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ㅋㅋ
--------------------- [원본 메세지] ---------------------
나 다섯살 때
잠옷을 입었지..
엄마가 시장에 가고 나면
아직 두세시밖에 안되었는데..
저녁이라 생각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었지..
그리고..
고사리 손 꼼지락 대며 걸레를 빨아
쓱싹쓱싹 집안청소를 시작했지..
화장대를 건너 안방을 지나 마루를 지나
드디어 앞마당에 도착해
푸아푸아 물을 뿌리고 비질을 하고 있으면
저 멀리서
당근 하나 배추 하나 아토실 한통
엄마 얼굴 보였지..
어른들 꼬마가 부지런 떤다고 배를 잡고
찬새벽 아직 잠옷 입는거 아니라며 우리 엄마 빙그레 웃었지..
나 다섯살 때
소쿠리 받으러 갔지..
엄마가 사온 배추 노란 속을 한 손 잡아
소꿉장난 시작했지..
넌 아빠 난 엄마..
조물락 조물락 맛있는 한상 차려졌지..
막 밥먹기 시작 되었을때..
삐까뻔쩍 아저씨가 외쳤지..
"소쿠리 받아가세여.."
약 장사 아저씨였지..
엄마 주면 좋을거 같아
할머니들 틈에 끼어 룰루랄라 소쿠리 받으러 갔지..
만병통치약 효능에 귀 기울이고
드디어 소쿠리 하나 받아 내었지..
풀색 소쿠리 머리에 쓰고
얼굴 가득 함박 웃음 지었지..
마음까지 웃어버렸지..
이제 집에 가려 뒤를 돌았지..
이런..찬새벽.. 길을 잃었지..
온 동네가 떠나가라 울었지..
그랬지..
나 다섯살 때..
...^^
--------------------- [원본 메세지] ---------------------
모든 것이 다섯살 때 부터 였다.
내 삶에 대한 제대로 된 추억을 간직 할 수 있게 된 그 시작도..
여자에 대한 호기심을 처음 갖게 된 것도..
세상에 무서운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는 것과,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해야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듣고 읽는 것이 경험과 지식으로 머리속에 쌓이기 시작한 것도
모두 다섯살 무렵 이었다.
그리고 자세히 나를 돌아보면,
그 때 가졌던 생각과 행동들이 지금의 내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철이 안들었단 이야기인가? ..ㅋㅋ
어쨌든..
다섯 살..
적어도 내겐, 제대로 된 한 인간이 탄생하는 소중한 시기이다.
너무나 어려보이는 꼬마일지라도..
몇살이냐고 묻는 내 질문에
한 손바닥 이상을 활짝 펼 수 있으면..
나는 그와 친구가 될 수 있다.
어떤 이야기라도 그에게 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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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e:다섯살
t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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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8.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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