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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어떤것] 07
#1. 엘리베이터
형준 : 그래도 만나다보면 틀리잖어.
재인 : 하나도 안틀려. 그냥 평범해.
형준 : 그 정도면 그전보다 훨씬 평이 후하네. 이제 사랑이 팍하고 오는 거니?
재인 : 미쳤냐. 내 염장 지르는거 그 여자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형준 : 그렇게 만났는데 아무 감정 없는거야?
재인 : 무슨 감정이 생겨? 그런 촌스런 여선생을 상대로. 하긴... 꽉 막혀서 고리타분한 주제에 남자는 엄청 많더라...
그쪽 방면에만 여우 같아.
엘리베이터 열리고 재인과 형준 내리면, 그 안에 남아있는 다현 얼굴 시뻘겋게 질려서.
#2. 빌딩 로비 걸어내려가며
다현 : (부들부들 떨면서 혼잣말) 뭐, 평범해? 촌스러? 고리타분 해?
흥 그래? (두고보자.) 진짜 여우의 본색을 보여주지. (걸음 탁 멈춰서서 손주먹 들고 하는) 죽었어!
#3. 길가
다현 길가 요란한 옷차림으로 코디해놓은 쇼윈도 바라보며. 재인 목소리 상기하고.
흥. 결심한 듯 문열고 들어가는.
#4. 라운지
아까보다 시간 한참 지나있는, 재인 시계 흘끔거리고, 물 마시는. 창 밖너머 바라보고.
형준 : 바람 맞는 거 아니야? 핸드폰 해봐.
재인 : 없어, (그러면서도 걱정되고 시계 다시 바라보는) 올거야. 또 어디서 헤메고 있겠지.
형준 : 여태 핸드폰 없는 여자도 있니? 있으면서 번호 안가르쳐 주는 건 아니구?
재인 : 아까 얘기했잖아. 촌스럽다고.
형준 : 아무래도 오늘 못보겠다. 너무 늦었어. (말하다 말고 형준 눈돌아가며 낮은 휘파람) 우와, 죽이는데.
재인 형준따라 시선돌리고 다시 시계 향하다 형준 얼굴바라보고 다시 기겁해서.
다현 : 오래 기다렸지요. (두사람 반응보고 기분 좋은)
재인 : 이게 무슨 짓이야? (재인이 의자 넘어질 정도로 벌떡 일어나고)
다현 : 뭐가요? (환하게 웃으면 형준 얼른 일어나 의자 빼주는 그런 형준에게) 고마워요.
재인 : 옷차림이 그게 뭐야? (주위 둘러보며 소리 죽여 말하지만 화 나있는)
다현 : (자신의 모습 바라보며, 아까 재인이 억양 생각해내고) 이게 어때서요? 어디 이상해요?
재인 : 전부 다 이상해! (다현 말 떨어지기도 전에),
형준 : (재인과 거의 동시에) 이상하긴요. 딱 좋으신데요.
재인 쫙하고 형준 노려보면 움찔하고.
재인 : 아예 다 벗고 나오지 그랬어?
다현 : 이만하면 평범한 건데,... 사실 그 동안 좀 고리타분했잖아요. (남자종업원 나타나 다현 바라보고 있으면) 오렌지 쥬스요.
여전히 미소지으면 종업원 따라 미소짓고 재인 인상긋는, 종업원 찔금하고 형준 웃음참고.
재인 : 그게 훨씬 나았어. (아래위로 다현 입은 옷 훑어보며 인상 쓰고) 이게 학교선생님이 입고 다닐 옷이야?
(아무래도 기분나쁘고)
다현 : 학교선생님은 입고 다닐 옷이 따로 정해져 있어요? 교복도 아닌데.
재인 : 그래도 이렇게 외설스럽게 입으면 안되는 거잖아?
형준 : (형준 끼어들고) 그만해... 외설은 무슨... 보기만 좋은데...
재인 형준 째려보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다현 향해 싱글거리고.
형준 : 저희 구면이지요?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이뻐지셨네요.
다현 : 고마워요. 변호사님도 여전히 근사하네요.
형준 환히 미소지으면 재인 마음에 안들어 인상 긋고있는, 다현 그런 재인 무시하고.
재인 : 아주 둘이 살판 났구만... (옆으로 몸돌려서 물 들이키며 째려보는)
두사람 아는 척 안하고...
#5. 재인네 식당
선희 식당에서 차 따르고 있는데 재영 들어오는.
재영 : 할아버지?
선희 : 그래. 니가 좀 갖다 드려.
재영 : 응. 알았어. (쟁반 받으며)
재영 서재 들어갔다 나오면 쟁반 내려놓으며.
재영은 자리에 앉아 있고. 선희는 사골국물 골라내는.
재영 : 할아버지 하루종일 꼼짝않고 서재에 계시네.
선희 : 아마 자서전 쓰시는 게 잘 안되시는 모양이야.
재영 : 대필하시지, 그걸 왜 직접 쓰셔. 불러주면 써주는 사람들 많은데.
선희 : 할아버지 성격에 그걸 하시겠니?
재영 : (귀엽게 웃으면서) 아마 돈 들어서 안하실 거야.
선희 : 말버릇하고는. (냄비한번 바라보고) 아직도 한참 끓여야겠네.
재영 : 왠 사골이야?
선희 : ... (재영은 아직 무슨 날인지 모르고 있고...) 복날도 아무것도 않하고 그냥 넘어갔잖아.
재영 : 그럼 오빠도 오라고 그럴까?
선희 : 형준이꺼 따로 해놨어. (철없고)
재영 : 아니, 재인이 오빠. 요즘 할아버지 하고도 사이 좋잖아.
선희 : 그럴래? 그럼 니가 전화해볼래. (재영 그러마 하고 나가면, 선희 혼잣말) ... 내일 아침에 올래나.
#6. 라운지
재인 뚱해 있고 다현 새침한 표정이고. 그런 두사람 바라보며 .. 형준 재미있고.
재인 : 너 안가? 바쁘다며. (빨리 가보라고 눈치주지만 형준 그런 재인 안중에 없고)
형준 : 천천히 가도 돼. 어차피 늦었는데 뭘. (하는데 핸드폰 벨소리 들리고) 잠시만요.
핸드폰 들고. 잠깐 실례하는 얼굴로 나오는.
재인 얼른 웃옷 벗어 다현에게 건네주는.
재인 : 이거 입고 있어.
다현 : 왜요?
재인 : 다른 녀석들이 자꾸 흘끔거리잖아. 형준이도 그렇고.
다현 : 뭘 흘끔 거려요? 그냥 보는 거지.
재인 : 아무튼. 입어. 걸치고 있어.
다현 : 싫어요. 이옷이랑 그거랑 어울려요?
재인 : 안 어울려도 괜찮으니까 입고 있으라고.
다현 : 싫다니까요.
재인 : 입어, 안입으면, 나도 가만 안있어. 여기서 또 한판 할까?
다현 재인 노려보고, 할 수 없이 웃옷 걸치고 있는.
재인 겨우 안도의 한숨 쉬면, 형준 자리에 앉고, 다현 웃옷 걸치고 있는 거 바라보며 웃음 삼키는.
다현 재인 노려보고, 재인 괜히 딴청 피는.
#7. 다현네 집
미정 전화들고 있는.
미정 : (좀 시큰둥한 목소리로) 의사? 인턴이면 아직도 한참 멀었잖니? 우리집에도 의사 많아... 응. 그래.
신경써 줘서 고맙긴 한데... 우리 애 아직 나이도 그렇고. 좀 두고 보려구. 그래, 다음에 보자.
준현 : 엄마, 의사 좋아하잖아요?
미정 : 그야... 음... 니 누나가 싫다잖아.
진만 : 그전에는 다다가 좋다구 했구? 이미정 여사. 속보여요. 속.
미정 : 상황이 바뀌었잖아요. 남자가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생겼는데... 얘는 왠 안온데요... 연락도 안되고.
진만 : 오겠지. 괜히 바쁜 애 기다리지 말고 밥이나 먹읍시다.
미정 : 알았어요. 밥 타령 좀 그만해요. 맨날 먹는 밥, 한끼 안 먹고 살면 안되나.... (궁시렁 대며, 주방 향하는)
#8. 라운지
다현 일어서면 재인도 따라 일어서고.
다현 : 저 약속 있어서 먼저 일어날게요.
재인 : 그러고 또 무슨 약속이야? 한눈 팔지 말고 곧장 집에 가. 데려다 줄까?
다현 : 됐어요. (재인 옷 벗어주는)
재인 : 괜찮으니까 이거 입고 가.
다현 재인 노려보고, 옷 던져두고...
재인 다시 입히고 싶지만 형준 눈치 보이고.
형준 두 사람 바라보며 재미있는.
다현 일어나서 나가고 턱하고 다시 앉은 열받은 재인 앞에 있는 냉수잔 손에 들고.
재인 : 저 여자 미쳤어.
형준 : 멀쩡해 보이던데. 눈 튀어나올 만큼 섹시하더라.
