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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작가] 김성춘/김종제/김영천/김종원/공복자/인이숙/김은수/이양우/엄덕이/강현옥/이상태/한분옥 [교원문학] 회원 작품 [시조]오민필/추창호/황경모 [산문/비평] 문예대학/시와 비평
[사이버/초대작가]김서린/김현태/박소향/성낙일/인애란 |
[교원문학]
표지이면p.2 [교원문학/문학연구회] 게시판 안내
1. 작품 퇴고를 위한 도움말이나 가필을 원하시면
[문학연구회]에 작품 올려 주세요.
[사사] 방법으로 개별 수강을 받으며
수강료 회비는 없습니다.
2. 자유글/자작글/창작글/습작/운문/산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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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작가가 임의로 [문학연구회]게시판에
복사하거나 옮겨옵니다.
운영작가가 임의로 퇴고하여 리플이나 답글 달거나
간단한 강평을 곁들여 드립니다.
원작가는 이 글을 참고로 하여 퇴고 가필하고,
자작글을 다시 올리고,
계속하여 퇴고해 가는 자리입니다.
원하지 않을 경우 의사를 밝혀 주세요.
3. 우수 추천작품은 작가의 거부 의사 표시가 없으면
[교원문학회]문예지 [교원 문학]문집에 수록합니다.
추천작품이 10편 넘는 우수회원은 문단에 등단 추천해 드립니다.
http://cafe.daum.net/emunhak
[교원 문학] 혜관 이상태
박스처리/작게 표지그림 작가 아르미/원숙이(1968.청도 출생/ 대구 거주) 대구 일요화가회 활동/ 경남 여성작가회/ 현) 미술교사 메일 : cnsak6908@hanmail.net
뒷면 표지
p.1[내지] 테두리선 가는 선 넣기 [교원문학]
그림 삽입
[교원문학회] 문예지 [교원 문학]
http://cafe.daum.net/emunhak
[2002년]
[시와비평문학회]
[내지이면 p2]
[발행처]
[인지]부착란
[본 도서는 2002년 교원문학회/문학교과교육연구회 진흥기금 일부를 지원받아 발간합니다]
저자와 협의에 의하여 인지를 생략합니다
잘못된 책은 구매처에서 교환해 드립니다
2002년
내지p.3
[교원 문학] 여는 글
[교원 문학]은 비영리민간단체(NGO) 문화예술과 등록 제133호 [교원문학회] 공인단체에서 [교원문학]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학교과교육연구회]와 연대하여 [전국충의백일장]을 개최하였고, 이제 [교원문학회] 문예지 [교원 문학]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교원 문학]운영자는 동인지가 나오도록 도와주신 [동백문화사]에 감사드리며, 사무국장 임정택님과 총무국장 강둘이님, 옥고를 도와주신 등단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교원 문학] 소개
소개글 : 문화예술과 제133호 등록단체/교원문학회 [좋은 문학]
환영글 :
낯선 기다림이 있고 사랑과 낭만이 있는 언덕 너머
파도가 설레는 문학사랑을 동감하세요.
주인백 : [교원 문학/문학연구회] 게시판에서
[교원문학] 발간
운문 1인 2편/평론 1인 1편
원고 모집 중이니 동참바랍니다/매년 11월 발행*
[교원 문학] http://cafe.daum.net/emunhak
혜관 이상태
내지4[초대시]
차례
[검색 편의를 위하여 아이디/이름 오름차순으로 편집합니다]
화보
[교원 문학] 여는 글
초대시
제 1부 [등단작가]
제 2부 [교원 문학]
제3부 [시조 작품]
제 4부 [산문/비평 작품]
제 5부 [특집/사이버 초대작가]
1. 김서린 2. 김현태 3. 박소향 4. 성낙일 5. 인애란
가면(假面)놀이 구석기/김 종 제
어쩌면 저 숲속의 나무들
몸속 어딘가에 가면 몇 개 숨겨놓았는지 몰라
그래서 계절마다 심심치 않게
가면 하나씩 꺼내서 쓰는 것인지도 몰라
중국의 어느 사천경극 놀이에 나오는 변검(變瞼) 주인공처럼
색다른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인데
나무도 알고 보니 자신의 얼굴이 싫증 날 때가 있어서
슬쩍 흘러가는 물의 얼굴로 바꾸어 버리거나
때로는 들판에 눈부시게 핀 야생화 꽃으로
때로는 우르르 함박눈이나 소나기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몰라
그래서 가을 이때쯤 나뭇가지에 단풍 드는 것도
저 나무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너무 오래 보여 주어 식상해버린 얼굴
바꿔 보는 시간인 것 같은데
때로는 나도 그대의 눈치를 보면서
그대가 혹시 나의 눈빛이나 나의 언어나 나의 몸짓에
싫증이 날 것 같다고 느낄 때면
내속에 감춰둔 몇 개의 가면 중에서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가면 하나를 꺼내어 변검처럼 순식간에 나의 얼굴 바꿔서
그대에게 낯선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도 한 번 생각도 해봤는데
그러다가 그대가 내가 쓴 가면을 사랑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하다가
그러다가 내가 쓴 가면이 벗겨지지 않고
내 얼굴로 파고들어 영혼을 갉아먹고
나를 저 이집트의 미이라로 만들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혹시 지금 내 얼굴도 가면이 아닐까 하여
날선 과도로 얼굴 살갗을 스윽 굵어 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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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민족작가연합
http://www.koreanwriters.com/frame_poem.htm
딛고 서야 할 땅 - 김영천
高3짜리 여학생 하나가 와서
양쪽 엄지발가락 끝이 매우 아프다 합니다.
신의 골도 좁지 않고
함부로 다치지도 않았는데
괜히 아파서 참을 수가 없다 합니다.
걸어도 걸어도 앞이 보이지 않는 제 세상이
얼마나 답답하고 어두운 지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 여린 발로 우리들이 만든 견고한 벽을
꽝꽝 찼던 것이겠지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미래를 향해
수없이 발길질을 했던 것이겠지요.
나는 그미의 발을 꽁꽁 묶어 놓으라
차마 말 할 수는 없어
소염진통시키는 약을 복용하도록
적당히 조처하였습니다만
아무래도 그 연약한 발로 딛고 서야할 땅이
너무 불안합니다.
무심히 이 땅을 지지하고 살아온 내가
너무 미안해
신발 밑창처럼 너덜너덜해진 웃음을 설핏 웃는데
절뚝거리며 나가는 아이의 등 뒤로
하늘은 그래도 제법 푸르게 걷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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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http://poet.netian.com/
통장은 알고 있다 / 김종원
플라스틱 옷걸이에 걸린 티셔츠처럼
축 처진 몸으로 詩 부분 베스트셀러에 진열되어 있는
몇년의 한이 담긴 내 시집을 보며
지금쯤 입금되었을 인세를 생각하고 있었다
월세로 빠져나가고, 교통카드 값으로 빠져나가고
詩를 쓰며 돌보지 못했던 몸의 병원비로 빠져나가고
다 빠져나가고 남을 몇 만원으로
생명같은 내 시집을 어루만지면서도, 난
오랜만에 술 한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詩人이 소주를 마신다는 것은
오래된 징크스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오래된 숙명이라는 것을
내 통장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詩 부분 베스트셀러 옆에 자리 잡은
비소설, 소설 부분의 베스트셀러 진열장에
내 시집을 가만히 올려 넣고 싶었다
詩人은 언제나 가난하다고 말하는 취직한 친구들과
詩를 버리고 소설에 입문한 친구들의 말을 들으며
이 세상에 詩가 가는 길이 없다면
날카로운 詩 한수로, 언젠가
없는 길을 만들어 내겠다며
슬픔을 껴안고 살며
언젠가 이 슬픔도 나의 애첩이 되리라 생각했다
한 발 내디면
기어이,
두 발 뒤로 물러나는 詩를 따라
밤낮없는 유배생활을 하며
새벽 이슬 앞에도 엎드려 통곡하는
내 슬픔을
통장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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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6월 시집 [이별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다음 카페 살며 시 쓰며 운영
[cafe.daum.net/yytommy]
어항 속 물고기 동경/공복자
온 우주를 헤쳐 다니는 듯
자유롭게 다니는 물고기야!
색깔도 형형색색 아름답구나.
뽀족뽀족 아가미로 숨 쉬고
너울너울 지느러미로 날갯짓하니
자유로운 것 같아도
넌 어항 속의 예쁜 물고기인걸.
색깔이 알록달록하고 너무 예뻐서
너를 품에 안고 싶어도
물밖에 나오면
어떤 귀중한 사랑도
부질없는 것이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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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만을 위한 (cafe.daum.net/mogreenstudio) 주인
가로등/ 인이숙
길가의 가로등
오늘 긴장하며 세로로 정렬하여 섰다.
세월은 불빛 속에 쏱아지고
오늘 하루 쉬면 안 되는 건지
달력에 까맣게 타버린 아라비아 숫자들.
누가 오기에 흐트러진 모습 없이 똑바로 섰을까?
긴장이 되는 모양이다.
오색 광채를 뿜어대는 사이로 바람을 기다리는 것일까?
누가 오는지 궁금하다.
잠시 멈추면 배탈이라도 나는 것인지
아파하는 기색 하나 보이지 않고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를 삼켰다가
말 한마디 없이 빛으로 산화하는 것일까?
짓궂은 안개비 살며시 간지럼 태우니
아스팔트 재채기하며 못살겠다 아우성이다.
누가 오는지 보고싶다.
달이 걸린 집 - 일뫼 구창원
바깥을 조금 따서
옮겨 놓은 시골 풍경
곱상한 척 마주 앉아서
움막 채워 가는데
메마른
흙벽에 붙어
옹알대는 말과 말.
굴뚝의 연기에 쓸려
잊혀진 게 오래인 달
꽉 막힌 빌딩 사이로
기웃대며 오르려다
팔뚝이
잘린 나무를 보며 위안을 삼고.
걸터앉아 쉬는데.
흙손으로 내리 쓴 듯
얌전한 지붕 타고
문득 속곳을 보는
버릇없는 눈썰미로
오늘 좀
머물다 가려오
붉은 달이 걸린 집.
깍두기 미음드레/김은수
껍질을 쭉쭉 벗긴다
물구나무 서서 세상을 조망하던
면벽의 시련을 겪고 드러내는
뽀얀 속살은 느긋한 도인이다
조급증에 안달하는 손길은 느긋함을 싹둑 자른다
뚝뚝 부러지는 마디, 칼날이 심지에 걸렸다
손 끝이 흔들린다 밑둥부터 시작된 떨림이
오금 저리도록 야멸차게 심지를 토막낸다
대지를 품었던 너, 무참히도 날 자르는구나
뻣뻣한 줄기에 날선 가시
불꽃을 태워버린 도인의 기질
느물스런 자신을 다 내주고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알몸으로 느긋하게 내 눈 내 손안에서
잘려 나가는 몸뚱아리
하여 연연하지 않는 너로 인해
난 피 범벅으로 잘려져 있다
끈덕지게 소금 뿌려도 절여지는건 나의 집착
그나마 살아 있는 진액마저 고춧가루에 범벅 되어
아침상에 올랐구나
네가 날 먹었구나
가을이 몸살을 앓는다
토함산 장항사지 미음드레/ 김은수
핏물이 깎아버린 다리
저만치 하늘이 흐른다.
