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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09 -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1. 입원실 (D)
환자복을 입은 혜성,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다.
똑똑 떨어지는 링거.
혜성, 희미한 의식 멀리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대화가 들린다.
의사 : 다행히 장기는 많이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출혈이 많았으니까 며칠 입원하면서 안정을 취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관우 : 네, 알겠습니다.
의사 : 근데 경찰에 신고를 해야되지 않나요? 아무래도 자상인거 같은데..
관우 : 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희미해지는 혜성의 시선으로 병원의 천장이 보인다. 시선 옆으로 옮기면 관우가 눈에 들어온다.
관우, 의식을 차린 혜성을 보고 달려온다.
관우 : (소매와 옷 군데군데 혜성의 피가 조금 묻어있다) 일어났어요? 괜찮아요?
혜성 : (맥없이) 나 어떻게 된거에요?
관우 : 수술은 다행히 잘 끝났어요. 경과도 나쁘지 않대요.
혜성 : 네. (수하가 떠올라 다급히) 수하는요? 수하 어딨어요? (몸 일으키려고 하면)
관우 : (잡아 제지하며) 가만있어요. 움직이면 안되요.
혜성 : (버티며 걱정이 돼서 지르는) 수하 어딨냐구요!
침상에서 내려가려는 혜성을 말리는 관우의 모습 위로.
혜성 : (E) 어쩌면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2. 몽타쥬 (D)
# 9씬 관우를 만나던 수하의 모습 컷 짧게
# 13씬 수하의 가방을 잡고 버티던 성빈의 모습 컷 짧게
혜성 : (E) 수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흩어진 힌트들 몇 개만 미리 알았어도.. 오늘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8회, 혜성에게 키스를 하고 돌아서던 수하의 모습 컷 짧게
혜성 : (E) 수하는 늘 나의 목소리를 들어줬지만..
# 놀라서 서있는 혜성의 모습 컷 짧게
혜성 : (E) 필요한 순간에 나는.. 수하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 타이틀 -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3. 면담실 (D)
자막 S/S 3일전
혜성, 시각장애인(남/50세/눈을 뜬 채로 시각장애인 연기)을 접견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손에 든 남자.
혜성은 매서운 검사의 분위기다. 면담실 문이 조금 열려있다.
혜성 : 보이시잖아요.
남자 : 안보인다니까..
혜성 : 재판에서 거짓말 하면 괘씸죄로 가중처벌 되요. 아시죠?
남자 : 거짓말 아니라고~ 사고 땜에 시각장애1급 됐다고~
혜성 : (비아냥) 눈이 안보이셔서 버스에서 추행을 했어요? 것도 미성년자만 골라서?
남자 : 그년들이 구라치는거라니까! 합의금 따낼려구! 눈 먼 것도 서러운데 사람을 변태 취급하고 그게 사람한테 할 짓이야? 어?
혜성 : (열받아 앞머리 후~ 불고는) 앞이 안보인다는 분이 (딜러가 카드 나눠주듯 증거 사진 휙휙 남자 쪽으로 날려 보내며)
핸드폰으로 문자를 하고!! (식당에서 문자하는 사진), 속도위반으로 카메라에 찍히고! (속도위반 카메라에 찍힌 사진),
세차까지 하셨습니까? (셀프 세차장에서 세차하는 모습이 찍힌 CCTV 캡쳐)
남자 : (계속 시침 뚝) 내가 아니라 딴 사람이겠지.
혜성 : (욱해서 책상에 핸드폰을 남자를 향해 확 던진다)
남자 : (반사적으로 피한다) 악!!
혜성 : (손에 핸드폰 들려있다) 이래도 계속 거짓말 할겁니까!!
남자 : (열받아 지팡이 내팽개치고 벌떡 일어나) 야!!!
#4. 국선전담 사무실 (D)
상덕과 유창, 관우 각자 책상에 앉아 일하다가 문이 열린 면담실 소리를 듣고 움찔.
남자 : (버럭/off) 니가 검사냐! 내 변호사지! 변호사면 무조건 내편을 들어줘야될거 아냐!!!
혜성 : (지지않고/off) 내가 왜 성추행범 편을 듭니까!
상덕, 면담실 쪽으로 가서 문을 닫는다. 그래도 여전히 소리는 새어나온다.
남자 : (off) 뭐 성추행범!? 야! 나도 법 알만큼 알아! 판결나기 전까진 무죄인거 몰라! 어따대고 성추행범이래!
혜성 : (off) 하~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이댈려나본데, 그딴 것 땜에 세상이 무법천지가 되는 거에요! 아세요?!
관우 : (키보드 치던 손이 멈칫 한다. 혜성의 말이 못처럼 박힌다.)
유창 : (상덕에게 속닥) 저거 차변호사님 들으라고 하는 소리죠?
상덕 : (서류 만걸로 유창 머리 빡!치고는 관우보고) 너무 신경 쓰지마. 넌 할 일 한거니까..
관우 : (마음이 무겁다) 네.
상덕 : 내일이 민준국 선고날이지?
관우 : 네..
#5. 학교 복도 (D) - 3층쯤
쉬는 시간, 정훈 지나가다가 뭔가를 보고 깜짝 놀라 달려간다.
보면 성빈(교복 안에 체육복 바지)이 창밖으로 반 이상 몸을 내밀고 밖을 보고 있다.
정훈 : (달려가) 야! 고성빈!! (성빈의 한쪽팔과 옷자락을 잡고 떨어지는걸 간신히 막는다) 너 미쳤어! 죽을려고 환장했냐!!
성빈 : (계속 몸을 더 빼며) 야! 너 그대로 잡고 있어봐. 잘하면 보일 거 같애.
정훈 : (힘겹게) 뭐가? (하며 내다보면)
창가 아래 잔디에 수하, 앉아서 낡은 노트에 뭔가를 쓰고 있다.
정훈 : (기막혀) 저게 보여? 저게?
성빈 : (눈 가늘게 뜨며) 어.. 보여. 좀만 더.. (하다) 아! 보인다. (힘겹게 읽는) 만일 내가.. 없어지더라도..
(하다 덜컥 겁이 나서) 저게 무슨 소리야? 없어지다니?
#6. 학교 잔디 (D)
수하 기대서 노트에 글을 쓰고 있다. 옆에 가방이 있다.
그때 누군가의 그림자가 가린다. 보면 충기다.
충기 : (발로 가방 툭툭치며) 가방 뭐냐? 또 야자 쨀거냐?
수하 : (노트 덮고 가방에 넣으며) 어.. (하고 일어난다) 너랑 상관없잖아.
충기 : 상관이 왜 없어. 니가 우리 반 면학분위기 다 망치는데..
수하 : 거슬리면 쌤한테 이르든가.. (가는)
충기 : 안그래도 이르러 갈거다!
수하 : (갑자기 가다가 돌아서 성큼성큼 온다) ...
충기 : (경계 태세) 왜애? 니가 이르라며..
수하 : 혹시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충고 하나 하겠는데..
충기 : ..
수하 : 성빈이가 좋으면 걔한테 가서 직접 얘기해. 괜히 나한테 되도 않는 시비 걸지말구. (다시 가는)
충기 : (얼굴 확 붉히며) 무슨 소리야! 하.. 나 아니거든!! 나 눈 되게 높아!! 와~ 저 자식이 미쳤나.
(지나가는 애들한테 오바로) 야! 수하 쟤 완전 돌았나봐.
성빈 : (달려와 걱정이 되서) 야! 지금 수하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충기 : (괜히 버럭) 너 X나 못생겼기고 뚱뚱하다고 했다.
호랑이한테 잡혀가면 석달 열흘은 뜯어 먹힐거라고!! 됐냐! (하고 돌아가는)
열받은 성빈, 가는 충기 등판을 두발당수로 날라차는데서..
#7. 법조타워 앞 (N)
수하, 길 건너편에서 법조타워 쪽을 보고 있다.
혜성, 나오자 수하, 그런 혜성을 걱정과 그리움을 담아 본다.
혜성은 수하를 못 본 채 걸음을 재촉한다. 그리고 뒤이어 관우가 나온다.
관우 역시, 멀리 가는 혜성의 뒷모습을 막연히 본다.
관우의 눈 역시 자신과 닮았음을 수하도 안다.
돌아서 반대편으로 자기 길을 가는 관우.
수하, 관우 쪽으로 따라 붙는다.