재인 : 섹시한 여자가 아니라니까. 아까 그랬잖아. 평범하고 고리 타분한....
(무언가 생각나서 냉수 마시다 말고 탁하고 테이블 치며 욕하는) 이런... 젠장할.
형준 : 야, 어디가?
#9. 지하철 입구
재인 얼른 고개 돌려 다현 찾으면, 저쪽에 다현 걸어가고.
얼른 뛰어서, 다현 붙잡는. 숨에 턱에 차서. 잠깐.
재인 : 무슨 걸음이 이렇게 빠른 거야?
다현 : 또 그 옷 입으라구요? 싫어요. (재인 손에 든 옷 바라보고 인상쓰는)
재인 : 옷도 옷이지만... 나한테 할 말 있잖아.
다현, 재인이 깨달은 거 알고.
다현 : 내가 아니라 재인씨가 나한테 할 말 있는 거 아니에요?
#10. 공원. 의자
한가하고 조용한, 사람들 몇 명 자전거 타고 다니고.
다현 재인 웃옷 입은 상태이고.
재인 : 몰래 엿듣는 건 예의바른 행동이 아니잖아. 입만 열면 예의 찾으면서.
다현 : 몰래 욕 하는 건 예의가 넘치는 행동이구요.
재인 : (할 말 없고, 얼른 다현 바라보며) 아무튼 다시는 이렇게 입지마. 이게 뭐야? (딱 잘라서 말하는데 다다는 별 감응 없고)
다현 : 그럼 다시는 뒤에서 욕하지 마요.
재인 : 누가 뒤에서 욕을 했다고 그래? 내 뒷통수는 당신이 봤잖아. 어쩐지 머리가 뜨겁더라.
있으면 있다고 말을 해야지. 이렇게 심술부릴게 아니라...
다현 : 심술이요? 누가 누구한테 큰소리에요? 앞에 있든 뒤에 있든 없을수록 좋은 말만 해야지요.
눈에 안보인다고 욕할게 아니라.
재인 : 욕한거 아니야.
다현 : 그럼 그게 칭찬한 거에요? 남자들은 칭찬을 그런 방법으로 하나보지요. 재인씨도 고리타분해요. 평범하고.. 또 뭐 있더라.
다현 방글거리고 웃고 그런 다현 재인 노려보면서... 미치겠다라는 표정. 특별히 할말없고.
재인 : 당신 여우야. 그거 알아? 아주 약았어.
다현 : 고마워요. 그것도 칭찬이지요?
재인도 할수 없이 웃음 터뜨리고.
재인 : 맞아. 칭찬이야. 그래도 벗고 다니지는 마.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으니까.
다현 : (재인 빤히 바라보다 느릿하게) 하는 거 봐서요.
재인 : 하는 거 봐서라니... 무슨 대답이 그렇게 삐딱해? 잘못을 알았으면 고쳐야지.
다현 : 내 말이 그말이에요.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지요. 정중하게.
재인 가만 있으면 다현 재인 겉옷 벗고, 그럼 사람들 바라보고...
재인 얼른 기겁해서 다시 옷 덮어주며.
재인 : 알았어. (한참 바라보고 있다가)... 잘못했어.
다현 : 진짜?
재인 : 진짜! 진짜로 잘못했어. 다시는 흉 안봐. 앞에서든, 뒤에서든. 됐지?
다현 새침하게 고개끄덕이는, 재인 그런 다현 바라보며 한숨 비슷하게 그렇지만 얼굴 웃고 있고.
#11. 의상실 앞 거리
재인 차 서있고. 재인 차 밖에 나와서 다현 기다리는.
옷갈아 입은 다현 한손에 재인 웃옷 들고 의상실에서 나오면, 얼른 훑어보는.
다현 : 자요. (재인 양복 돌려주면, 다시 다현 차림 바라보고, 다현도 따라서 자기 모습 보고)
재인 : 당신이 봐도 그게 낫지. (차문 열어주며) 훨씬 예쁘잖아.
다현 : 아까 것도 괜찮았는데. (차에 올라서)
재인 : 괜찮긴, 뭐가 괜찮아. 그거 진짜 끔찍했어. 가자.
다현 : 어딜요?
재인 : 밥 먹자. 사과하는 의미로 비싼 걸로 살게.
차 출발하고.
#11-1. 고급 레스토랑
어쩐지 어색하고, 조용한. 달그락 거리고 포크 소리만 나는.
다현 : 재인씨 이상해요.
재인 : 내가 왜 이상해? 오늘은 당신이 훨씬 이상했어.
다현 : 남들은 남들은 다 좋다는데... 왜 재인씨만 잔소리에요?
재인 말 막히고. 다현은 아무래도 이상하고.
다현 : 촌스러운 거 별로라면서요?
재인 : 내가 언제 별루라고 그랬어? 그렇다는 거지.
다현 : 그럼 평범하고 고리타분한게 마음에 들어요?
재인 : 어! 당신한테는 그쪽이 훨씬 더 어울리니까 그냥 촌스럽고 고리타분하게 입어. 그게 몇배는 더 이쁘니까.
다현 : 이뻐요?
재인 : (어 하려다, 아무래도 그렇고, 얼른 음식 먹으며) 뭘 그렇게 자꾸 물어, 그만 물어보고 밥이나 먹어.
다현 어쩐지 어색하고, 재인 역시 어색한.
#12. 다현네 거실
과일 같은 거 먹으면서 진만 저도 모르게 푹하고 한숨 쉬면.
준현 : 무슨 걱정있으세요?
진만 : 니 누나 때문에... 큰일이야.
준현 : 누나가 왜요? 누나 사고쳤어요?
미정 : 얜, 니 누나가 어디 사고치는 애야. 왜요? 다다한테 무슨 일 있어요?
진만 : 엄마라는 사람이... 딸내미가 어디 이상한 집 아들하고 만나고 다닌다는데 이거 보다 큰일이 어딨어?
미정 : 성현그룹이 왜 이상한 집이에요? 그리고 뭐, 난 생각이 없는 줄 알아요. 나도 그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요.
잘됐다 싶다가도,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진만 : 잘되긴... 저러다 신문에라도 나면 완전히 제 인생 끝나는 건데. 결혼이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결혼이 어디 쉽겠어.
미정 : 가만... 그럼 그때, 그 재벌이 데리고 간 여자가 우리 다다에요?
진만 : 누구? 뭐?
미정 : 왜요? 저번에 신문에 났잖아요. 성현그룹 손잔가 하는 사람이 여자 만난다고.
준현 : 그럼 그게 누나 얘기였어요? 와아!
미정 : 세상에... 큰일날 뻔 했네. 사진이라도 나면 그걸 어쩔 뻔 했어요. 아직 확실히 사귀는 것도 아닌데
이상한 소문이나 나고 그러면 어떡해요?
진만 : 당신이 애한테 단단하게 일러둬. 어디, 요란한데 다니지 말라고. 괜히 이름 오르내리면 다다만 고생이야,
소문나기 시작하면, 어디 다른데 시집이나 갈 수 있을 거 같아?
준현 : 그래도 누나 글루 시집가면, 진짜 손하나 까딱안하고 폼나게 살수 있어요. 우리도 어깨에 힘 팍주고.
진만 : 어디 가면 요새 고생하고 살아? 다 저하기 나름이지. 기우는 혼사 해봤자 무시나 당해.
미정 : 그건 그래요. 여자는 친정이 없으면 괜히 주눅들고 눈치보이거든요. 뭐하러 그런 집에 가서 눈치보며 무시당하고 살아요.
진만 : 후... 일이 어렵게 꼬였네. 당신, 다다한테 얘기 확실하게 하고, 당신도 입조심하고 다녀.
혹시라도 어디 소문나고 그러면 그때는 우리 딸 정말 큰일 나는 거야.
미정 : 당연하지요.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어도 그게 그런거 아니잖아요. 남자한테는 아무렇지도 않아도,
여자는 고스란히 흠으로 남는 세상이니. 주니, 너도 입조심 해!
준현 : 알았어요. 저보다 문제는 누나에요. 워낙 순진해서 자꾸 만나다 보면 또 홀깃 할텐데.
그런 남자들 머리 좋잖아요. 누나 살살 꼬셔서 이용하고... 그럼 어떡해요?
진만, 미정 바라보면 정말 걱정스럽고.
미정 : 지가 좋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결혼한다고 날짜 잡기 전까지는 조심해서 만나라고 해야겠지요?
진만 : 몇번이나 만났다고 벌써 좋겠어? 주니 말대로 혹할까봐 문제지.
미정 : (푹하고 한숨쉬며) 재벌이라... 놓치기 아깝다 했더니 아까운게 아니네요. 골치만 아프고.
진만 : 내 딸보다 아까운게 어딨어? 재벌타령 그만하고 다들 생각을 해봐. 뭐가 다다한테 제일 좋은지...
생각 같아서는 시집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딱 옆에 붙여두고 싶구만.
준현과 미정 얼핏 웃는데, 다현 들어오는.
다현 : 다녀왔습니다. (가족들 다현 얼굴 바라보고)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준현 : 누나, 진지하게 생각해. 알았지.