범선 타고 내려 온 돌 하나와
나를 잇는 징검다리 밟으며
신라의 가슴을 연다.
가까이서도 언제나
너무 멀리 바라 보기만 하다가
탈해하는 토함산의 때 늦은 손짓은
산발한 여인네가 나무로 서서
애절한 독경소리 숲 속을 일궈낸다.
깊은 눈에는 흘러내릴 살점인 줄 알면서
장항사지 스스로 벗겨내는 탑돌이
씻어 낼 마음도, 다가 갈 몸도 없이
서로 바라만 본다.
서로의 지구본이 된 지 오래
시대를 안은 잔디와 나무로
심장이 뛴다, 뛴다.
태화강변 빈 의자에 장마가 온다 미음드레/김은수
빈 의자에
비가 내린다
혼자다
목이 타도
애가 타도
혼자다
아픈 기억은
강으로 통한다
아파트 미음드레/김은수
세월이 만드는 고층 아파트
내가 아는 사람들은 등기 등본
서류 한 장 속에 들어 있다
매매 계약서완 타협도 없이
한 층 한 층 머리 속에 지어지는
무허가 건물
입주 지침서도 없는
이웃으로 들어선다
만남이 잦은 이웃은
멀리 있는 피붙이보다 가깝다
층수를 무시하면
언제나 가까운 이웃
살다보니 쓸데없는 간만 부어
층층마다 집집마다 갑작스레 내리는 소낙비
온갖 시시비비
모두가 제 일이다
죽음도 삶도 반씩 알아버린 나이
뿌리있는 울음들
올라간 층 수 만큼 공유하며 산다
주유소에서 미음드레/김은수
주입구를 연 순간
온 몸에 불을 끈다
총각, 가득 채워주세요
콸콸콸 쏟아져드는 휘발유 소리에 솜털이 일제히 일어선다
호스는 오랜만에 탄력 받아 탄탄한 실력발휘 위해, 아껴둔 힘을 화살 촉에 달아 쭉 잡아당겼다 놓는다 촉박한 시간 오르가즘에 골인 해야 한다 네 볼일만 끝내선 안돼 이것은 게임이야 생존법칙을 무시해선 안돼 내 몸은 가득 채워진 힘이 넘쳐나고 있어 온몸이 끈적이고 있어 봐!
삼천원짜리 세차기에라도 들어가야겠어 샤워부터 시작이다
핸드 브레이크를 놓으시고 안테나를 내리세요
(아직 폐경기가 오려면 멀었는데 어쩌라구)
물줄기가 사방을 들이친다
숙여지지 않는 여자의 몸체는 무지막지한 비눗물에 섞인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체액은 흘려보낸다
전신을 흔들며 당기는 흡입기에 힘이 빠지면서 나른해진다
파란불이예요 나오세요 총각이 외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빠져나온다
배는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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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경기도 평택 출생. .문학 아카데미 6기 수료. .울산 제 4회 배꽃 축제 우수상. .울뫼 동인. .좋은 문학 회원. .'글쌈' 동아리. .현)한국방송대학교 국문과 재학
.2003년 시와 비평 겨울호 신인상.
전자우편 kjs3973@hanmail.net
홈페이지 http://kimunsu.com.ne.kr
한국문학/서재 http://www.kll.co.kr/register/member.html
각인된 인연 어부/이양우
눈 뜨면 생각나는 사람아!
눈물 속에 섞여 떠오르는 사람아!
이 추운 겨울 한파에
혹시 감기라도 들면 어쩌나
감감히 소식 묻고저
저린 눈을 감는다오.
몸 단단히 간추려다오.
지금 내 걷는 길곁에서는
손 잡고 가는 연인들 다정해 보여라.
이럴 때는 더더욱 그립고나
잠들기 전에는
몹시 궁금한 사람아!
오늘도 내 두뇌는
너의 침실로 달려간다.
전화라도 걸어 볼까
망서려 진다만
그것을 세상이 허용을 하지 않는구나
내 곁에 있는 듯이
그리운 사람아!
너와 나의 밤을 보석으로 장식하고
멋진 시로 향유를 뿌려주고
푸른 달빛으로 밤을 지새고 싶도다.
완벽한 행복감을
다 갖추어 줄 수는 없을지라도
눈뜨면 생각나는 사람아!
이 한파에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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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꽃사랑 여행사랑 (cafe.daum.net/plfltl) 주인
조선버드나무 - 엄덕이
꽃 터널 경주 보문 산 벚꽃 화염 축에
물오리 떼 쫒는 꽃잎 일제에 시비 덮고
우뚝한 장승 하나가 구름 세운 버드나무
꽃멍울 터져 붉게 타오르는 지등 위에
아버지 성묘길에 냇가 섰던 버드나무
바람만 보듬고 나와 꽂내음을 뿌리고.
1999. 04. 10.
2000. 04. 26. 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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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경남 하동 출생
1978년 경상대학교 사범대학/전원문학회 활동
1986년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방법 전공
1998년 첫 시집[꽃의 미래] 발행
2002년 두 번 째 시집 [작동 가는 길] 발행
2002. 11. 2. [시와 비평] 신인상 수상.
울산교원문학회부회장
바다에 내리는 비
임정택
보이질 않는다.
후줄근한 비는 내리고
바삐 움직이는 어판장 사람의 물결
아버진 보이지 않는다.
받쳐든 우산을 타고 내리는 불안감
지난 밤 창문을 빗겨 검은 비는 내리고
아버지 십팔번 ‘아리랑’노래는
비의 선율 속으로 자맥질 하고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이요.
아~리랑 고~개에~로 너~머어 간다~”
엇박자로 갈라지는 소리 사이로
추적추적 봄비는 내린다.
소주 반병이 주량인 아버진
평생 이 노래 한 곡을 안주 삼아
살아온 날들 가만히 흥얼거리신다.
초등학교 4학년 다니던 해인가
음악 시간에 이 노랠 듣고
아마 제목을 알았던 것 같다.
“나~아를~ 버어~리고(쿨~룩)
가~시는~~ (쿨룩 쿨룩) 니~이믄(쿨~루욱)”
과속 방지턱을 넘듯 살아온 날들
털컹거리며 다가서는 걸까.
소금기 절은 캐캐한 얼굴
백열등 불빛 사이사이로
살아온 세월만큼의 주름살을 내며
스물스물 번져난다.
잠시 소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못다 부른 노래 속으로 다시 잠겨든다.
“심~니도(쿨~룩) 모오~가서~(쿨룩)
발~병~~ 나~안다(쿨~룩~)”
밤새워 내리는 어눌한 빗줄기
아버지 기침 소리결 따라
새벽 바다로 놓아만 간다.
쉬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새벽은
바다로 가는 빗길을 연다.
대문을 여닫는 소리
그예, 아버진 바다로 가시는구나
옹알진 가난만 밀물로 보내주고
살아 세울 꿈들 썰물로 몰고 갔던
무심한 바다가 그렇게 좋은지.
‘미움이 깊어지면 그것도 정으로 품어진다’는
당신의 입버릇처럼 그렇게 다가서나 보다.
먼바다 너머 새벽을 안고 나간 배들
비 내리는 아침 뱃길을 트며
하나 둘씩 수척한 모습으로 밀려오고
아침 파시가 저물어도 아버진 보이질 않는다.
새벽길 당신의 검은 그림자 흔적
자취를 밟으며 이리저리 헤매인다.
부둣가 줄지어선 포장마차 끝모퉁이
귀에 낯익은 아리랑 노래 가락
모두가 젖어 있는 날의 선율로 전해진다.
오늘도 바다는 아버질 외면했구나.
얼큰히 달아오른 취기 속으로
아버지 아리랑 가락은 흥을 돋구고
순간, 까닭모를 서글픔이
내 가슴으로 흔들려 내린다.
아리랑 가락이 빗줄길 타고
바다로 바다로 쓸려 내린다.
아버지 꿈들이 쏟아져 내린다.
춘란
-엄덕이-
돌 틈새에 솟아난 너를 만난다.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 자라나는 너를 본다
소 여물통에 한 무더기 심겨진 널 기쁘게 보듬었다
여느 봄날 모자리판 같은 너를 밥상 받듯 만났다
그 어느 때나
연초록 눈썹 파르르 떨던
기세 젊은 여인의 그것이었다
사춘기 넘고도 삼십년 지난
사십 중반에 만난 너는
여인의 소음순 닮은 꽃잎을 달고서
분에 누워 있더라
절개 담은 잎맥에서
이슬 터져 아기머리 디미는 산모 몸 같은
너희는
어느 서실에서
그 까만 먹물에 실려
아이 두상으로
태어나고 있으리.
조선버드나무 - 엄덕이
꽃 터널 경주 보문 산 벚꽃 화염 축에
물오리 떼 쫒는 꽃잎 일제에 시비 덮고
우뚝한 장승 하나가 구름 세운 버드나무
꽃멍울 터져 붉게 타오르는 지등 위에
아버지 성묘길에 냇가 섰던 버드나무
바람만 보듬고 나와 꽂내음을 뿌리고.
1999. 04. 10.
2000. 04. 26. 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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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엄덕이 약력
1956년 경남 하동 출생
1978년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졸업
대학 재학중 전원 문학회 활동
1978년 3월 함양 백전중학교 첫발령 ~ 삼호중교사 (교육경력 25년)
1986년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방법 전공
1998년 첫 시집'꽃의 미래'발행
2002년 두 번 째 시집'작동 가는 길'발행
2002. 11. 2. 시와 비평(동백문학회) 신인상 수상.
울산교원문학회부회장
현재 삼호중학교 부장교사
016-9677-7921
낙동강
-황경모-
흩어져 나부끼듯 물빛 몸매 갈매기 떼
오가던 옛 나루터 어둠은 내려 눕고
오늘도 세월자락에 눈감으며 엮는다.
반나절 노닐던 청둥오리 긴 데 없고
그 자리 물결마저 잠들 듯 고요하니
목 넘어 붉게 끊어댄 건해소 삭여지고
꿈으로 안겨있던 깊은 잠 깨어나서
날 박은 처녀앤 양 설레며 뒤척이며
억새풀 사이사이로 너 영원히 굽이치리
바람 따라 구름 안고 흐르는 물결마저
못다 이룬 우리 네 삶 어설픈 몸짓으로
넉넉한 속 깊은 마음 흐를 줄 만 알았는가
가슴으로 말하는 푸르런 언약들
유구한 네 뜻 안으로만 삭여내고
어느 날 곱게 풀어 낼 누이의 살풀이.