#8. 거리 (N)
관우, 가는데 수하 계속 따라간다.
#9. 코너가 있는 거리 (N)
수하, 계속 관우 쫓는데 코너를 돌자 관우가 사라졌다.
수하, 어디갔지 두리번 거리는데.
관우 : (off) 뭐야? 누가 미행하나 했더니 너였냐?
수하 : !! (돌아보면 관우, 뒤에서 나타난다) 어떻게 알았어요?
관우 : 이래뵈도 경찰 출신이야. 이 정돈 껌이지.
수하 : 혹시 싸움도 잘해요?
관우 : (한발 슬쩍 물러나 경계태세로) 싸움은 왜!? (E) 이 자식 태권도 유단자랬지? 나한테 유감 있다고 했는데 설마..
수하 : (픽 웃고) 싸우자는거 아닙니다. 그쪽한테 부탁할게 있어서 그래요.
관우 : (경계 풀고) 부탁? 무슨 부탁?
수하 : (진지한 표정) ..
#10. 구치소 (N)
준국과 감방 동기 넷 정도. 모두 미결수복 입고 이불을 덮고 바닥에 일렬로 누워 있다.
동기1 : (준국쪽 보며) 민형, 오늘밤이 마지막밤이 되는거요?
준국 : (사람 좋은 웃음) 판사님 말씀 떨어져봐야 알지, 난들 뭐 아나. 내 결백을 판사님이 믿어주시면 무죄 받겠지.
동기1 : 변호사 잘만나서 무죄 받을거라든데? 교도관들이 그럽디다.
준국 : 응. 운이 좋았어. (씨익 웃는/E) 그나저나 꼬맹이. 어떤 식으로 날 환영해줄건가?
#11. 수하 아파트 전경 (D)
#12. 수하집 거실 (D)
좀 어두운 색의 사복차림의 수하, 캡모자를 쓴다.
가방을 메고 나가는 수하.
#13. 수하의 아파트 앞 (D)
가방 옆으로 메고 수하 나서는데 백팩 멘 교복입은 성빈 폴짝 뛰어와 팔짱을 낀다.
성빈 : 수하야~
수하 : (보며) 니가 여기 웬일이야?
성빈 : 웬일은? 학교 같이 가려고 왔지. 근데 왜 너 교복을 안입었어?
수하 : (팔짱 빼며) 나 오늘 학교 안가. 너 혼자 가.
성빈 : (불안하고) 학교 안가고 어디가는데?
수하 : 알 필요 없어. (하고 가는)
성빈, 걸어가는 수하의 뒷모습을 불안하게 보다가 달려가 무작정 수하의 가방을 낚아채 전력질주로 달린다.
수하 : 야! 고성빈!! (달리는)
수하, 금세 성빈을 따라잡고 백팩 고리를 낚아채 세운다.
성빈, 가방을 품에 꼭 안은 채 수하를 뿌리치고 달리려는데 잘 안된다.
수하 : 뭐하는거야! 가방 내놔. (하며 가방끈 당기는데)
성빈 : (버티며) 싫어. 같이 학교 가자!! (하다 가방 안에 뭔가가 만져지자 얼굴빛이 변한다/E) 이게 뭐지? 칼.. 같은데?
수하 : !! (가방 확 잡아당겨 뺏으며) 내놔!!
성빈 : (불안해서) ... 너 가방 안에 그거 뭐야?
수하 : (무섭게) 아무것도 아냐! 너 괜히 이상한 생각하지마. 딴 사람한테 얘기도 하지 말고! (큰걸음으로 가버리는)
성빈 : 뭘 알아야 얘길 하지. (조금 따라가며) 너 어디 가!? (멈춰서서) 뭐할려고 그러는데!!?
성빈, 수하를 보며 불안한 표정.
#14. 합의부 법정 (D)
공숙, 무거운 표정으로 판결문을 읽는다.
도연,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있고, 미결수복을 입은 준국은 증인석에 서있고, 관우는 방청석 맨 앞줄에,
그리고 좀 떨어진 방청석에는 혜성이 앉아있다.
공숙 : (방청석에 혜성을 잠시 보고) 오늘 이 선고는 재판장으로서 참으로 힘든 결정이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피고인은 일어나주세요.
준국 : (일어난다) ...
공숙 : (판결문을 읽는) 피고인 민준국은 2012년 6월 20일 성무시 명월동에 있는 피해자 어춘심의 치킨집에서
둔기로 피해자의 두부를 가격해 실신시킨 후 화재를 내고 사고로 위장해 살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됐습니다.
혜성 : ...
공숙 : 피해자가 10년전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사람의 어머니였다는 점.. 범행 하루전, CCTV가 고장나기 직전에
피고인이 범행장소 근처에서 찍혔다는 점 등 유죄의 일부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도연 : ...
공숙 : 그러나, 검사의 주장처럼 피고인이 피해자를 해치고자 했다면,
치킨집에 취직한 이후 긴시간 피해자와 원만하게 지냈다는 점이 납득하기 어려운 점..
이하, 공숙의 판결 위로, 실제 혜성모가 당한 장면들이 몽타주처럼 흐른다.
# 준국, 스패너를 높이 들어 혜성모의 머리를 가격하는 짧은 컷
공숙 : (E) 피해자 머리의 골절상 역시 부정맥 병력이 있는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입은 상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 준국, 기름을 올린 가스불을 최대로 올리는 짧은 컷
공숙 : (E) 특히 피고인은 화재당시 피해자를 구하려다 부상까지 입었는데..
# 싸늘한 표정의 준국, 불속에서 이미 절명한 혜성모를 들쳐 업는 컷
공숙 : (E) 살해할 의도로 방화를 한 것이라면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될 위험성까지 감수하고
그와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점 등에 비춰볼 때..
공숙 : (준국을 보며)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질렀을거라고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공숙의 판결 위로 준국, 회심의 미소로 혜성을 노려보고 혜성은 그런 준국을 차갑게 노려본다.
공숙 :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는 것이 형사재판의 원칙입니다.
이에, 형사소송법 제 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혜성 : (눈 감는) ...
준국 : (기쁨에 주먹을 불끈 쥔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관우에게 악수를 청하며) 수고하셨습니다. 다 변호사님 덕분입니다.
관우 : (혜성이 신경 쓰여 좋아할 수는 없다) 별말씀을요. 지금 구치소 가셔서 소지품들 받아가시면 다 끝납니다.
준국 : (인사하며) 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혜성, 차가운 얼굴로 그런 두 사람을 보고 나간다.
준국, 웃는 얼굴로 혜성을 주시하며 가볍게 인사를 한다.
관우, 얼른 혜성을 따라 나간다.
#15. 법원 복도 (D)
관우, 달려나와 멀리 가는 혜성을 부른다.
관우 : (법원에서 나와 부르는) 짱변! 짱변!!
혜성 : (들리지 않는 듯 잰걸음으로 간다) ..
관우 : (달려와 팔을 잡아 세운다) 나랑 얘기 좀 해요.
혜성 : (굳은 표정으로 대답없이 응시) ...
관우 : 짱변 지금 힘든거 압니다. 내가 얼마나 원망스러울지도 충분히 알구요.
혜성 : ...
관우 : 근데 나 이걸로 짱변을 잃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면 나 다시 볼거에요? 뭐든지 다 할께요.
혜성 : (싸늘하게) 그냥 아무것도 하지마요.
관우 : ?!
혜성 : 나 지금 원망할 사람이 필요해요. 남이 아니면 날 원망할거니까..
관우 : !!
혜성 : (원망스레 보며 끊어서 강조) 그러니까 가만히. 내가 계속 미워할 수 있게. 아무것도 하지말고. 가만히 있어요.
관우 : (혜성의 팔을 놓는다) ...
혜성 : (돌아서 가는) ...
#16. 법원 회전문 (D)
혜성, 애써 담담한 얼굴로 걸어간다.
회전문 안으로 들어가는 혜성, 멈춰선다. 그 안에서 흐느끼기 시작하는 혜성.
#17. 구치소 (D)
혜성과 달리 밝은 표정으로 사복을 입고 출소하는 준국.
목사님과 권사님들이 준국을 마중나와 악수를 하며 축하를 해주고 있다.
#18. 법원 회전문 (D)
혜성, 회전문 안에서 쪼그리고 앉아 엉엉 소리내 운다. 아이처럼..
공숙과 배석들, 걸어오다 그런 혜성을 본다.
