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美人)을 가리켜 경국(傾國) 또는 경성(傾城)이라고 합니다.
한자공부 쫌만 하시고요..
傾城之色(경성지색). 萬古絶色(만고절색). 絶世佳人(절세가인). 절목미인(節目美人)도
역시 미인을 가리키는 말로 손색이 없습니다.
羞花閉月(수화폐월). 沈魚落雁(침어낙안). 화용월태(花容月態). 단순호치(丹脣皓齒).
섬섬옥수(纖纖玉手). 明眸皓齒(명모호치). 月宮嫦娥(월궁항아). 雪膚花容(설부화용).
窈窕淑女(요조숙녀). 細柳腰(세류요). 解語花(해어화). 玉人(옥인). 淸楚(청초). 國香(국향).
國色(국색)등등 미인을 표현하는 말은 수없이 많습니다.
여기서 미인을 묘사하는 대표격인 고사성어로
'침어낙안(浸魚落雁)의 용모, 또는 폐월수화(閉月羞花)의 아름다움' 만 하여도
그 이상 여인의 아름다움을 형용하기에 여한이 없을 줄 압니다.
원래의 표현으로는 각각 침어(浸魚), 낙안(落雁), 폐월(閉月), 수화(羞花)인데
각각 중국 고대의 사대미인인 '서시(西施), 왕소군(王昭君), 초선(貂蟬), 양귀비(楊貴妃)'를
가리키는 말로써 여기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중국 무협영화 있죠? 아주 길지요...거기 나온 여주인공 이름들이죠..
서시는 춘추말기의 월나라의 여인입니다.
어느 날 그녀는 강변에 있었는데 맑고 투명한 강물이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비추었습니다.
이때 그녀의 미모에 넋을 잃은 물고기가 수영하는 것을 잊고 천천히 강바닥으로
가라앉았다 해서 침어(浸魚)라는 칭호를 얻었다고 합니다.
한(漢)대의 왕소군은 재주와 용모를 갖춘 미인으로 한의 '원제'는
북쪽의 흉노를 다독거리기 위해 그녀를 선발하여 단우씨와 결혼을 하게 합니다.
집을 떠나가는 도중 그녀는 멀리서 날아가고 있는 기러기를 보고 문득 고향생각이
물밀 듯 밀려와서 금(琴)을 탔는데 마침 한 무리의 기러기가 금(琴) 소리를 듣느라
날개 움직이는 것을 잊고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고 해서
낙안(落雁)이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초선은 한(漢) 헌제(獻帝)때의 대신 왕윤(王允)의 양녀인데
그녀는 용모가 명월같았을 뿐 아니라 노래와 춤에 능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저녁에 화원에서 달을 보고 있을 때에 문득 구름 한 조각이 달을 가리웠을때
왕윤이 말하기를 "달도 내 딸에 게는 비할 수가 없구나. 달이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었다." 고
해서 이때부터 폐월(閉月)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당대(唐代)의 미녀 양옥환(楊玉環)은 당명황(唐明皇)에게 간택되어져 입궁한 후로
매일같이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어느 날 그녀가 화원에 가서 꽃을 감상하며 우울함을 달래고 있는데 무의식중에
함수화(含羞花)를 건드렸습니다. 이때 함수화가 잎을 말아 올리는 것을 보고
당명황은 '꽃을 부끄럽게 하는 아름다움' 즉 수화(羞花)라 찬탄하며
그녀를 '절대가인(絶對佳人)'이라 불렀다는고사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경우를 한마디로 압도하는 말이 있으니 이는 경국지색(傾國之色)으로써
여자의 미색으로 인하여 나라가 기울어질 만큼 위태롭게 된다는 표현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절세미인을 찬탄하기 위하여 나라를 빌려온데 지나지 않습니다.
경국(傾國)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고사 한편을 소개합니다.
중국 진나라가 멸망한 후 천하의 패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였던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한창 싸움하는 재미로 빠져있을 무렵
유방의 양친(兩親)이 항우에게 사로잡힌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유방이 보낸 사신인 후공이라는 변사가 항우를 설득시켜
유방의 양친을 무사히 돌려보낸 일이 있었는데,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세상 사람들은
후공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후공은 진정한 천하의 변사다. 그의 변설(辯說)이라면 나라를 기울 수도 있게 할 것이다. "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유방은 후공의 공을 인정하여 나라를 위태롭게 만든다는
경국(傾國)의 의미와는 반대되는 나라를 태평하게 만든다는 의미의 '평국(平國)'을 사용해
평국군(平國君)이라는 칭호를 내려준 일이 있습니다.