준현 아주 진지한 얼굴로, 다현 아무래도 이상하고.
#13. 호텔 정경 보이고
#14. 기획조정실
이부장 : 하여튼 한번 앉으면 일어나질 않아요. 낮에 나갔다 왔으면, 저녁때도 들어가야지. 왜 안들어가는 거야?
인규 : 부장님,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이제 겨우 여섯시에요.
부장 : 지금이 왜 6시야. 6시 5분이지. 벌써 5분 지났잖아.
밥먹을때랑 퇴근할 때 시간 안지키는 사람이 제일 예의 없는 사람이야.
인규 : 그럼 눈치보지 말고 들어가세요. 있으나 없으나 별로 티도 안나니까.
이부장 : 이 사람이... 내가 어떻게 그러나. 저기 젊은 실장이 떡 자리잡고 앉아서 눈치를 주는데.
창수 : 그럼 열심히 일을 하시던지요.
이부장 : 자네랑 우리 실장은 홀몸이니까 집에 안들어가도 상관없지만 난 말야.
(일어나서 여기저기 일하는 직원들 사이를 우왕좌왕) 가장으로서의 의무가 있단 말이야.
애들하고 놀아도 좀 주고 마누라 비위도 좀 맞춰주고. 수신제가, 그래야 치국을 평정하지.
유경 : (창수에게 소근대는 목소리로) 수신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 봐. 우리 부장님.
인규 : 그만 궁시렁대고 들어가세요. 수신을 하던, 치국을 하던, 시끄러워서 일을 못하겠어요,
이부장 : 왜 안들어가는 거야, 눈치없이. (쫙 째려보는데 문소리. 얼른 자기 자리잡아 열심히 일하는 척.)
재인 핸드폰 들고 사무실 나오면서.
재인 : 응. 그래, 나가는 길이야. 집에서 보자. (재인 고개 살짝 끄덕여 나간다는 시늉하면 이부장 얼른 고개 숙이고)
재인 나가자. 이부장 화색돌며.
이부장 : 어때 한잔. 응. 최과장.
창수 : 가장으로서 막중한 의무가 있으시다면서요.
유경 : (얼른 말 받아) 수신하고 치국하셔야지요.
인규 : 오늘은 우리끼리 갈테니까 중요한 의무를 수행하세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그거 아주 중요한 거에요.
창수 : 기본부터 잘해야 나라가 서지요.
직원들 부장 빼놓고 나가는.
부장 혼자 남아 궁시렁대는데 집에서 전화오는.
이부장 : 알았어요. 알았어. 지금 들어가요. (전화끊고) 이러니 내가 맨날 수신제가만 하고 있지. 치국을 못해요. 치국을.
#15. 재인네 집
형준 : 어, 왔니? 잘 끝났어?
재인 : 너 일 안해? 아주 오나가나 쫓아 다니면서 진치고 있어.
형준 : 왠 심술이야? 나도 너처럼 전화받고 오는 길이야. 밥 먹으러.
재영과 선희 주방에서 나오는.
재영 : 오빠! 딱 맞춰왔네. 엄마가 오늘 하루종일 사골 궜는데.
사골이라는 이야기에 재인 잠시 멈칫해서 눈들어 선희랑 마주치고.
선희 : 할아버지한테 인사 먼저 하고 와라.
재인 얼굴 굳어진 채이고.
#16. 규철 서재
서재에서 규철과 동석 바둑 두고 있는.
노크 소리나면 재인 들어오고. 재인 꾸벅하고 인사하면, 규철 흘긋 바라보고.
동석은 자리 비켜주며.
동석 : 이제 오니? (앉으라고 자리 옆으로 옮겨주는)
재인 동석 얼굴 바라보지 않고 규철과 눈마주치는, 그때야 규철도 반응 보이고.
규철 : 다현이하고는 잘 되가고 있는 게야? 내 재산 욕심나면 알아서 잘해.
재인 : 제가 할아버지 재산 때문에 이러는 거 같습니까?
규철 : (흥하고 코웃음 치며. 내가 그 말을 믿을 줄 아나 하는 눈빛으로) 그럼 아니란 말이냐? 니 애비는 모르겠다만...
욕심 없다는 소릴 내가 믿으리라 생각하니? 넌 니애비 보다 날 훨씬 많이 닮았어.
재인 : (아버지 얘기 나오면 발끈해서 벌떡 일어나고) 아니요. 전 제 아버지 아들입니다. 저희 아버지... 할아버지 도움 없이도
끄덕없이 잘 살았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에요. (문쪽으로 향하면 동석 놀라서 부르고)
동석 : 재인아! (문 앞에서 재인과 규철의 눈 마주치고)
규철 : (동석 향해) 가만있게, 아무 관심 없다는 녀석이 왜 달려든 거야? 장난하자는 게야.
재인 : 아버지 몫이었습니다. 그거까지 태하한테 양보 못합니다. 절 시험하려고 들지 마세요.
규철과 동석 얼굴 바라보며 깊은 한숨 쉬고.
#17. 재인네 거실
재인 씩씩거리고 거실에 놓여있는 웃옷 들고 나가는.
재인 : 어머니, 저 갑니다.
재영 : 오빠?
선희 : 재인아?
형준 : 야!
재인 나갔다 다시 들어오는. (엄마 걱정할까봐, 나름대로 안심시키려는)
재인 : (선희에게) 또 올게요. 호텔에 급한 일이 생겨서 그래요.
형준 얼른 따라나서는.
#18. 재인네 마당
마당 걸어나가는 재인 팔 붙잡고 돌려 세우는.
형준 : 너 왜이래? 재영이 놀랬잖아. 어머니고 그렇고.
재인 : 너 엄마가 왜 사골 끓이는 줄 알아?
형준 : ? (질문이 뜬금없고)
재인 : 내일... 아버지 생신이야. 우리 엄마, 미역국 하나도 할아버지 눈치 보느라 여직 못 끓이시고
때마다 곰국이다. 아직도 말이야.
형준 가만히 재인 바라보면.
재인 : 돌아가신 아버지 제대로 고기국 한번 못 끓여 들인 거 가슴에 한이 되신 분이 우리 어머니야.
형준 : 재인아!
재인 뒤돌아서 나가는. 형준 한숨 푹쉬고.
재영 걱정스러운 얼굴로 따라나오는.
#19. 다현네 집
과일 있고, 준현, 진만, 미정 앉아있는데 인터폰 소리 들리면, 준현 일어서고.
진만 : 다 저녁에 누가 온거야?
미정 : 올 사람 없는데. 현진이 못온다고 했고...
준현 : 엄마! 누나 손님.
미정 : 다현이?
하며, 일어나서 현관 향하고. 현관에 선우부 나타나고, 미정 안내 하는.
미정 : 너, 누나 좀 불러와. 손님 오셨다고.
진만 : 우선 앉으시지요. 학부형 되시나 보지요?
선우부 : (그런건 아니고)... 저 강선우 애비되는 사람이올습니다. (명함 건네주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진만 명함 받고. 명함에 세림병원 원장... 뭐 이렇게 써있고.
명함 바라보며 가족들 눈 커지고.
선우부 : 죄송합니다. 제가 마음이 급해서 그만... 실례인 줄 알면서도 자식문제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가족들 서로 얼굴 바라보고 있는데 다현 나오는.
진만 : 인사드려. 강선생 부친되신단다.
다현 : 예? 강선생님이요? 아-안녕하세요? (어정쩡하게 인사하지만, 예의바르게)
선우부 : 나는 안녕한데... 우리 아들이 별로 안녕치 못해서.... (다현 앉으면) 우리애 상태가 지금 심각합니다.
미정 : 강선생, 어디 아파요?
선우부 : 아프지요. 아주 불치병에 걸려 꼼짝도 못하는데... 명색이 병원원장인 저도 손을 볼 수 없는 상탭니다.
다현 : 얼마 전만해도 건강했었는데... 많이 아프세요?
미정 : 무슨 병인데요? 못고친대요?
선우부 : 아는 병이긴 한데... (다현 바라보다, 다시 진만 향하는) 원인도 치료약도 이 집 따님 밖에는 없습니다.
가족들 무슨 뜻인줄 몰라 바라보고, 다현도 느닷없고.
선우부 : 난데없이 이사를 가겠다고 하질 않나, 나이는 꽉찬 녀석이 선도 안보겠다고 버티고... 정상이 아니에요.
지 엄마가 답답해서 채근을 해대니까 마음에 둔 여자가 있다고 하는데...
바보같은 녀석이 그러고는 또 감감 무소식입니다. 당체 소식이 있어야지요.
가족들 전부 다현 향하는.
선우부 : 그래서 염치불구 하고 제가 나섰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혼사문제는 어른이 나서는게 나을 듯 싶어서...
미정 : 혼사요? (다현과 눈마주치고, 다현 아무래도 자리 어색하고)
선우부 : 우리 집 녀석이 이집 따님 아니면 결혼 안하겠답니다.
미정 : 우리 집애요?
준현 다현 쿡 찌르고, 다현 준현 향해 인상쓰고.