공숙, 마음이 불편하다.
#19. 구치소 앞 (D)
준국, 목사, 권사와 함께 봉고차에 오르는데 멀리서 이를 지켜보는 준국과 수하 눈이 마주친다.
준국, 수하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준다.
#20. 구치소 일반 면회실 (D)
달중과 상덕 접견 중이다.
달중과 상덕 빙고판을 크레용으로 그리면서 이야기 중이다. 뒤에는 교도관이 앉아있다.
달중 : 죄송해요. 변호사님 뵐 면목이 없네요.
상덕 : 죄송하면 다신 그런 수에 넘어가지마. (하다) 서검사는 또 연락 왔어?
달중 : 네, 항소할 때 증언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상덕 : 하지마. 해봤자 득이 아니고 독이니까..
달중 : 그치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또..
상덕 : (OL) 서검사, 서대석 판사 딸이야.
달중 : (그리다가 놀라 눈이 휘둥글) 누구요?
상덕 : 25년전에 당신 잡아넣은 서대석 판사.
달중 : (크레용을 쥔 손이 덜덜 떨린다) !!
상덕 : 그러니까 더 이상 그네들하고 엮이지 마.
달중 : (분노와 놀라움으로 크레용이 뚝 부러진다.) ...
#21. 도연집 식탁 (N)
대석과 도연, 도연모 식사 중이다.
도연모 : 세상에.. 그래서 그 살인범이 무죄로 풀려난거야? 증거가 없어서?
도연 : 네. (대석이 신경 쓰인다) 그치만 항소 할거구요. 이대로 놔주진 않을거에요.
대석 : 증인은 왜 말을 바꾼거냐?
도연 : 변호사 말장난에 겁먹고 입을 닫더라구요. 그치만 다시 얘기를 해보면..
대석 : (OL) 그만해. 그 증인은 이미 오염됐어.
도연 : 그래도 더 해볼래요. 황달중씨로 안되면 다른 감방동기라도 찾아볼께요.
대석 : (멈칫) 누구라고?
도연 : (왜 그러나 싶어) 네? 황달중씨요.
대석 : (얼굴 굳고) 민준국의 감방 동기란 사람이 황달중이었어?
도연모 : (갸우뚱) 황달중? 이름이 귀에 익은데.. 누구드라?
대석 : 그 사건에서 손 떼. 선고도 끝났고, 이제 니 손을 떠난 사안 아니냐.
도연 : 그치만 딴 사건도 아니고 혜성이..
대석 : (엄하게 자르는) 손 떼라면 떼.
도연 : (그런 대석이 이상하다) ...
#22. 국선전담 사무실 (N)
관우, 생각이 많은 듯 의자에 깊게 몸을 묻고 눈을 감고 있다.
유창, 보자기에 싸인 두꺼운 사건 기록 하나를 관우 앞에 놓는다.
관우 : (눈뜨고) 이게 뭡니까?
유창 : 저야 모르죠. 차변호사님이 부탁한 자료라든데? 아까 택배로 왔어요.
관우 : (보자기 열며) 내가 부탁한 자료? (하다 생각나고) 아~ 너무 늦게 왔네.
유창 : 무슨 자룐데요?
관우 : (보면서) 10년전 박주혁 살해사건 공판기록이에요.
유창 : 아~ 민준국이 처음 저질렀다는 그 사건이요?
관우 : 네. (유창에게) 먼저 퇴근하세요. 난 이거 좀 읽다 갈께요.
<컷튀면>
관우, 기록을 읽고 있다. 과거 재판 기록들이 짧게 요약되서 지나간다.
혜성 : (핸드폰 들어올리며) 저 사람이 쇠파이프로 내려치는 장면을 찍었는데.. 이것도 증거가 안되나요?
준국 : (눈빛이 흔들린다) !!
<컷>
준국 격분해 으아아아!~ 포효하며 피고인석을 박차고 나가며, 증인석으로 가던 혜성에게 전광석화처럼 달려든다.
준국 : (혜성의 멱살을 잡으며) 말하면 죽일거라고 그랬지!!!
혜성 : 아악!!!
검사/경위/교도관 : (너무 순식간이라 말릴 틈도 없다. 뒤늦게 달려들며) 민준국!!!
준국 : (목에 핏대를 세우며 혜성의 목을 조르며) 죽일거라고 했다. 니 말을 들은 사람도 죽일거라고 했어.
경위/교도관 : (떼어내려 애쓰며) 이게 무슨 짓이야!! 그 손 못놔!!
<컷>
준국 : (끌어내지며 분노로 악을 쓴다) 난 약속 꼭 지킬거다! 그놈처럼 널 죽일거야!
<컷> (교도관들에게 제지당하며 혜성에게 퍼붓는) 끝이라고 생각하지마라!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준국, 감옥에 못간다. 이대로 못끝내! 악을 쓰면서 끌려나가고 남은 경위와 법원직원들 아수라장이 된 법정을 정리한다.
두려움에 떠는 혜성.
현재의 관우, 끔찍한 듯 기록을 덮는다.
관우, 말도 안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 혹시.. 란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다 수하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수하 : (E) 그쪽한테 부탁할게 있어서 그래요.
#Ins. 9씬 이어서
관우 : (경계 풀고) 무슨 부탁?
수하 : (진지한 표정) 민준국이 무죄 선고가 나면 짱변 곁을 지켜주세요.
관우 : 뭐?
수하 : 민준국이 풀려나면 가장 먼저 노리는게 짱변일거에요.
관우 : 난 민준국씨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본다. (E) 근데 진짜 짱변을 노리면 어떡하지?
수하 : (잠시 관우 보고는) 100프로 확신은 못하겠죠?
관우 : !!
수하 : 내가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잖아요. 지금..
관우 : (흔들린다) ...
# 정말 수하가 맞을 수도 있다.
관우, 불길한 예감에 얼른 옷과 가방을 챙기고는 서둘러 뛰어나간다.
#23. 혜성집 거실 (N)
혜성, 들어서면서 현관 불 들어온다. 깨끗하게 정리가 된 썰렁한 집안.
가방 아무렇게나 던지듯 놓고 들어가 냉장고 문을 열어 물통을 꺼낸다. 입을 대고 마시려는데.
수하 : (일상복 차림) 컵에다 따라마셔 쫌!! (하며 물통 뺏어 컵에 따라서 준다)
카메라 혜성 쪽으로 팬하면 물통을 그대로 든 혜성, 환상이었다.
혜성, 싱크대 쪽으로 가서 컵을 꺼내려는데 좀 높은 곳에 있다.
그때 수하, 뒤쪽에서 컵을 꺼내서 건네며.
수하 : 자주 꺼내는건 아래다 놓으면 좋잖아. 팔도 짧으면서..
이 역시 혜성의 환상이다.
혜성, 쓴웃음을 짓고는 그냥 물통으로 물을 마신다.
혜성, 마루의 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간다.
#24. 혜성방 (N)
방에 불을 켜고 들어와 옷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벌러덩 눕는 혜성.
혜성 : (홀가분한 듯) 좋네. 그놈의 잔소리 듣기 싫었는데.. 속이 시원하다. 씨..
(한 팔을 눈 위로 가로지르게 올리는 혜성, 잠시 후 읊조리듯) 나쁜 자식.. 하필 이런 때..
그때, 거실 쪽에서 와장창 뭔가 깨지는 소리가 난다.
혜성 : (화들짝 놀라 일어나) 뭐야! (나가는)
#25. 혜성집 거실 (N)
혜성, 나가보면 창문이 깨져있고, 연막탄 같은 연기가 자욱하다.
혜성, 사색된다. 손으로 입을 막으며 콜록이고.. 서둘러 핸드폰을 찾아 신고를 한다.
혜성 : 여보세요. 경찰이죠?
#26. 혜성집 근처 (N)
관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데 운승과 승구가 탄 경찰차가 급히 사이렌을 켜고 지나간다.
관우, 불길한 예감에 뛰기 시작한다.
#27. 혜성집 앞 (N)
관우, 가보면 혜성집 앞에 경찰차가 와있고 옥탑방 창문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
관우 : (아연질색해서 탄성처럼) 짱변.. (혜성집으로 뛰어 올라가는)
#28. 혜성집 옥탑방 마당 (N)
관우, 올라와보면 이미 승구가 와있다.
혜성은 겁에 질린 채 평상에 앉아있다.
