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절이에 대한 추억
유옹 송창재
숨 죽인 배추속깡
추려내 쭉 찢어서
갓 볶아낸 통 참깨 듬뿍 찍어서
잘 익은 돼지 허벅지살 큼직하게 한점 썰어
福자쓰인 허연 사발에
철철 넘치게 따라놓은
윤기 자르르 흐르는
뽀얀 막걸리
가슴에 줄줄 흘려가며
붉은 입술
손등으로 쓱 훓던
김장하던 날
겉절이 한 볼태기면
시린 간 국에
콧물흐르던 추위도 다 잊고
내외의 사랑이요
동기간의 우애요
이웃간의 정이요
웃음소리 가득한
한 고샅 거사였는데
공장에서
비닐 주둥이 밴드로
쳐 묶여 골판지 상자에 꽁꽁 담겨오면
김치 냉장고에 한 겨울
박혀 지내니
깨소금 찍은 겉절이에
더운 김나던 살찐 돼지 허벅지 큼지막하던
추운 김장철의 추억은
아, 추억이여!
옛날이여!
그때
호랑이 담배 피웠던가?
지금
온 방에 파스 냄새 안 나서 좋은가?
돼지야 미안했어
네가 소 보다 더 좋은 줄 알지?
너하고 겉절이는
황금 궁합이여
배추 속깡도 최고여
너는 배추 겉절이
버리지 마
그렇게 만나기는
하늘의 점지가 아니면
못 만날 천상궁합잉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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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하늘의 점지가 아니면
못 만날 천상궁합잉게!
ㅎㅎㅎㅎㅎㅎ
김장하던 날에 일이 끝나고
막걸리 한 잔에 돼지고기 한 점을
배추 속잎을 싸서 먹었던
그 추억이 새롭게 생각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