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사범대학 동창회 회보 원고로 작성한 글을 우리 카페에 올려 봅니다.
내 사 랑 태 극 권
김 숙 환(70화학 부산대신중학교장)
대신동에 살면서 대신공원을 찾아 산에 오른 지는 20년, 그 중에 태극권과 친해진지는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갈림길에서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망설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나 또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인생의 고비에서 크게 고민하거나 방황한 일도 많았지만, 스스로의 선택 중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자부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그 중 인생 전반기의 첫 번째 선택은 교직을 평생 직업으로 삼은 것이고, 인생 후반기의 두 번째 선택은 생활운동으로 태극권을 선택한 것이다.
남들에게 ‘태극권’이라 하면 “그거 국선도 아닌가?”, “선무도와 뭐가 다르나?” 하고 되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태극권이란, 중국 사람들이 공원이나 길거리 등 아무데서나 시도 때도 없이 혼자, 아니면 남녀노소 함께 어울려 춤도 아닌 것이 무술도 아닌듯하게 움직이는 동작”이라 설명하면 다들 그제서야 고개를 끄떡인다. 나의 ‘태극권’ 예찬을 간단히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먼저 ‘태극권’은 나이와 신체적인 조건, 주변 환경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이다. 젊을 때는 사람들이 축구, 농구, 테니스, 태권도, 배드민턴 등의 역동적인 운동을 많이 선호하지만, 나이가 들면 다소 운동 강도가 낮은 걷기나 조깅, 요가 등을 많이 즐긴다. 하지만 태극권은 나이에 관계없을 뿐만 아니라 혼자해도 좋고 여럿이 함께 하면 더욱 좋다. 또한 운동 공간도 자기 집 거실이나 조용한 뒷마당도 괜찮고, 특히 숲으로 둘러싸인 공원은 더욱 좋다. 그리고 특별한 복장도 필요 없어서 그냥 편안한 옷차림이면 아무 옷이나 상관이 없다.
‘태극권’은 우주의 생성 원리와 생체 원리를 품고 있는 매우 깊이 있는 운동이다. 중국인이 수백 년 전에 만든 무술로 훌륭한 운동법이요, 기공법으로 호흡과 동작과 의식이 일치된 수련을 통하여 체력과 기력을 강화하여 무병장수하는 운동이며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유소년에서부터 100세 노인까지 자신의 신체적 역량에 따라 운동량을 조절하면서 수련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태극권’은 전신의 근육을 고르게 사용하도록 하여 골격을 바르게 하며(調身:바른 자세), 호흡을 깊고 고르게 하여 몸속의 각종 부위를 내압을 통해 자극하며(調息:바른 호흡), 정신을 깊은 이완상태(調心: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마음)로 만들어 준다.
원래 나는 몸치라서 세심한 동작을 요하는 운동은 잘하지 못하는지라 보통 사람이 3~4개월에 기본동작을 익히면 나는 거의 1년의 세월이 걸렸다. ‘간화 24식 태극권(1956년 중국 국가 체육위원회에서 양가 태극권을 기초로 24개 기본동작으로 구성)’ 동작을 익히는데도 꼬박 1년의 시간이 걸렸으니...... 모진 채찍소리 들어가며 한 동작 한 동작을 익히던 초창기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러움이 앞선다. 그리고 이처럼 아둔한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도해 주신 이상용 선생님께도 늘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힘든 수련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나는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인 ‘42식 태극권(양가, 진가, 오가, 손가, 무가 등 5가지 스타일의 태극권을 혼합시킨 국제공인)’, 좌우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48식 태극권’까지 두루 익히게 되었다. 또한, 한 때 마라톤 대회에 열심히 참가하여 동년배에 비하여 훨씬 잘 뛸 수 있었던 것도 호흡과 하체 단련에 도움이 된 ‘태극권’을 부지런히 수련하였기 때문이라 믿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대신공원 내 민속예술관 운동장에서 태극권으로 매일 아침을 열어가고 있다.