미정과 진만 좋기도 하고... 좀 당황스럽고.
선우부 : 예. 집도 다 장만했겠다, 직업 튼튼하겠다... 애 착실하고... 정말 여자만 하나 데리고 들어오면 되는데.. 그걸 못하네요.
(잘난척 하는거 아니라 조금 걱정되듯 이야기하다, 단호하게) 제 아들이긴 해도 크게 모자란 구석 없는 녀석입니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나 하는 거라지만... 작년에 미술대전에서 상도 탔어요. 입선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디 그게 쉬운겁니까?
진만 : 저도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게 쉬운게 아니지요.
준현 : (미정 향해 작은 소리로) 엄마, 그거 정말 어려운 거에요.
선우부 : 그 쪽 바닥에서 그래도 인정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학교 교수님들도 공부 더 하라고 많이 밀어주시고.
미정 : 정말 실력 있는 모양이네요. 교수님들이 그럴 정도면...
선우부 : 그럼요. 지금도 미국 무슨 대학에서는 오라고도 하고... 한참 공부한다고 하던 녀석이 혼자서만 끙끙거리고
도무지 입을 열지 않으니... 뭔일인가 싶기도 하고...
미정 : 저희도 이번에 알았어요. 우리 애도 아무 소리 안하고 있어서... (다현 향해 얼굴 돌리면, 다현 할 말 없고)
선우부 : 도대체 어떤 여자길래 우리 집 녀석이 이런가 싶어... 지엄마랑 저랑 나름대로 알아봤습니다.
(다현 한번 바라보고) 그랬더니... 제 자식놈이 이러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따님이 아주 반듯하고 참합니다.
미정 진만 바라보면 흐뭇하고. 다현은 얼굴 뜨겁고.
진만 : 아이구, 예쁘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점 투성이지만...
한번도 속 썩인 애가 아니에요. 다 지 알아서 하고.
선우부 : 압니다. 물어보는 사람마다 칭찬이 자자해서 외려, 물어보는 저희가 다 으쓱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그렇게 주말마다 봉사활동 다니기도 쉽지 않고, 어려운 애들, 때마다 도와주기도 힘든 일인데...
다현 : (약간 놀란 눈으로)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선우부 : 고아원으로 양로원으로... 그렇게 열심히 다니는데 어떻게 몰라. 생각은 있어도... 선뜻 몸으로 실천하는 게
이 나이에도 어려운데.... (진만 향해) 정말 따님 바르게 키우셨습니다.
진만 : 강선생도 반듯하고 참하지요. 얼마나 어른한테 깍듯한데요.
선우부 : 그래서 말씀인데... 우리 집 녀석이 부족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따님 주시면 저희가 우리 딸처럼 귀하게...
(이러는데 선우 들어오는)
준현 : 형! (하고 반기면, 식구들 다 선우 바라보고)
선우 : 아버지! 여길 오시면 어떡해요?
선우부 : 이 녀석아. 니가 이 아가씨를 꽁꽁 싸두니까 내가 궁금해서 왔지. 언제까지 기다려? 니 애비, 기다리다 숨넘어가겠다.
선우 : 아버지! (아버지 향해 인상한번 쓰고, 다현네 가족들 향해 고개 숙이는) 죄송합니다. 아버님, 어머님. 미안해요. 다현씨.
진만 : 죄송하긴. 오죽 궁금하시면 그래, 진작 말씀을 잘 드리지 그랬어.
선우부 : 이 녀석이 워낙에 입을 꾹다물고 있으니 저라도 나설 수 밖에요. 그래 제가 오늘 큰 실례를 했습니다.
진만 : 실례라니요. 그럴 수도 있지요. 저흰 괜찮습니다.
선우 : 가요, 아버지. 어서요.
선우부 : 그래도 갈려고 그랬어. 저기... (다현 향하는)
다현 : 네?
선우부 : 이 녀석, 내 자식이라서 아니라, 정말 괜찮은 놈이거든. 내가 잘 키웠으니 눈한번 찔금감고 시집와요.
내가 딸처럼 고이 여길테니까.
다현 : 네? (뜨악하고)
선우 : 아버지! 가세요. 어서. 죄송합니다.
#20. 동석 집
형준 키들고 나가는.
동석 : 재인이 보러 가는 거면... 잘 달래봐. 그 녀석도 힘들지만, 회장님도 마음이 편치 않으셔.
형준 : (나가다 말고) ... 회장님도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동석 : 모르실 리가 있어? 먼저 간 자식은 부모 가슴에 묻히는 거야.
형준 푹하고 한숨 쉬고.
#21. 재인집
재인 문열어 주는.
재인 : 너 뭐하러 왔어?
형준 : 인사하고는. 맥주나 한잔 하려고 왔다. (맥주켄 6개 들어있는 상자 들고 나타나는, 스타우트.)
그렇게 성질 부리고 가니까 좋으니?
재인 : 그만해. 너한테 잔소리 듣고 싶지 않으니까. (형준 맥주 재인에게 건네주면서)
형준 : 앉아봐. 잔소리 아니니까.
재인 풀썩하고 자리에 앉으면, 형준 진지하게.
형준 : 너 참 똑똑한 녀석이야. 좋은 조건 다 팽개치고 나가서, 니 혼자힘으로 여기까지 온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아니야.
재인 : 무슨 얘길 하려고 이렇게 띄어주는 거야? (의심스럽게 친구 바라보고)
형준 : .... 회장님이, 왜 너한테 이런 기회를 주셨는지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어?
재인 : 이게 기회라는 거야? 니눈에는 이게 기회로 보여?
형준 : 우리, 인정할 건 인정하자. 회장님, 돈버는데는 너보다 더 악착같은 분이셔. 그런 분이 그 귀한 재산 담보로
그 선생님을 선택했어. 왜 그랬을까?
재인 : 뭐?
형준 : 너 똑똑하잖아. 생각해봐. 그 선생님한테 뭐가 있는지. 회장님이랑.. 널 움직이는게 뭔지...
재인 : 있긴 뭐가 있어? 내가 왜 그 여자한테 움직여?
재인 발끈하면서도 형준 눈 피하고, 그런 재인 바라보며 잠시 침묵하고.
형준 : 난 말이야. 사실 그 선생님 별로였는데... (표정 밝아지고 씩 웃는) 오늘 진짜 죽이더라.
재인 : 너 가! 임마, 보기 싫어.
형준 : (여전히 히죽거리며) 너 그 다현씨, 그러고 다니는 거 열나지?
재인 : 그럼 그 꼴 보고 좋아하는 남자도 있어?
형준 : 남자라면 당연히 좋아해야지, 왜 열을 내? 보기만 좋더구만. 너 (몸에) 어디 문제있냐?
재인 : 뭐야?
재인 발끈해서 형준 바라보면. 형준 진지해지고.
형준 : 그렇지 않으면? 다른 남자들은 다 좋은데 왜 너만 그렇게 기분이 나쁘니?
재인 별로 할 말 없고. 형준 일어서는.
형준 : 난 말이야. 여자들이 적당히 섹시한 거 마음에 들거든.
그런데... 돌아가신... 우리 엄마랑, 재영이는 꼭꼭 싸매두고 싶더라.
재인 형준 말에 멈칫하는.
형준 : 난 우리 엄마 사랑한다. 재영이 좋아해.
#22. 미정 안방
미정 : 여보, 우리 다다, 저만하면 잘 컷지요? 애 칭찬을 얼마나 하는지... 아깐 얼굴이 다 뜨겁드라구요.
그 어르신데...정말 다다 마음에 들어하는 거 같아요?
진만 : 얘기하는 거 듣고도 몰라. 강선생 보다, 강선생 아버지가 더 우리 애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
미정 : 그러고 보면 강선생네 집도 보통이 넘네요. (명함 찾아 들며) 이 병원이 강선생거라는 거 아니에요?
진만 : 그게 왜 강선생꺼야? 강선생 아버지꺼지.
미정 : 아무튼간요. 그 집안꺼라는 거 잖아요. 우리 서현이도 의산데...
진만 : 서현이가 의사면?
미정 : 병원 원장님이신데... 또 누가 알아요? 우리가 서현이 때문에 신세지게 될일 있을지.
진만 : 이 사람이... 사돈이 얼마나 어려운 자린데....그런 쓸데없는 부탁을 해?
미정 : 사돈이라니? 당신은 그럼 강선생이 더 마음에 들어요?
진만 : 둘다 마음에 안들어. 한쪽이 너무 잘났고... 한쪽은 너무 좋대고... (하지만 강선생 쪽이고)
미정 : 강선생도 그만하면 잘났지요. 난 그 재벌 손주보다 강선생 쪽이 사람 확실하고 더 괜찮아요.
진만 : 당신도 그래?
미정 : 그럼 당신도 그래요? 처음엔 재벌이라니까 솔깃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어요.
재벌이래봤자, 그저 돈 많은 거 밖에 없는데...
진만 : 아니, 강선생네는 돈이 부족해서? 그만하면 충분하지. 돈 많아봐야, 좀 떵떵거리는 하겠지만...