관우 : 짱변!! 괜찮아요? (승구에게) 이게 무슨 일입니까?
혜성 : (놀라) 차변이 여긴 웬일이에요?
승구 : 이분은 누구십니까?
혜성 : 같은 사무실에 있는 국선전담변호사에요.
운승 : (집에서 콜록거리며 나온다) 연막탄 같습니다. 바퀴 잡을 때 피우는거 있잖아요.
승구 : (의외고) 연막탄? 뭐 다른건 없고?
운승 : 일단 연기가 가셔봐야 알겠는데요. (혜성에게) 혹시 범인이 어떤 놈인지 봤어요?
혜성 : 아뇨. 전혀..
운승 : (승구에게) 이거 박수하 말대로 민준국 짓 아닐까요?
관우 : (그 말에) 혹시 두 분도 어제 박수하를 만났습니까?
혜성 : (두 분도?) ?!
운승 : 네, 어제 지구대로 찾아와서 부탁하고 갔거든요.
민준국 석방되면 변호사님 테러할지도 모르니까 순찰 계속 좀 돌아달라고..
혜성 : ..!
관우 : (마치 경찰처럼 지시하는) 일단 민준국 신병부터 확보해야 될 것 같습니다. 여긴 제가 지키고 있을테니까
주변 cctv부터 수거해서 용의자가 찍혔는지 확인해 보세요. 목격자도요. 쓰레기통이나 근처에 범인이 흘린 유류물이 있나
조사해주시구요. 만일 범인이 민준국이라면 다시 범행을 저지를 수 있으니까 집주변 순찰 강화해 주세요.
운승/승구 : (자기도 모르게) 네! 알겠습니다. (달려가고)
관우 : (혜성에게) 혹시 모르니까 여기서 벗어나죠. 사무실로 가요.
혜성 : 네? 네..
#29. 혜성집 근처 (N)
운승과 승구 기민하게 경찰차로 간다.
승구 : (타려다가) 근데 잠깐! 저 사람 뭐야? 형사도 아닌데 왜 저래?
운승 : (다급히) 몰라요. 지금 그거보다 민준국부터 찾아야죠. 일이 더 커지기 전에.. (타는)
경찰차 출발하면, 어두운 곳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나온다. 수하다.
가방 지퍼를 닫는 수하, 그 안에 연막탄 몇 개가 더 보인다.
수하,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준국 : (E) 오~ 꼬맹이. 안그래도 내 쪽에서 전화 할 참이었는데..
수하 : 아까 낮에 읽은게 맞다면, 순서가 내가 먼저였던 것 같은데.. (하다) 어디야?
#30. 거리 (N)
수하, 결연한 표정으로 가는.
#31. 주차장 (N)
허름한 건물의 지하주차장, 불이 환하게 켜있다.
준국, 기둥 뒤 어딘가에 기대 눈을 감고 기다리고 있다. (준국에게 머지 않은 곳에 전등 스위치들이 있습니다)
준국의 손에는 쇠파이프가 들려있다.
#32. 국선전담 사무실 (N)
혜성, 탁자에 앉아 계속 수하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다.
혜성 : (걱정스럽고) 수하 얜 왜 이렇게 전활 안받아. (다시 걸어보며) 차변도 수하를 만났었어요?
관우 : 네. 어제밤에 부탁할게 있다면서 찾아왔었어요.
혜성 : (끊고) 무슨 부탁이요?
관우 : 민준국이 석방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짱변 곁을 지켜달라고..
혜성 : (뭔가 불안하다) 이 자식..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그때, 혜성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온다. ‘고성빈’이다.
혜성 : (얼른 받으며) 성빈이니? 너 혹시 오늘 수하 봤니?
성빈 : (E) 아침에 잠깐요. 그럼 언니도 수하 어딨는지 몰라요?
혜성 : 어, 몰라.
성빈 : (E) 언니, 저 겁이 나요.
혜성 : 뭐가?
성빈 : (E) 오늘 수하요. 학교도 안오고 어디 갈데가 있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가지말라고 내가 가방을 뺏었는데,
그 안에 이상한게 있었어요.
혜성 : (덜컥 겁이 난다) 이상한거 뭐?
성빈 : (E) 칼이요.
혜성 : !!!!
성빈 : (E) 연필 깎는 칼 말고.. 좀 큰 칼이요. 그걸 갖고 뭐하려고 그러는지..
혜성 : 성빈이 너. 일단 이 얘기 아무한테도 하지마. 알았지? 수하는 내가 찾을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래. 나중에 전화하자. (끊는)
혜성, 초조한 듯 손톱을 입술을 뜯는다. 과거 수하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Ins. 6회
혜성 : 그러니까 민준국한테 복수같은거 할 생각.. 절대 하지마. 알았지?
수하 : (대답 안하고 빨래만 개는) ...
혜성 : (양손으로 수하 얼굴 돌려 눈 마주치고 다그치는) 뭐해! 빨랑 대답해.
수하 : (그런 혜성을 잠시 보다) 만일.. 민준국이 그쪽을 해치려고 하면?
혜성, 안되겠어서 벌떡 일어나 나가려고 하면.
관우 : (얼른 잡고) 어디 가려구요?
혜성 : 수하를 찾아야되요! (뿌리치고 가는)
관우, 역시 따라가는.
#33. 국선전담 사무실 복도 (N)
뛰어가는 혜성을 잡는 관우.
관우 : 어딨는지 알기는 해요?
혜성 : (막막하고) 아뇨. 그치만 빨리 찾아야돼요. (불안해서) 안그러면..
관우 : 일단 경찰에 연락을 합시다. (핸드폰 누르며) 민준국 신병확보하면서 수하도 같이 알아보라고..
혜성 : (핸드폰 뺏으며) 안돼요! 경찰은 안돼요.
관우 :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에요? 왜 경찰은 안되는데!
혜성, 관우의 핸드폰을 보다가 과거 수하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Ins. 5회 14씬 위치찾기 어플 가르쳐주던 씬
수하 : (신경 쓰인다. 핸드폰을 꺼내고는) 핸드폰 좀 줘봐.
혜성 : 왜? (건네며)
수하 : (받아서 어플 깔며) 위치찾기 어플 깔아둘려구.
혜성 : 그게 뭔데?
수하 : (계속 깔면서) 이거를 둘이 깔면 서로 어딨는지 알 수 있거든.
혜성, 얼른 자기 핸드폰을 꺼내서 어플을 켠다.
#34. 지하 주차장 (N)
수하, 경계 태세로 주차장 안으로 들어선다. 걸어 들어가며 가방에서 칼을 꺼내고, 가방을 내던진다.
주위를 둘러보면 낡은 주차장, 차가 몇 대 있고, CCTV는 준국이 고장 낸 듯 깨져있고 꺾여있다.
수하 : (걸어 들어오며) 민준국!!! 나와!
준국 : (이하 눈을 감은 채로 어딘가에 숨어서) 왔냐! 혼자 오다니.. 꼬맹이 많이 용감해졌네. 그 기집애는 뭐하고 있냐?
수하 :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지금 경찰들하고 같이 있으니까 허튼 생각하지마. 여기가 당신 끝이야.
준국 : 너무 자신하지마라. 내가 살아남을 수도 있어.
수하 : 상관없어. 살아남는게 당신이라면, 당신은 살인범이 됐단 소리니까! 이제 더 이상 얄팍한 수로 빠져나갈 수 없을거야.
준국 : 나도 마찬가지다.
수하 : !
준국 : 니가 죽으면, 그년이 괴로울거고.. 내가 죽으면, 니 놈이 살인범이 되는거니까 그것도 그년한테 죽을 맛이겠지.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수하 :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빨랑 나와!
준국 : (off) 생각해보니까 말이지. 그냥 붙어선 승산이 없겠더라구. 니놈 재주를 당해낼 수가 있어야 말이지.
체급을 맞추려면 내 쪽에도 어드벤티지가 하나 있어야되지 않겠냐.
그때 불이 갑자기 꺼진다. 칠흙같이 어두워 아무것도 안보인다.
수하 당황한다.
준국 : (off) 난 지금까지 눈을 감고 있었거든.. 그래서 지금 난 눈이 어둠에 익어서 니가 아주 잘 보여..
근데 니놈은 내가 안보이겠지!
어둠에서 무섭게 튀어나오는 준국, 쇠파이프로 수하의 손을 내려친다.
수하의 칼이 바닥에 떨어진다.