나이테
-이상태-
바다에 가 주름잡는 한 가닥 바람으로 서자
물결 스친 발자국이 파도의 무덤이 된다
잊혀진
파문을 떨며
한 잔 술을 생각한다.
제자리만 넘나들던 수평선 흐린 날에
목마른 태양마저 딩구는 해변 안개
동그란
입술 부르튼
메아리로 감겨 서자
물결 쪼던 갈매기도 바다 떠난 파도소리
하늘이 떨어져 내려 점점 큰 구멍을 내는
나이테
벌거벗은 채
모래성만 쌓고 있다.
아버지의 바다 -임정택
후줄근한 비는 내리고
바삐 움직이는 어판장에서도
아버진 보이지 않는다.
받쳐든 우산을 타고 내리는 빗물을 헤치며
아버지를 찾는다.
아버지 십팔번 '아리랑'노래는
지난 밤 검은 비를 타고
창문을 빗겨 내린다.
내리는 비의 선율로 자맥질 하다가
엇박자로 갈라지는 노래 사이로
추적추적 봄비는 다시 내린다.
소주 반병이 주량인 아버진 평생
내 유년 어느 해인가 아마 제목을 알았던
이 한 곡을 안주 삼아
살아온 날들이 가만히 흥얼거린다.
과속 방지턱을 넘듯
털컹거리며 다가서는 것일까.
소금기 절은 캐캐한 얼굴
백열등 불빛 사이사이로
살아온 세월만큼의 주름살을 내며
스물스물 번져난다.
잠시 소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못다 부른 노래 속으로 다시 잠겨든다.
밤새워 내리는 어눌한 빗줄기
아버지 기침 소리결 따라
새벽 바다를 놓고 간다.
쉬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새벽은
바다로 가는 빗길을 연다.
대문을 여닫는 소리
그예, 아버진 바다로 가시는구나
옹알진 때자국도 밀물로 보내주고
살아 세울 땀방울을 썰물로 몰고 갔던
무심한 바다가 그렇게 좋은지.
'미움이 깊어지면 그것도 정으로 품어진다'는
당신의 입버릇처럼 다가서나 보다.
비 내리는 아침 뱃길을 트며
먼바다 너머 새벽을 안고 나간 배들
하나 둘씩 수척한 모습으로 밀려오고
아침 파시가 저물어도 아버진 보이질 않는다.
새벽길 검은 그림자
흔적을 밟으며 이리저리 헤맨다.
부둣가 줄지어선 포장마차 모퉁이쯤
귓볼 익은 아리랑 노래 가락이
젖어 있는 비의 선율로 전해진다.
오늘도 바다는 아버질 외면했구나.
얼큰히 달아오른 취기 속으로
아버지 가락은 흥을 돋구고
순간, 까닭모를 빗물이
내 가슴을 흔들어 내린다.
아리랑 빗줄기 타고
바다로 쓸려 바다로 내린다.
아버지 꿈들이 쏟아져 내린다
감국을 앞에 두고 패랭이꽃/ 강현옥
감국에 앞에 기대 앉는다
노란 코흘리개 추억에 젖어
감국을 헤치며
홍시를 주워 먹는다
집근처 지천으로 널린 감국밭에
뛰놀던 시절을 찾아
달려가 본다.
새색시 곱던
어머니 볼과 머리는
깊은 골과 하얀 서리로
뒤엉겨 있고
뒤뜰의 딸기밭은
없어진지 오래 되었구나
조용히 눈을 감고
푸른 하늘밑
어제의 감국밭에
기대고 싶어라.
가을 아침 패랭이꽃/ 강현옥
몇 날밤
꿈속에서부터 달려
찾아온 고향
목메던 그리움은
처연한 탑을 쌓아 허물지 못하자
지붕위로 올라가던
호박덩쿨이 뒤돌아 큰 손 내밀어
토닥거려 달래려 할 즈음
지즐대는 산새소리 싣고
마을 향해 치마자락 펼치는 단풍은
아궁이 장작 타는 소리에
긴 기지개 펴 날아
혈곡리 하늘 높은 동네는
단내음 미끄러져 와 돌아눕고
영글어 가는 감이
하늘의 구름다리에 걸터 앉아
주홍 빗방울로 맺혀 흔들리고 있다.
겨울 스켓치 패랭이꽃 / 강현옥
청동 오리 가족이
갈밭 헤치며 날아가는
마을로 이어진 길엔
참새들 몇 몰려 와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빈 몸으로 생명의 순환 위해 침묵하며
메마른 북풍에도
손을 흔드는 나무가지 위로
방패연을 타고 날아오르는
동심이 넘실거립니다.
장난 끼 발동한 바람이 흩뿌려 놓은
눈송이 몇 자락
얼음판보다 매끄러운 농부의 마음이 수 놓여
억세게 굵어버린
시골 아낙네 손길을 달래듯
하이얀 미소로 달리고 있습니다.
불면 패랭이꽃/ 강 현옥
칼질 당하는 영혼은
여명의 기차에 올라타고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얼룩진 자학을
은빛 강 위로 띄우고
침실밖에 와 닿는 수목의 나부낌을
꽁꽁 매어 두어도 긴 혀를 내미는
그림자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방황의 길을 내던지고
날고자 해도
녹슨 거미줄처럼 사색의 골은
가시덤불에 걸리어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5월이 열리는 시간은 패랭이꽃/ 강 현옥
실버들 초록손이
낮잠자는 바람을 간지럽힌다.
놀란 그는 개울 지나서
보리밭에 기대고 누워
물빛 하늘을 바라보다
저 아래 강둑으로 내려선다.
네잎크로버 볼을 당기고
모란내음을 따라
두 발을 모두어 서서
담벽을 내다 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자
생긋 웃음 머금은 몸으로
산과 들로 봄내음 흩뿌리며
달음질치고 있다.
폐가 패랭이꽃/ 강 현옥
삭아 내리는 다리 절룩이며
돌맹이로 연결된 뼈마디
말라 가는 혈맥 추스려 보고 있었네.
밤이슬 나리는 여명 속
초라한 오그림으로 떨며
수 만개 피멍든 모습으로 울고 있는 나
뜯긴 심장 살점은
바람 속 돌담에 걸터 앉아
선홍색 피의 되새김질 소리로
떠난 주인 부르다
애꿎은 목만 메이어 올 뿐이었네.
마지막 감잎이
지붕에 매달려 애를 쓰다
발 밑에 잠들면
혀 내민 무서리의 밤
온몸 다 허물고 엎어져
이부자리로 덮어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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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함안가야출생
부산경상대학/한국방송통신대학교/동명정보대학교
동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시 창작과 수료
등단지:월간 [한국시] 1994년 1월 등단
가야문학회 동인
부산문인협회 회원
베리줄문학회 동인
부산시 수영구 망미1동 431-13번지 한우농장식육점 망미점
그리워 혜관(慧觀)/이상태
초로시 오지 않는 이가 그리워
휘엉청 젖은 달
풀어헤친 옷고름
사립문 비낀 빛살로도
사르르 떠는 속눈썹
정든 이 웃음 뿌린 입김
실가지에 나부끼고
푸른 향 색신 마시는 아
아련한 그 체취
기인 허리 칼로 자르는
울음 삼킬 수 없는 사랑
초로시 오지 않는 이가 그리워
행여 코고무신 간추리는
훨씬 뒤의 아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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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호/이름/ : 혜관/이상태/시인/시조시인
출생/있는 곳 : 1954 밀양 / 울산
홈피 : http://emunhak.com.ne.kr/
메일 : emunhak@hanmail.net
전원문학회. 울산대학원교육행정학회/제6기 회장. 교원백일장/전국시조백일장 장원. [현대시조]신인상/동인 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울산)회원. 한국시조문학진흥회원. [시와 비평]신인상/동백문화회원. 한국문인협회(울산)회원. 세계한민족작가연합 회원. 울산/문학교과교육연구회장. 교원문학회장. [시와 비평]동인지 [좋은 문학] 발행인.
솔숲이야기 하나 강둘이
향기를 만드는 중이야
바람은 바쁜듯이 이야기하고는
우리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비가온 뒤라서 숲은 진득하고
솔잎에 물방울이 나무에서 송진으로
쉼없는 자취를 남기는 동안
우리는 산 숲으로 가고 있었다.
우연히 만난 것처럼
우리들은 손을 잡지도 않고
지나가다 들린 것처럼
아무런 준비도 없이 걷고 있다가
바람이 흉내내는 소리를 들었다.
솔잎들은 발바닥을 찌르지 않았고
냄새를 피워도 향기를 맡을 줄 모르는 이들에게
파도처럼 소리치지도 않았지만
당신이 가는 길에 이파리 하나 떨구어
천천히 천천히 당신을 위한 융단을 깔고 있다가
'사랑해" 단 한마디에 솔잎은 바스라졌다.
향기를 만드는 중이야
누가 말을 건네지도 않았는데
솔이파리들은 서로 말해 주기 위해 속잎을 내밀었다.
내게 처음으로 태초의 비밀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바람을 흔들어 솔잎은 그네 타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다가
나의 발길을 덮어주고 있었다.
솔숲이야기 둘 강둘이
내게 솔은 언제나 숲이었네.
어린 시절 솔밭에서 높은 하늘을 보았고
솔밭에서 들은 바람소리는
내 존재의 일부였네.
솔잎으로 먹거리 장만하고
솔가지로 얼음을 타고
솔가지 부수어 아궁이에 넣고
솔기둥으로 된 집에서 송진 냄새 맡으면 살았네.
시골 촌뜨기
솔밭에서 굴렀고
소나무를 껍질 속의 여린 속은
아이스 케키처럼 물어 뜯었고
솔잎을 엮어 목에 걸고
솔방울 끼워 맞춰 공작놀이를 하였네.
무릎 시린 어느 날
내게 고향을 떠올리며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솔숲에서
나는 나의 동화를 찾아 쓰네.
밤송이 고우리 / 최종숙
한 철 밤꽃 향기처럼
뼈저리게 다가 와
이파리마다 숭숭 구멍 뚫고 지나간 너
어린 시절에 우린 장난꾸러기였지
가벼운 손끝에도 울고 웃던
그 시절이 그리웠을까
초록가시 박힌 밤송이
흑진주 같은 밤톨을 품어 본다
한 발짝 불혹
물보다 불이 강하듯
밤꽃은 밤이면 정념의 물을 태운다
가시를 녹이는 태양 빛에
누렇게 가을 물이 들면
안에서부터 쩍쩍 소리를 낸다
긁어도 여전히 시커먼 때 자국을
까낼 수는 없다.