사는데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해. 둘이 애껴가며, 살면되지.
미정 : 맞아요. 그런거에 욕심 부려 봤자에요. 이게 어디 욕심 가지고 되는 일이에요. 우리 딸 평생이 걸린 문젠데...
진만 : 지들끼리 그냥 계약인가 뭐 했다는데... 남들은 어디 그래? 그런 거 소문나봤자 여자만 손해지. (진만도 답답한)
미정 : 당신이 다다 데리고 얘기 좀 해봐요? 오늘도 그 남자 만나고 온 모양인데... 정말 기자들이나 따라 붙고 그럼 어떡해요?
#22-1. 재인네 방
재인 혼자 맥주 마시고 있는. 생각 좀 하라는. 형준 말 생각하고 있는데.
재인 : 자식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혼잣말) 뭘 좋아해? 뭐가 사랑이야? 이건 계약이야, 계약.
(핸드폰 줄 바라보는... 핸드폰 열었다가... 번호 보고 다시 닫는.)
#23. 다현이네 주방
진수 나와서 물한모금 먹고. 후유... 한숨 한번 쉬고. 안방 들어가다 무슨 생각나서 다시 나와 다현 방 향하는.
#24. 다현이 방
진만 : (들어오는) 들어가도 되니?
다현 : 그럼요. 앉으세요. (다현은 책 보고 있다가 일어나는. 진만 약간 어색하게 침대에 걸터앉고)
진만 : 흠흠... 안잤니?
다현 : 네. 뭐 하실 말씀 있으세요?
진만 : 흠... (한참 다현 얼굴 바라보고) 넌... 어려서부터 특별했어. 동네공원을 데려가도...
언제나 혼자 저만큼 뒤쳐서 걸어오던 아이야.
다현 : (진만 바라보면) 그때도 저 뭐 흘리고 다녔어요?
진만 : 아니... 종종거리고 발끝 들고 다니느라 남들보다 늦었지... 발 밑에 개미 한 마리, 풀 한포기라도 다칠까봐.
다현 : 제가 그랬어요?
진만 : 좀 불쌍하다 싶으면 집에 있는 거 다 퍼서 나눠주고, 누가 아파 울면 같이 울다가 나중엔 너 혼자 앓아 눕더라.
다현 : ...
진만 : 넌 여태도 잘해왔으니까 이번 일도 잘 생각해서 잘하리라 믿지만... 이제는 네가 결정을 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우리도 니 마음을 알아야 하고.
다현 : ...
진만 : 말을 해봐, 어느 쪽이 마음에 있는지...
다현 : 아버지는 누가 마음에 드시는데요?
진만 : 니가 원하는 남자. 우리는 무조건 니 편이야. 둘다 아니다 싶으면... 둘다 정리하고.
꼭 그 사람들이랑 결혼하라는 법은 없어.
다현 : 아빠. 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남자도 그렇고 결혼도 그렇고... 너무 갑자기 이런일이 생겨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진만 : 찬찬히 생각을 해봐. .. 다른 사람 마음도 아예 모른 척 할 수는 없으니까. 저렇게까지 나오는데.
다현 : 강선생님 마음, (전) 몰랐어요.
진만 : 너야, 당연히 몰랐겠지. 솔직히... 부모입장에서는 강선생 아까워. 그만큼 널 아끼는 사람도 없을 게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니 엄마랑 나는 그 재벌집이 부담스러워. 니가 그 집하고 약혼을 한것도 아니고...
그냥 만나기만 하는 거면, 여자한테 좋을 거 하나 없다.
다현 : 그 사람이랑 결혼 생각 아직 안해봤어요.
진만 : 그러니까 더 조심해야지. 너야 아무 사심없이 만나지만, 나중에 누구라도 알게되면... 좋은 얘기보다 나쁜 얘기를
훨씬 많이 할거야.
다현 : 조심할게요. 아버지. 죄송해요. 걱정시켜드려서.
진만 : 죄송하긴...넌 여태... 속한번 안썩이고 곱게 자라줬어. 열이 펄펄 나도, 우리 힘들까봐 아프다는 얘기 한번 안하고
혼자 끙끙거리고 뭐 갖고 싶은 게 있어도 혹시 내가 못해줄까봐 매일 고개만 흔들던 애가 너야. 세상에 불쌍한 건
사람이든 짐승이든 다, 집으로 데리고 와서 품에 안고 보살피고... 너무 착하게만 자라줘서,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널 알아보는게 아닌가 싶다.
다현 : ...
진만 : 쉽진 않겠지만... 잘 생각하고 판단해. 난 널 믿는다. 그저 사람 하나만 놓고 바라봐.
어느 쪽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더 나을지. 돈이 많은게 행복한 건 아니야.
다현 : 알아요. 아버진... 강선우 선생님이 마음에 드시는 거에요?
진만 : 내 욕심이 그렇다 이거지. 너보고 그렇게 결정을 하라는 게 아니라. 내딸이 아니라면, 나도 아니야.
강선생 아버지 아니라, 그 회장인가 하는 사람이 와도 그건 안 변해. 대통령이 와봐. 내가 눈하나 깜짝하나...
누가 뭐래도 난 내 딸편이야.
다현 : ... 아빠. 고마워요. (후우 하고 한숨 쉬고)
다현 고개 숙이고 있으면... 진만 다현 가까이와 따뜻하게 툭툭 치는.
진만 : 여태도 잘 해왔으니까 넌 앞으로도 잘할거야. 그만 자거라.
#24-1. 다현네 거실
진만 나오면 미정 얼른 떨어지는.
다현 진만이랑 문가까지 같이 나왔다가, 옆에 서있는.
진만 : 뭐하는 거야, 잠 안자고.
미정 : 잠이 와야 자지요. 당신이랑 다다가 그러고 있는데 내가 잠이 와요?
진만 : 아니, 우리 딸 그렇게 못 믿어.
미정 : 우리 딸이야 믿지요, 세상 사람들을 못믿으니까 그렇지. 난 너 믿는다, 다현아.
다현 : 알아요. 엄마. 걱정 마세요.
진만 : 제 말대로 걱정말고 가서 잡시다. 딸을 믿어야지 누굴 믿어. (두 사람 안방으로 들어가고, 다현 방문도 닫히는.)
#24-1. 다현방
다현 후우 하고 한숨 쉬는. 열쇠고리 빤히 들여다보는. 다시 한숨 쉬고. 밤 지나가고.
#24-2. 공원 (조금 큰데요)
아이들 인라인 스케이트 타고, 자전거 타는.
벤치에 앉아서 둘이 나라힌 앉아 있고.
재인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 다현. 음료수 마시다 말고.
재인 : 뭘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다현 : 아니요. (고개 젓고, 한숨 쉬고)
재인 : 그럼 무슨 걱정있어?
다현 : (고개 흔들고, 다시 재인 빤히 바라보다) 재인씨? 재인씨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게 뭐라고 생각해요?
재인 : (뜬금없고) ?
다현 :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없어요?
재인 : 왜 없어. 돈! 돈이 최고야.
다현 약간 인상쓰고. 푹하고 한숨 쉬며.
다현 : 돈이요? 제일 중요한게 겨우 돈이에요? 재벌3세라면서 무슨 돈을 그렇게 좋아해요?
재인 : 겨우? 세상에 돈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 그리고 그거 내 돈 아니야. 다 우리 할아버지꺼지.
... 난 재벌3세가 아니라 내가 재벌이 되고 싶어.
다현 : 됐어요. (푹 한숨 쉬고, 혼잣말하는) 물어본 내가 바보지! 내가 뭘 기대해요?
다현은 푹하고 한숨 쉬는데, 재인 갑자기 얼른, 일어나는.
다현 : (영문 몰라서) 재인씨?
자전거 타는 학생이랑 인라인 스케이트 타는 꼬마랑 부딪히는 순간에 재인, 얼른 꼬마 잡다가, 넘어지고.
자전거 비실거리면서 서고, 아이와 재인 툭툭 털고 일어나고.
재인 : (꼬마 향해) 괜찮아? 임마, 잘보고 다녀. 안다쳤어?
꼬마 고개 끄덕이고 가면, 재인 스케이트 타는 거 바라보고,
다현은 그런 재인 바라보고 있다가.
재인 : (다현 빤히 바라보고 있고) 오늘 왜 그러는 거야?
다현 : 뭘요?
재인 : 아까부터 계속 빤히 쳐다만 보잖아.
다현 : 쳐다도 못봐요? (일어나서, 표정 좀 환해지고) 우리도 저거 타요.
재인 : 탈 줄 알아?
다현 : (고개 흔들면서) 아니요. 그런데 한번 해보고 싶어요.
#25. 공원
두사람 인라인 스케이트 타는 장면 보여지고.
다현 넘어지면, 재인 옆에서 받쳐 주고. 잘은 못타지만... 두 사람 즐거운.
#26. 재인네 집
선희 : 왜요. 아버님 더 드시지요?
규철 : 됐다. (일어서서 나가고)
재영 : 할아버지. 아침 진지도 다 남기셨는네. 오빠 때문에 그런거지?