준국, 수하의 다리를 친다.
수하 윽!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진다.
#35. 건물 앞 (N)
혜성과 관우, 달려온다.
관우 : 여기에요?
혜성 : (핸드폰 보고) 네.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36. 건물 안 (N)
혜성과 관우, 들어오면.
혜성 : (핸드폰 보고 답답해서) 몇 층인지 알 수가 없잖아. 난 저쪽을 찾아볼께요.
관우 : (잡고) 혼잔 위험해요.
혜성 : 수하를 찾는게 급해요! 얼른!! (달려가는)
관우 : (할 수 없이 다른 쪽으로 달려간다) ..
#37. 지하 주차장 (N)
어둠 속에서 수하, 준국에게 일방적으로 맞는다.
수하, 간신히 발차기를 해서 준국의 쇠파이프를 떨어트린다.
쇠파이프를 발로 멀리 차는 수하.
시간을 번 수하, 벽을 더듬고 다니면서 스위치를 찾는다. 그러다 스위치를 켠다.
드디어 주변이 환해지고, 민준국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준국, 당황한다.
수하의 반격이 시작된다.
준국의 움직임을 읽는 수하. 준국이 움직이려는 쪽으로 먼저 이동하면서 도망가는걸 막는다.
수하, 준국에게 일방적으로 맹공을 퍼붓고 준국, 수하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쓰러지는 준국.
수하, 떨어진 칼을 줍는다.
준국, 간신히 몸을 일으키지만, 칼을 들고 오는 수하를 보고는.
준국 : (간신히 버티며 비릿한 미소로) 그래. 와라. 재밌네. 너도 살인범이 돼서 막장으로 살아봐라. 나처럼 말이지..
수하 : (싸늘한 얼굴로 낮게) 시끄러. (하고는 칼을 다잡고 달려든다) 으아아아!
수하, 준국을 찌르려는 순간 준국과 수하 사이에 혜성이 확 끼어들어 수하의 양팔을 잡는다.
수하, 미처 피할 틈도 없었다.
수하, 너무나 놀라 내려다보면 혜성의 하얀 블라우스 위로 피가 번진다.
수하의 칼이 바닥에 쨍그랑 떨어진다.
수하 : (얼어붙어 말이 안나온다.) .. 어? 어.. 어..
혜성 낮은 신음소리와 함께 무너지듯 쓰러진다.
수하, 얼른 쓰러진 혜성을 부축한다.
수하, 이 상황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아 어쩔 줄 모른다.
수하 : (혜성의 피가 묻은 손이 덜덜 떨린다. 낮은 탄성처럼)... 왜.. 당신이.. 왜..
혜성 : (힘겹게) 이 밥통아. 내가 그랬지. 저 인간을 죽이면 넌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고.. 살인범이 된다고..
말 드럽게 안들어. 진짜..
수하, 어떻게든 지혈을 하고 싶어 누르는데 자꾸 피가 나온다. 어쩔 줄 몰라 손이 덜덜 떨리는 수하.
준국, 수하가 정신없는 틈을 타 칼을 주워든다.
준국, 칼을 들고 혜성을 노리며 달려든다.
혜성, 놀라고 수하, 뒤늦게 준국을 보고 얼른 혜성을 안고 감싼다.
준국의 칼이 혜성 대신 수하의 왼쪽 어깨 쪽을 찌른다.
준국, 다시 찌르려는데 수하, 그런 준국을 발을 걸어 쓰러트린다. 칼은 멀리 날아간다.
수하, 분노로 준국에게 달려든다.
준국을 마구 패는 수하, 이미 이성을 잃었다. (수하는 왼쪽 어깨가 다친 상황이니 오른팔과 다리로만 싸웠으면 합니다)
혜성 : (간신히 쥐어짜듯) 그만해. 수하야!!
수하, 그 소리에 멈칫!
혜성, 몸을 일으키려 하다 다시 쓰러진다.
수하, 다시 혜성 쪽으로 달려가 오른손으로 부축을 한다.
관우 : (멀리서/off) 짱변!! 어딨어요. 짱변! 박수하!! 대답해!
그 소리에 준국, 절뚝거리면서 간신히 자리를 피한다.
도망가며 땅에 떨어진 칼을 줍는 준국.
혜성 : (수하 멱살을 잡듯 옷을 움켜쥐고 간신히/E) 아무한테도 얘기하지마. 절대..
이건 니가 찌른게 아냐. 민준국이 찌른거야. 알았지. 허튼소리하면.. 앞으로 다신 너.. 안봐.. (그대로 정신을 잃는)
수하 : 아.. 안돼. (혜성을 안으며) 제발.. 정신차려.. (눈물 흘리는)
#38.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계단 근처 (N)
관우, 달려가다가 멀리 준국이 칼을 들고 절뚝거리며 도망치는 걸 본다. 준국의 옷과 손에 피가 묻어있다.
준국, 멀리서 도망가다 관우와 눈을 짧게 마주친다.
(slow) 도망가며 사악한 찰라의 미소를 짓는 준국
자신이 알던 선량한 준국의 모습이 아니다.
충격받은 관우, 불길한 예감에 준국이 나온 쪽을 향해 뛰기 시작한다.
관우 : (사색이 돼서) 짱변!!! 어딨어요!! 대답해! 장혜성!!!!
이하 관우의 시선컷
헉헉거리며 계단을 내려가는 관우의 숨소리..
관우의 시선으로 지하주차장에 들어서면..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정신을 잃은 혜성을 한쪽팔로만 안고 있는 수하가 보인다.
수하, 어깨 부상으로 왼쪽 어깨는 축 늘어져있고, 오른팔로만 혜성을 안고있는 상태.
수하 : (관우를 보고 신음처럼) 도와줘요. 제발..
관우 : (사색이 돼서) 짱변..
관우, 달려가 의식을 잃은 혜성을 안아올린다.
#39. 몽타쥬 (N)
# 건물 앞 경찰차들과 엠뷸란스들
# 의식을 잃은 혜성, 스트레쳐에 뉘여져 긴박하게 수술실에 들어가고
# ‘수술중’에 불 들어오고
# 수술실 앞을 지키는 관우, 이 모든게 자기탓 같아 머리를 감싼다.
# 멀리서 어깨에 붕대를 감은 채 이를 보고 있는 수하, 한없이 눈물
#40. 입원실 (D)
환자복을 입은 혜성,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다.
혜성을 보는 수하의 모습. 왼쪽 팔과 어깨는 붕대로 묶여있다.
수하, 누워있는 혜성의 손을 잡는다.
수하, 고개를 숙여 혜성의 귓가에 뭔가를 이야기 한다. 그리고는 나가는..
<시간경과>
환자복을 입은 혜성, 여전히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다.
똑똑 떨어지는 링거.
혜성, 희미한 의식 멀리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대화가 들린다.
의사 : 다행히 장기는 많이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출혈이 많았으니까 며칠 안정을 취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관우 : 네, 알겠습니다.
의사 : 근데 경찰에 신고를 해야되지 않나요? 아무래도 자상인거 같은데..
관우 :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희미해지는 혜성의 시선으로 병원의 천장이 보인다. 시선 옆으로 옮기면 관우가 눈에 들어온다.
관우, 의식을 차린 혜성을 보고 달려온다.
관우 : 일어났어요? 괜찮아요?
혜성 : (맥없이) 나 어떻게 된거에요?
관우 : 수술은 다행히 잘 끝났어요. 경과도 나쁘지 않대요.
혜성 : 네. (수하가 떠올라 다급히) 수하는요? 수하 어딨어요? (몸 일으키려고 하면)
관우 : (잡아 제지하며) 가만있어요. 움직이면 안되요.
혜성 : (버티며 걱정이 돼서 지르는) 수하 어딨냐구요!
침상에서 내려가려는 혜성을 말리는 관우의 모습 위로.
혜성 : (E) 그날 이후로.. 수하는 사라졌다.
#41. 병원복도 (D)
링거대 들고 환자복을 입은 혜성, 고모부와 통화중이다. 답답한 얼굴로 전화를 끊는.
혜성 : 네, 지금 수하랑 전혀 연락이 안되요. 어딨는지도 모르겠고.. 일단 한국에 오셔서 같이.. (하다) 아니. 바쁘신거 아는데요.
(하다) 그래도 보호자시잖아요. (하다 열받아) 아니 고모부님이 수하 아버지 보험금은 억수로 타 드셨다면서요!!
