은 발음기호대로 소리 내어 읽고 그것을 기억한다.
마지막은 한국어로 풀이된 의미를 소리 내어 말하고,
이미지와 개념에 연결한다.
다음의 그림을 보면 세 단계가 순차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어를 외운다는 것은
영어 글자단어-영어 소리단어-한국어 소리를 네트워크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학생들의 이러한 학습방법에서는 두 가지의 문제점이 발생한다.
첫째, 자기 자신의 소리라도 열심히 내면서 학습하는 경우
발음이 맞고 틀리고 상관없이 오직 자기 자신이 소리를 내고 들으면서 학습하는 경우다. 어떤 점에서는 그것이 최선일수도 있겠으나 이는 그림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림의 가운데 ‘영어 소리단어’는
단어에서 느낌과 감정이 묻은 네트워크의 허브다.
영어단어를 외울 때
이 허브는 자신의 발음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즉 발음기호에만 의존한 자신의 소리를 기억시킨다.
구강과 혀를 끊임없이 운동하며 소리를 내는 것은
운동학습에 해당한다.
단어의 발음을 소리 내면서 공부하는 학생은
부지런히 운동학습을 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노력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불완전한 자신의 영어단어 발음을 듣고 기억시키는 방법은
도움이 안 된다.
발음소리는 곧 영어의 허브인데,
발음이 불완전하면 허브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아래와 같이 영어 소리단어가 막혀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단어의 제대로 된 소리가 기억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원어민의 발음인 영어 소리단어를 들어도
네트워크가 작동하지 않는다.
다만, 이 경우에는 영어 글자단어와
한국어 소리와 곧바로 연결되고,
한국어 소리단어는 이미지와 개념으로 연결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어 소리를 암기했기 때문에
한국어 소리가 허브역할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영어단어의 글자가 이미지와 개념으로 연결되는 것이
그나마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처럼 단어의 소리를 열심히 내면서
운동학습만이라도 부지런히 한 학생들은
훗날 대체로 영어를 잘하게 된다.
비록 자기 자신의 소리라도
영어의 소리단어가 기억되는 효과 때문이다.
소리가 발화되기 쉬운 상태까지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원어민들과 접하게 되면 자신의 소리가 쉽게 전이되어 발화된다.
둘째, 자기 자신의 소리조차 내지 않으면서 학습하는 경우
두 번째 경우의 문제점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어단어를 외울 때
성실하게 소리 내는 학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험자체가 사고학습으로 공부하게끔 틀이 잡혀있어서
굳이 소리를 내면서 단어를 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고학습 결과를 위한 시험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소리를 내면서 공부하는 것보다
눈으로 더 빨리 더 많이 보고 기억하는 것이
오히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단어를 눈으로만 외운다.
그림처럼 영어 소리단어가 네트워크에서 텅 비게 된다.
사실 모든 문제는 두 번째에서 발생한다.
글자단어는 소리를 통해야 이미지와 개념으로 원활하게 네트워크되는데,
영어와 한국어가 모두 글자로만 기억되므로 네트워크에 큰 장애가 생긴다.
‘아름다운, 예쁜, 고운’이라는 단어들이
어떤 하나의 이미지와 개념으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아름다운, 예쁜, 고운’ 세 단어 모두
서로 다른 글자코드처럼 기억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소리가 허브역할을 하여
느낌과 감정이 있을 경우
아래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고운, 예쁜’은 하나의 느낌이고, 하나의 이미지로 기억된다.
그러나 느낌이나 감정이 묻어 있지 않은 글자라면 각각의 글자코드처럼 기억될 뿐이다.
왜 지금까지의 단어학습방법은 안 되는가에 대해서 결론을 내려보자.
한국어의 단어 네트워크 동체에
영어의 소리단어와 글자단어를 추가하는 것이 단어학습이다.
이때 영어의 소리단어가 네트워크의 허브다.
영어 소리단어를 통해 느낌과 감정이 들어오고 나간다.
소리가 이미지와 개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어단어의 제대로 된 소리가
한국어의 소리와 연결되어서 기억되어야
‘단어 네트워크 동체효과’가 완벽하게 살아나게 된다.
그런데, 한국 학생들의 단어학습은
영어의 소리단어가 빠져 있다.
허브를 빼놓은 상태로 네트워크를 가동시키려면
원활한 작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처럼 허브인 영어의 소리단어가 빠진 채
영어 글자단어와 한국어가 연결되는 네트워크에서는
당연히 영어가 제대로 학습되지 않는다.
이는 영어교육의 근원적인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원어민 교사 없이
한국인 영어 교사만으로도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해답이 여기에 있다.
가르치는 쪽이나 배우는 쪽에서나
똑같이,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모두 줄이는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 최종근, 북스 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