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의 문화산책- 중국 산시성 다퉁시 하늘에 매달린 현공사(悬空寺)
다퉁시로 가는길은 옥수수밭과 풍력발전기가
타이항 산맥 항산에는 하늘에 매달린 현공사가
현공사는 석가모니 열반 500년 후 절벽에 건축
북경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2시간 가량 달려 312만명이 살고 있는 다퉁시(대동,大同市)로 갔다.
다퉁시는 중국 산시성 북부 대동분지 중심에 위치한 도시로 일명 ‘석탄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이곳에는 국영기업을 포함한 20여개의 활성탄공장이 있다.
관광이 아니라 중국 최고 품질과 최고의 시설로 중국정부가 ‘전문,정교한 신기업’으로 인정했으며 세계 3대 활성탄기업인 칼곤,노리트,자코비에 전체 생산량의 50%를 공급하는 ‘진성하오다’ 활성탄 회사의 초청길이다. 한국의 활성탄관계자로는 진성하오다를 방문하는 첫 번째 초청객이다.
다퉁시는 산시성 최북단으로 현공사(悬空寺)가 위치한 타이항 산맥 너머에는 내몽골 자치구인 울란차브시와 맞닿아 있다.
산시성은 삼국지의 관우의 고향이기도 하며 타이항이란 뜻은 태행산(太行)의 서쪽에 있다는 뜻이다.
다퉁시의 평균 연간강수량은 388mm로 비교적 5,6,7,8,9월에 많이 내리며 강수량이 적어 옥수수 농사를 할 수 밖에 없다.
황사바람과 공장지대의 미세먼지들로 항시 하늘이 누렇게 물들여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퉁시에 도착하기 전날 밤까지 많은 비가 쏟아져 다퉁시는 해맑은 가을하늘이다.
한국의 여름 폭염이 35도를 오가고 있지만 다퉁시의 저녁은 24도 아침은 17도까지 내려간다. 그래서인지 지역 주민들은 긴 팔 티의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있다. 더위에 헉헉대는 올 여름 처음으로 이국땅에서 맛보는 선선한 가을바람과 높고 푸른 하늘이다.
고속전철로 2시간 가량 다퉁시로 향하는 창밖 풍경은 끝없는 옥수수밭이 펼쳐진다, 중국 마지막 황제 푸이가 자금성에서 쫒겨나 만주국을 만들어보려고 떠날 때 펼쳐지는 광활한 옥수수밭 풍경이다.
메밀꽃과 옥수수밭이 펼쳐지는 이효석의‘메밀꽃 필 무렵’이 읽혀지고 독일 표현주의 화가 마케의 ‘옥수수밭’ 그림이 그려진다.
열차를 달리며 옥수수밭과 함께 환경인으로 어색하지 않은 나즈막한 야산이나 들판마다 높게 솟은 풍력발전기이다. 확실히 이곳 바람의 세기를 짐작하게 한다.
당초 중국의 4대 석굴인 용문석굴(낙양),막고굴(돈황),맥적산석굴(천수)와 함께 유명한 다퉁시의 가장 큰 규모의 운강석굴을 가기로 하였지만 하늘에 메달리고 싶은 바램이 강해서일까 깎아지른 절벽 중간에 걸쳐 있는듯한 절 현공사로 방향을 바꿨다. .
다퉁 시내에서 남동쪽으로 60km 달리면 암반과 누런색의 민둥산인 항산(2,017m로)이 있는 타이항 산맥(태항산(太恒山))이 눈을 가로막는다. 대형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현공사로 가는 관광버스로 갈아탔다.
최근의 중국은 공항은 물론,철도역과 관광지까지 주민등록증 제출과 얼굴인식시스템을 통과해야 한다.(외국인은 여권)
중국 어디를 가도 정부의 관리하에 있다는 것이 놀랍고 그같은 정책은 중국의 대규모 깡패집단을 몰아내 치안도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산은 예부터 산세가 험해 북방 이민족을 막는 군사적 요새였으며 산시성은 중국 팔로군이 일본군에 대한 게릴라 공격의 주 무대이기도 했다.