용돈 보내준다고 그게 보호잡니까! (끊어졌다. 버럭)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다 옆구리가 아파서) 아야..
혜성 : (E) 수하의 고모부와 간신히 연락이 닿았지만, 고모부는 남보다 더 수하의 안위에 관심이 없었다.
#42. 수하 아파트 (D)
비어있는 수하의 집.
혜성 : (E) 수하에게 가족다운 가족은 하나 없었고..
#43. 교실 (D)
수업 받는데 수하의 자리만 비어있다.
성빈만이 그 빈자리를 보면서 한숨..
혜성 : (E) 친구다운 친구도.. 거의 없었다.
#44. 지구대 (D)
운승, 민준국 수배 전단지를 붙이며 복잡한 표정이다.
혜성 : (E) 민준국은 살인미수와 보복범죄 혐의로 전국에 수배전단이 뿌려졌고..
#45. 혜성집 근처 (N)
혜성, 창밖을 보면 운승과 승구가 탄 순찰차 지나가고 있다.
혜성 : (E) 우리 집 주변으로 혹시 모를 민준국의 보복을 대비해 순찰이 강화됐다. 그리고..
#46. 국선전담 사무실 (D)
관우, 상덕과 유창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혜성 : (E) 차변은 국선전담변호사를 그만뒀다.
관우 : (집기와 서류를 담은 커다란 박스 들고) 나머지 짐들은 주말에 가지러 오겠습니다.
상덕 : 민준국 변호한 것 때문에 이러는건가? 그건 이유가 안돼!
관우 : 충분히 됩니다. 제 혀 밑에 도끼가 있었어요. 그 도끼로 짱변을 다치게 했구요. 이 이상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합니까?
상덕 : 그래서 책임을 진다는게 고작 피하는거냐?
관우 : 죄송합니다. 제 그릇이 이 정도네요. 고작..
유창 : (걱정되고) 앞으로 뭐 먹고 살려구요. 다시 뭘 시작하기에도 늦은 나이잖아요.
관우 : 당분간 아버지 사업 도와드리면서 용돈 타 쓰죠. 뭐.. 그리고 천천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구요.
(꾸벅 인사하고) 종종 놀러오겠습니다. (가는)
상덕 : (답답하고) ...
유창, 관우의 빈 책상을 본다. 그 위에 놓여있는 관우의 변호사 뱃지를 챙기는.
혜성 : (E) 그리고 얼마 후, 수하와 민준국의 소식은 의외의 곳에서 들려왔다.
#47. 실내낚시터 (D)
낚시꾼들 두세명이 떨어져 낚시를 하고 있다.
그 중 한 낚시꾼, 짐을 풀다가 낚시밥 쏟는다. 주우려고 흙을 치우는데 그 안에 보이는 손가락(왼손 검지).
낚시꾼 : (무심히 주우며) 이게 뭐야? (하다 손가락인거 알고 화들짝 놀라 던지며) 으아악!! 사람 손가락이잖아. 손가락!!
낚시꾼 사색이 되어 보면 그제야 손가락 주위에 선혈이 낭자한게 보이고, 칼도 보인다
#48. 혜성집 거실 (D)
혜성, 깨진 유리창 고치는 수리공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TV에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혜성 : 아저씨, 이쪽 문이 좀 뻑뻑한거 같은데..
수리공 : 사모님, 처음엔 다 뻑뻑해요.
혜성 : 그러니까 처음부터 안뻑뻑한걸로 해달라구요. 그리고 저 사모님 아니거든요!
앵커 : (E) 어제 오후 2시쯤 연주시 부근에 있는 한 실내낚시터에서 토막난 손가락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혜성 : (그 소리에 무심히 TV 화면을 보다 눈이 커진다.) !!!
# 뉴스 화면. 준국의 사진이 화면에 보여진다.
앵커 : (E) 발견된 검지 손가락 지문 감식 결과, 피해자는 살인미수 및 보복범죄 혐의로 수배중인 민모씨로 밝혀졌습니다.
혜성, 놀라움에 TV쪽으로 서서히 걸어간다.
# 낚시터를 조사하는 경찰들의 모습
#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외경
앵커 : (E) 경찰은 민씨가 살해돼 시신이 훼손됐을 것으로 보고 나머지 시신을 찾고 있으며,
범행도구로 쓰인 칼과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핸드폰, 그리고 모발 등을 채취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뉴스 화면 속에 수하의 칼, 천사 악세사리가 달린 수하의 깨진 핸드폰이 보여진다.
혜성, 놀라움에 입을 가린다.
앵커 : (E) 다음 뉴습니다.
#49. 연주 경찰서 앞 (D)
혜성, 빠른 걸음으로 들어간다.
#50. 연주 경찰서 (D)
혜성, 강력반이란 푯말 아래 놓인 책상으로 간다.
강형사(40대초/남/경장)가 통화를 하고 있다.
강형사 : (전화로) 알어. 민준국 사체 찾는거 힘든거 알어. 아 그래도 저수지 밑바닥까지 이잡듯이 샅샅이 뒤져봐.
(끊고 혜성보며) 누구시죠?
혜성 : 전 국선전담변호사 장혜성이라고 합니다. 전에 박수하 신원보증을 했었는데요.
강형사 : 보증을 할거면 제대로 했어야죠. 이 놈이 사람을 죽였어요.
혜성 : (거슬려 속사포로) 죽였다는 증거 있어요? CCTV에 찍히기라도 했어요?
왜 박수하가 범인이라고 단정하세요. 딴 사람일수도 있잖아요.
강형사 : 입에 모다 다셨나? (의자 권하며) 일단 앉아봐요. (앉아서 증거들 보이며) 봐봐요! 이걸 어떻게 딴 사람이 했다고 봅니까?
민준국이랑 원한관계에 동기 정황 다 있는게 박수하고! 민준국하고 마지막 통화한 사람도 박수하고!
칼이며 현장에 수두룩빽빽 찍혀있는 지문도 박수하겁니다!
이 정도면 박수하가 민준국 뼉다구까지 발른거라고 다들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혜성 : 수하는.. 찾고 있나요?
강형사 : 수배 때려야죠. 혹시라도 박수하한테 연락오면 빨랑 자수하라고 전해주세요.
혜성,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51. 연주 경찰서 앞 거리 (D)
혜성, 허탈하게 서있다.
혜성 : (혼잣말로) 꿈이 아냐.. 분명 꿈이 아니었어.
#Ins. 입원실
환자복을 입은 혜성,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다.
그런 혜성을 보는 수하의 모습..
수하, 혜성의 손을 잡는다. 수하, 고개를 숙여 혜성의 귓가에 뭔가를 이야기 한다.
수하 : 당신이 걱정하는 일.. 절대 안할거야. 이 약속 꼭 지킬테니까.. 날 믿어줘.
# 혜성, 결연한 표정이 된다.
혜성 : 그래. 절대 꿈 아냐. 그리고 수하는 그 약속 꼭 지켜! (우렁차고 씩씩하게 손들며) 택시!!!
#52. 교실 (D)
쉬는 시간, 학생들 몇몇 있는데 강형사와 형사 하나가 온다.
학생들 뭔가 싶어 불안하다. 성빈도 불안하게 보는..
강형사 : 어이~ 학생! 여기 박수하 사물함이 어느거야?
여학생 : 수하요? 수하거는..
성빈 : (얼른) 수하 사물함 없어요. 걘 원래 사물함 안써요.
충기 : (가방 챙겨메며) 저기 맨 오른쪽건데요. (나가고)
성빈 : (낭패다) 그거 박수하 이름만 있는거고 걔거 아니에요!! (말리려는데)
강형사 : (말릴 틈도 없이 사물함을 열어본다. 그 안에 아무것도 없다)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다른 사물함들도 살피는)
성빈 : (안도하는) 아오.. 다행이다. (충기를 생각하니 괘씸하다)
#53. 복도 (D)
충기, 걸어가는데 성빈 달려가는.
성빈 : 야!! 김충기!! (하면서 발로 등짝을 퍽 때린다)
충기 : (넘어지며 가방 떨어진다) 악!!
성빈 : (꼬집으며) 고자질 하다하다 이제 형사한테까지 고자질을 하냐! 어?
충기 : 아파!! 아프다고!!
투닥대는 두 사람의 대사 위로 충기의 떨어진 가방 속이 나온다.