다시 물 붇고 불을 지펴야 지워지려나
연기 때문인지 눈물을 걷잡고
부끄럼도 없이 가슴 열어 젖힌
밤송이을 보면
내 가슴도 뻐극히 벌어진다
2003.9.29
크린싱크림 고우리 / 최종숙
뜨거운 불에 데인 것도 아닌데
화상으로 탄 자국
노예도 아닌 것이
노예의 인장이 찍혀있어
앉자 있어도 서성이고
서 있어도 떠도는 것은
아직도 세우지 못한 깃발
개들과 늑대들이 갉아먹어
흔적 없이 사라진 무지개
피멍이 든 못 자국
그래 그래도 가야지
갈 길이 먼데
니가 가지 않으면 내가 가야지
위장술에 난 이제 깜박 졸지는 않아
고추장인지 케찹인지는 구별해
당신은 당신의 길
나는 나의 길
그래 나도 한때는 그랬지
같이 가자고
돌아보면 부끄럼뿐이지
자라고 또 자라면
아이가 어른이 되겠지
곳곳에 난 상처가 훈장이 되겠지
이것은 넘어져서
저것은 가시에 찔려서
그것은 불에 데어서
죽은 깨 파운데이션으로 숨겨보지만
드러난 몰골
크린싱 크림 비싼 외제인 듯 싶어
사향심 부추기니
나도 월급도 탓는데 사볼꺼나.
그 해 여름 어머니 고운애 / 박명남
지금 목이 깔깔하고
편도가 붓다 못해
침조차 삼키기 어려운 상태를 겪으면서
인제서야 당신 바닷속만큼이나
깊은 속들을 헤아립니다.
오뉴월,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
속담 속의 개만도 못한 인생인지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 해의 여름.
십삼 연만에 들이닥친
찜통 더위. 산후 몸조리하러
셋째 딸년 친정 찾아가던 날..
장롱 속 한 이불 끄집어 내어,
당신 두 손 두 발, 꽉꽉 누지르시고
땀내야 한다면서
단 몇 초만이라도
이불 속에 못 나오게 하던
당신의 애절한 눈빛
오늘따라 생각납니다.
지루한 여름 밤잠마다 않고
외손녀. 딸년. 업보인 냥
감싸 안으시던
따뜻한 손길
불볕 더위에, 쑥쑥 솟아야 할
왕방울만한 땀띠는,
수렁 수렁 갈바람이 불어서야
딸년. 외손녀 등마다 찾아 들었지만,
그 해 여름.
당신, 지극한 사랑에
무던히도 보냈습니다.
손수 고아 주던 가물치 몇 마리, 탄약
투정부리지 않고 마저 먹었더라면
끄집어 댕기던 그 한 이불,
당신 뜻대로 마저 덮었더라면
오늘 같은. 찜통 더위,
내 허벅지에 숭숭 찬바람이나 일지 않을 것을..
오늘따라 그 해 여름
당신, 바닷속 같은 사랑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눈오는 날 고운애 / 박명남
눈방울 톡,톡 창문을 두드릴때면
고향 어머니 생각이 난다.
우리 집 안마당 도둑고양이처럼
싸래기 눈 밤 새워
소복이 쌓이는 밤이면
등잔불 아래 오손도손 우리 오남매
아버지 자장가처럼 들려주시는
전설의 고향속에 흠뻑 젖는다.
뒷산 부엉이 무섭게 울어대던 밤이면
습관처럼 뒷간 찾는 나의 등뒤에는
언제나 파란바람 맞으며 서 계시던
어린 나보다도 훨씬 겁 많으시던
어머니,
내 어머니!
그때야
그 하얀빛이 얼마나 고마우셨을까마는
고향마을 뒷산 하얀눈 하얗게 내리던 밤이면
가끔씩 내려온다던 살쾡이도
두렵지 않은 밤이 되곤 했다.
세월 흐른 지금도
오늘처럼 하얀눈 펑펑 내리는 날이면
하얀 눈빛 닮아 가는
칠순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난다.
지금도 내 어머니는 하얀 눈빛 따라
자꾸만 먼 길을 가실 것만 같다.
섬에서 시인이 쫓겨나다 허브 / 손갑식
-Platon의 시인 추방론에 부쳐-
범선 타고 바람에 밀려 낯선 섬에 닿았다
늙은 인자가 눈 가늘게 뜨고 여덟 번 숨 들이키고
여덟 번 내쉬며 몸을 놓이고 있었다
파도소리 바람소리 가느다란 인자의 숨소리
하늘에 해가 지고 있었다
언어로 그림으로 때로 아름다운 가락으로 담아내고자
범선 탔던 시인들 어둠녘까지 숨이 가빴다
하늘 모퉁이 물감 번지듯 채색이 달라질 때
행여 못 채운 곳 조바심이 일었다
어둠을 부르는 뻐꾸기 울음소리에 묻혀
인자의 숨소리 자꾸만 자꾸만 잦아들었다
손놀림 다급하게 시가 완성되었다
그림이 그려지고 음악이 해안 곡선처럼 울렸다
파도가 자고 섬나라 과일이 빛깔 곱게 영글고
향내 울리는 꽃숲 벌과 나비가 몸비비고 날았다
어둠에 내려앉은 둥근달 고와서
바닷새 숲새 한 입 또 한 입 달빛 베어 물고
포만감에 누운 바다 은물결로 울었다
조각조각 뜯겨 몸아려 우는 그믐달
시나브로 바닷말 해초 숲에 몸을 숨겼다
이튿날 두 눈 부릅뜬 인자 하늘 향해 주문을 외쳤다
먹구름 천둥번개 바람이 바다교향곡 절정처럼 울었다
잠길듯 말듯 범선에 실려 섬이 떠났다
가늘게 찢겨 해초에 숨었던 조각달
시가 되고 그림되고 가락이 되어 밤바다 물 속에 떴다
멀리 섬이 밤새워 달아나고 있었다
장릉(莊陵)에 앉아 허브 / 손갑식
삼복더위 그늘터 길따라 태백산 재를 넘었다
굽이굽이 꼬부라져 해도 달도 덜 미치는 오랜 무덤
첫눈에 을씨년스러 가슴부터 울컥 멎는
강원도 영월 땅 동강(東江) 옆자락
어린 왕이 차마 눈뜬 채 잠들었다
얕은 언덕길 헤집어 솔밭 너머
열일곱 살 어린 왕이 선족 원망하다 피 토하고 누웠다
땀방울 식힐 그늘터 마련 없이 언덕 위에 홀로 누웠다
정자나무 느티나무 솔숲 하나 신하처럼 거느리지 못하고
갈대 몇 억새풀 한 가닥조차 몸종처럼 지켜 서지 못하고
죽어서도 외롭게 왕이 되었다
차라리 선대 할아버지 새나라 여는 영웅이 아니었더라면
아니, 귀하신 왕족보다 섬마을 노젓는 사공집 막둥이였더라면
하다못해 무학대사 길흉따라 서산 땅에서 첫울음 울었더라면
하여 한아비 큰물길 따라 왕위 다툼 목매지 않았더라면
열일곱 꽃봉오리 환한 매화향기로 날아올랐을 것을
아- 마른하늘 천둥치고 뇌성이 서러워 호읍하는 하늘
하늘별이 피처럼 퍼부어 내릴 때
왕에서 쫓겨난 위대한 왕족의 손자 홍위(弘暐)?는
하이얀 무명저고리 옷섶마다 피 토하고 몸을 눕혔다
모로 누워 마지막 숨고르며 올려다보는 겨울 하늘
뾰족이 날 선 그믐달에 둘로 찢겨
아픈 한숨처럼 별들이 쏟아져 내렸다
하늘아- 별들아- 울부짖다 맺힌 싯푸른 한(恨)
황토흙 소름 돋아 잔디조차 머물 수 없었구나
해지는 장릉(莊陵), 사람들 모두 돌아간 언덕 저 너머
육지고도(陸地孤島) 청령포?에서 까마귀 몇 가옥가옥 날아온다
개똥벌레 철학 김정희
창가에 시선 멍하게
못 박은 채 서 있는 날에는
나무에 머물고 싶다.
개똥벌레처럼 죽은 듯이 누워서
천장만 파먹으며 우울하다가
음---
천장에서 무엇이 떨어질까?
늙어 가는 길을 어찌 자로 재리
저승길 차표 예약해 놓은 벤치에 앉아
흔하디 흔한 늙은 야생화 한 점
멀거니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흘러나오는 개똥벌레 노래.
소리내어 울지 못한 삶
눈꺼풀 껴안은 틈으로
샘솟듯 강물만 흐른다.
젖어드는 발등 위로 낡은 옷
남 모르게 주워 입은 날
가슴은 사막처럼 조여든다.
어디에 묻어 나 개똥벌레 철학
서리발 머리에 이고
앞서간 꽃밭 이토록 길이가 길 줄이야.
난 깍두기다 김정희
깍두기 썬다.
싹둑싹둑 잘라낸다.
죽음의 냄새가 퀴퀴하게 다가서서
나에게 손짓한다.
넌 인생을 깍두기 썰어
고야 그림 속에 보이는
어리석은 축배의 잔이 되어 버린
눈물이 흐르는 강물 위에서
산까치 춤에 도취되어
자기만 물에 빠져 젖은 노래부른다.
"청춘을 둘려다오! 내 청춘을"
절벽 끝 내 삶의 가지에
생명의 선 그어서 자른 토막들
주렁주렁 생선 엮듯이 엮어야할
그렇게 엮어서는 쉴 사이 없이
종착역으로 망아지처럼 뜀박질한다.
모든 인간들이
내 살을 비벼 내려
무채를 썰듯 식칼 들고 덤빈다.
아-- 이젠 남아있지 않은
내 살덩이를 찾는다.
그곳에 가고싶다 나눔의 향기 / 정지은
겨울이 오면
그곳에 가고싶다.
일 손놓고 먼 산 바라보다
떠오른 모습 목이 메인다.
온 동네 꼬마들 사진 찍자며
풍경 한 컷 눈 위를 뒹굴고 있다.
볏단 속 비집고 들어간
아름다운 추억이 숨바꼭질한다.
그 때 내 맘 알려나.
잊어야 한다고 떠날 수 없어
눈가에 또 이슬이 맺힌다.
첫눈이 오면
내 안의 너와
꼭 그곳에 가고싶다.
보고싶다.
바람 일어 좋은 날 나눔의향기 / 정지은
갈대를 흔드는
산들바람
코스모스 길 따라 내려가면
가녀린 줄기 저절로 떨리고
하늘이 감싸안고 있다지만
잠 재워지지 않는다.
작은 꽃잎 한 조각 살며시 열고
은하수 길목을 내다본다.
이 밤 지나
수척해진 자작나무
커엉 컹 가슴에 눈물 뿌린다.