선희 : 어제도 한술도 못드셨는데... 너 니 오빠한테 좀 갔다와.
재영 : 가서 데리고 올까? 와서 싹싹 빌라고.
선희 : 니 오빠 몰라서 그래, 누가 빌란다고 빌 녀석이야.
재영 : 하긴... 오빠가 누구한테 뭘 빌면 그게 더 이상하지.
선희 : 오늘 저녁땐 뭘 드실 걸 좀 마련 해야겠다. 식사를 이렇게 못하시니...
#27. 공원
다현 불퉁해서 앉아있고. 씩씩거리는. 스케이트 벗고, 신발 신고 있는.
재인 씽하고 다현 앞에 와서,
재인 : 진짜 어지간하다... 대체 잘하는게 뭐가 있어? 이 쉬운 걸 왜 못타는 거야? (그 자리에서 한바퀴 빙 돌고)
다현 : 처음인데 못 탈 수도 있지. 누군 처음부터 잘타요?
재인 : (재인도 앉아서 스케이트 벗는) 그만큼 가르쳐 줬으면 바보라도 타겠다.
다현 : 바보요? 허! 정말 별것도 아닌거 가지고 생색내고 있어, 진짜!
재인 : 당신, 자전거도 못타지?
다현 쫙 노려보고. 탁하고 일어나서 걸어가려 하면, 재인 얼른 다현 잡고.
다현 : 왜요?
재인 : 봐봐. (뚝뚝하게)
다현 : 뭘요?
재인 : 아까 제대로 넘어졌잖아. 괜찮나 보자구.
다현 넘어진데, 팔꿈치 같은데 재인 바라보면서 손수건 꺼내 묶어 주는.
재인 : (혼자 궁시렁거리는) 암튼 넘어지는 거 빼고는 잘하는 게 없어요.
재인 혼잣말에 다현 노려보고 뭐라고 하려는데 전화오는.
재인 전화기 들면 형준이고.
#27-1. 형준 사무실 + 공원
형준 : 너 그 선생님 만나는 거지? 거기 어디야, 나도 갈까.
재인 : 여길 니가 왜 와! 넌 변호사가 할 일이 그렇게 없어?
형준 : 혹시 오늘도 섹시니? 그럼 꼭 가야... (이러는데 전화 끊어 버리는 재인)
#28. 차안
전화 탁 끊는 재인 보며 혀 끌끌차며.
다현 : 다행이에요. 그 성격에 그나마 친구라도 한명 있어서요.
재인 : 뭐야?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다현 : 뭐 많이 알 필요도 없어요. 친구라고는 형준씨 밖에 없지요. 아니에요?
재인 : 아니야.
다현 : 그래요? 난 진짜 친한 친구는 한명 밖에 없는데. 아참. 말이 나와서 그런데 내친구 한번 봐요.
재인 : 친구? (다현 고개 끄덕이면)
다현 : 어제 재인씨 친구 만났잖아요. 그러니까 내 친구도 만나야지요. 공평하게.
재인 : 공평한거 진짜 좋아하네. 좋아. 그 친구. 만나지 뭐, 아무때고 시간 정해. 대신에... (공평하자고) 나보고도 (당신처럼)
벗고 나오라고 하지마. (재인 농담이었지만 다현은 그냥 진지한 표정으로)
다현 : 그래도 되요. 내 친구는 벗은 남자를 더 좋아해요. (재인 기가막혀 발끈해서)
재인 : 뭐야, 그런 여자 절대 만나지마.
다현 : 그런 여자라니, 내친구를 언제 봤다고 그런 여자래요?
재인 : 언제고 뭐구 빨리 약속이나 정해. 내가 보고 판단할테니까.
선생님이라면서 어디서 그런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거야!
재인 투덜거리고, 다현 살짝 웃음 깨물고.
#29. 병원벤취
현진 : 옷벗는 남자? 멀쩡한 날 왜 변태로 만들어?
다현 : 너 인체 탐구하면서 남자 나체는 통달 했다며. 옷입혀 놓고 수술하는 것도 아니잖아. (할 수 없이 키득거리고)
현진 : 인턴은 그런 큰 수술 아직 못해.
다현 : 괜찮아. 그 사람은 그거 아직 모르니까. (현진 키득거리고)
#30. 재인네 집
재인 기분 좋은 얼굴로 씻고 나오는데 벨소리 나는,
재인 문 열어주면 작은 보온병 같은 거 들고있는 재영 들어오고.
재인 : 뭐하러 왔니?
재영 : 엄마가 이거 싸보내셨어. 갑자기 그러고 나가면 어떡해? 남은 사람들 황당하게,
할아버지는 오빠 때문에 진지도 못 드신단 말이야.
재인 : 나 때문에 못 드시는 거 아니야.
재영 : 알아... 아버지 때문에 못드시는 거.... 나도 알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재인 재영 얼굴 바라보면, 재영 표정 조금 변해있고.
재영 : 오빠 생각나? 우리 살던 집.
재인 : 그럼. 나 너보다 나이 더 먹었어.
재영 : 그럼 아버지도 생각 나?
재인 가만히 재영 얼굴 바라보면, 재영 시선 피한채.
재영 : 난 아버지 얼굴이 기억이 안 나. 사진을 봐도 아버지구나 하고 이러지..... 아빠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난 내가 나이를 먹을까봐 무서워.
재인 : 왜? 넌 나이 먹어도 이쁠거야.
재영 : (조금 고개 흔들며) 난 지금도 사진 속의 아버지가 낯설어. (사진 속의) 아버지는 그대로 가만히 계신데...
조금 더 있으면... 내가 사진 속의 아버지보다 나이를 더 먹겠지. 그럼 진짜.. 진짜 우리 아버지 같지 않을거야.
그때는 정말 아버질 기억 못할 것 같아. (한참 재인하고 재영 바라보고 있고, 재인 재영 손 잡아서 자기 가슴 가리키며)
재인 : 그냥... 마음속에 담아놔. 여기에 담아둔건 잘 잊혀지지 않으니까. 또 잊혀져도... 누가 너보고 뭐라고 안그래.
괜찮아. 넌 그래도, 돼.
재영 : 할아버지는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미웠을까? 왜 병원에 있는 그 순간까지 아버지를 돌아보지 않았지?
재인 : 사고였어. 그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할아버지도 그렇게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란 생각 못하셨을 꺼야.
재영 : 할버지가 도와줬으면 사고같은 건 없었을지도 모르잖아.
재인 : ‘만약’ 이라는 건 아무도 모르는 거야...
두 사람 눈 마주치고.
재인 : 가자. 데려다줄게.
재영 : 됐어. 어디 잠깐 들렀다 가야돼.
하고 거실 나가는데... 재인 재영 부르고.
재인 : 재영아.
재영 : (응?)
재인 : 아버지 가시기 전에 마지막 말씀이 뭔 줄 아니?
재영 : ?
재인 : 어머니랑 너 부탁한다고... 그리고... (재영 한참 바라보며 천천히) 할아버지한테 잘하라고 하셨어.
그러니까 너 할아버지 잘 모셔. 아버지 마지막 부탁이니까.
두 남매 얼굴 바라보고... 얼굴 속에 그리움 같은 거 남아있고... 다시 표정 밝아지며.
재영 : 치 오빠는 하나도 못하면서. 어제도 성질만 부리고 나갔잖아.
재인 : 그러니까 니가 내 몫까지 잘해야지. (문 닫히고 핸드폰 줄 바라보며... 입술 가만히 깨물고)
만약이라는 건 없는 거에요. 할아버지.
#26. 설렁탕집
다현 심각한 얼굴이고.
규철 : 여자는 하난데 남자가 둘이라... 복잡하긴 하구만... 자네는 어떤가?
다현 :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저랑 어울리는 사람은 강선생님 쪽인데...
규철 물 마시다말고. 긴장해서 다현 바라보는데... 다현은 혼자 생각에 빠져있고.
다현 : 솔직히... 선우씨한테 시집가면 마음 고생은 안 할 것 같아요. 비슷하거든요.
준현 : 그래? (어쩐지 섭섭한데. 뭐라 말하기도 그렇고, 다현 그런 속내 모른 채 혼잣말 하듯)
다현 : 자란 환경도 그렇고, 지금 사는 것도 그렇고... 나한테 성질도 안부리고.
규철 : 그래서, 마음을 굳힌게야? 그 재벌집 손주는 하나도 마음에 안들어? 잘 찾아보면 마음에 드는데도 있을 거야.
(쓰고 있던 모자 벗어 펄럭거리고... 어쩐지 더운데...)
다현 : (딱잘라서) 없어요. 한 군데도. 성격도 꽝이고 인간성도 별루고... 돈도 너무 많고... 99프로 저랑은 안어울려요.
규철 : 돈이 그렇게 많은데도 싫어?
다현 : 적당히 많아야지요. 주체하지 못할 정도면 피곤해요... (이러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저 한가지 있다면...
규철 : 한가지 뭐? (그나마 반갑다)
아줌마, 설렁탕 갖다 놓으면, 다현 수저 같은거 건네주면서.