항산(恒山)을 '절새명산(絶塞名山)'이라고도 표현하는데 깎아지르는 요새의 명산이라는 의미이다.
이 항산의 대표적인 명소가 하늘에 걸려있는 사찰인 '현공사(悬空寺)'이다.
절벽 한가운데 마치 매달려 있는 듯한 모양으로 위진남북조시대인 491년에 창건되어 1500년의 역사가 흐른 지금도 하늘길에서 중생들의 발길을 안내하고 있다. 이 시기는 석가모니가 열반한 후 500여 년이 지난 후에 건축되었다
한국에서는 북한산 승가봉 중간쯤에 걸터 앉은 자그마한 암자와 같다고나 할까.
현공사는 유구한 세월속에도 어떻게 절벽 틈새에 둥지를 틀고 넉넉하게 앉아 있을수 있을까.
절을 받치고 있는 가늘고 긴 20여개의 기둥들을 보면 범부에게는 충분히 두려움을 안겨준다, 나무 기둥 표면은 오동나무 기름을 발라 흰개미나 세월의 부식을 방지하고 있다.
절의 내부 구조는 단단한 바위를 다듬은 중심에 버티고 있으며, 바위는 직각 사다리꼴 모양으로 뚫려 있다. 여기에 나무 들보, 기둥을 끼워 넣고 역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비량(飛梁, 공중 들보)을 절반 정도 꽂아 절의 기초로 삼았다. 사찰은 지상에서 50m 높이에 있고 ‘일원양루(一院兩樓 역주: 정원 하나에 2개의 누각을 지닌 사찰 구조)’처럼 배치되어 있다. 총길이는 약 32m, 누각과 전우(殿宇)가 40칸으로 전각이 서로 교차하는데 잔도는 높이 가로지르게 되어 높고 낮음이 엇갈려 조성했다.
유교,불교,도교를 일체화하였으며 두 개의 삼층 누각에는 6개의 법당을 만들어 대중중생들이 참선하게 하였다.
우리나라의 유명 건축가는 현공사를 다녀와 “하늘에 걸려 있는 건축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건축은 지구의 중력을 거슬러 무거운 바닥을 들어 올리는 기술이며 공중에 떠 있는 건축이란 중력으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하는 최후의 열망”이라고 말한다.
현공사(懸空寺) 또는 ‘현공각(玄空閣)’은 ‘천상의 사원’으로 불리며 시선 이백(이태백)이 이곳을 유람하며 석벽에 ‘장관(壯觀)’이란 큰 글자를 남겼다.
‘야숙산사(夜宿山寺:한밤에 산사에 묵다)
이태백(이백)
危樓高百尺
手可摘星辰
不敢高聲語
恐驚天上人
위험한 누각 백 척에 달해
손 내밀면 별을 딸 수 있을 듯
감히 큰소리 내지 못하니
천상의 사람 놀랄까 두렵구나
불교와 도교의 전승은 사람에게 하늘에 오르는 사다리를 준 것으로, 사람이 고생스러운 수행을 통해 인간세계를 벗어나게 한다. 속세를 멀리할 뿐만 아니라, 별을 관측하고 별을 따며 천인(天人)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유혹속에 윤회의 이치를 스스로 득도하게 한다,
수행의 길은 마치 몸이 이런 경지에 있는 것과 같아 공중에 있는 듯 하고 견건하게 수련할 때에는 신선과 동행하는 것 같다.
현공사는 유교(공자),도교(노자)와 불교(석가모니)의 유석도(儒釋道) 삼교(三敎)가 합일되어 모셔진 독특한 사찰로 대웅전과 삼신당이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현공사를 내려오며 흐르는 물길을 바라보는데 우유빛 물이 탁하게 흘러 발도 담그기 싫다.
유독 하늘이 청정한 오늘 밤 현공사 대웅전에서 예불을 드리면 과거의 어지러움은 지상으로 털어 버리고 꿈으로 다져진 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스르르 잠이들었으면 하는 바램이 스치듯 지나간다. 이것도 속세에서 살아가는 범부의 한갓 부질없는 욕망이겠지.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