한없이 치솟는 불꽃
절제된 아픔 깊이 묻고
부끄러워하던 내게 돌아와
가만히 불러내어 설레게 한다.
마지막 잎새 담화린 / 성기화
지난밤에는 대단했지
하마터면 떨어질 뻔 했다니까
비바람에 휘청거리던
너를 붙들고 얼마나 애썼는지
힘줄과 근육이 노랗게 굳어버렸어
뼈만 남을 너를 두고
떨어지지 않을 마음만 두고
이제 곧 가야겠지만
바람이 잠든 오늘 같은 날은
너와 나 둘이서
세상을 다 가져보자
나를 두고 온갖 사연을 입히는
사람들은 모른다
떠나는 시간을 재촉하는
그대들의 노래가
너와 나 둘이서
부르는 쓸쓸한 연가라는 것을.
헌 우산 담화린 / 성기화
밤 길 달려
말간 웃음 손에 들고
맘 먹기 힘들었다 변명한다
열린 길이라도
비마저 오지 않았다면
나서기도 힘들었을 길
닿을 수 없는 막막함이라면
차라리 웃을 수 있을까
헤진 옷이라 부끄럽고
색마저 퇴색된 묵은 인연
사랑한다는 말보다
비라도 맞고 아프면
그 보다
내가 더 아플까봐 지레 겁먹고
빛 바래고 닳은 우산이지만
꼭 쓰고 다니라
당부 또 당부한다
수술실 앞에서 동화 / 강동화
초조하게 기다린다.
문안에서 행해질 손의 움직임을
빠짐없이 감지한다.
모든게 넉넉치 못한 것처럼
몸의 일부도
그저 넉넉치 못했으리라.
지난 겨울 조카의 손을 잡고
날아오르던 놀이 동산의 비행기 위에서도
약한 머리칼은 흩어졌다.
환상처럼 냉냉한 기운은
어긋나지 않았다.
너의 옷자락에 매미처럼 붙어다니던 아이.
조그만 조카의 손을 잡고
너를 기다린다.
차가운 불빛 앞에서.
아버지를 보내며 동화 / 강동화
덩그러니 자전거만 남았다.
휭하니 달리던 모습 그대로
골목안은 비어 있다.
낡은 남방에 눌러 쓴 모자,
밭을 오가며 가꾸던 채소들
훤하게 살아 걸어 온다.
가슴 저리던 여름내내
불볕처럼 타들어 가던 입술.
마지막 가시던 흐린 눈
끝내 잡지 못했다.
보내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채
아버지의 낮선 땅에 함께하는 생각들
안정되지 않은 채 떠돈다.
느껴지지 않는다.
부산한 5살박이 조카의 어리광에 묻혀
빈자리 그대로 남아 있어도
헐떡이던 숨소리
어디론지 가고 없다.
가을 빈 자리 미리내가을 / 김미경
해묵은 장농 뒤져서
갈색 치마 꺼내놓고 보니
가을은 나보다 먼저 대문 밖에 와 있다.
잃어버린 언어를 가슴에 남기고
가을로 쓰러져 가는 욕심은 언제
누구였을까? 황금 들녘은 가을걷이에
한 묶음 행복 등에 지고도
은빛 갈대처럼 허하기만 하다.
설익은 내 청춘은 마냥 가을을 엮어
강물의 목젖에다 지푸라기 띄워 놓고
긴장된 기도에 아픈 팔을 흔들고
차마 떨칠 수 없는 낙엽 앞에
헤집는 바람 깊이만큼 자라난다.
어디쯤 지난 가을의 무게를 지고
하늘이 토한 별 한 움큼 헤아려보고
마른 목소리 걸러 놓은 가을 바람
표출한 빛 끄트머리에 서 있다.
허공에 치닫는 메아리 따라 가
홀로 나를 찾아 나선다.
흔들리며 피는 꽃 미리내가을 / 김미경
쪽빛 하늘 담고 가을 바람 수북히 녹여
구름맛 나는 커피 한잔 한 손에 들고
어제 말아둔 혀끝으로 돌려가며
되뇌이는 목이 기-인 오후입니다.
창가에 퍼지는 햇살 한 스푼과
그림자 두 스푼 넣어
바람결에 날아드는 낙엽 냄새 하나
낮게 깔리는 꿈을 소올 솔 띄워서
그림자 없는 그대에게 전해봅니다.
마음의 풍경소리 잠재우고
부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사는 삶이 있으랴
어디 있으랴 젖어볼까 합니다.
흔들리며 젖으며 피어나는
물결이 꽃이 되어
향기를 피우려 합니다.
오늘은 그대와 단풍 내음 한껏 들이키며
미루나무 아래서 가을을 녹여
구름을 담아서 한 모금 마시렵니다.
갯바위 사랑 사강 / 김미선
오늘도 나 혼자서 애를 태웠다.
그대는 꿈쩍도 않는데
온 몸이 시퍼런 멍이 들도록
있는 힘 다해 그대에게 달려왔건만.
질끈 눈을 감고 무정하게 돌아앉아 있는데
어찌 해야 그대 마주 볼 수 있을까?
목이 쉬도록 그대를 불렀다.
갈라지는 바다 소리들이
이내 풀썩 파도로 쓰러져도
그대는 앉은자리에 여전히 못 박혀 있을 뿐.
끝내 우리는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일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질긴 인연
따라 와 부딪히는 그리움을 붙잡고
부축하는 어깨를 빌려
지금도 나는 그대 앞에 부서지며
또 뒷전으로 밀려가고 있는데
얼마나 더 오랜 세월을
그대 등에 매달려 애원해야 할 것일까?
다정한 갈매기 한 쌍 날아 와
내 눈물 애처롭다 훔치는데
그대 정녕 언제까지 모른 척 외면할 것인지.
그저 산 아래 두고 사강 / 김미선
어린 날 품었던 무지개
그저 산 아래 두고
떠나온 길 되짚어 보니
서럽습니다.
세파에 꺾인 젊은 의지
술독에 담그고
천지사방 분간없이 헤매던
방황의 계절 지나고.
부글 부글
울분으로 끓어 넘치던
엎치락 뒤치락
번복하는 삶 앞에 선다.
날 때도
돌아갈 때도
어차피 혼자라고
가진 자
못 가진 자
결국 손 털고 세상 버리는 일
모두가 한 순간이라고.
비로소 잡힐 듯한
한 가닥 빛 줄기 깨닫고
지나고 보니
민망한 산안개가 내려
구름의 아픔도 삭혀 냅니다
유령란 연리지 / 김현태
오랜 세월을 햇살을 갈무리하던
벌브에서 새싹이 돋아 올라
우거진 소나무 숲 그림자 피해
아침 이슬을 삼키고 있다.
옅은 노란색 잎에
세월만 덧칠하고 있어
찬바람 깊은 상처는 잎새끼리
띄엄띄엄 옆을 향해 내달리는
바소꼴 가슴의 꽃잎은
짙붉은 자주색 홍조를 띄우고
맨살을 태우는데
그늘진 계곡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은
화려했던 꽃씨의 꿈을 기억마저
쓸어 가고 있다.
이제는 사라진 날들을 짚어보며
생사의 길목을 방황하여도
영원한 새 생명의 푸르름이
돌아오지 않는 잎새는
가슴시려 아팠던 상채기에
부스럼만 더해 간다
주남 저수지2 연리지 / 김현태
주남저수지 산등성이 너머로
하루를 접어 숨가쁜 저녘놀은
포도주 한잔에 얼굴 빨개져서
지친 육신을 이끌고
느릿느릿 고개 내립니다.
저수지엔 희뿌연 물안개가
철새의 날개짓에 피어 올라
아련한 추억 속에 그대가
옷섶이 젖어 바람이 듭니다.
물기가 빠져 나간 억새풀 술렁이면
빈대궁에 스며드는 소소한 바람 따라
젖은 안개의 속살을 어루만져도
빗장을 걸어 두어 꺾어질까
차마 다가갈 수 없습니다.
마주선 실버들 사이로
살며시 남 몰래 부는 갈바람은
가슴 여미는 잎새 서걱이는 소리
산 그림자로 내려앉은 저수지에
바람 일지 말라고 깊어가는 어스럼이
조각으로 탈립되어 흩어집니다.
당신 이브의반란 / 하재희
당당하던 당신의 어깨에도
근심의 무게가 하얗게 얹어지고
어느새 백발이 무성하게 흰꽃이 피었네요.
흐르는 세월 속에서
어느덧 당신의 이마에도
삶의 흔적이 드리워지고
하나 둘 늘어만 가는 주름이 깊게 패여
그 동안 살아온 당신의 애환을 말해주고 있네요.
당신의 웃음 속에 가려진
인생의 쓸쓸함이 엿보이고
당신의 가녀리게 떨리는 손길에서
힘든 역경의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어요.
언제나 굳건하게 지켜오던
당신의 모습도
이제는 안스러움을 자아내고
힘이 넘쳐나던 당신의 기백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듯
눈가에 세월의 자국이 묻어나네요.
사랑하고 싶습니다 이브의반란 / 하재희
당신과 절절한 사랑이 배어 나오도록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끝없는 사랑을 느끼며
따뜻하게 안길 수 있는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을 보고 있어도 그리워 눈물나는
애절한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을 생각만 하여도
가슴 저리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 모습 떠올리며 밤을 지새우는
애틋한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기쁨이 되고
당신이 행복이 되는
진실한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과 늘 푸르른 소나무처럼
변함없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과 꽃향기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로운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처럼 잔잔한 호수의 물결같은
고요한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진실한 사랑이 묻어 나오는
절실한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아니면 안돼는
오직 하나인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코스모스 이은하수 / 이양섭
이른 가을 서둘러서 청초한 몸단장을 하고
파란 하늘 이고 수줍게 신작로에 나와 섰는 너는
누굴 기다리길래 그렇게 설레이는 몸짓으로
설핏설핏 곁눈질하며 발돋움을 하는가
도란도란 속삭이며
더러 선선한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은
굳은 약속 미처 하지 못한 그 님이 못 미더워서인가
외려 나보다는 남의 사랑을 부채질하는 너는
하늘을 닮았고 우주를 닮았다
안타까운 땅의 소망이 그 가녀린 생명선을 타고
하늘로 오르면 이제 너는 일을 마치고 돌아가려느냐
어리석음으로 이루지 못한 사랑이 여직 천지에 늘려 있어
내년 이 맘 때쯤 또 숙명처럼 이 자리에 오겠지만
삭풍이 불기 전 너 돌아갈 채비를 하더라도
네가 기다리던 사랑 얘기는 마저 들려주고 가려무나
가을 문턱에 먼저 일어서 조화와 질서를 말하는 너를 두고도
내년의 약속은 나조차 못미더우니
네트에서 - interactive(쌍방향) 임대성
그대와 나
접붙다
그대 비록 기쁨의 뿌리에서 자라난 자고
나 슬픔의 꽃의 피우는 자 일지라도
이곳에 엉키어 끝없이 사유하고
끝없이 존재한다
그대 나를 느끼는가
그대가 느끼는 나는 그대 눈 앞에 나인가
아님 내가 너에게
우연과 필연의 데이타를 적절히 짜맞춘
디지털 거울속의 피안을 바라보는가
나 그대를 느낀다
그러나 그대 존재하는가
그대 어디에 있는가
그대 온세상이 되고
온세상이 그대의 일부가 되어
나의 작은 동공에 담겨지고
나 수없이 복제되어
생각의 속도로 어디에나 있을 그대에게
단 한번에 손가락 짓으로
ᄌㅓᄂ ᄉㅗᄋ ᄃㅗㅣ ᄋㅓ ᄃㅏ ᄀㅏ ᄀㅏᄂ ᄃㅏ
그대 편리하기 그지없는 인터페이스이지만
나 성찰의 알고리즘을 위해
다시 한번 로그아웃을 한다
그대 나를 느끼는가
그곳에 내가 없어도...