다현 : (고개 들고 규철과 눈마주치며) 일프로 가능성이요.
규철 : ... (뭔말인지 아직 이해 못하고)
다현 : 성질은 참 더러운데... 가끔은 사람 같아 보일 때가 있어요. 저 그래도 명색이 선생님인데 가능성 있는 남자를
그렇게 막 살게 내버려두면 안되잖아요.
규철 : (얼른 맞장꾸치며) 그럼 안되지. 알고보면 그 녀석, 아주 막대먹은 놈은 아니거든. 덕 쌓는다 하고 사람 만들어봐.
다현 :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런다고 대마왕이 사람이 되겠어요?
규철 : 또 누가알아? 진짜 인간 될지. 마술을 한번 부려봐.
다현 : 그럴까요....
#31. 학교
아이들 가방들고 지나가고.
다현 : 흠. 오랜만이다. 다들 건강하게 이렇게 만나니까 좋다. 방학 동안 공부만 했지? (학생들 우 하는데.)
학생 : 선생님, 경은이 유학 간 거 맞아요?
다현 : 그래. 빨리 준비하다보니까 니들한테 인사도 못하고 갔어. 선생님한테 이멜 보낸다고 했으니까,
편지 오면 니들한테도 알려줄게, 그때 인사해, 그럼 오늘 여기까지고, 월요일에 보자.
#32. 학교 현관
다현 가방 들고 있고 현관앞에서 선우 다현 붙들고 이야기 하는.
선우 : 같이 가시지요?
다현 : 먼저 가세요. 전 전철 타고 갈게요.
선우 : 혹시 저희 아버지 때문에 화나셨어요. (그래서 이래요?)
다현 : (고개 흔들고) 아니에요. 선생님, 좋은 사람이라서, 제가 미안해서 그래요. (지나가던 선생님 두 사람 향해)
선생1 : 두 사람 여기서 뭐해요? 안가고. 첫날인데 일찍 갑시다.
선우 : 갈겁니다. 가시지요. 선생님!
다현 할 수 없이 따라나서고.
#33. 차안
선우 : 정말 화 안났어요? (그래도 다현 눈치 한번 보고 사과하는) 미안해요. 다현씨. 설마 진짜 찾아가실 줄은 몰랐어요.
다현 :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닌데요. 뭘... 저희 엄마도 그러세요. 몇번이나 선보게 하고... 남자 있을까봐 궁금해 하시고...
아버님이 걱정하실 만하지요.
고개 끄덕이던 다현 갑자기 픽 웃고. 그런 다현 바라보며 선우.
선우 : 왜요? 무슨 재미있는 일 있어요?
다현 : 아니요. 선우씨, 아버님이랑 많이 닮았어요.
선우 : 제가요? 전 외탁이라는데...
다현 : 선우씨도 어느날 갑자기 저한테 고백했잖아요... 아버님도 저렇게 불쑥 찾아오시고... 부자간에 닮으셨나봐요.
선우 : 그렇게 생각하니까 닮긴 닮았는데요. 저기...
다현 : 네?
선우 : 우리 아버지 말대로 저만한 남자 없어요. 놓치면 후회할 거에요. 그러니까 꽉 잡으세요.
다현 웃고. 그런 다현 바라보며 선우도 웃고.
#34. 커피숍
태하 손님이랑 이야기 하고 있고.
#35. 커피숍 앞 거리
재인 차 내리면, 현진 저쪽에서 재인 얼굴 알아보고.
현진 : 이재인씨?
재인 : ?
현진 : 저, 유현진이라고 해요. 다현이 친구.
재인 : 아... 들어가시지요.
재인 현진 위해 문 열어주고 안에 들어가는데, 태하 저쪽에서 나오는, 두 사람 눈 마주치고.
재인 : 먼저 들어가세요.
현진 고개 끄덕이고. 태하 걸어가는 현진 뒷모습 바라보고.
태하 : 한가한가 보군. 바쁘다면서 여자 사귈 시간은 있나보지? 누구야?
재인 : 니 일이나 알아서 잘해. 남의 일 간섭하지 말고.
재인 무시하듯 이야기하고 뒤돌아서는.
남은 태하, 자리에 앉으며 미소짓는 두사람 바라보고 전화기 드는.
그때 다현 두리번 거리며, 나타나고, 얼른 안으로 들어가다, 태하랑 살짝 부딪히는.
다현 : 죄송합니다. (하고 안으로 들어가고, 태하 차에 오르는)
#35-1. 차안 + 혁주 사무실
태하 : 저 아무래도 늦을 것 같습니다. 회의주재 아버지가 하세요.
혁주 : 왜 늦어? 무슨 일인데... 매장회의에 니가 빠지면 나혼자 어떡해? 되도록 빨리와. 응. 그래, 그때까지 내가 끌어볼테니까.
(이러고 전화 내려놓으면) 큰일났네. 나혼자 들어가게 생겼네.
수영 : 왜요? 태하 무슨 일 있대요?
혁주 : 여자가 어쩌구 그러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수영 : 여자요? 걔 만나는 여자 있대요?
혁주 : 아니, 그게 아니라, 재인이가 만나는 여자, 지금 보고 있대.
수영 : 태하가 그 여자를 어떻게 안대요?
혁주 : 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전화로 뭐라고 뭐라고 하는 끝는 걸. 난 회의 늦는다는 얘기밖엔 못알아 들었어요.
수영 : 당신은 그 중요한걸 그렇게 대충 들으면 어떡해요?
혁주 : 태하, 오면 얘기하겠지요. 지금 그게 문젠줄 알아요. 거기 들어가서 뭐라고 말을 하나...
수영 그런 혁주 한심하게 쳐다보고. 답답한.
#36. 커피숍
다현 : (자리에 앉으며) 두 사람 인사는 했어요?
현진 : 응. 그런데 너무 빤히 바라보시네요. 제가 그렇게 이쁜가요?
다현 키득거리고, 재인은 얼른 고개 저으며 시선 돌리고.
재인 : 어, 아닙니다. 그냥...
현진 : 걱정마세요. (빙긋 웃고) 저 별루 잘 안벗고 다녀요.
재인 찔금하고, 다현 기회 놓치지 않고.
다현 : 얜 잘 안벗어요. 주로 벗은 남자를 상대하지.
재인 인상 굳어지고, 현진 웃음 참고.
현진 : 아직 다다가 제 직업, 얘기 안했나 보지요? 저 의사에요. 아직 인턴이긴 하지만.
그래도 환자가 옷입고 있으면 치료 못하잖아요.
재인 상황 파악하고 다현 노려보는데, 핸드폰 울리는.
현진 : 봐요. 금방 불러대지. (전화통화하는)
재인 : 나 놀려먹느라 아주 재미있었겠어?
다현 긍정의 표시로 빙긋거리고. 재인 할 수 없이 픽하고 웃고,
#38. 차안
병원 앞에 차 서있는.
재인 : (병원 한번 흘끗 바라보고) 같이 내릴 거야? 아니면 타, 집에까지 데려다 줄게.
재인 어쩐지 집에 데려다 주고 싶은, 그런 마음 현진 이해하고, 다현은 모르는.
현진 : 먼저 가, 나 호출 왔으니까 시간 걸릴지 몰라.
다현 : 아니야, 기다릴게. 너 오늘 오프니까 끝날거 아니야. 먼저 가요, 재인씨.
재인 고개 끄덕이고, 두사람 차에 내리면
재인 출입구 나서다 무언가 생각나서 아차차. 하고.
#39. 태하차 병원에 들어오는.
#40. 병원로비
재인 쇼핑백 하나들고 로비에 뛰어들어가면 다현 없고. 현진 재인 발견하고.
재인 : 현진씨!
하고 부르면, 그 소리에 현진과 태하 동시에 재인 향하는, 재인은 태하 발견 못하고.
현진 : 재인씨? 우리 다다 그렇게 못잊겠어요? 헤어진지 5분도 안됐는데. (장난스럽게)
태하 저쪽에서 두 사람 보고 있는.
재인 : 그게 아니라... 이거 전해 주는 거 깜빡했습니다. (쇼핑백 들어보이며, 현진 픽하고 웃고)
현진 : 별걸 다 닮아가시네요. 깜빡하는 거 다다 특긴데...
재인 : 그런 말씀마세요. 왠만하면 닮고 싶지 않는 습관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입가에 미소 있고) 다현이는?
현진 : (손으로 밖에 가리키며) 길건너 커피숍이요. 안에서 기다리는 거 싫어해요. 소독약 냄새 별로라고.
#58. 신경외과 의국
현진 의국 푯말 노려보고 있고. (미치겠다. 라는 심정으로) 똑똑하고 노크하는.
남자 등돌리고 의국에 있는 작은 미니자판기에 커피 꺼내는.
서현 : 부른지 10분도 넘었어. 그 동안에 급한 환자 두명은 죽었다.
현진 : 죄송합니다. 의국에서 부르셔서 환자라고 생각 안하고 있었습니다.