"漢遣陸賈 說項王 請太公 項王弗聽 漢王復使侯公 往說項王 項王乃與漢 約 中分天下 割鴻溝以西者 爲漢 鴻溝而東者 爲楚. 項王許之 卽歸漢王父母妻子 軍皆呼萬歲. 漢王乃封侯公爲平國君 匿弗肯復見 曰此天下辯士 所居傾國 故 號爲平國君." [史記, 項羽本紀]
중국말로 읽으면 진짜 멋있었습니다 [저희 과장님이 중국어에 능통^^]
다음으로 한(漢)무제(武帝)때에 이르러 궁중 음악을 관장하는
협률도위(協律都尉)의 벼슬을 하고 있던 이연년(李延年)의 경국(傾國)에 얽힌 고사도
있습니다.
이연년(李延年)은 음악적 재능이 있어 노래는 물론이고 편곡이나 작곡에도 뛰어났으며,
아울러 춤에도 탁월하여 무제의 총애를 듬뿍 받았는데
하루는 한무제 앞에서 춤을 추며 이런 노래(詩)를 불렀습니다.
북방에 아름다운 여인이 있어 둘도 없이 우뚝 섰네
(北方有佳人 絶世而獨立)
눈길 한 번에 성이 기울고 눈길 두 번에 나라가 기운다.
(一顧傾人城 再顧傾人國)
성을 기울이고 나라를 기울게 함을 어찌 모를까 마는
(寧不知傾城與傾國)
아름다운 여인이란 다시 얻기 어렵도다.
(佳人難再得)
한 무제는 이 노래 소리를 듣고서 과연 이러한 여인이 천하에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때 마침 곁에 앉아 있던 누이 평양공주가 이연년의 누이동생이 바로 그러한 미인이라며
귀엣말을 합니다.
한무제는 즉시 그녀를 불러들였는데, 과연 이연년이 노래한 바 대로 화용월태인 것은
물론이요 춤마저 잘 추었습니다. 무제는 한 눈에 그녀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었는데
이 여인이 바로 이부인(李夫人)입니다. [출처:이부인전(李夫人傳)]
이어 당(唐)나라에 들어오면 많은 문인들의 작품 속에 미인의 대명사격으로
'경국(傾國)'의 용어가 사용되었는데, 특히 이백(李白)이나 백낙천(白樂天)의 시에 등장하는
양귀비(楊貴妃)를 비유한 경국지색의 표현은 후에 두고두고 전형이 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면 먼저 여러분께서 잘 아시는 당송 8대가 백락(白樂天)천의 장한가(長恨歌)에
등장하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을 읊어보겠습니다.
'장한가(長恨歌)' 한황이 여색을 중히 여겨 경국을 생각했는데,
(漢皇重色思傾國)
황제가 된지 여러 해가 지나도 얻지 못하였네.
(御宇多年求不得)
양씨 집안에 딸이 있어 애초 잘 자랐는데,
(楊家有女初長成)
깊은 규중(閨中)에서 자라나 사람들은 알지 못했었네.
(養在深閨人未識)
하늘에서 부여해준 아리따운 자질은 그대로 버려두기 어려우니,
(天生麗質難自棄)
하루 아침에 뽑혀 황제 곁에 있게 되었네.
(一朝選在君王側)
고개 돌려 한 번 웃으면 백가지 교태가 나타나니,
(回顧一笑百媚生)
육궁(후궁들 거처)의 분단장한 얼굴들이 그 빛을 잃네.
(六宮粉黛無顔色)
요즘이라고 달라질게 있을까요. 여성들은 보통 현명해지기 보다는 아름다움을 원하지만,
남성들도 위에 거론한 경국지색(傾國之色)까지는 아니라도 결혼하는 순간부터
소위 '傾家之色'에 휘말리는 분들이 간혹 있기에 드린 말씀입니다.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사람의 욕망이란 부정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단순한 외적 아름다움으로 그친다면 진정한 인간의
아름다움이라 말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모름지기 내면의 아름다움과 외적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룰 때 참된 아름다움을
이룰 수 있을진대, 작금엔 성형 만능의 시대가 도래했으니 이 어찌 통탄치 않으리오.
왕이란 모름지기 백성본위로 통치해야 하지만 간혹 밤낮으로 애첩만 끼고 살다가
나라를 망치고선 그 책임을 경국지색 운운한 명예롭지 못한 왕들을 몇몇 거론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하나라 걸왕과 매희(주지육림 酒池肉林)
은나라 주왕과 달기(포락지형 火包烙之刑)
주나라 유왕과 포사(단순호치丹脣皓齒)
정나라 영공과 하희(삼부이군일자三夫二君一子)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해어화(解語花)
오나라 부차와 서시(당돌서시 唐突西施)
네이버에 검색해보시면 이 왕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잘 알게 될겁니다
진짜 재밌군요.. 시간 되면 위의 6가지 이야기들도 함 쪼개보도록 하지요..
www.cyworld.com/freeway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