‘태극권’에 대한 나의 애착은 그 누구보다 대단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른 새벽 아직 채 날이 밝기도 전 공원에 누구보다 먼저 올라 몸을 풀고 마당을 쓸어 회원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회원들을 위해 책이나 인터넷에 있는 태극권에 관한 좋은 자료를 정리하여 나누어 주기도 하고, 중국으로 여행하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테이프와 CD를 구해 와 복사하여 나누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태극권의 전문가 선생님을 모셔와 특강을 여러 차례 듣기도 했다. 또한 영도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면서는 남학생들에게는 태권도를, 여학생들에게는 태극권을 가르쳐 심신이 건강한 학생을 기르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영도중학교에서 지역주민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련을 시작한 것이 결실을 맺어, 지금은 30여명의 회원들이 ‘태극권’으로 즐겁고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고 들었다. 나의 ‘태극권’에 대한 사랑은 2006년 당리중학교로 부임해서도 계속 이어져, 당리에 거주하는 학부모와 이웃 주민을 모아 열심히 수련활동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태극권’의 장점을 정리하자면, 먼저 ‘태극권’은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피로를 잊게 하고, 인체의 모든 장부에 은은한 자극을 줌으로서 갖가지 질병의 발생을 미리 예방해 주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또한 호흡을 안정시키고 폐활량을 늘려 줄 뿐만 아니라, 소화능력을 강화시키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그리고 모세혈관을 개방시키고 혈액이나 임파의 흐름을 좋게 하여 신경이나 감각기관의 기능을 강하게 하며, 근육을 부드럽고 탄력있게 하여 뼈와 관절의 기능을 강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갖가지 공해와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여러 가지 성인병에 시달리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태극권’은 유연하고 건강한 몸과 안정되고 편안한 마음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준다. 따라서 ‘태극권’을 꾸준히 수련하면 요통이나 소화불량, 불면증, 변비 등의 일상적인 질환들뿐만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뇨병, 간질환, 신경통, 심장병, 위장병, 신경쇠약 등 각종 성인병의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임상적으로 많이 밝혀져 있다.
그리하여 고요함은 마치 산악과 같아야 하며(靜如山嶽), 움직임은 마치 강물과 같아야 하고(動如江河), 움직이는 가운데 고요함을 찾고(動中求靜), 고요한 가운데서 움직임을 찾으며(動中求動),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태극권’은 실로 지상 최고의 운동이요, 신이 내린 선물이다.
(구덕태극기공회 카페: http//:www.daum.net/taekukkwon 동영상과 자료를 참고해 주세요)
첫댓글 감사함니다 좋은글 퍼 감니다.
그렇군요. 태극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적어놓으셨군요. 감사히 잘 읽어보고 갑니다.
회장님 좋은글감사드립니다 저도 말씀드리면 탁월한선택을했다고 자부합니다 요즈음 게으럽도 부리고 하지만 추운겨울에 손이꽁꽁얼어 호호불면서 24씩 한번 하고나면 어느새 얼은손이 눈녹덧 스르럭 녹아내리고 봄이오면 땅속에서 따뜻한 기운을 저는 느낍니다 느끼는 이마음 아무도 모르실거야 님들 구덕골로오셔서 다함꼐 운동열심합시다...
과연 태극권 예찬론자 다우십니다^^^^^^^^^우리가 만난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란 생각을 합니다^^^^이 운동 한가지에 매료되고 또 그 운동 하는 같은 동류로써의 신뢰감이 하나되게 하고 ^^^그래서 행복합니다^^^요즘 오카리나를 불어보니 심폐기능이 확실히 좋아진것 같아요**^^**
참으로 세월이 빠릅니다...10년전 태극권을 아르켜드릴때.항상 공부만 잘하시고 운동신경은 느리다고 꾸중아닌꾸중을 드리곤 했는데..이제는 어느누구에게도 뒤지지않는 태극권경지에 도달하셨네요^^ 동창회회보록에까지 실렸다니 정말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