수하의 소지품들이 보인다. 수하의 노트, 헤드폰, 주로 읽었던 책.
#54. 국선전담 사무실 (D)
혜성, 성빈에게 네일케어를 받고 있다.
성빈, 조그만 손선풍기로 혜성의 손톱을 말려주고 있다.
혜성, 다른 손으로는 서류를 보고 있다.
성빈 : 사무실이 왜 이렇게 썰렁해요?
혜성 : 신변호사님은 재판 들어갔고, 유창씨는 법원으로 복사하러 갔어. (하다) 수하한테 연락 온건 없었니?
성빈 : 네, 없어요. (한숨 폭 쉬고) 언니 전요. 빨리 찾아서 보고 싶은 마음 반,
그냥 영영 이대로 숨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 반이에요.
혜성 : 수하 안보고 싶어? 너 수하 좋아한다며?
성빈 : 좋아해요. 보고도 싶고.. 근데, 수하 잡히면 감옥갈거 아니에요.
혜성 : 넌 수하가 살인범이라고 생각해?
성빈 : (생각한다) .. 언니는요?
혜성 : 난 아니라고 생각해. 아니다.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진짜 수하는 살인범 아냐! 확실히! 분명! 백퍼!!
성빈 : (그런 혜성을 보며 안도의 미소) 언닌 나보다 훨 똑똑하니까 언니말이 맞겠죠.
(후후 불어주고는 손톱 살짝 만져보고) 다됐다! 키보드는 좀 있다 쳐요. (일어나는)
혜성 : (손톱 보며) 알았다.
성빈 : (가려다가 다시 와서) 언니한테 줄게 있어요. (가방 여는)
혜성 : ?
성빈 : (가방에서 곰인형 꺼내 건네며) 이거..
혜성 : (인형 받으며) 이게 뭐야?
성빈 : 수하가 언니한테 주려고 한거 같은데 못준거 같아요.
혜성 : 나한테 인형을? (의아) 나랑 너무 안어울리는데? 진짜 내거 맞아?
성빈 : (미소로 끄덕) 맞아요. 확실히! 분명! 백퍼!!
혜성, 인형을 보며 갸우뚱.
#55. 혜성집 옥탑 마당 (N)
혜성, 평상에 가방을 내려놓고 털썩 앉는다. 그리고는 가방을 베고 눕는데.
그때 ‘짱변 잘했어!’란 수하의 목소리가 가방속에서 들린다.
혜성, 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펄쩍 일어난다.
혜성 : (놀라서 어리둥절) 이게 무슨 소리야? 수하 목소리 같은데..
혜성, 가방에서 인형을 꺼내 본다. 눌러보면 ‘짱변, 잘했어’ 소리가 나온다.
혜성 : 아.. 소리나는 인형이었구나. (계속 눌러보는) 내가 뭘 잘했다는거야? (하다 뭔가 떠오른다)
#Ins.6회 32씬
수하 : (먹으면서) 그래서 후회해? 검사랑 짜고 유죄를 밝혀낸거?
혜성 : 아니. 그치만 뭔가 찝찝하고 기분 드러워. (숟가락 내려놓으며) 뭔가 카레묻은 휴지로 똥닦은 기분이야.
수하 : (먹다가 풉) 아이씨~ 먹는데 꼭 그렇게 얘기해야되냐! 드럽게..
혜성 : (탁자에 고개 박고 한숨 폭) ...내가 잘한거라고 열 번만 얘기해줄래?
수하 : (어이없어서) 뭐야. 유치하게..
혜성, 뒤늦게 수하의 마음씀씀이가 느껴진다.
혜성, 평상에 앉아 인형을 눌러 ‘짱변 잘했어’를 계속 눌러본다.
혜성, 미소와 함께 눈물이 고인다.
혜성 : 나쁜 놈.. 끝까지 반말이야.
그런 혜성의 모습에서 하늘로 카메라 틸업한다. 그리고 틸 다운 하면서 날이 밝는.
#56. 혜성집 전경 (D)
S/S 1년 후.
#57. 몽타쥬 (D)
혜성이 출근을 준비하는 모습이 타이트한 몽타쥬로 보여진다.
# 눈썹 마스카라를 바르는 혜성
# 블라우스를 입는데 옆구리 흉터가 살짝 보인다.
# 정장 단추를 여미는 혜성 (변호사 뱃지 달지않은)
# 서류를 가방에 넣는 혜성이 타이트하게 잡힌다.
# 문을 닫고 나가는 혜성
#58. 혜성집앞 (D)
정장을 입고 집을 나서는 혜성의 모습.
#59. 혜성방 (D)
전쟁터 같은 집안, 다시 지저분해졌다.
여기저기 널린 옷가지들, 스타킹들, 수박 껍질과 피자박스들..
#60. 버스정류장 (D)
혜성, 버스정류장에 선다. 수하네 학교 남학생들의 교복이 보인다.
수하가 떠오르는 듯 그들을 한참을 본다.
#61. 찜질방 (D)
관우, 찜질방복을 입고 아저씨(50대 중반)와 빙수를 먹으며 이야기 중이다.
관우 : 그러니까 이번에도 벌점 먹으면 면허취소라 생계가 끊기신다. 그래서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싶다..이거 아니에요?
아저씨 : (단호히) 글제! 난 맹세코 벌점먹을 짓은 안했그등...
관우 : 근데, 막상 재판 할라니까..
아저씨 : (받으며) 변호사비부터 막막한겨.
관우 : 걱정말구 하세요. 공짜 변호사가 있으니까..
아저씨 : 공짜 변호사?
관우 : 네. 선생님 같은 분들 도와주라고 국선이란게 있어요. 나라에서 붙여주는거라 돈 하나도 안드니까
재판에 가셔서 판사님한테 ‘국선전담변호사’ 선정해주세요 하시면 되요.
아저씨 : (휘둥글) 진짜 공짜여? (못미덥고) 공짜면 좀 거시기한 변호사 아닌가?
관우 : 거시기 안해요. (가슴 땅땅치며) 저 봐요. 저 예전에 국선전담변호사였는데, 거시기 해보여요?
유창 : (음료 가판대쪽에서/off) 아저씨! 여기 미숫가루 좀 타주세요!
관우 : (얼른 일어나 달려가며) 네네!~!
아저씨 : (못마땅) 한참 거시기 하구마이..
가판대 가보면 유창이 찜질방 옷입고 와있다.
관우 : 뭐야. 유창씨였어?
유창 : (구운 계란 하나 까면서) 심신이 고단해서 왔습니다.
(고깝게 훑으며) 차변호사님, 아니 관우씨는 신세가 아주 좋~아보이네요.
관우 : (미숫가루를 칵테일통 같은데 넣으며) 네. 아주 좋~습니다. 신변호사님 잘 지내시죠?
유창 : 거의 초죽음이세요. 셋이 하던걸 둘이 하고 있으니.. 거기다 짱변호사님이랑 1년째 서로 말도 안해요.
(하다) 짱변호사님 소식은 안물어보세요?
관우 : ...잘하고 있죠?
유창 : (계란 먹으며 답답하다는 듯) 도돌이푭니다. 1년전으로 돌아갔어요.
관우 : (능숙하게 바텐더처럼 섞으면서) 1년전으로? 젊어졌단 소리에요?
유창 : (열받아 버럭, 계란을 마구 뱉어가며) 그 소리겠어요!!!
#62. 합의부 법정 (D)
혜성, 한손은 턱을 괸 채 무심히 피고인 신문을 하고 있다.
그런 혜성을 공숙이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검사석에는 도연.
혜성 : 피고인은 미혼으로 현재 몸이 불편한 아내를 간호하며 어렵게 살고 있죠?
피고인 : 네.
공숙 : (한심해서) 미혼이 아니라 기혼이겠죠.
혜성 : (당황한 기색 없이) 피고인. 피고인은 기혼으로 현재 다리가 불편한 아내를 간호하며 어렵게 살고 있죠?
피고인 : 네.
<컷>
혜성, 옆에 피고인만 바뀐 채 여전히 성의없이 신문을 하고 있다.
혜성 : 피고인은 병약한 아내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공숙 : (언성 높아지는) 변호인. 지금 피고인은 여성입니다. 아내가 있을 수 없지요!
혜성 : (역시 전혀 동요없이) 피고인, 피고인은 병약한 남편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힘들게 세신사를 하며..
도연 : (그런 혜성을 한심하게 본다) ...
