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 혁명이 치의학계 임플란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치의학 전문의들에 따르면, 임플란트는 잇몸 뼈에 치아 뿌리 역할을 하는 인공치근을 턱뼈에 이식하고 그 위에 치아 역할을 하는 인공치관(crown)을 덮어씌우는 것을 말하는데, 이론적으로는 인공치근, 인공치관, 지주대 등을 모두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다.
다만, 비용이 문제다. 인공치근과 지주대는 티타늄 등 주로 금속 소재이고 인공치아는 세라믹 재료를 많이 쓴다. 최근 저가 상업용 프린터가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임플란트 같은 정교한 작업을 하려면 산업용 프린터가 필요하다. 산업용 프린터는 대당 가격이 수억원이 넘는다. 임플란트 수술 가이드 역할을 하는, 10만원 남짓한 가격의 서지컬 스텐트(surgical stent·이하 수술용 가이드)가 혁명의 진원지였다.
고숙련 치과 의사들은 적절한 위치에서 올바른 방향과 각도로 인공치근과 인공치아를 심어야 임플란트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준급 시술 능력은 오랜 경험을 쌓아야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환자 구강 구조와 치열 상태에 꼭 맞게 3D 프린터로 출력한 수술용 가이드를 이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누구나 고숙련 의사가 될 수 있다.
수술용 가이드는 잘못된 방향으로 시술을 하면 시술 도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저숙련 의사가 실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메가젠임플란트라는 회사는 수작업으로 만들던 수술용 가이드를 3D 프린터로 출력해 치과 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김종철 메가젠 이사는 인공 치아를 심는 과정 자체를 무서워했던 여성 전문의도 3D 프린터로 출력한 가이드 덕분에 임플란트 시술에 도전하며 여성 특유의 꼼꼼함을 살리고 있다고 했다.
치아 교정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치아에 금속을 부착하는 기존의 교정법과 달리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된 틀을 치아에 끼워 치열을 고르게 하는 투명 교정이 그렇다. 투명 교정 장치도 3D 프린터로 출력하기 때문이다. 금속 교정에 비해 미관상 좋아 젊은 여성 사이에서 투명 교정은 큰 인기다.
지금 전세계 3D 프린터 시장은 미국과 독일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은 오스템, 메가젠 등 토종 기업들이 응용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다. CT 촬영한 사진을 3차원 물질 데이터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도 게임즈랩이라는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3D 프린터 기술, 소프트웨어 기술, 재료 공학 기술이 3박자로 발전한다면, 병원에서 맞춤형 인공 치아를 바로 출력해 진료 당일 시술하는 날도 곧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