서현 : 인턴이 벌써 그걸 판단하나. (서현 등돌려서) 다음주부터 우리과라고.
현진 혹시 해서 바라보면 서현 환하게 웃고있는.
현진 : (얼굴 표정 달라지며 앞으로 달려가고) 오빠. 오늘 아니잖아. 다음주나 온다고 그랬잖아.
서현 : 어쩌다보니 한 사나흘 빨라졌다. 앉아. 그렇게 빤히 바라보고 있지 말고. 뚫어지겠다. (자판기 커피 한잔 건네주고)
현진 : (가슴 두근거리지만 애써 표정관리하고) 집에 안가고 병원 부터 먼저 들른거에요?
서현 : 병원이 더 가깝잖아. 모처럼 오픈데 불러서 미안하다.
현진 : 아니에요. 오빠, 집에 내려갈 거지요? 같이 내려가요. (말 빠르고 조금 간절하게)
서현 : 그럴까. 나 여기저기 인사 좀 해야 하는데... 기다릴래?
현진 얼른 고개 끄덕이는.
서현 : 정말 오랜만이다. 다다랑 봄에 보고 처음이지.
현진 : 네... 너무 오랜만이라서... 무슨 얘길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서현 : 너야, 니 사정 뻔히 아니까 이해한다만... 다다 고건 방학해도 코빼기도 한번 한비췄어.
현진 : 걔, 방학때 바빳어요. 아참, 다다 지금 여기 있어요.
서현 : 여기? 왜?
#59. 커피숍
재인 혼자 앉아있고, 다현은 없고,
서현 저만치서 재인 단번에 알아보고. 저 녀석인가 싶은...
서현 : 이재인씨? 맞지요?
재인 : ? 네 이재인입니다만.
서현 : 다현씨는 어디 갔나요?
재인 : ? (얼굴 굳어지고 두 사람 눈 마주치면) 잠깐 화장실에 갔는데.... 누구십니까?
서현 : (아주 느긋하게 턱하고 자리에 앉아서) .. 지금 다현이랑 한 집에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인데...
재인 : 뭐? (얼른 일어나서 노려보는) 누구랑 한집에 살아? 너 누구야. 뭐하는 놈이야?
서현 : (na 어이구... 다다야, 어쩌다 이렇게 성격 고약한 남자를 만난거니?)
앉아서 얘기하지요. 우리. 배울만큼 배운 것 같은데... 이게 뭐하는 겁니까?
커피숍 화장실에서 손닦고 나오는 다현, 재인 서 있는 거 바라보고 의아한 듯 쳐다보면,
재인 다현 발견하고, 재인 눈 쫓아 서현도 다현 발견하고 일어서는,
다현 그제야 서현 발견하고 눈 커지는.
다현 : 오빠? 오빠!
하고 달려드는. 두 사람 안길 듯하면, 재인 기겁해서 두 사람 떼어 놓고. 얼른 자기 옆으로 다현 끌어다 놓는.
재인 : 지금 뭐하는 거야? (씩씩거리면서)
다현 : 왜요? (하고 재인 타박하다가...) 가만. 그런데 오빠 여기 왜 있는 거야? 여길 어떻게 왔어?
재인 : 내가 묻고 싶은 얘기야? 왜 이 녀석이 여기...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이 남자랑 정말 같이 살아? (아니지 하는 얼굴이고)
다현 : 그럼요. 당연하지요. (그냥 대충 얘기하고 서현 바라보는) 어떻게 된거야? 집에 온거야?
재인 : 뭐야! (재인 소리 빽지르는) 당연하긴 뭐가 당연해!
서현은 웃음 터뜨리고 재인은 열받고, 다현은 상황파악 하지 아직 못하고.
서현 : 응, 완전히 집에 왔다. 김다다.
재인 : 다다? 이 남자도 (당신을) 다다라고 불러? 그럼 둘이 진짜 아는 거야? 정말 같이 산단 말이야?
다현 : 그럼요. 지금은 아니더라도.... 거기 가기.. (군대 가기전에는 그랬어요. 이러다 재인 뜻 알아채고)
뭐에요, 두사람 아직 인사 안했어요?
서현 : 인사하는 중간에 니가 온거야.
재인 : 내가 왜 저런 자식하고 인사를 해!
다현 : 또 자식이래지요? (다현 노려보면 재인 할 수 없고. 말 고쳐서, 그 모습에 서현 웃음 삼키고)
재인 : (이 악물고 또박또박) 내가 왜 저 남자랑 인사를 해!
서현 : 뭐, 난 별 상관없지만... 나중에라도 계속 볼려면 지금 인사 하는 게 낫지 않나요?
재인 : 누가 당신을 또 봐? 또 볼일 없으니까 당장 우리 다다한테서 떨어져. (우리 다다라는 이야기에 서현 웃음 삼키고)
다현 : 재인씨, 제발 좀 조용히 해요. 우리 오빠에요.
재인 : 내가 지금 조용하게 (됐어... 이러다) 오빠?
서현과 다현 말끔히 재인 바라보고 있고. 두 사람 번갈아 보면, 어쩐지 닮은 것도 같고.
서현은 느긋하게 웃고 있고.
재인 : 친오빠?
다현 : 친오빠요. 오빠? 어떻게 된거야? 여길 어떻게 알고 왔어?
서현 : 집에 가기 전에 병원 들렀다가... 현진이가 니들 여기서 만난다길래, 궁금도 하고... 얼굴이나 보러 왔지.
다현 : 현진이 이게 또 배신을... (하고 중얼거리는 사이)
서현 : 김서현입니다. (얼굴 정중해지고)
재인 : (당혹스럽고, 하지만 얼른 고개 숙이고) 이재인입니다. 죄송 합니다. 제가 실수한 거 같습니다.
서현 : 뭐 그럴 수도 있지요, 그래도 성격 좀 죽이셔야겠는데요.
다현 가만히 재인 바라보면 재인도 서현 바라보다 다현 얼굴보고, 다시 서현에게 향하는.
#60. 전철
서현과 현진 전철 타고 내려가고. 입구 쪽에 둘다 서있는.
서현 : (다다는) 남자친구 절대 안생길 것 같더니만... 넌 남자친구는 없어?
현진 : 없어요. 그럴 시간이 어딨어요? (얼른 부정하는)
서현 : 있으면 무조건 데리고 와. 심사를 하게. 남자는 남자가 봐야 아는 거야. 응?
현진 : 네... (시무룩한) 오빠는 언제부터 출근해요.
서현 : 병원은 다음주부터나 출근할거야. 낼모레 세미나 있다고 거기부터 내려가랜다. 넌 소아과 하기로 한거지?
그냥 현진 웃음 비슷하게.
#61. 커피숍
다현 : 도대체 왜그래요?
재인 : 뭐가?
다현 : 왜 아무한테나 성질을 부리냐구요?
재인 : 누가 그 사람이 당신 오빤 줄 알았어? 무슨 남매가 그렇게 안 닮았어.
진짜 오빠 맞는 거야? (의심스러운 얼굴로 삐딱하게)
다현 : 호적등본 띄어와요?
재인 : 됐어. 본인들이 그렇다니까 믿어야지.
다현 : (한번 흘겨보고) 그런데 왜 도로 온거에요? 무슨 볼 일 있어요?
재인 : 응? 아.
다현 : ??? 뭐에요?
재인 핸드폰 건네주는데.... 다현 눈 말똥말똥 재인 바라보고... 진짜 최신식 핸드폰이어야 해요.
재인 : 핸드폰.
다현 : 핸드폰인건 아는데 이걸 왜 날 줘요?
재인 : 갖고 다녀. 요새 핸드폰 없는 사람 다다 하나 뿐일거야. 초등학생도 있어.
다현 : 난 이런 거 필요 없어요. (얼른 재인 손에 다시 주려하지만, 재인 주머니에 한쪽 손 넣고. 삐딱하게)
재인 : 다현이한테는 몰라도 나한테는 필요해. 도대체 연락을 할 수가 있어야지.
어딜 헤매고 다니는 줄 알아야 만나든 말던 할거 아니야. (투덜거리는 어조로)
다현 : 내가 얼마나 헤맨다고 그래요?
재인 : 얼마나 헤매는지는 본인이 더 잘 알겠지. (다현 짹하고 노려보면) 아무튼 갖고 다녀.
헤매는 당신보다 기다리는 내가 더 답답하니까. (재인이 강경하고 다현 푹하고 한숨쉬며 핸드폰 손에 쥐고는)
다현 : 틀림없이 한달밖에 안 갈 거야. (투덜거리고 혼잣말 하는) 난 잘 흘리고 다닌단 말이에요.
재인 : 나도 알아. 그러니까 이번에는 좀 신경을 써.
다현 : 이건 낭비에요. 재인씨 말고는 연락 올 때도 없는데.
재인 : 그게 바라던 바야.
다현 : 뭐가요? 낭비가요?
재인 : 아니. 연락할 사람이 나 밖에 없는 거. 아무 놈팽이한테나 번호 가르쳐 주지마.
재인은 만족하게 미소짓고 다현은 약간은 기가막힌데... 재인 웃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