*주- 인터랙티브 [ interactive ]'상호간'의 뜻을 지닌 인터(Inter-)와 '활동적'의 뜻을 지닌 액티브(Active)의 합성어로, 상호 활동적인, 곧 쌍방향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쌍방향 통신은 네트워크 및 인터넷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 중 하나다
네트에서 - Collision(충돌) 임대성
힘을 가진 자를 두려워하기 보다
가면쓴 정의가 내리는 불의 비에
수많은 생이 꺼져 버리지 않을까
두려워 또 두려워하는
ᄉㅜᄂ ᄀㅏᄂ ᄋㅔ
CNN기자는 노트북을 로그인하며 전문을 날리기 시작했다
슬픔은 2진법으로 변환되고 TCP/IP프로토콜로 백본을
타고 아! 슬픔이여 용서하소서 저들을 용서하소서
그 순간 로그인하고 있던 세계의 수많은 삶들은 분노한다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숨죽이고 바라본다
힘의 짓눌림을 그 화려한 짓눌림을 교황도 우려를 나타내고
순간 지하철에서 타죽은 원혼의 슬픔이 검색엔진에서 가시지도
않았는데 분노하고 폭주하고 삐~삐삐삐~ 미군반대 전쟁반대
저들을 죽이지 마라 석유전쟁반대 미국놈개새끼들 온라인에 접속한
사람들은 일제히 로그인해 감정을 쏟아낸다. 슬픔을 힘없는 자의 비참함을..
포탈사이트에 전면에는 죽어 가는 사람들과 피 흘리는 아이들의
사진이 일제히 올라간다. 온라인 백본은 거대한 원귀같은 술렁임이
넘쳐나고 교황 드디어 오! 주여 저들을 구하소서 라구 기도하고
네트에는 일제히 분노들이 로그인 CNN사이트 마비되고
네트는 술렁인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또 온라인으로
빛의 속도로 원귀의 거대한 거미줄에 나비가 걸려들어 출렁이듯
그렇게 죽이는 죽어 가는 모습들로 네트는 출렁인다
네트는 폭주하고 검색어 1위는 전쟁 또 다시 네트는 세계는
콜류젼에 휩싸인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로그인하는가?
***주 TCP/IP란 인터넷망에서 컴퓨터끼리 사용하는 표준언어이다. Collision(콜류젼)이란 충돌은 동일한 이더넷 상에서 두 장치들이 동시에 데이터를 전송하려는 시도를 했을 때 생기는 결과이다.
사주단자 노산바다 / 임정택
싸리골 이생원 집안서
느닷없이 날아든 청혼서
막무가내로 사돈 맺자던 아배
"자고로 혼사를 거론할 땐
집안 내력이 으뜸이제,
당사자들 간 사랑이 무엇이여,
고만 살다보면 정이드는 거제."
거스를 수 없는 진리인냥 목청돋구던 아배
무어라 대꾸 없이 고개 까딱이던 어매
시집가기 전날 밤 어매는
청․홍실 겹겹이 묶은 사주단잘
백년해로 징표인양 쥐어주며
저승 갈 때도 가져갈 것이니
장롱 깊숙이 간직하라신다.
하지만, 어매요 백년해로는
혼자 애태우며 사는 건가요
정소년 같은 서방
서리발 같은 시어미 등살에
신주단지처럼 모셔논
사주단자가 무에 소용이 있소.
수중 고혼(孤魂) 노산바다 / 임정택
1.
오고있네 오고있네
남빛쾌자 동여맨 무당
신기(神氣)오른 서낭대 끝으로
허허로운 바람결로 오고있네
팍팍하게 부딪는 톱날 파도
찢겨진 수중고혼
멀건 모습으로 오고있네
목섬 앞바다 무슨 원한으로
순하디 순한 봉천골 사내 혼
울렁이는 징받이로 지운단 말가
살아 세운 것 없이 떠돌다
풋풋한 식솔 거느릴 꿈
참빗 풍랑으로 송두리째 빗겨내려
홀로 남은 넋만 신태집에 든단 말가
* 신태집 : 물에 빠져 죽은 망령이 저승 가기전
잠시 머물게 하는 곳
부재중 진연희
속마음을 드러내는 법을 잊어버렸다.
나타내려고 하면
나의 입술은 벙어리 백치 아다다.
달콤한 고구마케익 진한 향기 헤이즐럿.
잔잔한 유키구라모토 음악.
달콤함과 짙음은
투명한 외로움의 적막을 씻겨 준단다.
날개 잃은 나의 속마음은
어디를 그렇게도 방황하고 있을까.
나의 자아(id)는
기약없는
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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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윌 헌팅을 보고
맷 데이면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퇴근길에 소금 뿌리고 진연희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짠 내음이 밀려오는 길.
오늘도
이 길 여자들은
한 남자 한 남자 받으며
이별하는 등 뒤로
소금을 던지겠지.
그 소금에
그녀들의 인생을 버리며
고달프게 살아가겠지.
고층빌딩 사이로
담쟁이 기어 오르듯
목소리조차 숨어사는 길
비가 오는 길
그녀들의 소금끼가 씻겨가고 있다.
소금을 먹고
소금을 던지며
길섶에서 산다.
파토스적인 그대 홍옥올리브 / 황말남
보름달 속에
생명오저의 순응에 절규하는
당신 닮은 계수나무가 살고 있다
저마다 가슴에는 회귀를 꿈꾸는
인계의 추억이 살고 있어
삼세를 기다려 온 사모의 정
목젖까지 타들어도 끝내
말하지 못한 아픔을 묻었다
나를 스치고 지나는 바람과
술 취한 낙엽만이 현기증에
추락을 두려워 한다
시나브로 추억이 익어가고
두 그림자 긴 여운 남기는데 아직
여물지 못한 당신의 그녀는
마지막 한 점 별이 되어
당신 곁에 빛나고 싶다
포장김치 홍옥올리브 / 황말남
배추 한포기 사천원
홍고추 한 근 만사천원
마늘이랑 생강이랑 젓갈은
예전 그 양에 절반
꼭 몇 개월 긴 긴 장마 지나
이제 어디에서 본고장 그 맛을
사고 싶어도 힘겹다.
대식가의 입맛에는 시퍼런
배추잎 만이 유일한
연일 시니피앙과 시니피에가
세계화 지면에 오르길
서로 눈치보고 있다.
진실 같은 포장김치 열며
어느 누가 귀하지 않을까?
목숨이야 최고의 보시 인 것을.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주의자
3부 / 여명/오민필
가을이 목청 높인다.
말과 글 갈고 다듬어
열매를 거두는 자리
문수산 기슭의 터전
동해의
눈부신 일출
아침해를 맞는다.
이제는 하나된 붓
침묵과 어둠을 깨고
닫힌 가슴 활짝 열어
하나로 흐르나니
기쁜날
소리를 엮은
탐스러운 노래였다.
2003.10.26.
경주 외동 출생/경남대학원교육학박사/현대시조 신인상/현대시조동인/한글학회원/화백문학/한국시조시인협회(울산)회장/한국문인협회/나래시조문학회장/교원문학회 고문/문학교과교육연구회 고문/저서[포구에서][선도산의 바람소리]시조집/019-273-3016.
산노을 예사랑/황경모
가뭄에 지친 듯이 산노을 누워있다.
실핏줄 터진 하늘 흩날리는 머리에 이고
까맣게 허기져 가는 아랫배를 움켜쥐고.
산머리 푸는 봄이 무논에 타고 있다.
농기구 바쁜 일손 담벼락에 걸어두고
마지기 땅 가진 자가 어스럼에 사윈다.
나뭇잎 손짓하던 산 그리매 비가 오라.
땅내 맡고 피 흘리던 농가 눈빛 흐려져도
애끓는 천둥소리에 번개 치고 싶겠지.
꿈이야 헛손질로 내 땅 밟고 살자 한다.
바람을 붙들어도 티눈 하나 뽑지 못하고
산노을 넘던 언덕에 샛별 하나 걸렸다.
2003년 [시와 비평]신인상/추천/등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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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곳: 1960 경남 하동군 악양면
글쓴 흔적: 부산일보사 주최 시조 백일장 동상
[시와 비평] 신인상 수상
홈페이지 http://gyoungmo.com.ne.kr
전자메일 jesus5825@hanmail.net
사는 곳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학 력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고신대학교 교육대학원
이 겨울, 창밖에는 한내/추창호
성에 낀 유리창에 손 그림을 그렸었다
난수표 찢어내듯 긋고 지운 들녘으로 칼춤 추는 바람들이 폭군처럼 다가와서 民草들의 허리춤을 마구 베어 넘길 때 원경(遠景)으로 걸터앉은 밤 지샌 저 고깃배 아귀처럼 물어뜯는 파도를 물 먹이며 건져 올린 진득한 삶 풀어놓고 있었다
그 새벽
쓰러진 이름 하나
일어서는 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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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와 비평, 월간문학 신인상,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 울산시조사무국장 및 울산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 現 울산문협 이사 및 시조분과 위원장
- 시조집 '낯선 세상 속으로'
-시조전문사이트'시조사랑'( http://user.chollian.net/~ckd18/) 운영자
고향 구창원
마음이 늘 나를 두고
혼자 넘던 흙담 위에
손 시릴 듯 청명함이
따스하게 내려 오고
계절을
아는 감 하나가
빠알갛게 웃는다.
밀지도 않은 세월은
자꾸만 뒤로 흐르고
먹어 버린 나이만큼
빛이 바랜 그 곳인데
더께로
쌓인 정들은
실처럼 풀어내고.
저 감보다도 익어 있을
불혹의 더부살이
큰 서리가 내리치면
옛일들이 떨어질가
향수를
찍어 바르며
안아 보는 고향이여.
