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주일 -희망의 천사, 닉 부이치치
제가 오래 전 천진에 갔을 때, 동영상을 하나 보았습니다. 그 당시 동영상을 보고 느낀 것에 대해 아이들에게 묻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 동영상이 아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이것이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며 성찰하고 반성하도록 이끌어 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성찰의 하나로 삶에서 때로 ‘희망’을 포기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이미 알고 있고, 그의 다른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날 왜 그렇게 그 동영상이 감동으로 다가왔는지를 생각했습니다. 이 동영상을 대림 판공의 성찰 내용으로 바라보면서 대림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오시기를 기다리는 그분, 그분의 오심 안에 진정한 우리의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닉 부이치치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는 중증 장애인이었습니다. 그는 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자기가 장애인지도 모르는 부모의 사랑 안에서 행복한 아이였지요. 그가 자신의 장애에 대해 알게 된 건 학교에 입학한 여섯 살 무렵이었다고 합니다. 그전까지 집 밖에 나갈 일이 없었고, 다른 아이들을 만나지 않아서 자기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따라서 자신의 모습에 대해 비관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가 다르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지는 않았겠지요. 그러나 이제 부모의 보호를 떠나 처음 맞닥뜨린 집 밖의 세상은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과는 아주 다르다는 사실, 그리고 그 다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듯이 학교의 다른 아이들은 그를 보고 ‘괴물’이나 ‘외계인’같다고 놀렸지요. 그가 어린 나이에 받은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는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는 사실에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동영상에서 보는 놀랍도록 밝고 유머가 풍부한 닉 부이치치는 천성으로 타고 난 것도, 고통의 과정이 없는 단순한 기적으로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닙니다.
동영상에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그 당시 28세의 청년 닉 부이치치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서핑을 하며 너무나 신나게 드럼을 치고, 심지어는 골프 퍼팅까지 합니다. 그는 전 세계 30여 개국을 다니며 지금까지 300만 명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했다고 합니다.
제가 자료를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도 다녀갔다고 하네요. 지금의 닉 부이치치가 오늘날 전 세계에 희망을 전하는 천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절망을 뛰어넘어야 했는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는지는 우리가 상상조차 하기 힘들 것입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그의 삶, 아니 그의 존재 자체가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가 처음 화면에 비치는 모습만을 본 사람들은 모두 너무 불쌍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평화로운 얼굴, 웃음, 유머를 대하면서 처음 지녔던 불쌍하다는 느낌이나 연민은 점점 감동과 놀라움으로 변하며 그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지니게 됩니다. 그는 팔다리를 가지고도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많은 일을 합니다.
그는 불과 17세의 나이에 비영리단체 ‘사지 없는 삶(Life Without Limbs)’을 조직했다고 하며, 19세 때 대중 앞에서 첫 연설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거의 십 년 동안 수많은 학생과 교사, 청년, 사업가, 여성 등 다양한 청중을 대상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이제껏 그가 만난 사람은 3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놀랍지요.
그의 열정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불가능처럼 느껴지는 것을 가능으로 만들어 나가는 그의 놀라운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그는 아마 자신을 나눌 수 있는 것, 희망을 전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며 은총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하며,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 열정을 지니며 활동하는 것은 그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희망을 얻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가 말합니다.
“언젠가 강연을 하다 저처럼 팔과 다리가 없이 태어난 19개월 된 아이를 본 적이 있어요. 아이 어머니는 매일 기도했답니다. 아이에게 희망의 증거를 보여달라고요. 그 아이 어머니는 저를 보자마자 끌어안고 울면서 말하더군요. ‘당신은 기적 그 자체예요!’사람들은 저를 보고 희망을 얻는다고 말하죠. 저 역시 그런 사람들을 보며 용기를 얻습니다.”
오늘 대림 제 3주일은 기쁨의 주일이며 자선주일이기도 했습니다. 자선이란 지닌 것을 나눔인데, 저는 대림 제 3주는 무엇보다 기쁨을 나누는 주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바로 희망을 나누는 것입니다. 존재 자체로 희망을 나누는 닉 부이치치. 그의 얼굴 표정은 그야말로 천사입니다.