#63. 법원 복도 (D)
법복 입은 공숙과 배석들 함께 걸어가면서.
공숙 : (치가 떨린다는 듯) 오늘 짱변이 한 변론들 중에 30초 넘는거 있었어?
우배석 : 없었습니다.
공숙 : 아주 날로 먹을려고 들어. 피고인들 민원을 어떻게 감당할려고 저래?
좌배석 : 혹시 김판사님 앞에서 시위 하는거 아닐까요? 작년 그 민준국 건으로?
공숙 : (마음 불편해서) 그 얘기가 왜 또 나와.
우배석 : 저도 짱변 볼때마다 자꾸 신경 쓰입니다. 그때 그 판결..
공숙 : 그만들 해!
공숙, 신경질적으로 가고, 좌우배석 따라가는.
이들 뒤쪽으로 상덕, 서류를 옆에 낀 채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깊은 한숨이 나온다.
#64. 법원 엘리베이터 앞 (D)
혜성, 엘리베이터문이 열려서 타려는데, 안에 도연이 있다.
혜성, 멈춰서고, 문이 닫히려는데
도연, 버튼을 눌러 문을 다시 연다.
도연 : 안타?
혜성 : (내키지 않는 얼굴로 엘리베이터에 탄다) ...
#65. 엘리베이터 안 (D)
도연, 혜성 나란히 서있다. 서로 시선 주지 않은 채 대화.
도연 : 언제 시간 한번 내줘. 내가 밥 살게.
혜성 : 너한테 밥 얻어먹을 일 없는거 같은데..
도연 : (약올리는) 왜 없어? 지난 1년간 기소한 사건들 꼬박꼬박 다 유죄 받아내서 무죄율도 제일 낮아.
이게 다 니 덕이야. 고마워.
혜성 : (받아치고 싶지도 않다) 그래. 다 내덕이다. 그래서 좋니? 이빨 손톱 다 뽑힌 개랑 싸워서 이기니까 기분 좋아?
도연 : (혜성을 잠시 보고는 싸늘하게) 재미없어. 한심하고.
혜성 : !
도연 : 그러니까 빨리 정신 차리고 제대로 붙어봐.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나가는)
혜성 : (그런 도연을 보며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다) ...
#66. 버스안 (N)
혜성, 버스에 앉아 지친 듯 창문에 고개를 기댄 채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다.
혜성 : (E) 엄마. 오늘 진짜 엿같은 하루였어. 피고인들은 하나같이 거짓말만 해대고, 난 도연이한테 같잖은 설교까지 듣고..
엄마. 나 자꾸 미꾸라지가 되가나봐. 나 이 짓 계속 해야되는걸까?
혜성, 문자를 보낸다. 보내고 문자를 쭉 올려보면 계속 혜성 쪽에만 일방적으로 보낸 문자들이다.
무심히 창밖을 보는데, 수하를 닮은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헤드폰을 한 채 걸어가고 있다.
혜성 : (놀라서 다급히) 아저씨!! 잠깐만요! 여기 좀 세워주세요!! 빨리요!
#67. 거리 (N)
혜성, 다급히 버스에서 내린다.
혜성, 인파 속에서 수하를 찾으려고 계속 두리번 거린다. 그러다 멀리 헤드폰을 쓴 키 큰 남자를 발견하고는.
혜성 : 수하야!! 박수하!! (달려가는)
혜성, 인파를 헤치며 수하의 뒤를 쫓아 뛴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간신히 따라잡은 남자, 잡아 돌리면 수하가 아니다.
남자 : (헤드폰 빼며) 왜요?
혜성 : (얼굴 일그러지며 숨이 차 말이 안나온다. 원망스레 헉헉대며) 이..씨.. 헤드..헤드폰은 왜.. 헷갈리게..
부르면 아니라고 ...대답을 하든가.. 씨.. (가는)
남자 : (뭐야 저 여자, 돌았나?)
혜성 : (숨 몰아쉬며 가다 다리가 아파 보면 뒤꿈치에 피가 난다) 아. 아파..씨..
#68. 혜성방 (N)
평상복 차림의 혜성, 아까 뛰느라 까진 뒤꿈치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다.
그러다 곰인형이 눈에 걸린다. 한번 누르면 ‘짱변 잘했어!’ 나온다.
혜성 : (열받아 확 엎어놓으며) 잘하긴 뭘 잘해! 이 밥통아!
혜성, 이불 확 덮으며 눕는다.
#69. 농가 (D)
김기호(70대/할아버지), 마당에서 냄비에 쌀을 씻고 일어나는데 형사 2명이 찾아온다.
강형사 : 계십니까? 여기 박수하란 사람이 살고 있죠?
기호, 겁을 먹어 냄비를 떨어트린다. 쌀이 산산히 흩어지는..
#70. 농가 뒷마당 (D)
토종닭 키우는 우리에 들어가 누군가 그릇에 계란을 담고 있다.
그때 기호와 형사2명(강형사 포함)이 우리 앞에 들어선다.
기호 : (걱정스러운 얼굴로) 순욱아.
수하 : (계란 담으며) 네 할아버지. 거의 다 되갑니다~
기호 : 이 양반들이 신고를 받고 널 찾아왔댜.
수하 : (그제야 돌아보니 형사 2명이 와있다. 영문 몰라) 무슨 일이시죠?
기호 : 박수하씨 되십니까?
수하 : (그 이름은 뭐지 싶은) ??
#71. 혜성집 전경 (D)
혜성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린다.
#72. 혜성방 (D)
계속 울리는 요란한 핸드폰 소리. 침대 맡에는 수하의 곰인형이 놓여있다.
혜성, 이불속에서 손을 뻗어 핸드폰을 더듬대며 찾아서 이불안으로 쏙 들어가 전화를 받는다.
혜성 : (잠결에) 여보세요.. 네.. 기억하죠. 웬일이세요. 이 시간에? (하다 벌떡 일어나서) 네? 수하를 찾았다구요?
#73. 연주 경찰서 근처 거리 (D)
혜성, 초조한 얼굴로 걸어가고 있다.
강형사 : (E) 이놈이 그동안 수배 피해서 시골에 꼭꼭 숨어 살았드라구요.
이름도 이순욱이라고 바꾸고 아주 철저히 신분 세탁까지 했답니다.
#74. 연주 경찰서 앞 (D)
혜성, 달려들어온다.
담배 피러 나와있던 강형사 혜성을 본다.
강형사 : 어, 오셨네.
혜성 : (달려와) 수하는요?
강형사 : 지금 조사받고 있어요.
혜성 : 다친덴 없어요? 괜찮아요?
강형사 : 멀쩡해요. 아~ 근데 이놈이 머리가 아주 좋거나 아주 나쁘거나 둘 중 하난거 같은데, 당최 어느 쪽인지 모르겠습니다.
혜성 : 그게 무슨 소리에요?
강형사 : 일단 조사 끝나면 얘기해줄께요. (담배 불붙이려는데, 혜성 들어간다) 어! 지금 조사 중이라니까!!
#75. 연주 경찰서 안 (D)
혜성, 빠른 걸음으로 들어오는데 멀리 수하처럼 보이는 청년의 뒷모습이 보인다.
수갑을 차고 다른 형사에게 조사를 받고 있는 수하 남루한 옷차림에 뭔가 낯선 뒷모습이다.
혜성 : (저게 설마?) 수하야?
수하, 그 소리에 천천히 돌아본다. 허름한 차림이라 낯설긴 하지만, 수하다.
혜성 : (진짜 수하가 맞다. 수하 쪽으로 달려오며) 수하야!! 박수하!
수하 : (혜성을 보고 일어난다. 그러나 표정변화는 없다) ..
혜성 : (주먹으로 어깨를 때리며 화낸다) 야! 이 밥통아! 그동안 너 어딨었어! 전화는 왜 안한거야. 연락했어야지. 걱정했잖아!
(수하 잡고 다친데 없나 살피다) 괜찮아? 수갑은 왜 채운거야. 씨..
수하 : (그런 혜성을 보며 담담히) 내 이름이 박수합니까?
혜성 : (어리둥절하고) 어?
수하 : 여기선 모두가 날, 그 이름으로 부르네요.
혜성 : !!!
수하 : 나를.. 알아요?
기억을 잃은 수하를 보고 놀란 혜성, 수하를 잡았던 손을 놓는다.
혜성, 충격으로 얼어붙은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