가을밤 연서(戀書) 솔소리 /이서원
귀뚜리 울음소리
뚜루루 쏟아지고
한 소쿠리 달빛들도
멍석 위에 내려 앉아
나 여기
죽비를 들고
하염없이
서
있네
탁,탁,탁 쓸고 쓸어
비워야 할 뜰이지만
휘청인 내 마음을
별빛위에 올려 놓고
유성의
손끝을 따라
나도 가만
나서
보네
허수아비 솔소리 / 이서원
꽃대궁도 반쯤 꺾여 까만 씨앗 떨군 아침
물안개 피워 놓고 몸을 씻는 허수아비
빈 들녘
마른 볏단만 나를 주춤 세웁니다.
비워야 채워지는 11월 동토(凍土)의 땅
찬서리 등골 속에 오한으로 내몰아도
어디서
비상(飛上)하는 새 날개짓이 푸릅니다.
숨고를 겨를없이 가을은 이미 벼랑
민소매 윗옷 하나 맨살이 차가워도
나 여기
두 팔 벌리고 포옹하며 살렵니다.
석탑 하얀매실/김순이
미륵보살도 아닌 것이
가는 이 발길 붙잡고
머무는 하늘 높이
가슴을 비워내고
수많은
합장을 모아
석탑 빌어 세웠다.
바람 살랑 쓰러질듯
아슬아슬 모서리 세운다.
영겁 마른 이끼에
어룬 세월 잠이 들고
속 비운
뼈 마디마다
바람 배여 굳었다.
카페글을 읽으며 은파/김정순
창공으로 날으며
문자를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만남을 공간으로 통해 느껴본다.
카페에서의 만남.
무슨 인연이든 우연은 아닐진데
대화를 통해서나 솔직한 글을 통해
좀더 깊이 알고 싶어지고
그리움이 생기는 것 또한 우리네 삶의 아닐까!
잊혀져 가는 지난 시간 속에도
마음은 늙어가지 않음을 더욱 실감해 보며
소녀적 감흥으로 되돌려
회상해 보기도 한다.
평범한 글 속에서 감동을 받는 것은
진실하기 때문이고
진실한 글에서 살아있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글들
부족함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글
남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글
순수함이 남아 감수성이 풍부한 글
무엇보다 진실한 글에 대해
남이 나를 인정해 주는 글에서 행복을 느껴본다.
남편하게 하지 못하는 얘기도 쓸 수 있고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 삼아 허드래한 얘기도
풀어 쓰다보면
불평 불만보다 나를 위안 삼아 쓰기도 하고
행복한 순간은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도 쓰게 된다.
행복한 글을 읽으면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하여금 넉넉한 마음을 갖게해 준다.
글마다 자신의 내면과 자신만의 색깔로
유연하게 세밀하게 표현한 글을 읽다 보면
행복의 전염되어 올 때가 있다.
글을 읽다 생각해 보니
모르는 님들이 어느새 제 안에 들어 와
잡리잡고 떠날 생각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의 병일까?
아니면 친구 이상의 인연이 있어서일까?
때론 내 마음은 같은 글에
감탄하면서 깊숙히 빨려들어간다.
한동안 멍하니 앉자 다시 글을 찬찬히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볼 때도 종종 있다.
글을 통해 남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워 보이고
행복해보이기도 한다.
소박한글 글 속에서 고통도
쓰라리게 녹아내리고
진솔한 글은 누구나 쓸수 없기에 우리를 울려준다.
가을 햇살처럼 힘있는 날
따뜻한 글에서
가을 바람과 함께 행복이 전염되어 온다.
신랑의 어머니 퀀카/박순덕
신부도 ...신부의 어머니도 아닌
신랑의 어머니는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자꾸만 눈가의 가장자리를 찍어냅니다
내가 본 신랑의 어머니는 근래 보기드믄 인태리 어머니입니다.
잘 모르는 하객중 일부는 아마 영화배우 라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아름다운 미모가 예식장 분위기를 빛내고 있습니다
그 어머니가 오늘 아들의 결혼식장에서 수정같은 이슬을
찍어내며 간신히 참는 모습이 나의 눈에 영력합니다
가족관계가 단촐해서 오로지 그 아들 하나뿐인 자식의 결혼이...
품을 떠나는 서운함이 아닌것이라 봅니다
든든하게 잘 자란 아들이 벌써 새 가정을 이루고
사회로의 벌판을 잘 헤쳐나가는 그 모습에 가슴뿌듯한
대견함이 기특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아들이 어릴적!
그 아들의 아버지는 태양 이글거리는 중동 일선에나가
뙤약볕 밑에서 외화를 벌어들일때....
한국에 남아있던 그 아기의 어머니는 삼년을 소표국수만
삶아 먹고 돈을 모았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어려울때 허리띠 졸라매며 재산을 불린 그들은 지금!
내가 사는곳에서는 손에 꼽는 재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지금 음식을 맘놓고 못먹는 병이 있습니다
젊은시절 너무 알뜰하게 살았던 흔적의 결과 입니다
삼년을 밀가루로 연명을 햇으니 그속이 오죽했을까!
지금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화려하게 살지만
맛있는 음식을 소화를 못시키니 언제나 배가 고픈체 산답니다
고질병이 평생을 괴롭히면서...
그렇게 키운 아들이 장가를 가는데...
시집 보내는 딸의 어머니 못지 않은 마음이 헤아려 집니다
그 아름다운 신랑의 어머니는 그 옛날 소표국수로 살았던 흔적은
아무리 씻고 찿아도 볼수없는 아름다움이 가득했습니다
그 어머니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식장의 분위기는 코믹하기까지 합니다
신부를 번쩍 들어 올리며 구령에 맟추어 외치라 합니다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신부.." 애기는 열만 낳자!"
신랑.." 노력할께!"
신부의 목소리가 작다고 " 다시 첨부터!"
예식장이 웃음바다.....
신랑의 만세삼창으로 예식을 마감 합니다
그 광경에 신랑부모도 입을 가리고 웃습니다!
에구! 철없는 신랑신부!...
엣날 내가 결혼식장에서 나도 부모님 생각은 추호도 안한것 같았습니다
그저 그날... 좋아하는 사람하고 같이 살 생각에~
행복했던 기억밖에...
오늘 결혼식에서 신랑의 어머니가 달리 보여 눈길을 못떼었습니다
나도 아들만 있기에....
[사이버/초대작가]
신발 / 김서린
백화점 지하에서 6층까지 쇼핑 후
무거운 몸 이끌고 자리 잡은 의자에 앉아
에스컬레이터 오르는 사람들의 발을 본다
그 수만큼이나 다른 모양의 신발들
어쩜 같은 신발이 하나도 없을까
각자 삶의 넓이만큼 견뎌온 인생 무게만큼
닳아진 구두코와 낮아진 굽
엄마 품 속 안겨 나온 아기부터
쇼핑 나온 허리 굽은 노인까지
신발이 감싸지 않은 발 하나 없다
견고해 보이는 가죽구두
멋보다는 편안하게 감싼 운동화
위태해 보이는 뽀족 구두까지
제 주인을 닮은 신발들
고개 들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온몸의 무게를 온전히 지탱해주는
발보다 더 힘들 저 신발 하나 하나로
주인의 표정조차 그려볼 수 있겠다
---------02 제9회 김유정선생 추모문예작품 공모 대상. 다음 카페 이제 그리움은 시가되지 않는다 운영. [cafe.daum.net/selinsi]
소외된 것들을 위하여 / 김현태
모두다 꽃만을 기억할 뿐
그 꽃을 담고 있는 꽃병은 알아주지 않는다
모두다 별만을 올려볼 뿐
별과 별 사이의 어둠은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다 연극배우에게만 박수를 보낼 뿐
무대 위에 대못으로 박아세운 소나무 소품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모두다 엘리베이터의 고마움만 알 뿐
계단의 우직함은 모른다
모두다 흔들거리는 갈대를 사랑할 뿐
갈대밭에 사는 바람을 기억하지 않는다
모두다 이루어진 사랑만 축하할 뿐
이루지 못한, 그리움만 간직한
애달픈 사랑은 까마득히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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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소년문학]신인문학상 수상 동시부문
00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희곡부문]
시집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마음도둑 사랑도둑]
산문집 [문득 당신이 그립습니다]
[혼자는 외롭고 둘은 그립다]
어른동화 [쌩떽쥐베리가 빠뜨리고 간 어린왕자]
만화에세이 [룰루맘 랄라맘]
현재 광고대행사[코래드] 카피라이터
다음 카페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운영
[cafe.daum.net/hyuntae21]
겨울소곡 / 박소향
캄캄한 거리
불빛만 살아 움직이는 어둠속에
한 점 부표같은 인생들이
차디찬 일월의 비망록을 안고
새로운 월력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아침이면 기꺼이
우리앞에 떠 오르는 해처럼
딴은 해산의 고통을
참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아직 행복하다
지나간 시간은 첫사랑의 모습처럼
이득하고 꿈 같지만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와 줄
한사람쯤 있는 날들은
홀로 우뚝선 등대의 블빛처럼
얼마나 살고싶은 희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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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시사문단 03년 6월 등단. 한국시사랑문인협회정회원. 시사랑 동인. 시사문단 작가. 시집[바보가 되어도 좋았습니다]
다음카페 시향 운영 [cafe.daum.net/sohyang21]
싶다 / 성낙일
흐르는 강물처럼
저렇게 흐르고 싶었는데
언제부터 나는 고여들기 시작했을까
수초사이를 헤치고
돌 틈 사이를 비집고 달리며
걸러지고 걸러져서 바닥까지 보이는 투명함으로
끝없이 흐르고 싶었는데
언제부터 나는 멈추어 선 채
발아래 푸른 이끼만 키우고 있었을까
커다란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는 것
한번쯤은 급류에 휩쓸려
벼랑에 쳐 박히는 절망도 느껴보고
거품을 물고 다시 솟구치는 희망도 알고 싶었어
그래서 더 넓어진 가슴으로
모든 것 끌어안으며 끝없이 흐르고 싶었는데
나는 언제부터 고여들기 시작해서
햇볕도 통하지 않는 탁한 가슴위로
흐르는 구름만 빼곡이 붙잡아놓고 있었을까
이제 저 태양을 가리고 바람아 불어라
둑에 부딪쳐 몸이 찢어져도
저 둑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바람아 불어라
이제는
흐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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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계간 시세계 신인문학상 당선
시집 유추프라카치아 사랑외 2권
다음 카페 두려움 없는 사랑 운영
[cafe.daum.net/sne77]
너의 사랑 안에서 쉬고 싶어 / 인애란
겨울에 나는 한낱 볼품 없는
나뭇가지에 불과했어
잎보다 먼저 꽃 피우는
매화의 순순한 속뜻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부터
네게 보여주고 싶은 거야
참으로 순수한 열정은
너를 가슴에만 담아놓지 못해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통해 나를 사랑한다
말하고 싶은 거야
이른 봄 너를 만나기 위해
고드름 매달고 내 눈을 떴으니
살에는 바람 꽃망울 터트렸으니
이제 너의 사랑 안에서 쉬고 싶어
먼저 눈물 고이는 너의 이름 부르면
이내 내 곁에서 심장이 조릴 만큼
미소 지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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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시집 [누군가 당신의 마음을 읽어주길 바랬던 적이 있나요]
다음 카페 인애란러브스케치 운영. [cafe,daum.net/inpoem]
범종 ⅰ
=== 혜관 이상태
이끼친 풍경 나래
보채던 안개비에
물 속에 물길 찾아
죽비치는 바람 따라
빈 가슴
맺힌 큰기침
범종 울어 뱉는가.