환하게 미소를 띠고, 수많은 청중 앞에서 자기 삶의 희망을 나누는 그를 보며 저는 신체적 장애도 처절한 고통의 과정을 거치면 축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고통의 과정을 통해 어두움 너머 빛으로 이끄시는 그분의 은총에 절로 머리 숙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를 절망을 이기고 희망으로 나아가도록 단순히 연민의 마음으로 보호해 주려고 하지 않고 고통을 통해 혼자 일어설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전을 던진 그의 부모에 대해서도 깊은 존경심을 지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00번을 넘어져도 101 번째 혼자 스스로 일어나도록 손을 내밀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이 부모의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부모는 닉에게 다만 그는 몸의 일부가 없는 아이일 뿐이지 다른 아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다른 사람들 모두 팔과 다리 없이는 불가능할 거라 말했던 일들을 하나씩 이루어 가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를 특수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일반 보통 아이들과 함께 중고등학교를 다니도록 했고, 처음에 놀리던 아이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그 친구들이 닉을 받아들이며, 닉은 진정한 우정을 통해 도움을 받을 줄 아는 사람, 그래서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했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함께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닉 부이치치는 놀랍게도 팔 다리 없는 몸으로 일반 대학에 진학해 회계와 경영학을 전공할 수 있었습니다.
동영상에서 그가 머리와 몸만으로 골프를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퍼팅이지요. 수 없는 실패를 거듭하지만 결국 공은 홀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의 몸에 붙은 작은 손의 역할을 하는 살붙이. 그 살붙이로 신나게 드럼을 치는 그는 진정 행복한 사나이입니다. 그를 그토록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는 말합니다. “일시적인 것에 행복의 가치를 둔다면 그 행복 역시 일시적인 것이 됩니다. 사람의 외모는 변하게 마련이고 돈은 있다가도 없을 수 있어요. 자신의 겉모습이나 통장 잔고가 아닌 내면에 가치를 두세요. 그 가치를 지켜나가는 건 자신의 몫입니다.”
인생의 참 가치를 발견한 닉 부이치치. 그가 쓴 책의 제목의 하나가 ‘허그’입니다. 허그는 껴안는다는 말이지요. 그는 인생을 껴안았고, 많은 사람들을 껴안습니다. 그를 본 사람들은 그에게 다가가서 그를 껴안습니다. 동영상에서 그를 껴안으며 눈물을 흘리는 여학생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장애를 가지고 어떻게 그리 긍정적일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답합니다. “바로 저의 가치를 알고 제가 바라봐야 하는 곳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 폭풍의 한가운데 있다고 해서 그 안에 함께 있는 다른 사람을 돕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자기 존재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사람입니다. 그는 그의 존재 자체가 장애를 지닌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믿고 그 하나만으로도 자기가 열정으로 살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삶이 고통스럽다고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리지 마세요. 살아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와 비슷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저보다 더 큰 위로를 줄 수 있습니다.”
이 코로나 시기에 닉 부이치치는 저에게 희망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팔 다리가 없는 겨우 1m가 조금 넘는 그의 모습이, 아니, 환하게 웃는 그의 미소가 제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저에게도 희망의 위대한 천사로 날아오를 것입니다.
첫댓글 저도 예전에 닉 부이치치의 동영상을 봤습니다.
그의 삶은 진정 희망 그 자체였습니다
'희망'이란 단어는 인간의 절망에서도 삶을 부여잡게 하는
끈입니다
류 요셉신부님, 대림시기 신부님께서 희망하시는 주님이 오시시를
기다리는 복된 나날 되세요~
그래요. 희망을 잃지 않기로 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홍천에는 많은 눈이 오고 한파경보가 내려 졌습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자신의 겉모습이나 통장 잔고가 아닌 내면에 가치를 두고 그 가치를 지켜나가도록 하겠습니다.묵묵히 들어주시고 유머로 화답하시는 신부님을 뵈면서 하느님의 향기가 이런것이구나 느꼈었기에 오래도록 잔상이 남았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