아침 해 두레박을
퍼올리는 저 미륵도
탈색한 탱화 속에
점안해 줄 소리 찾아
사해에
구르는 파도
낙엽 비질 하는가.
절마당 호수 타고
돌아 넘던 연등줄에
당겼다 놓친 수련
박자 없는 범종소리
나그네
속눈썹에도
서리 앉은 법열인가.
범종 ⅱ
바람 하나 건들이지 않고
단비 오던 범종소리
목경 속 튀어 올라
가부좌 트는 햇살
아미로
물거품 물고
석불 되어 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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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5.12.성파시조문학상, 부산시조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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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조백일장 장원 / 이상태 / 가을 노래
[일반부 장원 작품] 2000. 10.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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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노래
-- 혜관(慧觀) 이상태
섶다리 개울 건너
가을비 타는 낙엽
두루마기 입은 바람
갈색 안개 헤쳐 놓고
신 벗어
노을을 밟고
휘파람에 젖는다.
달맞이 사랑방에
눈 마주 따러 주고
돌 샘 찻물 길어
햇살 익힌 불가마 속
담금질
태사문양도
한지 새겨 보낸다.
이 빠진 풍경소리
빈 가슴 갈대 떨다
머물다 가는 사람
안개 찻잎 달여 놓고
잔 들어
권하는 향내
무지개로 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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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태
1999. 10. 10.
제3회 전국시조백일장 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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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춤
--혜관 이상태
바람에 탈을 깎아
결 따라 춤을 추자
스쳐 온 길목 몰래
소맷자락 뿌려 올리면
숨어서
꺼내어 보던
무지개로 뜨는데.
땅 업고 발끝 들어
홰치며 도는 박자
장삼 올린 솟대 끝에
낯가린 북소리 엮고
탈 벗어
던지는 반달
구름밖에 빗긴다.
이 손 마저 잡아 주오
한 회오리 감아 치듯
하늘 안고 지신 밟는
내 이름도 가려 놓고
갯노을
댕기도 풀어
볼 붉히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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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8 예능대회 시조부문 1등급 수상작
이상태
======================= 태 화 강 Ⅰ
------- 혜관 이상태
강바람 걷어 올려
머리 푸는 안개 보라
물팽이 돌아 나와
물새 되어 하늘 솟고
낮달도
쪼아 내려와
물보라를 뿌린다
태화강 가지 끝에
그림자만 헤엄치다
물에 잠겨 묶인 노래
죽엽타고 돌아오고
물소리
물새소리로
강 길 하나 깨운다
태공의 담배연기
물거미 피워 놓고
바람맞은 물 계단에
데려 와 입맞추다
나그네
달무리 지며
차마 떠나지 못하네
태 화 강 Ⅱ
------- 혜관 이상태
찬연한 네온사인
걸려 우는 신호등 아래
바람 타는 촛불인지
물비늘 말려놓고
강노을
벗어 걸치고
이정표가 떨고 있다.
젖어서 따르지 못한
파문 마저 이슬 품고
물안개 옷섶 헤쳐
접어 부친 편지지에
물새야
물 떼를 만나
자장가를 보챈다
바람 따라 생겨나는
물결을 덮고 누워
딴은, 파닥이다
구겨지는 잠을 자도
저더러
좋은 태화강
내 고향에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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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 혜관(慧觀) 이상태
눈 오면 나는 좋아 눈더미 데불다가
차가운 눈 때묻어 그만 눈사람 되었어요
이제는
모두 잊어도
눈꽃 마냥 좋아요.
얼어붙은 바람나래 새소리 불러내어
뿌리는 미소 떨며 분수 솟던 광장에서
무지개
태운 속눈썹
재만 검게 남아요.
키 낮은 낙조 모아 양팔 벌려 포개놓고
꿈엔들 눈물 자국 지워져도 좋습니다
까맣게
솟는 머리카락
바람 먼저 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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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일기
-- 혜관(慧觀) 이상태
산바람 태운 묵향 붓 들어 깨물어 봐
무지개 뜨는 여울 수평선 따다 놓고
먹물에
돛배 띄우고
저녁노을 먹인다.
구름 밖 바람 세워 먹 갈아 돌아서 봐
이슬로 쇠북 치다 샘물 푸는 화선지에
붓대로
심은 발자국
몰래 벗고 춤춘다.
파도 이랑 사린 안개 여백도 다스려 봐
살 여민 노래 트고 연적을 따르다가
갈매기
원 그려 도는
뱃고동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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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불
-- 혜관(慧觀) 이상태
산 구름 재운 골에 해와 달 다 놓치고
구겨진 하늘 내려 합장 끝에 세워보면
아미로
찍은 점 하나
돌이 되어 앉는다.
그림자 빛도 없는 구슬 꿰어 목에 걸고
눈감아도 어지러워 빈 가슴 쓸어 내려
구멍난
멍울 스치며
바람으로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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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흙바람
- 혜관(慧觀) 이상태
허수아비만 휘청거려도
흩어지던 참새 떼 위로
농약 치는 비행기가
허기져 맴을 돌고.
재 너머
풋 고추밭에
도랑물이 역류한다.
손톱 때 벗길 수 없어
땀 뿌리는 굴뚝 연기
손가락 모로 빨며
지게꾼 작대기 치며
바지게
빈 수매가를
올해도 팔 수 없다.
서낭당 모가지 죄는
바람 나간 족보 위에
바다에 가 물을 건져도
하늘에 가 불을 건져도
술상에
컴퓨터 켜고
동구 밖에 피임한다.
고무신 햇살 바꾼
엿가락 꼬부라져
땅 내 맡고 살자 떠난
갈증난 아궁이에
바가지
물 한 모금에
낮달 침을 뱉는다.
볏 가마에 매단 이름표가
종소리로 휘날리고
운동장 전자호각소리에
불려간 맨발의 소년
밥사발
해 마중 나와
신주 물에 달뜬다.
그늘진 오동나무 밑
제사상에 씨뿌리고
산천은 피 흘리며
장가들 땅꾼 찾아
흙바람
한 입 불어와
황톳물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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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중
-- 혜관(慧觀) 이상태
구멍난 문패 안에
스르르 옷을 벗겨
말 편지 쓸까 하다가
새끼손가락 끼워 걸고
돌려도
통하지 않고
또닥이다 눈감아 봐.
반지처럼 끼고 돌리는
숨바꼭질하는 음성 밖에
달려온 숨결 놓아
내 이름을 부르는데
찌르르
손끝 떨려와
식은땀만 떠난다.
바람난 지문에 찍혀
목소리 들리지 않고
다만 울리는 것은
새벽 별의 알몸인데
짜릿한
전율을 안고
파닥이다 바람나 봐.
돌아서는 발자국에
대답 없는 눈동자가
귓전까지 따라와서
주소 위에 신을 벗고
바람에
옷 벗은 여자가
눈을 마주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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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치
-- 혜관(慧觀) 이상태
철없던 어금니도
틈새 없이 바람나서
때때로 바람소리
입술도 깨물다가
떨리는
문풍지밖에
마른침을 삼킨다.
첫사랑 혀끝으로
뿌리 없는 갈증 앓고
흔들어 지붕 위에
새벽 별 던져 올리면
허공에
다리를 놓고
은하수를 건넌다.
까치가 물고 떠난
담장 너머 쪽달 하나
손톱 치고 풍치 밀며
잇몸으로 사는 길에
사랑니
뽑아 물고 간
달무리를 망본다.
2002.10. 21. 현대시조 50회 신인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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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막
-- 혜관(慧觀) 이상태
앞산에 걸터앉은
낮달 주름 꼬부라져
양지바른 언덕 틔워
원두막 지어 놓고
남몰래
바람 훔치는
까치소리 지킨다.
걸어둔 바지게에
고추잠자리 올라앉아
작대기 패인 손금
때묻은 땀 말리고
밭이랑
켜는 삽자루
추녀 아래 망본다.
허수아비 젖니 물고
참새 떼 낮잠 깨워
흙내음 털고 떠난
산안개 쪼아 뱉고
구름 밖
사다리 타는
햇살 마저 엿본다.
머리 풀어 땅 지키는
여남은 옥수수대
저녁놀 비닐자락에
헤진 옷 걸쳐놓고
지킬 건
손톱반달에
빈 하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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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폭포
-- 혜관(慧觀) 이상태
바위구멍 쪼가리에도
이끼 피는 물살 따라
내연폭포 절벽 타고
바람으로 젖어드니
아니야
다만 내릴 뿐이야
안개비만 내리고.
바람도 물결잡고
신 벗어 건너는 계곡
물 구비 고개 돌려
폭포 찾아 오르는데
하마도
짙은 운무만
또 눈앞에 겹친다.
물거미 넘은 다리
골바람에 돌아설까
내연산 입김 모아
무량으로 솟는 물길
그 아래
위도 아닌 곳에
바람처럼 살란다.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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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고사리
------ 혜관(慧觀) 이상태
고사리 따온 가을
산 안개 바위 몰래
두 주먹 꽉 쥐고 살라. 잎 열며 오던 첫눈
다람쥐
도토리 까며
바람 불어 지샌다.
춤사위 제 몸 가려
줄기 업은 날개 달고
말린 잎 눈감고 살라. 얼비치는 번개 햇살
고사리
이슬을 품고
바람 눈을 씻는다.
아기 손 틈새 하늘
구름소리 엿듣다가
안으로 귀 닫고 살라. 천둥 부른 아지랑이
흙내음
물 뿌리 삭여
새순 돋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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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포 억새
-- 혜관(慧觀) 이상태
개운포 몸살나서
물보라 파닥인다.
떨리는 물결 당겨
모래성 치고 덮어
남몰래
패인 볼우물
눈물 채워 줄 꺼야.
억새풀 휘날리는
귀밑머리 빗고 있다.
여울진 속삭임같이
물무늬 짜 맞추고
가까이
계곡 깊숙이
바람 피워 줄 꺼야. .
바다도 오금 풀어
노을로 눕고 있다.
물새가 따라 쪼는
파도 손금 펼쳐 놓고
자꾸만
떠나가지 마
안개 재워 줄 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